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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13화 (313/850)

313화

김봉길은 새진주의 선착장 앞에서 출항을 앞두고 마중 나온 웅크린 늑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다녀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게. 곧 프랑스의 외교관을 협상장에 앉게 만들 테니.”

자신만만한 얼굴의 김봉길을 보고 웅크린 늑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조심하시지요.”

하지만 김봉길은 웅크린 늑대의 말에 피식 웃으며 선착장에 출항 준비가 끝난 2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심은 무슨. 저기를 보게. 무려 14척의 함대를. 잉글랜드나 에스파냐가 전해주기론 서인도제도의 프랑스 함대는 기껏해야 20척 수준 아닌가.”

시간이 흐르고 계속해서 신규 전선이 건조되어 2함대에 합류되면서 현재 2함대는 4함대와 같은 16척 규모의 함대가 되었다.

그리고 김봉길은 만약을 대비해 2척의 인급 전선을 이곳에 남겨두고 14척을 끌고 서인도제도로 향할 생각이었고.

새진주의 외무청에서 에스파냐에 생도맹그의 정보를 묻자 북미왕국이 왜 이러한 정보를 묻는지 짐작한 에스파냐는 생도맹그의 정보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던 서인도제도의 프랑스에 관련된 정보를 모두 넘겼고 덕분에 북미왕국은 서인도제도에 배치된 프랑스 함대는 20척 규모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 20척도 서인도제도 곳곳에 배치되었기에 생도맹그에 배치된 프랑스 전선은 기껏해야 10척 이하로 짐작되었고.

그동안 서인도제도에서 해전을 치르더라도 항상 자신보다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해야 했던 김봉길로서는 이번에 상대해야 하는 프랑스 함대가 무척 만만해 보일 수밖에 없긴 했다.

그것을 이해한 웅크린 늑대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2함대 대부분은 실전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했으니...”

애초에 2함대 소속으로 서인도제도의 해적과 사략선들을 상대한 함장은 모두 4함대로 이동했기에 지금 2함대 소속의 함장과 병사들은 대부분 실전을 경험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웅크린 늑대가 이를 언급하자 김봉길은 피식 웃으며 팔짱을 끼고 말했다.

“누가 저들을 훈련시켰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리 실전 경험이 없어도 프랑스 함대를 상대로 얼 타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김봉길이 프랑스와 전쟁이 결정된 작년 말부터 2함대 소속 함장들과 병사들을 무지막지하게 훈련시켰다는 것을 떠올린 웅크린 늑대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봉길을 보고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분명 프랑스의 함대는 20척 규모입니다만...상대해야 할 적은 더 많을 겁니다. 유럽의 배들은 상선도 기본적인 무장을 할뿐더러 근처의 토르투가 섬도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는 프랑스 해적과 사략선이 득실거릴 테니 북미왕국이 생도맹그 해안가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면 뒤를 칠 수도 있을 겁니다.”

토르투가 섬은 생도맹그 바로 위쪽에 자리한 섬으로 해적들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섬이었다.

이곳에 정착한 프랑스인과 잉글랜드인은 에스파냐의 가혹한 조세 수탈에 땅을 일구고 사냥을 하는 것보다 지나가는 에스파냐의 상선을 약탈하는 것이 더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해적이 되었고 프랑스는 에스파냐를 견제하기 위해 토르투가를 자신의 땅이라고 선언하며 이들은 뒤에서 지원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토르투가의 해적들이 위세를 떨치자 서인도제도 전역의 해적들이 이 섬에 몰려들었다.

덕분에 토르투가의 해적들은 반쯤은 프랑스 편이라고 보는 편이 맞았기에 웅크린 늑대가 이를 걱정하자 김봉길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아. 걱정하지 말게. 뭐 그동안 호되게 당했으니 감히 덤빌까 싶긴 한데 또 모르는 일이니까 해적들을 상대할 준비도 하고 있네. 그리고 저들이 우리의 삼태극 깃발을 두려워해 토르투가 틀어박혀 있더라도 프랑스 함대를 박살 내고 생도맹그의 해안가를 초토화한 이후에는 상황을 봐서 토르투가 섬을 공격할 생각도 있고.”

일단 토르투가 섬도 공식적으로는 프랑스 소유의 섬이었기에 공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에 김봉길이 이야기하자 웅크린 늑대가 혹시나 해 당부했다.

“아. 그리고 생도맹그 해안가를 공격할 때 정박해 있는 선박들은...”

“알고 있어. 공격 전 선박에 달린 국기를 확인하고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있는 선박은 절대 공격하지 말라고 미리 함장들에게도 이야기해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게. 물론 빗나간 포탄에 맞는 불행한 사태는 어쩔 수 없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지요.”

그때 김봉길의 부관이 김봉길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함대 사령관님. 출항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김봉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웅크린 늑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는군. 그럼 다녀오지.”

이에 웅크린 늑대는 더 걱정해봐야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불안한 기색을 모두 떨치고 웃으면서 김봉길을 바라보았다.

“그럼 승전보를 기다리겠습니다.”

“하하하. 물론이지!”

* * *

프랑스의 함대를 발견한 인급 전선은 오후에 세인트존스에 도착했다.

인급 전선이 도착하자마자 함장은 모든 일을 부함장에게 맡기고 곧바로 이정운이 머무는 분함대 사령부 건물로 뛰어들어가 이정운에게 프랑스 함대의 출현을 알렸다.

이정운은 함장의 말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헐떡이는 함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드디어 프랑스의 대규모 함대가 나타났다고?”

“헉헉. 그렇습니다. 함대 사령관님.”

그러면서 함장은 정찰을 통해 파악한 프랑스 함대의 정보를 세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정운은 이를 유심히 들었고 함장의 말이 끝나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80척이라...예상보다는 좀 많군.”

그가 파악하기로는 프랑스 해군은 대략 100척 규모라고 들었기에 이번에 나타난 프랑스 해군이 80척 규모라는 말에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2함대 사령관님이 이야기하길 서인도제도에 20척 정도가 배치되어있다고 했었는데? 함장의 말처럼 네덜란드가 버티지 못해 전쟁이 끝났다고 해도 프랑스의 모든 전선을 끌고 온다고? 그 정도로 누벨 프랑스가 프랑스에 중요했던 건가? 내가 듣기론 전혀 아닌데?’

이정운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함장이 덧붙였다.

“다행히 20척에서 30척 정도는 수송선으로 보이긴 했습니다.”

그 말에 이정운은 상황을 이해했다.

저들의 목적은 누벨 프랑스의 탈환일 테니 육군 병력도 수송하기 위한 선박도 함께 함대를 구성해 이동 중이라는 것을.

‘그럼 해전이 벌어지면 상대해야 할 적은 50척에서 60척 사이인가? 그래도 많긴 하군.’

그러면서 이정운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 흐음...언제쯤 이곳에 도착할 것 같나?”

이에 함장이 곧바로 대답했다.

“일반적인 유럽의 범선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잘해야 내일 오후는 되어야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이정운은 조금 안도했다.

누벨 프랑스의 총독이 프랑스 본국에서 지원 병력을 보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프랑스 함대를 상대하기 위해 이런저런 작전 계획을 짜 두긴 했지만, 예상보다 프랑스의 함대 규모가 큰 만큼 어느 정도 작전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아직 시간은 좀 있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알겠네.”

고개를 끄덕인 이정운은 옆에서 바짝 긴장하고 서 있던 부관에게 말했다.

“부관. 봉화를 피워 주변 정찰을 나간 전선의 귀환을 독촉하게. 그리고 대기하고 있는 함장들에게는 프랑스 함대가 이곳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즉각 알리게. 그리고 경비대에도 만약을 대비해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하고. 아. 맞은 편에 있는 선착장에도 이 사실을 알리고 당분간은 출항 금지라고 이야기하게.”

곧 있으면 전투가 벌어질 텐데 어선들이 주변 해역에 드나들게 할 수야 없었기에 덧붙이자 부관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함대 사령관님!”

* * *

봉화가 오르고 주변 정찰을 나갔던 4함대 소속 전선들이 모두 세인트존스 항으로 복귀하자 이정운은 곧바로 함장들을 불러들였다.

함장들이 모두 모여 회의실에서 대기 중이라는 부관의 보고에 이정운은 집무실에 나뒹구는 주변 해역의 지도와 수많은 작전 계획서를 뒤로하고 회의실로 이동했다.

이정운은 회의실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우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끌벅적했기에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반기는 함장들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프랑스의 함대가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들었지?”

““그렇습니다!””

“프랑스의 함대가 80척 규모의 대함대라는 것도 들었나?”

““물론입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함장들을 보고 이정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헌데 분위기가 왜 이래?”

프랑스 함대는 자신들보다 몇 배나 큰 규모의 대함대인데 왜 이런 분위기냐는 이정운의 물음에 함장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 척당 10척도 아니고 8척만 침몰시키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지요. 예전 서인도제도에서 해적들을 상대할 때도 혼자서 서너 척을 상대하는 일은 다반사였는데요 뭘. 침몰시켜야 하는 적이 조금 많은 것뿐이지요.”

“그리고 정일신 3함대 사령관님은 지급 전선 한 척으로 왜놈들의 대규모 함대를 휘젓고 다녔는데 저희라고 못할 것은 없지요.”

여기 있는 함장들은 2함대에 소속되어 실전을 경험해본 함장들이었기에 북미왕국의 전선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혼자서 서너 척을 상대하는 일도 많았고 그때도 별다른 피해 없이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으니 단순 계산해서 8척만 상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더불어 이들은 김봉길 2함대 사령관은 결국 다시 1함대 사령관으로 이동하리라는 것을 짐작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을 세워 2함대 사령관이 되겠다는 욕심도 없지 않았고.

이를 파악한 이정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것 참...뭐 잔뜩 위축된 것보다야 낫지만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일단 우린 전열함과 싸워본 적은 없잖아? 전열함은 꽤 튼튼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빈약한 왜선이나 서인도제도의 해적선, 사략선과는 확실히 다를 거야.”

이정운의 말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몇몇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그래 봐야 몇 발 더 버티는 정도 아니겠습니까? 전열함은 에스파냐의 갤리온보다 조금 더 튼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저들의 전열함의 크기는 지급 전선 만하다고 들었으니...오히려 맞추기는 쉽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전열함은 수많은 화포를 싣고 다니니 그만큼 화약도 많을 테고 그럼 유폭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크지 않겠습니까?”

함장들의 말에 이정운은 일리가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신감과 자만감은 다르고 이정운이 보기에 이 경험 많은 함장들은 자신감을 넘어 적을 경시하고 있었기에 내심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해군 역시 서인도제도에 떠도는 북미왕국 해군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테니 만반의 준비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아무리 무기가 좋다 하더라도 잔뜩 방심한 사람과 필사의 각오로 덤비는 사람이 붙으면 또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해서 이정운은 표정을 굳히고 함장들을 하나씩 쏘아보았고 그런 이정운의 반응에 함장들은 움찔하며 자세를 바로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의실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을 때 이정운이 입을 열었다.

“그래. 뭐 그렇긴 해.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지. 생각보다 저들의 배가 튼튼해 우리의 포탄을 맞고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저들도 우리가 서인도제도에서 해적선과 사략선을 박멸한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 저들은 단단히 준비하고 왔을 수도 있고. 헌데 우리가 저들을 쉽게 보았다가 저들의 기상천외한 수법에 말려든다면? 혹시 침몰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럼 무적을 자랑하는 북미왕국 해군의 얼굴에 먹칠하게 되는 셈이라는 것 잘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절대 방심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함장들의 눈빛에서 조금씩 긴장감이 보이는 것을 파악한 이정운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굳은 얼굴을 풀면서 말했다.

“그리고 우리 북미왕국의 전선이 튼튼하다고 해도 수십 발, 아니 수백 발의 쇠 구슬을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 절대 저들의 함대로 돌격할 생각은 하지 말게. 언젠가 북미왕국의 실체가 유럽에 알려질 것을 대비해서라도 북미왕국의 해군은 무적으로 남아야 해. 그래야 저들이 이 북미 대륙에 침을 흘리지 않을 거야. 알겠나?

이정운의 말에 함장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정운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자. 그러면 기본적인 작전 계획을 설명할 테니 잘 듣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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