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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09화 (309/850)

309화

시간이 흘러 누벨 프랑스 지역 곳곳에 배치된 경비대들이 올린 보고서와 외무청의 관리들이 올린 보고서를 취합해 만든 보고서를 들고 행정청장이 정성국에게 건넸고 정성국은 누벨 프랑스 지역의 상황이 담긴 보고서를 살펴보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지금 누벨 프랑스 지역에 배치된 경비대 숫자만 1만 명인데 현재 누벨 프랑스 지역 전체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이 채 3천 명이 안 된다고? 뭐 프랑스인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건 예상외로 적은데?”

물론 누벨 프랑스에 프랑스인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누벨 프랑스의 영역이 영역인 만큼 못해도 1만 내외는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던 행정청장 역시 정성국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덧붙였다.

“기존의 인구도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만...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도 정책이 바뀌면서 최근 많이 늘어난 거랍니다.”

“이게? 나 원...”

정성국이 행정청장의 말에 고개를 저었지만, 행정청장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전쟁 전엔 프랑스인이 더 많았을 겁니다. 최소한 5천 명은 넘었으리라고 추측됩니다. 다만 그나마 누벨 프랑스에서 프랑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퀘벡의 여성, 아이, 노약자들은 전쟁 전 배를 타고 본국으로 모두 떠났고 남아있던 남성들은 포로가 되어 매사추세츠로 이동했으니 누벨 프랑스의 인구는 확 줄어든 겁니다.”

행정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괜히 미리 선전포고한 건가 싶었지만 어차피 지난 일이라 후회해봐야 의미 없고 다만 프랑스 포로들을 잘 대우해줘서 예전 에스파냐 포로들처럼 다시 가족과 함께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중얼거렸다.

“쩝...그럼 포로들을 잘 대우해서 가족과 함께 다시 퀘벡으로 이주하게 만들어야겠군. 그보다 프랑스인이 생각보다 적은데...이 지역 원주민들은?”

이에 행정청장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들 역시 유럽인과 접촉한 이후 각종 전염병과 질병으로 인해 꾸준히 수가 줄어들긴 했습니다만...누벨 프랑스는 정책적으로 원주민들과 우호적으로 지냈고 이주민이 거의 없었기에 땅 문제로 원주민과 다툴 필요가 없어 그나마 북미 동해안 지역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 그건 다행이군.”

“문제라면 온타리오 호수와 세인트로렌스 강 인근의 범 알곤킨 족들은 이로쿼이 연맹과의 전쟁으로 인해 원주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부족이 해체된 경우도 많습니다만 세인트로렌스 강 북쪽에 자리한 부족들과 아카디아 지역에 자리한 부족들은 인구가 적당히 유지되어 다행이지요.”

행정청장의 말이 끝나자 정성국은 무척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아니면 정말 처참할뻔했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프랑스인의 인구도 적고 마을도 몇 안 되니 이곳에 당장 배치해야 하는 행정청 관리가 부족하지는 않겠어.”

당장 북미왕국에 합류한 이로쿼이 연맹과 옛 누벨 프랑스의 동맹 부족들에 행정청 관리를 파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이야기하자 행정청장은 무척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불행 중 다행이지요. 그보다 이곳의 프랑스 마을들에 대한 통치도 북미 동해안 지역과 똑같이 합니까?”

이에 정성국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행정청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야지. 이미 누벨 프랑스가 항복한 이상 프랑스인들도 이젠 북미왕국의 백성이니까. 특히 매사추세츠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아는 아카디아의 프랑스인들은 매사추세츠의 잉글랜드인들을 무척 부러워한다며? 그러니 차별하지 말고 똑같이만 해주면 만족하고 북미왕국의 백성이 되겠지 뭐.”

“알겠습니다. 전하.”

* * *

퀘벡의 주민들을 태우고 대서양을 건너 프랑스에 도착한 선박들이 가져온 누벨 프랑스의 소식은 빠르게 루이 14세에 전해졌다.

루이 14세는 장바스티스 콜베르의 보고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고? 다시 말해 보게. 콜베르. 북미왕국이 누벨 프랑스에 선전포고했다? 지금 그렇게 보고한 건가?”

이에 콜베르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국왕 폐하. 누벨 프랑스 총독의 보고에 의하면 북미왕국은 3월 10일 자로 누벨 프랑스와 전쟁에 돌입하겠다고 알려왔으며 총독은 퀘벡의 충성스러운 백성들과 누벨 프랑스의 동맹 부족과 함께 북미왕국과 맞서 최대한 시간을 끌 터이니 이른 시일 내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처음 북미왕국이 감히 프랑스에 선전포고했다는 소식에 분노했던 루이 14세는 누벨 프랑스에서 지원 요청을 했다는 콜베르의 보고에 화를 가라앉히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끙...”

루이 14세가 분노를 감추고 이러한 표정을 지은 것은 현재 네덜란드와의 전쟁이 생각처럼 전개되지 않았던 탓이다.

루이 14세는 에스파냐의 전대 국왕이었던 필리페 4세의 딸인 마리 테레즈를 왕비로 맞았고 필리페 4세가 죽자 에스파냐의 땅인 남네덜란드를 탐내 계승권을 주장하며 남네덜란드를 침공했다.

차례차례 남네덜란드의 도시가 프랑스에 함락당하며 프랑스가 북쪽으로 밀고 올라오자 이에 위협을 느낀 네덜란드는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잉글랜드, 스웨덴과 3국 동맹을 맺고 프랑스를 압박해 결국 프랑스는 남네덜란드 전부가 아닌 일부만 차지할 수밖에 없었고 루이 14세는 이 일로 네덜란드를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루이 14세는 네덜란드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3국 동맹을 와해하고 신성로마제국의 제후들과도 동맹이나 중립 조약을 맺어 결국 다시 전쟁을 일으켰고.

네덜란드의 육군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 터라 프랑스의 육군을 상대하기 어려웠고 전황은 루이 14세의 생각처럼 일방적으로 흘러 네덜란드의 국토 대부분을 점령했지만, 위기에 처한 네덜란드는 국토 대부분이 침수되는 것을 감수하고 제방을 무너뜨려 프랑스 육군의 진군을 막았고 결국 암스테르담의 점령에는 실패했다.

덕분에 전쟁은 길어지기 시작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작년에 잉글랜드와 연합 함대를 구성해 네덜란드 해군을 격파하고 상륙 작전을 통해 전황을 바꾸려 했지만, 네덜란드에 처참하게 깨졌고.

하지만 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상륙 작전밖에 답이 없다는 판단에 다시 잉글랜드와 연합 함대를 구성해 네덜란드의 해군을 상대하려 준비 중인 상황에서 북미왕국이 누벨 프랑스를 침공했고 누벨 프랑스의 총독이 지원 요청을 했다고 하니 루이 14세는 난감했던 것이다.

특히 북미왕국의 국력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알려진 만큼 전열함 몇 척 보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

이에 루이 14세는 콜베르를 바라보고 질문을 던졌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루이 14세의 질문에 콜베르는 즉각 대답했다.

“북미왕국의 여러 정보를 취합해보면 북미왕국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누벨 프랑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니 최대한 빠르게 지원 함대를 구성해 누벨 프랑스로 파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콜베르는 루이 14세에게 누벨 프랑스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콜베르는 재무장관이기도 하지만 루이 14세의 총애로 여러 업무를 맡고 있었고 그중에는 무역과 해외 식민지 영토의 관리도 총괄하고 있었기에 콜베르는 당연히 누벨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함대와 지원 병력을 파병하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콜베르의 입장을 모르지 않았던 루이 14세는 콜베르의 이야기를 듣고 알겠다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아아. 나 역시 누벨 프랑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네. 하지만 그건 잠재력일 뿐이고. 당장 누벨 프랑스에서 나오는 이득보다는 네덜란드를 점령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루이 14세의 말처럼 아직 누벨 프랑스에서 나오는 이득은 감히 네덜란드 전체와 비교할 수는 없었기에 콜베르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콜베르를 보고 루이 14세는 웃으며 덧붙였다.

“아. 그렇다고 누벨 프랑스를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네. 곧 잉글랜드와 연합해 상륙 작전을 시행하는 만큼 먼저 네덜란드를 점령한 후 감히 우리의 영토를 탐낸 북미왕국에 프랑스의 힘을 보여줘도 충분하다고 보네.”

이에 콜베르는 조금 안타까웠다.

콜베르는 해군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현재 잉글랜드와의 연합 작전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물론 연합 함대가 계획대로 별다른 피해 없이 네덜란드 해군을 격파하고 병사들을 상륙시키는 것이 성공한다면 참으로 다행이긴 한데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루이 14세도 콜베르도 잘 알고 있었다.

상륙을 허용하면 네덜란드는 끝이기에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들 것이 뻔했고 네덜란드의 해군은 생각외로 강력했기에 승리한다 하더라도 꽤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누벨 프랑스로의 지원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본국의 지원을 기다리는 누벨 프랑스의 총독과 프랑스인들을 버리겠다는 뜻과도 같았기에 콜베르는 조금 안타까웠지만, 루이 14세는 이미 마음을 정한 것이 분명해 보였기에 괜히 더 이야기해봐야 루이 14세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어 애써 표정을 관리하고 고개를 숙였다.

“으음...알겠습니다. 국왕 폐하.”

* * *

루이 14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랑스는 잉글랜드와 연합 함대를 구성해 네덜란드 해군을 격파하고 상륙 작전을 펼치려 했지만 도리어 네덜란드의 해군에 격퇴되었던 것이다.

해서 함대를 수습하고 일주일 뒤 다시 연합 함대가 출동했지만, 네덜란드 해군을 격파하지 못하고 결국 후퇴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루이 14세의 표정은 좋을 수가 없었고 그러한 루이 14세를 보고 콜베르는 보고를 적당히 누락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그럴 수야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루이 14세의 눈치를 살피며 서인도제도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건넸다.

루이 14세는 이를 훑어보고 표정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누벨 프랑스의 총독이 북미왕국에 항복했다고? 이게 사실인가?”

이에 콜베르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서인도제도에 이러한 소문이 퍼져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확인할 방도는 없습니다. 이미 누벨 프랑스와의 연락은 끊어진 상태이고요.”

“음...”

북미왕국의 함대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대서양을 건널 수 있는 배들은 전쟁 전 퀘벡을 빠져나와 프랑스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기에 루에 14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누벨 프랑스가 항복한 것처럼 프랑스도 북미왕국과 협상해 전쟁이 끝날 것이다라...정말 이러한 소문이 서인도제도에 널리 퍼졌단 말이지?”

“그건 소문이라기보단 일반적인 서인도제도의 인식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서인도제도의 주민들은 북미왕국을 높게 평가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콜베르의 말에도 루이 14세의 심기는 썩 불편해 보였다.

루이 14세는 북미왕국을 미개한 원주민의 국가라고 얕잡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 봐야 유럽의 중심인 프랑스와 비교하긴 턱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헌데 그러한 프랑스가 북미왕국과의 전쟁을 부담스러워해 곧 협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서인도제도에 널리 퍼졌다는 말이 영 거슬렸던 것이다.

그때 외무장관이 조심스럽게 알현실에 들어와 루이 14세에게 보고했다.

“국왕 폐하.”

“무슨 일인가?”

“잉글랜드 대사가 잉글랜드 국왕의 친서를 가져왔습니다.”

외무장관의 이야기에 루이 14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찰스 2세가 친서를? 가져오게.”

북미왕국이 누벨 프랑스를 공격하기 전 사전작업으로 잉글랜드에 누벨 프랑스의 총독이 이로쿼이 연맹을 이용해 북미왕국을 공격하려 했다는 여러 증거를 보여주며 총독을 성토하자 잉글랜드는 북미왕국이 곧 누벨 프랑스를 공격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에 코트렐은 급히 런던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 사실이 전해지자 찰스 2세는 탄식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하필 프랑스와 함께 네덜란드를 공격하는 와중에 북미왕국이 누벨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하다니.

찰스 2세는 북미왕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북미왕국이 마음먹은 이상 누벨 프랑스는 이미 북미왕국의 영토가 되었으리라 짐작했다.

더불어 프랑스는 결코 누벨 프랑스를 되찾지 못하리라는 것도.

해서 찰스 2세는 루이 14세를 생각해서 친서를 작성했다.

북미왕국의 군사력이 무척 대단하다는 것을 알리면서 잉글랜드가 중재를 설 테니 북미왕국과 종전 협상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찰스 2세는 루이 14세를 생각해 이러한 친서를 작성했지만, 루이 14세는 찰스 2세의 편지 속에 깔린 프랑스는 절대 북미왕국을 이기지 못한다는 판단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 방금 콜베르의 보고까지 떠오르자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분명 북미왕국은 에스파냐를 이긴 만큼 만만치는 않겠지만 그래 봐야 존재가 알려진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나라였다.

헌데 프랑스보다 그러한 북미왕국을 높게 평가한다니 기가 찼던 것이다.

해서 루이 14세는 자신의 반응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콜베르를 보고 선언했다.

“당장 누벨 프랑스로 지원 병력을 보낼 준비를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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