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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01화 (301/850)

301화

회의가 끝나고 청장들이 회의실을 나갈 때 정성국은 군사청장에게 손짓했다.

군사청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정성국에게 다가왔고 정성국은 군사청장을 앉히고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회전 단총은 어쩌기로 했나?”

그제야 군사청장은 왜 자신을 불렀는지 이해하고 대답했다.

“아. 조만간 정식으로 보고를 올릴 생각이었습니다만...아마 탐사대의 기본 무장으로 채택될 것 같습니다.”

군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건가?”

정성국의 물음에 군사청장은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탐사대의 전투 교리를 바꾸자는 것은 다들 동의하는데...군사청의 연구원들은 탐사대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려면 회전 단총을 1인당 2자루가 아닌 4자루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그 부분에서 의견이 조금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휴. 4자루씩이나?”

정성국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군사청장이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절대다수의 적을 손쉽게 제압하려면 단숨에 쏟아낼 수 있는 총알의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특히 회전 단총의 사거리가 썩 긴 편은 아닌 만큼 사격 후 이탈해서 재장전하고 다시 돌격하기보다는 한번 돌격으로 적을 와해시키는 것이 더 낫고 그러려면 4자루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더군요.”

군사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잠시 집무실에 장식되어 있는 회전 단총을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물론 군사 교리를 연구하는 연구원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정성국이 생각하기엔 걸리는 점이 많았다.

“물론 그거야 그렇겠지만...그 크고 무거운 걸 4자루씩이나 지니고 다니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거기에 갑오 소총도 회수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럼 총 5자루의 총을 지급한다는 건데 그건 좀...아무래도 총기 관리 문제도 있을 테고.”

현대의 경찰이 쓰는 경량화된 리볼버와는 달리 박기동과 연구원들이 만든 회전 단총은 초기 리볼버처럼 무척이나 묵직하고 컸다.

물론 탐사대는 기병인 만큼 모든 무기를 지니기보다 일부는 말 안장에 결박하면 그만이긴 한데 그렇게 되면 총기 관리가 쉽지 않아 보였다.

회전 단총은 연발 사격이 가능한 단총인 만큼 이 회전 단총이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는데 너무 많은 단총을 지급하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성국의 말에 군사청장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기는 합니다.”

“그리고 탐사대원들이 말에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마상 사격은 또 다른 문제라...거기에 올해에는 탐사대를 1만 명까지 늘릴 예정인데 회전 단총의 단가를 생각해보면 1인당 4자루씩 지급하는 것은 좀 부담스럽지. 거기에 4만 자루나 찍어내는 것도 꽤 오래 걸릴 테고.”

정성국의 말에 군사청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럼 탐사대에는 2자루의 회전 단총을 지급해 운용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 그러자고.”

* * *

슬슬 추위가 가시기 시작할 2월 말.

정성국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다 하얀 들꽃이 간식으로 먹으라며 가져다준 군고구마를 화로에 다시 데워 먹고 있을 때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조용한 곰이 들어왔다.

“전하! 이로쿼이 연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성국은 우물거리던 군고구마를 삼키고 조금은 흥분한 기색이 보이는 조용한 곰에게 손짓했다.

“음? 무슨 연락? 아. 설마 또 사람들을 보낸다는 건 아니지?”

그러면서 정성국이 화로에 놓인 잘 구워진 군고구마를 하나 넘겨주자 조용한 곰은 이를 조심스럽게 받아들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그것이 아니고 이로쿼이 연맹이 북미왕국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뭐? 그게 정말인가?”

정성국이 놀란 표정으로 조용한 곰을 바라보자 조용한 곰은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이로쿼이 연맹이 크게는 5개의 부족으로, 작게는 50개의 부족 연합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헌데 이 50개 부족 추장이 모두 모여 이로쿼이 연맹의 앞날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는데 이 회의에서 50개 부족 추장 모두가 북미왕국으로의 합류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허어...그 이로쿼이 연맹이? 전에 추장들이 새한성까지 방문해 혹시나 하긴 했는데...”

이전에 이로쿼이 연맹의 추장들이 대거 방문했다는 보고에 혹시나 하긴 했지만 정말로 그 이로쿼이 연맹의 추장들이 연맹을 해체하고 북미왕국으로 합류할 뜻을 밝혔다고 하니 정성국이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용한 곰은 정성국이 건네준 군고구마의 껍질을 까다 그런 정성국의 표정을 확인하고 말했다.

“이로쿼이 연맹의 원주민들이 바보는 아니지 않습니까? 거기에 이로쿼이 연맹은 무척 호전적으로 알려졌지만 그건 이로쿼이 연맹의 정보를 전해준 원주민들이 대부분 범 알곤킨 족이라 그렇지 실제로 새한성에 온 추장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후손들의 미래까지 생각하며 판단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더군요.”

“음...후손들이라...”

정성국도 전생에서 이로쿼이 연맹은 나름대로 중요한 결정은 미래까지 고려해 결정을 내리곤 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그들도 이렇게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북미왕국으로의 합류가 늦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로쿼이 연맹이 자리한 지역의 발전이 늦어진다는 것과 동일하니까요. 특히나 최근 북미 동해안 지역의 각 부족이 하나둘 북미왕국에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말입니다.”

북미 동해안 각 지역의 원주민 부족은 북미왕국에 합류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깨닫고 대부분 북미왕국에 합류하고 있었다.

그리고 합류한 원주민 부족의 추장과 주술사, 그리고 나름대로 영특한 젊은이들은 새진주에서 관리와 선생이 되기 위해 단기 교육을 받고 있었고.

이로쿼이 연맹의 추장들은 새진주에서 그러한 광경을 확인한 후 하루라도 빨리 북미왕국에 합류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점을 깨닫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뭐 그렇기야 하지. 아무튼, 이번 일은 외무청에서 정말 잘 해주었네.”

정성국의 칭찬에 군고구마를 먹던 조용한 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전하. 저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한 것은 외무청의 설득보단 북미왕국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스스로 내린 결정에 가까우니까요. 그보다 이로쿼이 연맹 측에서 요청한 것이 있습니다.”

“요청? 뭔데?”

무슨 요청인가 싶어 정성국이 되묻자 조용한 곰은 슬쩍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로쿼이 연맹은 말 그대로 부족 연합체입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강으로 연결된 모호크 족이 다른 부족보다 더 발전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한 모양입니다.”

이로쿼이 연맹이 자리한 곳은 애팔래치아 산맥 너머 온타리오 호수 인근이었고 이 때문에 육로로 오가며 대규모 물자 이동은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로쿼이 연맹의 추장들은 자신들이 북미왕국을 방문했을 때처럼 주로 강을 이용해 배로 사람과 물자가 운송되리라 생각했고.

하지만 이 허드슨 강과 연결된 부족은 모호크 족뿐이고 허드슨 강의 지류인 모호크 강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오네이다 족의 영역까지만 도달하는 것이 다였기에 이대로라면 자연스럽게 모호크 족과 오네이다 족만 번영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러한 조용한 곰의 설명에 정성국은 이로쿼이 연맹의 요청을 짐작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미소지었다.

“예. 북미왕국에서 누벨 프랑스를 공격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더군요. 만약 북미왕국이 누벨 프랑스를 공격할 생각이 있다면 자신들도 그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그래야 다섯 부족 모두 배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하하.”

남쪽의 허드슨 강, 모호크 강과는 달리 세인트로렌스 강은 안쪽의 온타리오 호수와 연결되어 있고 세인트로렌스 강을 확보하면 결국 북미왕국의 배가 온타리오 호수 안쪽까지 들어와 이로쿼이 연맹 모두와 연결되어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로쿼이 연맹 추장들은 이 세인트로렌스 강을 장악하고 있는 누벨 프랑스를 북미왕국이 공격하길 바라며 만약 북미왕국이 누벨 프랑스를 공격한다면 자신들도 이를 돕겠다는 뜻을 알린 것이다.

“어찌 대답할까요?”

조용한 곰의 물음에 정성국은 군고구마를 하나 까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마음을 정했는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의 마음이 고맙긴 하지만 굳이 저들을 이번 전쟁에 참여시킬 이유는 없지 않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굳이 육군을 움직이지 않고 4함대만으로도 누벨 프랑스를 박살 낼 수 있는데?”

정성국이 생각하기에는 누벨 프랑스를 공격하고 결국 누벨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은 4함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다만 그럼에도 경비대와 탐사대를 움직이는 것은 대규모의 병력을 움직여 저들을 강하게 압박해 빠르게 항복을 받아내려는 의도와 퀘벡 주변에 병력을 배치해 저들이 퀘벡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 북미왕국과 손을 잡은 누벨 프랑스의 옛 동맹 부족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정성국은 아무리 북미왕국의 병사들이 열심히 훈련받은 강병이라 해도 어디선가 날라온 머스킷의 총알에 병사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지간하면 4함대의 포격으로 저들의 저항 의지를 꺾으라고 명령해두었고.

그런 만큼 괜히 이로쿼이 연맹의 전사들을 전쟁에 참여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그거야 그렇지요. 허면...”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이야기하게. 북미왕국은 이미 누벨 프랑스를 북미 대륙에서 몰아내기로 하고 병력을 이동 중이라고.”

“알겠습니다. 전하.”

그렇게 중요한 용건이 끝나자 정성국과 조용한 곰은 따끈한 군고구마를 열심히 먹어치웠고 적당히 배가 찼을 때 정성국이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에스파냐와 잉글랜드에 여성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나?”

정성국의 질문에 커피를 마시던 조용한 곰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아. 아직 협상 중입니다.”

“아직도?”

북미 동해안 지역의 성비 문제를 위해 에스파냐와 잉글랜드와 접촉하라고 명령한 지도 시일이 꽤 흘렀는데 아직도 협상 중이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정성국의 반응이었고 이에 조용한 곰은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에스파냐나 잉글랜드나 여성에 한하여 이주민을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해 조금 의구심을 표했습니다만 북미 동해안 지역에 남아있는 잉글랜드인들을 위함이라는 것을 알리자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헌데...”

“헌데?”

조용한 곰은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들은 여성의 이주를 허용하는 대신 여성 이주민 한 명당 일정 금액을 받고 싶어하더군요.”

“거참...”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혀를 찼다.

물론 백성은 국가에 있어서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해는 하지만 백성이 노예도 아닌데 국가에서 한 명당 일정 금액을 원하는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니까.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예. 하지만 아쉬운 쪽은 우리 쪽이니 어쩌겠습니까. 다만 전하께선 나중에 유럽에서 이주민을 추가로 받아들이실 계획이시지 않습니까. 해서 지금 잘못 계약을 맺었다간 나중에 곤란해질 것 같아 최대한 협상 중입니다.”

정성국이 언젠가는 유럽인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리라는 것은 외무청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에 잘못 협상했다가는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기에 협상 중이라는 소리에 정성국은 북미 동해안 지역의 남성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끙...알겠네. 허면 백인 여성 노예들은?”

이에 조용한 곰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부분은 웅크린 늑대가 나서서 노예 상인과 모든 협상이 끝났고 조만간 여성 노예를 실은 배가 새진주로 도착할 겁니다. 1년에 2천 명 정도를 예상하더군요,”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어? 생각보다 많네? 작년에 해방된 흑인 여성 노예보다도 많은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 북미왕국이 흑인 여성 노예를 사들이자 노예 상인이 흑인 여성 노예들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터라...올해엔 북미왕국에 들어오는 흑인 여성 노예도 대폭 늘어날 전망입니다. 해서 올해나 내년이면 캐롤라이나 지역의 성비는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웅크린 늑대가 예상하더군요.”

“아...”

북미왕국이 흑인 여성 노예를 제법 가격을 쳐준다는 사실을 알고 노예 상인이 흑인 여성 노예를 최대한 많이 데려오려 한다는 말에 고개를 저은 정성국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빠르게 캐롤라이나 지역의 불균형한 성비를 맞출 수 있었기에 별말은 하지 않았다.

“알겠네. 캐롤라이나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에겐 나쁜 일은 아니니...그리고 이번에 백인 여성 노예를 해방하면 적당히 나누어 북미 동해안 지역에 정착시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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