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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278화 (278/850)

278화

매사추세츠 지역의 외무청 관리는 새한성에서 보내진 명령서를 확인하고 곧바로 메타코멧과의 만남을 청했다.

메타코멧은 외무청 관리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리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급히 외무청 관리를 찾았고 외무청 관리는 메타코멧에게 커피를 대접하며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이로쿼이 연맹에 대해선 잘 아시지요?"

어느덧 커피에 중독되어 버린 메타코멧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물론이지요. 이 지역의 범 알곤킨 족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 이로쿼이 연맹과 접촉한 외무청 관리의 보고서를 확인해보니...이로쿼이 연맹이 그동안 프랑스의 동맹 부족과 전쟁을 했다던데 이들이 범 알곤킨 족이라고 하던데요?"

이에 메타코멧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로쿼이 어를 사용하는 이로쿼이 연맹과 알곤킨 어를 사용하는 범 알곤킨 족은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럽인들이 이 땅에 나타나 모피를 원하면서 영역 다툼을 벌이다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고요."

그러면서 메타코멧은 아버지에게 들었던 유럽인들이 나타나기 전의 범 알곤킨 족들과 이로쿼이 연명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고 외무청 관리는 이를 무척 관심 있게 듣다가 메타코멧의 이야기가 다 끝나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혹시 추장께선 이 프랑스의 동맹 부족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 질문에 메타코멧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프랑스의 모든 동맹 부족과 연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근처의 몇몇 부족의 추장과는 안면이 있습니다. 예전에 잉글랜드의 확장이 가속화되어 이대로는 우리 왐파노아그 족도 결국 잉글랜드에 압박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프랑스와 손을 잡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메타코멧의 말에 외무청 관리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시만 해도 왐파노아그 족은 잉글랜드에 우호적이었는데 미래를 걱정해 프랑스와 접촉하려 한 메타코멧의 통찰력에 놀란 것이다.

"어? 그러셨습니까?"

그런 외무청 관리의 반응에 메타코멧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 물론 당시 프랑스는 이로쿼이 연맹과 전쟁하느라 바빠서 잉글랜드의 세력 확장을 막을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바로 포기했었고요. 헌데 그건 갑자기 왜?"

외무청 관리는 그나마 메타코멧이 프랑스의 동맹 부족 몇과 연줄이 있다는 이야기에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허면 이 프랑스의 동맹 부족과 접촉할 수 있겠습니까?"

외무청 관리의 물음에 메타코멧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천천히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다 입을 열었다.

"접촉이라...이들을 북미왕국으로 끌어들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외무청 관리의 즉답에 메타코멧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프랑스 세력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로군요."

어차피 메타코멧은 반쯤은 외무청 관리나 다름없었기에 북미왕국의 의도를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외무청 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북미 동해안에 식민지를 건설하던 잉글랜드는 떠났으니 남은 건 프랑스뿐이지요. 그리고 이들마저 떠난다면 이 풍요로운 북미대륙은 예전처럼 원주민들만의 땅이 될 테고 모든 원주민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지요."

어차피 메타코멧은 그런 북미왕국의 이상에 공감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새진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주변 원주민들을 설득해 북미왕국으로 합류하게 했기에 웃으며 말했다.

"흐음...뭐 나쁠 것은 없겠지요. 원주민들이 그렇게 유럽과의 교역에 연연한 것은 결국 유럽에서 가져오는 여러 물품 때문인데 이는 북미왕국에서도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메타코멧의 대답에 외무청 관리는 반색하며 바로 대답했다.

"바로 그렇습니다. 오히려 유럽인들이 가져오는 물품보다 품질도 좋고 가격은 더 저렴하지 않습니까."

실제로 북미왕국이 진출한 이후 원주민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잉글랜드인의 불만이 거의 없던 것도 생필품의 가격이 싼 편이라 이전과 비교하면 조금은 여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나주를 방문했던 메타코멧은 이곳의 물가도 운송 문제 때문에 본토에 비하면 무척 비싼 편이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아질 거라는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었기에 그런 외무청 관리의 말에 알겠다는 듯 웃으며 커피를 모두 마신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안면이 있는 추장들부터 만나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북미왕국에 합류한 다른 추장들에게도 혹시 잘 아는 사람은 없는지 알아보지요.“

메타코멧의 대답에 외무청 관리는 활짝 웃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일단 외무청의 관리 신분으로 움직이시지요. 그리고 경비대원들을 호위로 붙이겠습니다.“

메타코멧은 외무청 관리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메타코멧은 북미왕국의 기술이 무척 발달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다.

애당초 북미왕국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과시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허나 뉴욕 지역의 외무청 관리의 길 안내를 한 부족원을 통해 모호크 족 영역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양만 조금 다른 머스킷인 줄 알았는데 북미왕국의 무기는 후장식 소총이라는 머스킷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발전된 무기라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고 이로쿼이 연맹이 무척 놀라면서 이들의 무기를 탐내기도 했고 북미왕국이 무력을 보여준 이후로 이로쿼이 연맹이 적극적으로 나오며 젊은이들을 북미왕국으로 보내기도 했다는 소식에는 얼떨떨하기도 했고.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궁금함에 이 외무청 관리에게 요청해 북미왕국 병사들의 사격 시범을 구경하기도 했고 후장식 소총을 쏴보기도 했기에 그 편리함과 기술력에 감탄했던 메타코멧이었다.

그런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로 자신을 호위하겠다는 말에 메타코멧은 여차하면 이들을 이용하면 설득이 한층 더 쉽겠다고 생각해 웃으면서 대답했다.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한 그 병사들 말이지요? 하하하. 그들의 호위라니...이거 영광이로군요. 헌데...프랑스의 동맹 부족에게 사격 시범 정도는 보일 수 있게 총알을 넉넉히 소지했으면 좋겠군요.“

그 말에 외무청 관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준비해두도록 하지요. 다만 너무 힘을 앞세워 강제로 끌어들이진 말았으면 합니다.”

그런 외무청 관리의 말에 메타코멧은 빙긋 웃었다.

“물론입니다.”

* * *

투로시노는 포로나이 항에 쾌속선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3함대 사령부로 향했다.

"본국에서 연락선이 도착했다고요?"

사령관실이 앉아 문서를 살피던 정일신은 급히 사령관실을 박차고 들어오는 투로시노를 보고 피식 웃으며 책상 한쪽에 두었던 서찰을 건넸다.

"그렇네. 여깄네."

투로시노는 봉투를 열고 명령서의 내용을 확인한 후 표정을 굳히고 신음을 흘렸다.

"음..."

그런 투로시노의 반응에 정일신은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러나 싶어 질문을 던졌다.

"왜 그러나?"

명령서를 다 읽은 투로시노는 굳은 표정으로 정일신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청나라와 왜국과 접촉해보라는군요."

그 말에 정일신은 그게 뭐 대수냐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충분히 예상한 명령 아닌가. 조선과 교류하기 시작했으니 우리 북미왕국에 대한 소문이 주변에 퍼질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보다는 축하하네."

"예?"

의외의 말에 어리둥절한 투로시노를 보고 정일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행정청이 아닌 외무청에 온 것도 넓은 세상을 직접 둘러보기 위함이 아니었나? 그리고 이번 일로 아시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청나라를 방문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니야?"

애초에 투로시노가 처음 해군에 소속되려 한 것도, 결국 외무청의 관리가 된 것도 다 세상을 둘러보기 위함이었으니 마땅히 이번 명령에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일신의 말에 투로시노는 슬쩍 웃었다.

"하하하. 뭐 그렇기야 합니다만..."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눈치가 가득한 투로시노를 보고 정일신은 혀를 찼다.

"쯧쯧. 왜 이렇게 표정이 굳어 있나 했더니...왜국과의 접촉이 걸리는 건가?"

이에 투로시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청이 더 강대했지만 아이누인인 투로시노는 왜국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렇지요. 잘못하면 다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고..."

정일신은 투로시노의 말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에이. 그럴 리가. 현 쇼군은 온건한 편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아이누인들의 독립을 허용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자신이 결단을 내려 아이누 부족 연합의 독립을 허용했는데 독립하자마자 북미왕국이 홀라당 집어삼킨 꼴이니 내심 북미왕국을 괘씸해 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정일신은 너무 과한 걱정이라는 표정으로 투로시노를 바라보고 말했다.

"아이누의 독립에 우리 북미왕국이 관여했다는 사실쯤은 저들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뭘 그러나. 당시 내가 침몰시킨 왜선이 몇 척인데.”

“하하하. 그렇긴 하네요.”

“그리고 3함대가 있으니 함부로 덤비지 못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거기에 이제 이곳은 북미왕국의 영역이야.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본국에서 추가로 지원이 올 텐데 뭘 그리 걱정하나. 그리고 저들도 우리가 부담스러워 계속해서 어선으로 위장해 우리를 정찰하려 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 번주들이 무리해가면서 배를 건조하는 형편 아닌가. 그러니 우리가 정식으로 막부에 사절을 보내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한다면 오히려 환영할걸세."

정일신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기에 걱정이 많던 투로시노의 안색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확실히 그렇네요. 하하하. 이거 함대 사령관님이 외무청으로 오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담을 털어낸 듯 자신에게 농을 하는 투로시노를 보고 피식 웃은 정일신은 질문을 던졌다.

"그래. 어디부터 갈 텐가?"

이에 투로시노는 잠시 고민해보다가 행선지를 정했다.

"일단은...청나라부터 가는 것이 나을듯싶습니다."

청나라라는 말에 정일신은 살짝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청나라라...그럼 꽤 많은 전선을 빼 둬야겠군."

투로시노는 그런 정일신의 중얼거림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응?"

의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정일신을 보고 투로시노가 이야기했다.

"제가 타고 갈 한 척이면 충분할 듯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청나라가 우리를 얕보지 못하게 최대한 많은 전선을 끌고 가야 하지 않나?"

청나라는 아시아의 맹주나 다름없었고 이들과 교역을 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전선을 끌고 가 저들이 북미왕국을 결코 얕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일신이었다.

하지만 조선에 다녀온 후 조만간 청나라와도 접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해왔던 투로시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듣자니 청나라의 내부 사정이 썩 좋지는 않은 모양이더군요."

정일신도 투로시노와는 간간이 대화를 나누었기에 청나라의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이에 동의했다.

"그렇지. 그러니 우리가 인급 전선을 최대한 많이 끌고 천진 인근까지 올라간다면 우리를 달래기 위해서라도 곧바로 교역을 허용하지 않을까?"

물론 정일신의 예상대로 청나라가 움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기에는 내심 현 청나라 황제가 걸리는 투로시노였다.

"지금 청나라 황제인 강희제란 인물은 꽤 강골인 듯 보여서...오히려 그런 방식은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장은 이를 허용해도...나중에 칼을 갈 인물인 것 같달까요? 기회를 노리다 단숨에 전횡을 일삼던 오배를 처단한 것도 그렇고요."

그러면서 강희제에 대한 일화와 자신이 생각하는 강희제의 평을 이야기하자 이를 유심히 듣던 정일신은 투로시노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군. 저들은 명나라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고 생각할 테니..."

정일신이 수긍하자 투로시노는 바로 덧붙였다.

"예. 그리고 우리도 굳이 청나라와 싸울 생각은 없지 않습니까. 안정적인 교역이 목적이지. 그러니 일단은 적당히 숙이며 이득을 취해볼 생각입니다. 저들이 과연 우리 북미왕국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라...제 생각엔 이번엔 가 봐야 예부에 예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고요."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청나라는 아시아의 맹주이자 각종 물산이 풍부했기에 세계 각지에서 교역을 위해 사절은 보내곤 했었으니 북미왕국 역시 비슷한 취급을 받을 공산이 컸다.

"뭐...전하께서 자네에게 전권을 맡겼으니 자네의 뜻대로 하는 게 맞겠지만...그래도 한 척은 너무 적어. 3척으로 하세.”

“그 정도는 괜찮겠지요. 알겠습니다.”

“헌데 왜국과 접촉할 때도 그렇게 할 건가?"

이에 투로시노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그때는 함대 사령관님께서 도와주셔야죠. 최대한 많은 전선을 끌고 가 북미왕국의 국력을 과시할 생각이니까요."

"하하하. 알겠네. 자네가 다녀오면 3함대 전부를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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