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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264화 (264/850)

264화

정성국은 정식으로 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받은 다음 날 청장들을 회의실로 불러 회의를 열었다.

청장들이 모두 회의실에 앉자 정성국은 곧바로 청장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새진주에서 올라온 소식은 들었지?”

““그렇습니다. 감축드리옵니다! 전하.””

미리 맞추기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청장들을 보고 실소한 정성국은 됐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뭐 이번 일은 북미왕국 전체의 경사지. 그러니 이를 알리고 간단한 축제라도 열자고. 특히 조선 유민들이 대거 유입되어 좀 어수선한 편이잖아?”

정성국의 말에 행정청장이 정성국이 축제를 기획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입을 열었다.

“조선 유민들의 불안함을 달래주고 이들이 북미왕국에 잘 녹아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들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전하. 준비하도록 하지요.”

그런 행정청장의 말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정성국이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청장들을 둘러보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북미 동해안 지역을 장악하고 관리하는 문제야 어차피 작년부터 계속 논의해왔고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 있으니 일단은 계획한 대로 처리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정성국의 말마따나 작년부터 조약 체결 이후 북미 동해안 지역에 진출해 자신들을 미심쩍게 바라볼 잉글랜드인들을 북미왕국의 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을 관리하고 주변을 장악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논의해왔다.

물론 새진주에서 조약 체결 이후 잉글랜드 사절에게 넘겨받은 북미 동해안에 건설된 9개의 식민지에 관련된 여러 문서가 올라오긴 했지만, 생각보단 부실한 자료였기에 자세한 북미 동해안 지역의 실태는 결국 북미왕국 병사들이 이 지역에 진출하고 함께 진출한 행정청 관리들이 주변 상황을 파악해 보고서를 올려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니 굳이 이 문제를 지금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정성국의 생각이었고 이러한 정성국의 생각에 다른 청장들도 동의했다.

“그보다는 자네들도 외무청에서 보고한 북미 동해안 지역의 인구 추정 자료를 보았겠지만...생각보다 인구가 적은 곳이 많아.”

그 말에 관리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9개 식민지 중 4곳이 대략 천 명 남짓으로 추정되니까요.”

플리머스, 로드 아일랜드, 캐롤라이나 지역의 인구는 원래부터 이곳에 정착한 주민이 적었기에 남은 인구가 천명 남짓이었다면 버지니아의 경우는 정착한 주민은 많았지만, 워낙 많은 주민이 북미왕국이 훗날 자신들을 탄압할까 봐 지레 겁먹고 떠났기에 인구가 적었다.

“그렇지. 물론 여기서 원주민들이 합류하면 좀 달라지겠지만...그렇다 해도 원주민들의 수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은 게 문제야. 이 북미 동해안 지역의 원주민들은 계속된 각종 전염병과 잉글랜드인들의 탄압으로 급격하게 수가 줄었으니까.”

정성국의 말에 청장들은 작년부터 북미 동해안 지역의 상황을 외무청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해서 말인데...원래는 저들이 구분한 지역대로 나눌 생각이었지만 이것을 적당히 통폐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뭐 나중에 인구가 늘어나면 다시 분리하더라도 말이야.”

정성국의 말에 청장들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가뜩이나 고위급 관리가 부족한 판국이라 파견할 관리의 수를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이 문제에 가장 관심 있는 행정청장이 물었다.

“허면 어떻게 통폐합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북부의 매사추세츠와 플리머스,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지역을 하나로 합치자고. 그리고 중부의 뉴욕과 뉴저지 지역을 하나로 합치고.”

전생에서 독립 직전 잉글랜드의 13개 식민지는 크게 뉴잉글랜드 지역, 중부 식민지, 남부 식민지로 나뉘었고 이 지역 간의 성향이 조금씩 달랐다고 알고 있던 정성국은 이를 기반으로 지역을 통폐합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성국의 말에 행정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허면 남부의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캐롤라이나 지역을 하나로 합치자는 거군요.”

이에 정성국은 고개를 저었다.

“음...그 부분은 좀 다른데 난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만 합치고 캐롤라이나 지역은 따로 뒀으면 해. 아니면 캐롤라이나 지역을 적당히 분할 하던가.”

“예? 캐롤라이나 지역도 사람이 무척 적습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정성국의 말에 행정청장뿐만 아니라 다른 청장들도 의아한 기색이 역력하자 정성국은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내가 어제저녁에 곰곰이 생각해보니까...북미 동해안의 인구는 잉글랜드에서 보내 준 이 추정인구보다는 조금 많을 것 같아.”

그러면서 정성국은 회의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외무청의 보고서를 툭툭 치자 행정청장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음...어째 원주민을 말씀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 내가 이야기하는 건 바로 흑인들이야. 흑인 노예.”

그 말에 다른 청장들은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관리청장이 입을 열었다.

“아...그렇군요. 노예라면...개인의 재산이니 이 추정인구에 집계되진 않았겠군요.”

이에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정성국이 계속해서 이야기해나갔다.

“그렇지. 솔직히 흑인 노예가 얼마나 있을지는 짐작하기 어려워. 다만 우리는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그렇기에 북미 동해안 전체에 있는 흑인 노예들을 사들여 해방할 생각이잖아?”

그제야 행정청장은 왜 정성국이 캐롤라이나 지역을 따로 두려는지 이해했다.

“아...캐롤라이나 지역을 흑인들로 채울 생각이시군요.”

“그렇지. 어차피 흑인들이 주로 거주할 지역은 플로리다 지역 바로 위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정성국의 말에 행정청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럼 캐롤라이나에 정착한 주민들을 버지니아로 이주시켜야겠군요.”

북미왕국의 존재와 북미왕국이 플로리다 지역으로 진출한 이후 식민자 가장 남쪽인 캐롤라이나의 이주민을 보냈다가 북미왕국과 충돌할 것을 우려했던 잉글랜드가 가장 먼저 캐롤라이나로의 이주를 막았기에 캐롤라이나는 잉글랜드 식민지 가운데 제일 인구가 적었다.

더불어 정착한 지도 얼마 안 되었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고 강제로 이주시키진 말고...저들을 설득해 이주시키자고. 저들도 어차피 정착한 지는 얼마 안 되었으니 차라리 버지니아로 가는 게 나을 거야. 뭐 정 떠나기 싫다 하면 그냥 내버려 두고.”

정성국의 말에 행정청장이 그럴 리 있겠느냐는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흑인들이 대거 유입된다는데 과연 남아있을까 싶긴 합니다만...알겠습니다. 전하.”

그때 관리청장이 입을 열어 정성국에게 질문했다.

“전하. 그렇게 통합하면 지역 이름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뭐...간단하게 통합된 지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의 이름을 따자고.”

정성국의 말에 관리청장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북부의 매사추세츠 지역, 중부의 뉴욕 지역, 남부의 버지니아 지역이 되겠군요.”

“그렇지.”

그렇게 정리한 정성국은 고개를 돌려 교육청장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교육청장.”

“말씀하시지요. 전하.”

“북미왕국에서 가르치는 모든 선생에게 담배에 대한 폐해를 더욱 강조해 가르치라고 하게.”

정성국이 처음 환생한 후 놀랐던 것이 바로 조선에 만연한 담배였다.

그가 알기로 담배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고작 50년 만에 조선인 태반이 담배를 피워댔던 것이다.

그것도 서양처럼 여성 흡연을 금기시하지도 않았고 이 담배가 약초로 잘못 알려졌기에 아이들도 담배를 피워댔으며 안경이 조선에 알려진 후 연장자 앞에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경조차 쓰지 못했던 그 조선에서 담배는 예외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할아버지와 손자가 맞담배를 피워댔던 것이다.

이에 정성국은 기겁하며 자신들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담배의 유해성을 세뇌하듯 강조하며 함부로 흡연하지 못하게 막았고.

정성국이 유달리 흡연을 혐오했고 담배의 유해성을 이야기했기에 개척촌은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북미왕국으로 이어졌고.

헌데 정성국이 다시 이런 자리에서 흡연에 관한 문제를 교육청장에게 언급하자 교육청장은 정성국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그곳은 담배가 만연한 지역이겠군요.”

“그렇지. 그곳에 정착한 잉글랜드인들은 이 담배 재배로 돈을 벌고 그곳의 원주민들도 일종의 약처럼 담배를 피워대니까. 교육을 통해 그 생각을 철저히 바꿔야 해. 담배는 인체에 백해무익한 독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확실히 새겨넣으라고.”

“알겠습니다.”

정성국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인 교육청장을 보고 정성국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이건 북미 동해안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야. 최근 유입된 조선 유민들도 담배 생각이 간절할걸? 그리고 이주민들의 짐을 검사하긴 하지만 몰래 들여와 재배하는 조선 유민들도 있을 테고.”

개척촌과는 달리 북미왕국으로의 이주는 배를 타고 이주해야 했기에 통제가 쉬운 편이었다.

더불어 짐을 검사할 때 배 위인 만큼 화재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담배와 종자를 모조리 압수해버렸고.

하지만 모든 짐을 철저히 검사할 수야 없는 법이었기에 알음알음 담배 종자가 들어왔다는 것은 정성국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성국의 말에 행정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지금도 간간이 적발되긴 하지요. 하지만 조선 유민들은 이주 선단을 타고 오면서 담배가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지 배우는지라 그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거기에 새김포에는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교육 시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조선 유민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새김포, 정확히는 이주민 임시 거주 지역에는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교육 시설도 있었고 북미왕국에 이주하는 조선 유민들은 이곳에 한번은 들러 교육을 받아야 했다.

배 안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귀에 박히도록 들었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사람들도 이 교육 시설에서 담배 연기에 고통스럽게 바둥거리다 죽는 조그마한 동물들을 본 후엔 담배가 약이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했고.

그리고 북미왕국이 이렇게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 지역의 인구가 적은 편이라 인구를 늘리려면 가정마다 아이를 많이 가져야 하는 법인데 담배는 남자에겐 정력에 좋지 못하고 여자에겐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기에 나라에서 금한다면서 이를 어기면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소리에는 담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니코틴 중독에 시달리는 몇몇 조선인들은 몰래 들여온 담배 종자를 심다가 주변의 신고로 걸리곤 했고.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전하. 그럼 북미 동해안 지역의 담배 재배도 막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에 정성국은 표정을 자신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흐음...그래야 겠지만...당장 이걸 통제할 수 있을까 모르겠군.”

이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담배라는 작물이 없었기에 조선에서 유입되는 담배를 통제해 그나마 수월하게 막을 수 있었지만, 북미 동해안 지역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이에 행정청장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표정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북미 동해안 지역에는 외국 선박이 입항하지 못하잖습니까. 그럼 저들이 담배를 대량 재배해봐야 팔 곳이 없으니 이를 알리고 북미왕국에서는 담배 재배와 흡연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린다면 잉글랜드인들이나 우리 북미왕국에 합류하려는 원주민들이 담배를 대규모로 재배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러는 게 좋겠군. 다만 몰래 자기들이 피울 담배는 재배할 것 같긴 한데...이걸 매번 순찰해서 막기엔...”

그 말에 교육청장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어쩔 수 없겠지요. 북미 동해안 지역은 이곳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니까요. 그렇기에 새김포에만 있는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교육 시설을 북미 동해안 전 지역에 여럿 설치해 저들이 스스로 담배를 포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생에서도 담배는 법적으로야 기호식품의 일종으로 취급되었지만, 학술적으로는 엄연히 마약의 일종이었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에서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랫동안 약으로 오인해 이미 일상적으로 퍼져 완벽하게 근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담배 업계가 그만큼 성장한 상황이었고 여기서 벌어들이는 세수도 큰 편이었기에 허용한 것이다.

다만 높은 세금을 물려 자연스럽게 흡연자의 수를 제한했다고 해야 할까.

더불어 기호식품을 제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금주법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성국은 북미왕국도 전생처럼 정책을 바꿔야 하나 싶었지만 일단 막을 수 있는 데까지는 막아보자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는 게 맞겠지. 일단 그렇게 해 보자고. 마을마다 교육 시설을 만들고 담배가 얼마나 해로운지 보여줘.”

개인적으로는 조선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러한 교육 시설을 만들긴 했지만, 시연을 위해 며칠에 한 번씩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물들이 안타까웠던 정성국이었다.

동물 학대에 가까웠으니까.

더불어 이 교육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도 내심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북미왕국 백성들의 건강이 우선이었고 잘못하면 애써 틀어막은 담배가 북미왕국 전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정성국이 씁쓸한 표정으로 이를 허용하자 교육청장이 정성국의 속마음을 짐작했는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다만 동물을 이용하는 시연은 줄이고 그동안 담배에 유해성과 관련되어 축적된 여러 자료를 저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전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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