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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257화 (257/850)

257화

뉴펀들랜드 섬의 선착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김봉길은 안색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것 참...시설이 꽤 열악한데?”

어부들이 잠시 머물기 위해 대충 건물을 지어두었기 때문인지 건물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에 머물며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으니.

설상가상으로 어부들은 이곳 주변에 대충 똥오줌을 버렸기에 악취도 심했고.

잘못하면 이곳에 배치된 분함대에 전염병이 돌까 두려울 정도였다.

김봉길의 말에 이정운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요. 천상 다 부수고 땅을 싹 갈아엎고 새로 건물을 짓는 게 낫겠는데요? 경운차를 가져와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낫겠다. 이건 뭐...”

처음에만 하더라도 이곳에 어부들이 잠시 머무르기 위해 사용하던 건물에 지낼 생각이었지만 상황을 확인하고 나선 이곳의 건물이 완성되기 전까진 배나 천막에서 지내는 편이 훨씬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새진주처럼 서양인들이 머무는 구역을 따로 만들어 제한하는 편이 나아 보였고.

“기존 계획은 싹 폐기하고 여기도 새진주처럼 선착장을 둘로 나눠야겠는데? 저쪽엔 분함대 전용 선착장과 기지를 건설하고 이쪽엔 어부들이 사용할 선착장과 각종 시설을 건설하고. 뭐 저 어부들에게 항구 이용료나 숙박 이용료 등을 받을 생각이니 제대로 된 시설을 만들긴 해야지. 날로 먹을 순 없잖아?”

김봉길의 말에 이정운은 공감하면서도 자연스레 막대한 일거리에 인상을 확 찌푸렸다.

“끙...이거 물자 보급하려면 정말 힘들겠는데요? 거기에 이곳엔 주민들도 없으니 천상 분함대 소속 병사들이 건설해야 할 테고...”

생각보다 대공사가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천상 분함대 소속 병사들이 직접 건설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가뜩이나 주변을 순찰하고 물자를 옮기느라 빠듯한데 이곳의 건설까지 떠맡게 되자 이정운은 막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김봉길도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이것 참...원주민 일부를 어떻게 설득해 이주시키고 싶어도...여긴 너무 척박해서 제대로 자라는 작물이 있을까 싶은데.”

그 말에 이미 이곳의 어부들을 통해 여러 정보를 수집한 이정운이 툴툴거렸다.

“감자도 잘 안 자란다더군요.”

이정운의 대답에 김봉길은 고개를 저었다.

“거참...이러면 분함대에 배치할 전선의 수를 늘리는 게 낫겠어. 그리고 개발청에 이야기해서 이곳에 건물을 건설할 인력을 지원해달라고 해야겠고.”

김봉길의 말에 이정운은 그 방법밖에 없다며 고개를 맹렬히 끄덕였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두어 척 더 배치해서 추가로 배치한 전선들은 당분간 수송선으로 사용해야 할 것 같네요.”

그렇게 한참 이곳을 어찌 개발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김봉길은 이채로운 눈빛으로 한 곳을 바라보았다.

“음? 저건 또 뭐야?”

“그러게요? 신기하게 생겼네요?”

마치 어린아이와 비슷한 키에 배 부분과 눈 부분만 하얗고 그 외에는 검은색의 윤기나는 깃털이 무척 인상적인 동물이 김봉길과 이정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김봉길과 이정운은 대화를 멈추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처음 보는 낯선 이 동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 동물이 자신을 향해 뒤뚱거리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 얼씨구?”

김봉길은 이 동물이 다가오자 살짝 당황했고 이정운은 뒤뚱거리면서 다가오는 이 동물의 모습에 웃음 지었다.

“하하. 뒤뚱거리는 게 꽤 귀여운데요?”

열심히 뒤뚱거리며 김봉길과 이정운에게 다가온 이 특이한 동물은 부리를 열고 낮게 울었다.

“까악! 까악!”

김봉길은 이 동물을 가까이서 관찰하면서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허. 이 녀석은 인간에 대한 공포심도 없나? 무슨 야생 동물이 인간에게 이렇게 접근하지?”

그 말에 이정운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물이 있었다.

“꼭 해달 같네요. 해달도 저렇잖아요? 거기에 귀엽고.”

“아...참. 그렇긴 하지.”

해달 역시 인간에 대한 공포심은 거의 없고 호기심이 많아 인간이 보이면 우르르 몰려오는 편이었다.

그 때문에 해달 사냥은 무척 쉬운 편이었고.

이에 김봉길은 이 동물의 가죽도 해달처럼 가치가 있을까 싶어 묘한 눈초리로 동물을 살피자 동물은 그 시선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항의하 듯 다시 낮게 울었다.

“까악! 까악!”

이에 김봉길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새인가?”

“생김새를 보니 날지 못하는 바다새 같네요.”

“웃긴 녀석이구만. 그보다 이렇게 인간을 보고 접근할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면...생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김봉길이 쉽게 잡히는 해달을 떠올리며 말하자 이정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주변의 서양인 어부들에게 이 동물의 정체를 물어보았던 외무청 관리가 다가와 보고했다.

“서양인들은 이 새를 펭귄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리고 사령관님께서 짐작하신 대로 이곳에 방문하는 어부들이 이들을 마구 잡는다고 하는군요.”

외무청 관리의 보고에 김봉길과 이정운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쯧쯧...”

“역시...”

그러한 반응에 외무청 관리는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어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많이 남획한 것 같습니다. 예전엔 이곳에 이 펭귄이 정말 많았는데 요샌 많이 줄어든 편이랍니다. 이 녀석들은 사냥하기 쉬워 심심하면 사냥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김봉길은 다시 혀를 차면서 이런 문제에 무척 민감하게 대응하던 정성국이 떠올라 말했다.

“쯧쯧. 이거 전하께서 아셨으면 한소리 하셨을 거 같은데?”

“그러게요.”

김봉길의 말에 정성국의 성향을 잘 아는 이정운도, 외무청 관리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김봉길은 주변을 갸웃거리다 다시 자신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이 펭귄이라는 새를 보고 정성국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잠시 생각해보다가 외무청 관리를 보고 말했다.

“앞으로 이 펭귄이라는 새의 사냥도 금지일세. 이 섬은 북미왕국 소유이니 이곳에 사는 이 펭귄이라는 새도 우리 북미왕국의 것이야. 그러니 이를 함부로 잡는다면 북미왕국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것으로 생각해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 전하게.”

김봉길의 명령에 외무청 관리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외무청 관리가 자신들을 멀리서 구경하던 어부들에게 김봉길의 명령을 전하자 갑자기 어부들이 울상을 지으며 뭐라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김봉길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외무청 관리에게 물었다.

“갑자기 쟤들 왜 저래?”

이에 외무청 관리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이곳이 워낙 척박해서 이 녀석들을 사냥하지 않으면 자신들을 겨우내 대구만 질리도록 먹어야 한다고...조금 봐달라는데요?”

물론 대구가 담백하니 맛있긴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것도 삼시 세끼를 몇 달간 먹으면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이해한 김봉길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그럼 식량을 일부 판매할 테니 사 먹으라고 전하게. 대금이야 저 말린 대구로 치르면 되고.”

김봉길의 대답에 외무청 관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정운은 투덜거렸다.

“어휴. 4함대에서 저 어부들이 먹을 식량까지 운송해야 하는 겁니까?”

그러한 이정운의 반응에 외무청 관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조금 비싸게 파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유럽에서의 식량 가격은 꽤 비싼 편이라...”

저들의 반응을 보면 본토에서 파는 가격으로 식량을 팔았다간 어부가 아니라 무역상으로 변할 것 같아 조언하자 김봉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리고 물량에 제한을 두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외무청 관리는 다시 어부들에게 돌아가 북미왕국에서 식량을 팔 테니 정 다른 것이 먹고 싶다면 다른 식량을 사서 먹으라고 일러줬다.

처음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던 어부들이었지만 외무청 관리가 나름 비싸게 부른 식량 가격이 본국에서 파는 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하다는 것과 말린 대구로 대금을 치르라는 이야기에 너도나도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갑작스러운 환호에 펭귄은 어부들 쪽을 바라보다가 어부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다 김봉길을 보고 마치 자신을 보호해 줘서 고맙다는 듯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울었다.

“꾸익! 꾸익!”

“하하하!”

* * *

“추장! 왔어! 왔다고!”

“그래?”

왐파노아그 족의 추장인 메타코멧은 부족원의 보고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해안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함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했다.

“허어...”

그런 메타코멧을 보고 부족원이 말했다.

“내가 저번에 본 배들이 바로 저거야. 서양인들의 배와는 확실히 생김새가 다르지? 저게 그 북미왕국의 배가 아닐까?”

메타코멧이 해안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은 특이한 배로 이루어진 함대를 보았다는 부족원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돛을 단 범선이 아닌 돛이 없이 움직이는 신기한 배 여러 척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에 메타코멧은 최근 잉글랜드인들 사이에 소문이 무성한 북미왕국의 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메타코멧은 최근 잉글랜드가 식민지 전부를 이 북미왕국에 팔아넘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자세히 상황을 파악해 보니 잉글랜드인들은 이 땅의 해안가가 모두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며 이 땅의 권리를 북미왕국에 팔아치웠다는 말에 대경했다.

왐파노아그 족의 추장인 메타코멧은 북미왕국을 무척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북미왕국의 등장 이후 서양인들의 확장이 멈춰 원주민과 서양인들의 대립이 그나마 잠잠해졌기에.

하지만 모든 땅의 권리가 북미왕국에 넘어갔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기에 저들과 만날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시간이 흐른 후에 북미왕국이 이곳에 진출하면 접촉해도 되겠지만 하루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던 메타코멧은 북미왕국이 남쪽에 있는 만큼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북미왕국의 함대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리고 메타코멧은 바다에 떠 있는 저 배들이 북미왕국의 배라는 것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확실히 그런 것 같네. 모양도 다르고 소문대로 돛이 없는 배인 것을 보면...”

그 말에 부족원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와...저들이 우리와 같은 이 대륙의 원주민이란 말이야? 근데 저런 것을 만들 정도로 발전했다고? 정말 대단한데?”

부족원의 감탄에 메타코멧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그동안 목격했던 서양인들의 배도 거대했지만, 저들의 배는 그 서양인들의 배보다 더 거대한 배도 몇 척 있었다.

“확실히...저건 좀 대단하네.”

메타코멧은 복잡한 표정으로 북미왕국의 배들을 바라보았다.

북미왕국의 저 함대를 보아하니 북미왕국에 관련된 소문 대부분은 사실인 것 같았다.

그동안 왐파노아그 족은 서양인들과 접촉한 이후로 저들의 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헌데 저들은 이미 한 나라를 이루어 서양인들과 대등하게 맞설 정도라는 것에 대단하다는 감정과 부럽다는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 있는 메타코멧을 보고 부족원이 그의 어깨를 건드리며 말했다.

“추장! 뭐해? 저들과 접촉할 생각 아니었어? 이대로는 저들이 지나칠 것 같은데?”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메타코멧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 그래. 빨리 불을 피워. 저들과 접촉해야 해!”

“알았어!”

메타코멧의 말에 부족원은 준비해두었던 커다란 나무 장작에 불을 피우고 다른 부족원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 * *

김봉길은 갑판 위에서 북미 동해안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불길에 고개를 갸웃했다.

“음? 저건 대체 뭐지? 원주민들 같은데...”

이에 이정운이 망원경을 꺼내 살피고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우리를 부르는 것 같은데요?”

“그래? 단순히 원주민들의 의식 같은 건 아니고?”

김봉길이 다시 묻자 이정운은 고개를 저었다.

“예. 불을 피우고 손을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몇몇 조그만 배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고요. 어쩔까요?”

이정운의 질문에 김봉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잉글랜드인도 아니고 원주민들이었고 차후 저들을 잘 구슬려 북미왕국으로 합류시킬 계획이었기에 지금 접촉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명령을 내렸다.

“일단 접촉해보자고. 외무청 관리 불러. 그리고 작은 배를 내려서 용건을 물어보고.”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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