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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255화 (255/850)

255화

김봉길과 이정운은 갑판 위에서 잉글랜드 관리가 무장한 식민지 주민들이 뭉쳐있는 곳으로 이동해 식민지 주민들의 지휘부로 보이는 자들과 이야기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설득은 잘 끝난 것인지 식민지 주민들은 지휘부의 통제하에 별다른 저항 없이 들고 있던 무기를 한곳에 모으고 무기를 내려둔 주민들은 털레털레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이정운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 저기 보십시오."

"흠. 무기를 내려놓는군. 잘 설득한 모양이야."

"무기를 내려놓은 주민들이 나룻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으로 이동하네요. 그냥 돌려보내는 모양이군요. 이거 좀 아쉬운데..."

이정운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김봉길이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이정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쉽다고? 뭐가 아쉬운데?"

이에 이정운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인력도 부족한데 저들을 모조리 포로로 잡아 일을 시키면 좋을 텐데요."

그 말에 김봉길은 혀를 차며 타박했다.

"쯧쯧. 포로 관리는 뭐 쉽나? 저 정도의 포로라면 저들을 관리할 인력도 많이 필요할 테고."

하지만 이정운은 그게 뭐 대수냐는 표정이었다.

"어차피 이 지역에 경비대가 주둔하기로 되어 있잖습니까. 그리고 처음에야 반항해도 조금 시간이 흐르면 잘 적응하던데요. 뭐...딱히 반항도 하지 않고."

새진주에도 서양인 포로들은 꽤 많았다.

이들은 모두 해적 출신으로 북미왕국이 새진주로 진출해 2함대를 창설하고 플로리다 지역 주변을 순찰하면서 해적들을 보이면 모두 침몰시키고 살아남은 해적들은 포로로 잡아 새진주로 데려온 것이다.

그리고 주로 근처 탄광에서 일을 시켰고.

해적들은 처음에야 거칠게 반항하기도 하고 탈출하려고 애를 썼지만, 생각외로 포로수용소이자 광산마을에서 지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포로라기보단 광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들이 해적이 된 이유는 선원들의 대우가 무척 열악했기에 해적질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는데 이곳에선 열심히 일한 만큼 꽤 괜찮은 대우를 해준 것이다.

특히 자신들의 채굴량에 따라 반입되는 물품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북미왕국이 새로운 포로를 데려오면 자신들이 직접 교육해 광부로 만들 정도였고.

유일한 단점이라면 여자가 없다는 것인데 10년간 성실히 일한다면 풀어주겠다는 북미왕국 병사들의 말에 목숨을 걸고 탈출하기보다는 10년 후를 기약한 해적들이었다.

덕분에 북미왕국 입장에서는 무척 편했고.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정운의 말에 김봉길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뭐...우리 북미왕국의 포로 대우는 생각보다 괜찮으니까."

북미왕국은 워낙 인력이 부족했기에 포로들을 가혹하게 대하기보단 잘 먹이고 관리해 오랫동안 부려먹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라 정책적으로 포로들을 잘 대우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대우해주면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풀어줘도 고향에 돌아가기보단 오히려 고향에서 형제와 친구들을 데려와 북미왕국에 정착하려 들 테고.

이러한 북미왕국의 정책을 잘 알고 있는 이정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그래서 아쉬운 거예요. 저들을 포로로 모조리 잡았다면 언젠가 북미왕국의 주민들이 되었을 텐데요.”

“그랬다간 소문을 듣고 다른 지역의 잉글랜드인들이 불안해하며 떠나려 들겠지. 이건 어쩔 수 없어.”

“하긴...그럼 저들은 이곳을 떠나겠죠?"

이정운의 말에 김봉길은 다시 시선을 줄지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식민지 주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뭐라고 하든 최소한 저기 가담한 녀석들은 다 떠나지 않겠어? 찔리는 게 있을 테니?"

"그럼 얼마 안 남겠네요? 여기 나름 잉글랜드 식민지 중에선 꽤 발전된 곳 아닌가요?"

이곳이 텅 비어버릴 텐데 어쩌냐는 질문에 김봉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때문에 탐사대가 이곳에 남아 치안을 유지하면서 주변 원주민들과 접촉하기로 했으니..."

"근데 이 주변엔 살아남은 원주민이 많지 않다면서요?"

이미 원주민들은 잉글랜드인들에 의해 몰락한 상태로 알고 있었기에 원주민들로 이곳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김봉길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좀 아쉽지. 그래서 외무청에서는 이곳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인력을 구하기 위해 꽤 먼 곳에 자리한 원주민들을 끌어들일 생각인 거 같던데...그건 외무청 관리들의 문제고. 우리는 예정대로 모든 물자를 여기에 내려놓고 다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야지."

김봉길의 말에 아직 자신들의 임무가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한 이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죠."

김봉길은 그런 이정운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올라가는 김에 지형을 잘 살펴봐. 4함대의 모항을 정해야 하지 않겠어?"

조약이 체결되면 곧바로 4함대의 창설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미 4함대의 편성은 거의 끝난 상황이었지만 아직 4함대의 모항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자신들이 확보한 지도만으로는 제대로 지형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에 뉴펀들랜드 섬까지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는 도중 실제 지형을 살펴 4함대의 모항을 정하라는 김봉길의 말에 이정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갑판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렇죠. 이 버지니아도 지형은 나쁘지 않은데...너무 남쪽이라 조금 아쉽네요. 뉴펀들랜드 섬에 분함대를 두고 지원할 것을 생각하면 이곳보단 북쪽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나중에 유럽도 모두 기선을 이용하게 되면 북미 동해안의 방어를 위해 이곳에 모항을 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당장 유럽의 선박은 모두 범선이라 바람과 해류를 이용해서 이 북미대륙으로 오는 만큼 4함대의 창설 목적을 생각하면 북쪽이 더 나아."

김봉길의 말처럼 남쪽에서 해류를 타고 올라오는 선박들은 2함대가 막아줄 테니 자신이 맡을 4함대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선박들을 막기 위해 이곳보다는 조금 더 북쪽에 모항을 두는 것이 나았다.

이정운이 4함대의 모항을 어디로 정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김봉길이 이정운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그보다 좋냐?"

"예?"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에 김봉길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기분 좋냐고. 내 2함대에 소속된 전선 대부분을 가져가는 기분이 어때? 4함대 사령관 나으리?"

김봉길의 말에 뭐라고 대답하기 난감한 이정운은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하."

"어쭈? 웃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김봉길이 시비를 걸자 이정운은 웃으며 대꾸했다.

"어우.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전하의 명령인데. 불만 있으시면 새한성으로 가시죠?"

그 말에 김봉길이 어깨동무를 풀며 중얼거렸다.

"철도만 깔려있었다면 그러고 싶다만..."

왠지 농담이 아닌 진담처럼 들려 이정운은 기겁했다.

"헉!"

2함대의 사령관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랫동안 임지를 비울 수야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투덜거린 김봉길이 말했다.

"어차피 내가 새한성으로 돌아가면 네가 2함대를 맡기로 되어 있었으니 날 4함대 사령관으로 보내는 것이 맞지! 암."

이에 이정운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어차피 수송선이 부족해서 말이 4함대지 실상은 물자를 수송하느라 바쁠 텐데 차라리 새진주에서 지내는 게 나을걸요? 저 없이 그 업무를 다 감당하시려고요?"

김봉길은 그동안 속 편하게 지낸 것은 업무 대부분을 이정운이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이정운의 말에 슬쩍 시선을 피하며 급히 주제를 돌렸다.

"쳇. 2함대는 언제 복구한담."

그런 김봉길의 행동에 이정운은 웃으며 대꾸했다.

"에이. 내후년까지 새진주의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선은 모두 2함대에 배속되잖아요. 금방 복구하는데..."

이정운의 말대꾸에 김봉길이 버럭 소리 질렀다.

"야! 2년이 금방이냐?"

하지만 이정운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새진주에서 열심히 서류 작업하다 보면 금방 가던데요?"

"크흠..."

다시 할 말이 없어진 김봉길은 식민지 주민들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것을 바라보다 살짝 기대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보다 2함대가 쪼그라들면 해적들이 눈치채고 덤벼들려나?"

김봉길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정운은 고개를 저었다.

"걔들이 그동안 호되게 당했는데 이쪽으로 과연 올까요? 그리고 4함대도 자주 새진주까지 오갈 텐데..."

"에잉...근성없는 놈들."

* * *

버지니아 식민지 주민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강을 건너는 것을 확인한 클레멘트는 곧바로 버지니아 식민지 총독부를 방문했다.

버지니아 식민지 총독인 윌리엄은 이미 서인도 제도의 해군들과 북미왕국의 배들이 왔다는 보고에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반겼고.

클레멘트에게 상황을 모두 전해 듣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무기는 모두 회수했습니다."

클레멘트의 확답에 윌리엄은 힘이 빠진 듯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다행입니다. 무기고를 개방한 후 저들이 가져간 무기로 인해 우리 잉글랜드 병사들의 피가 흐를까 잠을 못 이룰 정도였는데...이렇게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그 말에 클레멘트 역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북미왕국 함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확실히 다행이죠. 만약 저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힘으로 제압할 생각이었으니...꽤 많은 피가 흘렀겠죠."

이에 윌리엄은 클레멘트의 시선을 따라 창문을 통해 보이는 북미왕국의 함대를 바라보며 장관이라며 감탄사를 토해냈다.

"허. 이런저런 소문을 듣긴 했는데 저렇게 보니 대단하긴 대단하군요. 거기에 저 정도 크기의 배에 돛이 없어서 그런가? 좀 기묘해 보이기도 하고."

그 말에 클레멘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저도 저들의 배를 볼 때마다 신기하긴 해요."

"저건 정말 어떻게 움직이는 겁니까? 소문처럼 마법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윌리엄은 무척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혹시 아는 것이 있냐며 클레멘트를 바라보았지만, 클레멘트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저들도 기밀로 생각해 군함엔 함부로 오르지 못하게 할 정도니까요."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윌리엄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북미왕국의 배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북미왕국의 배 옆으로 작은 배를 이용해 강을 건너는 북미왕국 병사들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저들이군요. 자칭 의용병이라면서 거들먹거리던 자들이 겁을 먹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게 만든 정병들이."

클레멘트는 일단 말은 두고 병사들만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광경을 보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한 용기병들이지요."

"허. 후장식 소총이라니...이거 아쉽군요. 저들이 실제 사격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후장식 소총에 대한 개념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사용하는 모습이 무척 궁금해진 윌리엄이 중얼거리자 클레멘트는 웃으며 대답했다.

"예전에 저들이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수천 명의 병사가 마치 한 몸처럼 총을 다루며 계속해서 사격하는 모습이란..."

"허어..."

윌리엄은 클레멘트의 설명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경청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도중 북미왕국의 병사 일부가 강을 건너 이동하기 시작하자 클레멘트는 자신이 아직 윌리엄에게 북미왕국 용기병의 주둔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만약을 위해 저들은 제임스타운 북동쪽에 주둔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흠...뭐 상관없겠지요. 어차피 예정된 날짜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 말에 윌리엄은 잠시 멈칫하며 생각에 잠겼지만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조약까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큰 상관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더불어 저들이 제임스타운 외곽에 주둔한다면 이미 무장을 해제한 식민지 주민들이 함부로 난동을 피울 일도 없을 테고.

오히려 윌리엄은 다른 사항에 관심을 보였다.

"그보다...이번 사태를 주동한 인물을 잡았습니까?"

이에 클레멘트는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시엔 저들의 지휘부를 체포했다간 반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그냥 보냈는데 생각해보니 윌리엄은 이번 사태의 주동자를 벼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순순히 무장을 해제하고 더는 반항할 뜻을 밝히지 않았기에 일단 잡지는 않았습니다. 괜히 건드려봐야 저들이 반발할 우려가 있어서요."

예상대로 윌리엄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이에 클레멘트는 급히 덧붙였다.

"다만 주동자들의 경우는 이곳에 남겨둬 봐야 분란만 일으킬 것 같아서 이번에 서인도 제도로 이주시킬 생각입니다."

그 말에 윌리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국과 북미왕국의 개입으로 일을 평화적으로 처리했는데 괜히 주동자를 잡겠다고 다시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어 보였기에.

그리고 북미왕국 군대가 저 외곽에 주둔하게 되면서 이미 무장을 해제한 주민들은 저들을 내심 두려워해 어떻게든 서인도 제도를 오가는 배에 타려 들 테니 배에 타는 승객수에 따라 돈을 받는 윌리엄에게도 이득이었고.

"흠...알겠습니다. 뭐 괜히 일을 다시 키울 필요는 없겠죠. 북미왕국의 용기병들이 저곳에 주둔하고 있으니 함부로 대들지야 못하겠지만..."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총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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