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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145화 (145/850)

145화

정성국은 곧바로 청장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청장들이 회의실로 도착하자 정성국은 아이누 부족 연합의 합류를 언급했다.

이를 듣고 청장 대부분은 반색하며 정성국을 칭송했다.

“전하. 이번 아이누 부족 연합의 합류는 모두 전하께서 아이누인들을 가엽게 여기고 그들을 물심양면 지원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그런 청장들의 반응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어 그들의 말을 멈췄다.

“그런 영양가 없는 말은 나중에 하게. 일단 아이누 부족 연합이 북미왕국으로의 합류가 결정된 이상 아이누 부족 연합의 영토도 북미왕국의 영토가 된 셈이네.”

“그렇습니다. 전하.”

청장들이 의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곧바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짚었다.

“그런 만큼 이곳에 병력을 배치하는 문제부터 고민하도록 하지.”

병력을 배치한다는 소리에 군사청장의 의아한 표정을 지어다.

“병력을요? 이들에게 적대적인 세력이 있습니까?”

이에 정성국은 안색을 살짝 굳히면서 일본을 거론했다.

“생각해보게. 과연 막부가 가만히 있을까?”

그 말에 군사청장은 안색을 찡그리는 가운데 조용한 곰의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막부는 아이누인들의 독립을 인정한 것 아닙니까? 이미 독립한 아이누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이 개입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만...”

조용한 곰의 말에 조선인 출신인 다른 청장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반응에 조용한 곰은 조금 당황스러운 눈치라 정성국이 쓴웃음을 머금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야 그렇긴 해. 하지만 막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꼬투리를 잡을 수도 있지. 애당초 에조는 오랫동안 자신들의 영토라고 생각해왔었으니까.”

그러면서 외무청의 수장인 조용한 곰에게 일본의 정보를 대략 설명해주었다.

이에 조용한 곰의 안색은 침중해졌고.

“으음...그럼?”

설마 아이누 부족 연합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는 조용한 곰을 보고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막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다만 나는 만약을 대비하자는 걸세. 만약을.”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조용한 곰이었고 다른 조선인 청장들은 살짝 안색이 굳었다.

아이누 독립 전쟁에서 지급 전선 한 척으로 기습해 무척 재미를 보긴 했지만, 왜인들이 그렇게 만만한 놈들이 아님은 잘 알고 있었으니.

그리고 군사청장이 먼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면 해군 함대 일부를 홋카이도 섬에 보내야겠군요.”

이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래야겠지. 다행이라면 포로나이에 수많은 선박이 있으니 유사시엔 이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 정도겠군.”

원상의 배들은 모두 포로나이에 정박하고 있었기에 만약 막부와 전쟁이 벌어진다면 원상의 배들을 모두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군사청장의 안색은 밝아졌다.

다른 청장들도 다행이라는 표정이었지만 오히려 관리청장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문제는 그렇게 되면 이주 선단을 구성하지 못하게 되니 북미왕국에 타격이 크겠지만 말입니다.”

그 말에 다른 청장들의 안색도 구겨졌고 정성국도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쯧...그렇지. 그런 만큼 감히 막부가 덤비지 못할 정도로 해군 함대를 구성해 보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서 군사청장을 바라보는 정성국이었다.

군사청장은 잠시 고심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허면 이미 홋카이도에 지급 전선 2척이 머물러 있는 만큼...지급 전선 2척과 인급 전선 4척을 추가로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에 정성국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해군 전선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에스파냐와의 전쟁은 끝났지만, 에스파냐의 배들이 새진도에 드나드는 만큼, 그리고 필리핀에서 출발하는 마닐라 교역 선단이 가끔 북미 서해안을 지나치는 만큼 만약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 참...꾸준히 인급 전선이라도 건조할 걸 그랬나?’

정성국은 괜히 전선의 건조를 멈췄다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에스파냐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 북미왕국의 모든 조선소에서는 정성국의 결정에 따라 해군 전선의 건조를 멈추고 일반 선박들의 건조에 열을 올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에스파냐와 전쟁을 준비한다고 무리하게 해군에서 사용할 전선만 건조하기도 했기에 일반 선박이 워낙 부족하기도 했고 이미 북미왕국의 함대의 위력을 맛본 에스파냐였기에 굳이 전선을 추가로 건조할 필요는 없어 보였으니.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이곳에서도 추가로 인급 전선이라도 건조를 해야 할 듯싶었다.

‘일단은 이렇게 보내 놓고...추가로 인급 전선 4척을 더 건조해 보내면...지급 전선 4척에 인급 전선 8척. 이 정도면 막부도 함부로 시비 걸긴 부담스러울 거야.’

그렇게 생각한 정성국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좀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나. 아. 그리고 이번에 서쪽으로 보내는 함대는 꽤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러야 할 테니...이 기회에 해군 편제를 좀 개편하도록 하지.”

“해군을 말입니까?”

정성국의 말에 군사청장이 호기심을 보이자 정성국은 너무 주먹구구식인 현재의 편재를 생각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지금 해군 함대도 거의 임시 편제 아닌가? 에스파냐 원정 때 임시로 구성했던 원정 함대를 이름만 바꾸어서 계속 사용하고 있으니.”

“그렇긴 합니다.”

이에 군사청장이 할 말이 없다는 듯 슬쩍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정성국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예 군사청 전체를 개편하고 싶긴 한데...이건 당장은 힘들 것 같고, 우선 시급한 해군부터 개편하도록 하지.”

“어떤 식으로 개편해야 할지...?”

군사청장이 묻자 정성국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민하다 대답했다.

“간단하게 숫자를 붙여 함대를 나누도록 하지, 기존 해군 함대를 1함대와 3함대로 나누고 1함대의 모항은...일단은 새김포로 하겠네. 그리고 3함대의 모항은...이것도 일단 포로나이 항으로 하고. 그리고 이 모항에 함대 사령부를 설치하도록 하자고.”

정성국이 기억하기로 전생에 미국 서해안의 해군 기지의 위치는 샌디에이고로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현재 샌디에이고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기에 당장 이곳을 1함대의 모항으로 삼아봐야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새김포와 새한성을 생각해보면...새목포가 과연 전생의 로스앤젤레스처럼 서부의 중심지가 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차라리 나중에 1함대의 모항을 새목포로 옮기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지. 뭐 이건 상황을 봐서 결정하도록 하고.’

정성국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군사청장은 정성국의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함대를 나누고 그 함대가 담당하는 영역을 나누겠다는 의미가 맞습니까?”

군사청장의 물음에 정성국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네. 평시에 1함대는 북미 서해안을, 3함대는 현재 아이누 섬과 홋카이도 섬에서 카무이 반도까지의 바다를 담당하는 것으로 말일세.”

군사청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옆에 있던 행정청장이 의아하다는 듯 끼어들었다.

“헌데 왜 3함대입니까? 2함대는...”

“새한성을 기준으로 서쪽의 함대는 홀수로, 동쪽의 함대는 짝수를 붙일 생각으로 비워뒀네.”

정성국이 대답하자 행정청장은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해했습니다. 허면 새진주가 들어서면 2함대가 창설되겠군요.”

“그렇지.”

‘그리고 4함대도 언젠간 창설을 해야 할 테고.’

새진주에 2함대를, 그리고 훗날 북미 동해안 북쪽에 4함대를 창설할 생각이었지만 그러자면 일단 잉글랜드부터 북미 지역에서 내쫓아야 했기에 순간 막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성국의 귀에 군사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알겠습니다. 일단 3함대를 창설하고 3함대 소속으로 지급 전선 4척과 인급 전선 4척을 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군사청장의 대답에 정신을 차린 정성국이 급히 덧붙였다.

“그리고 이 기회에 해군 탐사대도 만들도록 하게.”

“해군 탐사대요?”

군사청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미 화물선으로 전락해버린 탐사대 소속 선박을 떠올리며 정성국이 입을 열었다.

“기존 탐사대에 배를 배정해 두긴 했네만...자네도 알다시피 해안가를 탐사하기보단 근해를 돌아다니는 화물선에 가깝게 변하지 않았나.”

그러자 군사청장은 이제 막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렇지요. 워낙 배가 부족하다 보니...”

“그래. 그리고 탐사대는 현재 기병 부대 역할을 하는 상황이라...다시 배를 배정해 해양 탐사를 맡기기도 좀 애매하니 아예 해군 탐사대를 따로 만들어 꾸준하게 바다를 탐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네. 더불어 지금처럼 남는 배를 해군 탐사대에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선소에 의뢰해서 해군 탐사대에 맞는 배를 건조할 생각이고.”

아이누 부족 연합이 북미왕국에 합류한 이상 쿠릴 열도 일부도 북미왕국의 영토가 된 셈이다.

또한, 북방항로 덕분에 카무이 반도, 알류샨 열도 역시 북미왕국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 있을 테고.

하지만 아직 알래스카 지역은 제대로 된 해도도 없었고 탐사대를 보낼 생각만 했을 뿐 제대로 탐사대를 보낸 적도 없었다.

이제 북미왕국이 유럽에도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하루빨리 알래스카 지역을 탐험해 알래스카 역시 북미왕국의 영토라는 것을 유럽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었기에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를 신설을 결정한 것이다.

‘최소한 표트르 1세가 등극하기 전에 시베리아가 신대륙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알래스카가 우리 북미왕국의 땅이라는 것을 유럽에 알려야 하니 탐사대에도 꾸준히 관심을 둬야겠어. 베링한텐 좀 미안하지만 뭐...어쩌겠어.’

정성국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명무실했던 해양 탐사에 집중하겠다는 정성국의 뜻을 파악한 군사청장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허면 해군 전체에 알려 최대한 노련한 뱃사람들로 구성하겠습니다.”

그런 군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그리고 부족한 인원은 따로 모집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전하.”

일단 해군 문제를 일단락 지은 정성국은 다시 머리를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

“해군은 그렇게 처리한다 쳐도 치안을 유지하고 만약을 대비해 주둔할 경비대가 필요하긴 할 텐데...이 부분은 샤쿠샤인과 투로시노를 불러 논의하는 것이 나을 테니 일단 미루도록 하지.”

정성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군사청장이 그래도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다만 아이누인들은 막부와 전쟁을 경험한 전사들이 많은 만큼 이들을 모병한다면 손쉽게 병력을 충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럴 테지. 그리고 전쟁을 경험했기에 화약 무기에도 그나마 익숙할테고. 그나마 다행이랄까.”

정성국은 그 말을 끝으로 행정청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행정청장?”

하지만 행정청장은 정성국이 뭐라 이야기하기도 전에 즉답했다.

“현재 남는 관리들은 거의 없습니다. 전하.”

그런 행정청장의 반응에 정성국은 피식 웃었다.

“그렇겠지. 다만 체계만 잡아주면 되네. 그러니 몇 명만 차출하게. 모든 관리를 이곳에서 보낼 생각은 아니야.”

그 정도야 가능했기에 행정청장은 반색을 하면서 정성국을 바라보았다.

“몇 명 정도라면 가능합니다만...그래도 그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요? 아. 설마?”

행정청장이 알아차린 듯 하자 정성국은 미소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가까운 곳에 개척촌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아이누인들을 적당히 가르쳐서 써먹어야지.”

그 말에 조용한 곰이 조심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면 전하. 이번 아이누 부족 연합의 수행원들 대부분은 마을 추장의 자제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들을 이곳에서 교육해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용한 곰의 말에 오히려 반색하는 정성국이었다.

“그래? 그럼 그 문제도 샤쿠샤인과 투로시노와 논의해보도록 하지. 그리고...”

그렇게 새롭게 합류한 옛 아이누 부족 연합을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느라 밤늦도록 청장들은 회의실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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