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을 보는 은행원 081화
“이건….”
무언가 말해 보려 했으나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투명한 벽 너머에서 울고 있던 건 대여섯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인간 여자아이였다.
의자에 고정된 신체는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고 큼지막한 눈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두개골은 마치 뚜껑을 연 것처럼 절개되어 있었는데 드러난 뇌엔 수십 개의 전극이 연결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썩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닌 건 알고 있습니다만, 미룰 수 없는 시술이다 보니.”
베르나데 박사는 천천히 강화 유리 앞으로 다가갔다.
“이 아이의 이름은 레이니. 이 아이가 앓고 있는 병의 이름은 발작성 영혼박리증입니다.”
“발작성… 영혼박리….”
“그런 거였군요.”
나야 당연히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옆에 있던 이로울과 라즈마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레이니는 언데드가 되기 전부터 병약한 육체와 영혼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선천적인 면역 결핍으로 인해 육체가 버틸 수 없던 건 물론. 영과 육의 결합이 약해지는 박리증으로 인해 계속해서 유체 이탈을 경험하고 있었죠.”
“이 아이의 네크로멘시 시술을 맡은 의사가 영혼박리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까.”
“예, 안타깝게도. 유체 이탈이 빈번히 일어나도 마법적 소질로 치부하는 풍조가 있다 보니 시술이 끝난 다음에야 깨달은 모양입니다.”
박사는 설명을 이어 갔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저기 보이는 레이니라는 아이의 영혼은 생전부터 몸에서 떨어져 나오기 쉬운 성질을 지니고 있었고, 주위 사람들도 레이니가 살아 있던 시절엔 다른 병을 치료하느라 유체 이탈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의 병세가 악화되어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자, 보호자는 레이니가 고작 여섯 살의 나이에 삶을 마치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의 동의를 얻은 다음 서둘러 네크로멘시 시술을 의뢰했다.
그 결과로,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레이니는 언데드가 되었다.
문제는 그 영혼이 앓고 있던 병의 존재를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생전에, 아이의 영혼은 박리증으로 인해 잠든 사이 유체 이탈을 일으켜 몸을 떠날지언정 낮에는 제자리에 돌아오고 있었다.
아이의 영혼이 육체를 자신의 집으로 간주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도 며칠 뒤엔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드는 것처럼.
아무리 박리증으로 인해 유체 이탈을 일으켜도 육체가 살아 있는 한 영혼은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언데드가 되고 나니 상황이 달라지고 말았다.
육체의 죽음을 자각한 영혼은 태초에 신이 창조한 그 기능을 따라 사후 세계로 향하는 길로 이끌리게 된다.
그리고, 소녀의 영혼은 틈만 나면 육체라는 이름의 집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중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의 영혼은 육체의 죽음을 자각하고 말았으니.
계약이 끝나면 셋방에서 나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레이니의 영혼은 이미 육체를 자신이 머무를 수 없는 장소로 간주하고 있었다.
“본래 네크로멘시 시술이란, 바로 영혼이라는 프로그램에 적힌 마지막 코드가 실행되지 않도록 버그를 일으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연결이 끊어진 육체와 영혼의 연결 고리를 다시 만들기 위해선 시술 희망자가 이 땅에 품은 강렬한 미련이 필요합니다.”
베르나데 박사는 경련을 일으키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은 자신이 만들어 낸 참혹한 광경을 외면하는 일 없이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강화 유리에 비춘 그 얼굴엔 표정이라 할 게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애써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결 고리라기보단 육체와 이어진 그릇을 만들어 거기에 영혼을 담는 거지만요.”
책임감과 죄책감.
그 외에도 복잡다단한 감정이 그의 얼굴 가죽 아래에 깔려 있었다.
어린아이에게 이런 가혹한 시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리증 환자는 언데드가 되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영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지상의 삶에 아무리 미련을 지니고 있어도, 그 그릇이 영혼의 탈출을 막다 못해 조금씩 붕괴하는 건 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육체의 사망을 자각한 영혼은 새겨진 명령을 따라 사후 세계로 향한다.
만일 술수를 부려 억지로 그 움직임을 묶으려 하면, 영혼이 감옥을 부수려 시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언데드야 영혼이 생에 미련을 품고 그 미련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려 하지만 레이니의 경우는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영혼박리증으로 인해 육과 영을 잇는 연결 고리가 남들보다 약하고, 이 땅의 삶에 미련을 가질 만큼 오래 살지도 않았으니까요. 여태껏 영혼이 떠나지 않은 건 온전히 아직 살아 보지 못한 생애 대한 호기심 덕이겠죠.”
아이가 흐느끼는 소리에 유리가 진동하고 있었다.
뇌에 꽂힌 바늘과 전극이 어떤 자극을 가하고 있는 건진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과연 저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걸까, 사람의 삶은.
그런 의문마저 품기 시작한 나와 달리, 다른 행원들의 모습은 퍽이나 차분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는 잘 알겠지만. 지금 이 시술이 꼭 필요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래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역효과가 아닐지요.”
이로울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묻는 중이었지만, 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거대한 혼란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데드를 증오하는 이상으로 그가 지닌 천사의 본능은 치료를 받는 여아를 가엾이 여기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저런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치료가 정녕 필요한지 확인하려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부작용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레이니의 영혼은 몸의 죽음을 이미 받아들인 상태. 그 인식에 혼란을 줌으로써 영혼이 육체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감각을 가장 뚜렷하게 부여하는 것이니까요.”
“그럼 뇌에 전극을 이은 건―”
“직접 전기 충격을 비롯한 다양한 고통의 감각을 재현해 송과체에 직접 입력하고 있습니다. 영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여전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라즈마와 달리 평범한 인간인 나와 엘라마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설명을 듣기만 해도 헛구역질을 참는 게 쉽지 않았다.
만일 이자가 뇌의학을 비롯해 영혼을 다루는 의술인 네크로멘시에 정통한 학계의 거두가 아니었다면, 그 의도가 선한 것임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분명 베르나데 박사를 어린아이를 고문하는 것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벽 너머에서 고통받는 어린 언데드 레이니가 박사를 보는 시선에 두려움은 없었다.
“…괜찮니?”
“괜… 찮아.”
내가 묻자 아이가 답했다.
짧은 대답. 하지만 그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박사님이 구해 준다고… 약속했어….”
아이는 박사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그런 고통을 가하는 베르나데 박사에게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살려 달라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이는 간절히 생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자신의 내면에 남은 작은 희망을 박사에게 맡기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치료라는 이름과 목적이 붙었을 뿐인 이 고문을 기꺼이 견뎌 내고 있는 것이다.
“…….”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이다.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네크로멘시 시술의 보급으로 인해 생겨나는 자원 분배의 불균형을 걱정하는 마음은 어느샌가 자취를 감췄다.
고작 6년 살았을 뿐인 아이가 죽어가는데, 언데드고 나발이고 일단은 기회를 주어야 마땅한 게 아닌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한 연구라면 마땅히 은행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 아이가 다시 계속해서 삶을 이어 가도록 연구 자금을 빌려준 결과 영혼박리증의 치료법이 완성된다면, 더욱 많은 이들이 기회를 얻게 된다.
그 치료법을 갖고 연명한 어른들이 무엇을 할지는 그들의 책임이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이니 경제니 생자와 망자 사이의 격차니 역차별이니 그딴 아무래도 좋은 거시적인 것들을 따지다 이 아이를 돕지 못한다면.
나는 나 자신을, 은행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소장님.”
“…뭐냐.”
“더 볼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사회에 보고를 마쳤으면 합니다. 아이는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정하는 건 네놈이 아닌데.”
엘라마의 눈썹은 짜증으로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지금 발언이, 개념을 밥 말아 먹은 발언인 건 알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햇병아리가 감히 하늘 같은 상사에게 해선 안 되는 말이라는 것도.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입을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동요하고 있었다.
만일 지금 함께 있는 세 은행원 중 누구 하나라도 반대 의견을 표한다면, 나는 닥치고 그를 물어뜯을 자신이 있다.
“하여튼, 너는 돌아가면 두고 보자.”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엘라마가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한숨을 쉬자마자 이로울이 번쩍 손을 들었다.
용납할 수 없다. 나와 반대의 의견.
물론, 이해할 수 있었다.
천사는 신의 하수인. 섭리의 수호자.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다 해도 전쟁터에서 네크로멘시에 의해 만들어진 끔찍한 참상을 목격했으니 나와 의견이 다르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고개를 든 엘라마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번 실사의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건 여기 모인 행원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그다.
직급이 낮은 나와 이로울이 감히 그에게 의견을 내는 건 은행의 위계질서를 무시한 행동.
고객이 될지도 모르는 박사의 앞이라 참고 있을 뿐, 이곳이 점포였다면 이미 엘라마는 권총을 꺼내 들었을 것이다.
“건방지다고 생각하실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자면 저는 대전쟁 시대를 살아왔고 네크로멘시가 어떤 불행을 가져오는지 목격했습니다. 베르나데 박사님의 연구가 불러올 결과 역시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이로울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고 있었다.
“여기 있는 라즈마 과정에겐 죄송하지만. 신께서 정한 섭리를 거스르는 기분 나쁜 네크로멘시 시술 자체가 제겐 부정해야만 하는 적입니다. 본점에서 언데드를 마주칠 때마다 죽어간 형제들의 시체가… 되살아나 움직이던 광경이 여전히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울분을 토해내는 이로울의 모습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평소의 미소 띤 표정은 약물의 도움을 받아 유지하던 가면.
PTSD를 호소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 모습이야말로, 이로울이 감추고 있던 진짜 얼굴이었다.
-우우웅!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진동하고 있었지만, 나는 주머니로 손을 뻗지 않았다.
이로울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순간, 더는 그의 친구로 남아 있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이로울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감정에 맡겨 정리되지 않은 말을 쏟아 낸 걸 자각한 것이다.
“앞서 말한 게 대부분 저 개인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 사과드립니다. 저는 언데드가 너무나도 가증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의 모든 자원과 기회를 좀먹는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지쳤고요. 그 모든 걸 고려하고, 천사로서 저 자신의 정체성마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강화 유리 너머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소녀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존재를 부정당한 아이는 증오와 분노로 타오르는 천사의 후광 앞에서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만둬. 이로울.”
내가 말려 보려 했지만 이로울은 손을 뻗어 내 입을 틀어막았다.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이로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다. 절망으로 일그러진 그 얼굴에서 평소의 상냥한 수호천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차원신용금고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저 아이를 살리는 게 옳다는 사실입니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