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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97화 (395/415)

< 397화. 진화 특성 >

샤이야에만 도착하면 모든 게 끝일 줄 알았다.

스스스슥--

그러나 그건 나와 네브로의 착각이었다.

주변을 감싸는 수상한 기운들과 함께 우리는 단 한 번도 쉬지 못하고 갈락슈르를 도시의 중앙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이곳의 관리자도 있을 거 아니냐. 왜 우리가 직접 중앙까지 가져다줘야 되는 거지?”]

“비효율적일수록 노력에 대한 인과율이 크게 작용하니까.”

내 물음에 일리아스가 당연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의 내용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뭔 소린지 모르겠어.”]

“왜 일리아스가 다른 초월자의 도움 없이 움직였을까. 왜 일리아스가 굳이 걸어서 이동했을까.”

[“일부러 비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는 거야? 그러면 토르는?”]

“처음부터 쉽게 도움 받는 게 아닌 극적인 만남과 도움은 그것만으로도 인과율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

[“그니까 그 인과율의 인정을 받아야할 이유가 뭔데? 갈락슈르를 샤이야에 옮기기만 하는 임무였잖아.”]

“갈락슈르를 옮긴다는 일 자체가 그 조건이 필요한 거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와 같이 갈락슈르를 옮기기 위해서는 인과율의 인정이 필요해.”

[“필수 조건이라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갈락슈르에 이상이 생기는 거고?”]

“정답.”

나에게 대답해주느라 일리아스의 시선이 줄곧 네브로에게 향해 있자 네브로가 어색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에헤헤.”

[“이 속없는 것아.”]

사방이 적인데 연애를 할 때냐?

토르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개판이 되었을 거리였으나 아직까지는 아무 사고 없이 걷고 있었다.

두다다다다!

“토르! 옵니다!”

그때 사라진 줄 알았던 토르의 시종, 티알피가 엄청난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와 소리쳤다.

“흐룽그니르가 와요!”

“으하하하! 좋다!”

이제부터 진짜인가.

대충 듣기로는 저 흐룽그니르라는 녀석은 갈락슈르보다 토르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지만.

-온다!

그린나래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우리의 뒤로 숨었다. 그녀의 말대로 주변에서 슬금거렸던 녀석들과 달리 거센 기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콰지지직!

상대가 나타나지도 않았지만 토르가 온몸에 전류를 흘리며 사방을 빛으로 물들였다.

“흐룽그니르!”

토르의 거대한 함성과 함께 그의 앞에선 건물들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난폭한 기운과 함께 건물들을 부수며 달려온 무언가는 고릴라와 같이 4족 보행을 하는 거인이었다.

“토르으으!”

“으하하하! 오랜만이구나, 흐룽그니르!”

상대의 모습을 확인한 토르가 순식간에 달려 나가 상대의 턱을 돌려버렸다. 그러나 흐룽그니르는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그대로 토르를 내려찍었다.

콰아아앙!

“으악!”

“도망쳐!”

안 그래도 뒤숭숭한 분위기로 인해 집 안에 숨어있던 시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흐읍!”

네브로가 그런 시민들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며 보호해주자 난 답답한 속을 참으며 의지를 전달했다.

[“필요한 일에 집중해라.”]

“예?”

[“토르가 죽으면 우리도 끝이야. 지금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기보다 토르를 신경 쓰라고.”]

저 흐룽그니르인지 뭔지 하는 거인이 등장한 이후 우리를 쫓아오던 인물들의 행동이 더욱 수상해졌다.

[“지금이 가장 위험해. 토르가 적에게 시선이 분산된 동안 일리아스를 지킬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

“아!”

네브로의 안색이 굳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주변에 경계 마법을 전개했다.

‘일리아스의 갈락슈르는 일회용이나 마찬가지. 결국 네브로가 버텨야해.’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네브로였지만 초월자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스르륵-

옆에서 인간의 상체에 뱀의 하체를 지닌 무언가가 혀를 낼름거리며 다가왔다.

“후우.”

긴장한 네브로가 두 눈을 부릅뜨며 일리아스를 지키자 일리아스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저들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어.”

알 수 없는 자신감이었지만 실제로 뱀의 여인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공격하지는 않았다.

“우리를 노리는 것들이 많아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야. 누군가가 먼저 공격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목표가 될 테니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데.”]

“맞아. 하지만 곧 있으면 닉스의 전사들이 올 거야. 그리고 무조건 적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같은 편도 있어.”

닉스의 전사들? 같은 편?

하긴 갈락슈르에 얽힌 이해관계가 단순할 리가 없었다. 이 일을 맡겼던 북구로주의 세력들도 있었고 애초에 갈락슈르 자체가 모든 신들의 기운을 모았다고 하니······.

“그으으으.”

어느새 사방이 초월자와 그의 하수인들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옆에서는 토르와 흐룽그니르가 싸우느라 폭음이 터져 나왔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어째 갈락슈르를 노리는 것들은 하나 같이 저 모양이냐.”]

적들의 생김새는 결코 예쁘다고 하기 힘든 괴물들이 대다수였다. 멀쩡했던 건 토르와 싸운 여동빈이 거의 유일했던 것 같은데.

“누가 누구 보고 하는 말이냐.”

뱀 여인이 흉측한 이를 드러내며 내게 말했다. 하긴 남 말할 처지가 아니긴 하지.

콰르릉!

“으하하하! 네놈들은 뭐냐!”

흐룽그니르와 실컷 싸우고 온 토르가 피 묻은 망치를 든 채 등장했다. 토르가 나타나자 모습을 드러냈던 초월자들은 몸을 움츠리며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겁쟁이들! 네놈들은 흐룽그니르보다 못하구나!”

[“토르, 빨리 가야된다.”]

전투가 일어나자 분위기가 변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내가 나서자 토르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전투를 두려워하지 마라, 광대! 위험과 전투는 모험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으하하하!”

대가리에 싸움 밖에 없는 녀석인가. 토르의 말은 맞는 말이었지만 반만 맞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상책이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고? 신기한 말이군! 그게 가능한가!”

[“이긴다는 의미가 우리의 목표 달성이라면 결국 가능하겠지.”]

내 말을 들은 토르가 씨익 웃었다.

“나와 다른 가치관! 싸우지 않고 쟁취한 목표가 과연 정당한가! 하지만 그것 또한 너만의 정답이겠지! 존중하겠다, 광대여!”

토르는 그 말을 끝으로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 망치를 들어올렸다.

“그렇다면 절충안을 내놓지! 지금부터 길을 막는 녀석들은 모두 때려죽인다! 대신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지!”

망치를 휘두르자 천둥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번개가 그의 앞으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놓치지 말고 따라와라, 이 광대들아! 으하하하!”

이내 토르가 앞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바닥에 그을린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일리아스, 업히세요.”

“응.”

네브로가 그 모습을 보며 급하게 일리아스를 등에 업고 그린나래를 품에 넣었다.

-으악! 숨 막혀!

그린나래가 투덜댔지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네브로는 곧바로 마법을 사용하며 토르가 남긴 길을 따라 날아갔다.

피잉-

마법진이 앞으로 생성되며 마법진을 지나칠 때마다 네브로의 몸이 가속했다.

스스스슥!

그리고 그런 우리의 뒤를 따라 온갖 초월자들이 따라붙었다.

“으하하하! 뒤져라!”

콰릉!

토르의 공격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전까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굳이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지만 이제는 앞뒤 잴 것도 없이 선제공격을 하고 있었다.

퍼버벅!

그리고 그런 그의 움직임은 주변을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초월자라고 해도 격의 차이가 큰 모양인지 몇몇 녀석들은 그가 휘두르는 번개 망치에 그대로 터져나갔다.

“으하하하하! 좋구나! 진즉에 이럴 걸 그랬어!”

토르가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시작하자 숨어있던 초월자들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손을 뻗어왔다.

“천둥부터 죽여라!”

“갈락슈르는 이 몸의 것이다!”

이내 혼란은 더욱 퍼져나가 적들끼리도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의 목표인 갈락슈르는 하나 밖에 없는 만큼 서로가 경쟁자일 수밖에 없었다.

꽈아앙!

“크윽.”

난장판 속에서 공격의 파편이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네브로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나마 다행인 게 네브로는 마검사였기에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뛰어난 회피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리아스, 괜찮습니까?”

“일리아스는 괜찮아.”

하얀 섬광처럼 보이는 토르의 뒤를 쫓는 것만으로 네브로에게 데미지가 축적되어 갔다.

‘이대로는······.’

토르의 뒤를 쫓는 것만으로 이만한 피해를 입을 줄은 예상도 못했는데. 마법조차 뚫고 들어오는 충격은 생각보다 강했다.

-띠링!

‘어?’

이런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시스템음이 있었다.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불러오는 중······.]

조건을 충족했다니? 그리고 뭘 불러온다는 거야?

“으아아아아!”

네브로가 악을 지르며 마법을 사용했다. 그의 마법은 이제 펜타 캐스팅을 넘어 한 번에 열개가 넘는 마법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미친 듯한 성장 속도와 한계가 없는 성장이었다.

[불러오기 완료.]

[진화 특성을 불러왔습니다.]

갑자기?

나는 혹시나 싶어 상태창을 열어보았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밝게 빛나는 자]

- Player

- 마나 : ?

- 특성 : 진화, 계약

열린다.

그리고 처음 보는 정보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게 내 정보라고?

[다음 불러오기는 숙주의 성장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시스템창이 다시 한 번 의외의 정보를 알려오며 사라졌다.

그래, 좋다 이거야.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비밀이나 세상의 비밀? 지금은 알 바 없다.

‘진화를 지금 어디다 쓰라는 거야.’

애초에 사용할 수는 있는 건가?

콰아앙!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없었다.

어느새 모든 걸 때려 부수며 달려가던 토르가 무언가에 막혀있었다.

“아아······.”

“도착했어.”

사방에서 느껴지는 살 떨리는 기운에 네브로가 격의 차이를 느끼며 좌절했고, 일리아스는 어딘가를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며칠이 걸려서야 도착할 도시 중앙의 제단에 어느새 도착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거면 진즉에 달릴 걸 그랬네.”]

“천사님!”

네브로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왜 그렇게 놀라.”]

“며칠 동안 말이 없으셨어요.”

[“내가?”]

며칠 동안 말이 없었다고?

뒤늦게 확인해보니 네브로나 일행들의 외견이 꾀죄죄했다. 내가 모르는 흉터도 보였는데 어떻게 된 거지?

‘시스템창이 울린 그 찰나의 시간동안 며칠이 지났다는 건가?’

어쩌면 불러온다는 시스템창이 떴을 때부터 내 의식이 없었던 걸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짧은 시간이라 느꼈던 조금 전이 일행들에게는 며칠이었다는 이야기.

[“살아있어서 다행이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그런 것 같아.”]

진화 특성을 불러오면서 시간이 뒤틀렸을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상황을 파악해보려 하자 토르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광장 중앙에 서있었다.

[“토르······!”]

“으응? 이제야 깨어났나, 광대.”

내 의지가 전달됐는지 토르가 나를 바라봤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전신에 새겨진 토르가 씨익 웃어보였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 광대!”

< 397화. 진화 특성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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