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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89화 (388/415)

< 389화. 묘지기의 무덤 >

일리아스의 비밀을 알게 된 우리들은 그 뒤로 그녀의 결정이나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게 됐다.

가령 샤이야로 가는 직선 길로 가지 않고 돌아가게 되더라도 별 이견 없이 그대로 따라주게 됐다든지.

“앞으로 한 달이 고비.”

“한 달?”

또 미리 있을 일들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흐림은 계속 쫓아올 거야. 하지만 그린나래가 꼭 필요해서 그건 어쩔 수 없는 계획이었어.”

“그 혓바닥 괴물? 걔도 그걸 노리는 거야?”

“그건 일리아스도 모르겠어.”

일리아스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 모습을 본 프레위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50년이나 같은 사건을 겪었으면서 그걸 모르면 어떡해?”

“흐림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앞으로 한 달 동안 일리아스를 노리는 건 다른 녀석들이야. 흐림은 덤.”

일리아스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린 그녀가 뭘 보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조력자가 더 필요해.”

“그래서 지금 가는 곳이 그 조력자가 있는 곳이야?”

“응.”

일리아스는 샤이야로 곧장 가지 않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저 조력자의 존재였다.

“묘지기의 무덤.”

“묘지기의 무덤? 거기는 헬라가 관장하는 곳이잖아.”

프레위르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자 그린나래도 작은 날개를 파르르 떨었다.

-너희들! 흐림이 쫓아오는데다 마나가름을 때려놓고 헬라의 영역으로 들어가려는 거야? 위험해!

헬라는 또 뭐고 흐림이랑 마나가름은 또 왜 나와?

마나가름이라면 그린나래를 만나기 전에 싸웠던 그 늑대인간인데.

“가야 돼.”

“하아, 뭐. 네가 어련히 계획을 잘 세웠겠지. 그래, 가자.”

-미쳤어! 미쳤어!

나와 네브로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벙 쪄있었다.

아니, 근데 네브로 넌 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거냐. 나야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넌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

[“어이, 페어리. 설명 좀 해봐. 왜 위험한 건데?”]

-네들이 두들겨 팬 마나가름은 흐로드비트니르의 아들이야. 흐로드비트니르는 헬라의 남매지. 초월자면서 그런 것도 모르냐!

그러니까 난 초월자가 아니라니까.

나를 대신해서 대답을 한 건 네브로였다.

“······조카를 두들겨 팬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겠군요.”

-그렇지! 게다가 흐림은 헬라의 하수인이야! 헬라는 초월자마저 하수인으로 다룬다고!

이게 이렇게 얽히네. 그나저나 그 쫓는 자를 다루는 초월자라니 대체 얼마나 강한 거냐.

‘조금 불안하긴 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리아스가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그나저나 묘지기의 무덤이라······.

내 본분은 네크로맨서. 물론 검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해두자.

그런 내게 있어서 시체나 죽음이 관련된 곳은 꽤나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네브로.”]

“예, 천사님.”

[“내가 알려준 네크로맨시는 잊지 않았겠지?”]

“예!”

사용해본적은 아직 한 번도 없지만 네브로는 내게 네크로맨시도 배웠다. 그야말로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운 상태.

우뚝!

그때 미소 지으며 내게 대답하던 네브로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이내 그는 마나를 모아 주변으로 스캔을 사용했다.

투웅!

가벼운 마나 파동과 함께 평범한 마법사라면 불가능한 거리까지 단숨에 스캔을 한 네브로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뭔가가 많습니다.”

“뭔가?”

프레위르가 네브로의 말을 듣고 길쭉한 귀를 쫑긋 거렸다. 그러다 이내 일리아스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네브로가 잘 파악했네. 정령들이 경고하고 있어.”

“슬슬 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 묘지기의 무덤은 금방이니까 따라잡히기 전에 빨리 가야 돼.”

일행은 속도를 높였다. 네브로를 총해 나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따라잡히려면 이틀은 걸릴 거리인데 그걸 감지해내네.’

프레위르도 그렇게 안 봤는데 꽤나 정령을 잘 다루는 모양이었다.

[“네브로.”]

“예!”

[“함정을 설치해봐. 내가 알려줄게.”]

적들이 따라온다는 걸 알았으면 여기서부터는 내 차례였다. 극한의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수적 우위를 뒤집고 이기게 한 나만의 방법은 다름 아닌 함정을 비롯한 주변 요소의 활용이었으니까.

마침 우리가 지나고 있는 길도 정글과 같은 밀림이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뭘 해보기도 전에 박살을 내자.”]

**

스스슥-

그림자에 섞여 이동하는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이내 모두 같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주위를 살폈다. 그 모습이 일사불란한 것이 마치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흔적을 발견했다.

-이곳에도 있다.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눈이 하나 밖에 없는 이들이었고 그 수가 무려 수십이나 되었다.

-음?

-뭘 발견했나?

외눈박이 중 하나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이어 그 무언가를 건드리자.

쿵!

순식간에 바닥에서 시커먼 악어주둥이가 튀어 올라 그 외눈박이를 집어삼켰다.

-적의 공격이다.

외눈박이들은 당황하지 않고 뭉쳤다.

그러나 그 행동은 그들의 패착이 되었다.

위이잉-

순식간에 정글 한 가운데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곧이어 기다리고 있던 네브로가 여전히 나무 뒤에서 은폐한 채 바닥을 건드렸다.

-불살라라.

짧은 어구가 곧 마법이 되어 세상에 나타났다.

화르륵--------!

거대한 화마가 마법진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며 뭉쳐 있던 외눈박이들을 순식간에 불태우기 시작했다.

-끄어어어!

-으으윽.

평범한 존재들은 아니라는 듯 강렬한 불의 폭풍 속에서도 외눈박이들은 죽지 않았다. 마법은 길지 않았기에 불꽃이 사그라들자 꺼멓게 그을린 외눈박이들이 충혈된 눈으로 마법의 주인을 찾았다.

-저기 있다!

퍽!

소리 지른 외눈박이의 목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어디를 보는 거야. 눈이 하나라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가?”

프레위르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반쯤 태워진 외눈박이들을 정리했다.

꾸득!

남은 외눈박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마치 찰흙이 빚어지듯 뭉치며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뭉치기 전에 죽여야 돼!”

어느새 검신을 들고 나타난 일리아스가 외쳤다.

“제게 맡기세요.”

네브로의 마법은 끝이 아니었다.

불의 폭풍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마법을 준비 중이던 그는 땅에서 금속을 뽑아냈다.

콰지지지직!

이내 뽑혀진 금속은 사방으로 가시가 돋친 창의 형태가 되어 번개를 둘렀다.

[“언령 마법의 조화”]

아드리아스의 의지가 전해져오고 이내 네브로는 자신에게 사용 중이던 염력 마법을 해체했다.

털썩-

조금 볼품없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그는 이내 의지를 집중했다.

-꿰뚫고 찢고 파괴해라.

펜타 캐스팅.

한 번에 무려 다섯 가지 마법이 섞이며 금속의 창이 거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외눈박이에게 꽂혔다.

파지지지직-------!

퍼버버버벅!

사방으로 돋친 가시가 꽂힌 거인의 내부에서 솟구치며 전류를 방출했다.

-끄으······.

온몸에 수십 개의 눈이 새겨진 거인은 제대로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단말마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치이익!

곧 짙은 연기가 뿜어지며 속까지 바싹 익은 거인은 절명했다.

“잡았어.”

일리아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르고스를 잡았어······.”

“거인을 잡았어! 와, 이게 뭔 일이야!”

프레위르조차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아, 성공했군요. 다행이에요.”

-대단해! 역시 마나가름을 두들겨 팬 실력다워!

기쁨에 젖어있는 그들 사이로 작은 의지 하나가 전달되었다.

[“아르고스는 백 마리의 외눈박이로 이루어져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방금은 고작 42마리였어.”]

“그게 어디야! 무려 거인이라고!”

나날이 강해진 아드리아스의 힘은 결국 프레위르에게까지 의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천사님 말이 맞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머지가 쫓아오기 전에 빨리 묘지기의 무덤으로 가야 돼.”

일리아스가 바닥에 쓰러진 네브로를 부축했다. 약의 복용은 끝났지만 저주가 사라진 것과 별개로 근육이 부족해서 다리를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감사합니다.”

“네브로는 일리아스한테 더 감사해도 돼.”

“가, 감사합니다.”

아드리아스는 둘의 콩트를 보며 루나의 4차원적인 면모가 혈통의 탓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나저나 오히려 함정을 파고 역으로 공격할 생각을 하다니 전혀 상상도 못했네. 거인을 잡을 거라는 생각은 누구도 못했을 거야.”

[“네브로는 강하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도 거인을 잡는다는 생각은 못해.”

-맞아! 맞아!

프레위르와 그린나래가 방방 뛰며 말했지만 아드리아스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의 상식과 그의 상식은 조금 동 떨어져있기에 발생한 괴리였다.

“어쩌면······.”

“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일리아스는 묘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이전 50회차까지의 삶에서는 없었던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애써 감추려 해도 자꾸만 티가 났다.

‘이번 생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일리아스를 향해 어깨에 팔을 걸고 있던 네브로가 조용히 속삭였다.

“무슨 생각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아직은 일렀다.

희망 따위에는 더 이상 기대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네브로, 일리아스한테 너무 가까워.”

“죄, 죄송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일행들과 함께하는 이 짧은 순간조차도 그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

‘······포기하지 않아.’

50번이나 꺾였던 생명이지만 그녀의 의지만큼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

까아악!

이게 얼마 만에 들어보는 까마귀 소리야.

아르고스라 불리는 거인종의 외눈박이들을 물리치고 묘지기의 무덤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영 분위기가 좋지 않네.’

그린나래가 경고했듯이 이곳의 주인인 헬라는 우리를 반기지 않는 것 같았다.

“일리아스, 근데 물어보지 않은 게 있었어.”

“뭐.”

“여기가 헬라의 영역이긴 하지만 수많은 영역 중 하나잖아. 헬라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는 일인데 누구를 만나러 온 거야?”

“헬라는 지금 여기 있어. 일리아스는 헬라를 만나러 온 거야.”

일리아스의 단호한 말에 프레위르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수십 번이나 미래를 겪어본 일리아스의 말인 만큼 믿는 게 당연했다.

“끄윽, 끄윽. 잘도 이곳에 왔구나.”

검은 안개가 자욱한 음침한 땅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라진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만 같은 듣기 싫은 소리였다.

“강글라티.”

“끄윽, 끄윽.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걸 보면 알고 찾아왔구나.”

이내 검은 안개 속에서 푸른 시체와 같은 피부를 지닌 꼽추가 걸어 나왔다.

“죽으러 온 거냐? 끄윽, 끄윽.”

“헬라를 만나게 해줘.”

일리아스의 말에 그동안 잠잠했던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마치 예리한 창칼들이 사방에서 겨뤄지는 것만 같은 날카로운 살기가 일행들을 덮쳤다.

우웅-

곧바로 네브로가 마나를 준비했지만 일리아스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막았다.

“갈락슈르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왔다고 전해줘. 그러면 헬라도 나를 만나줄 거야.”

“끄윽.”

강글라티라 불린 꼽추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일리아스와 우리를 보더니 이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졌다.

“기다리고 있어라. 끄윽, 끄윽.”

이어서 그의 존재감이 사라지자 그린나래가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를 죽일 셈이야!

“안 죽어.”

-강글라티가 생긴 건 저래도 엄청! 어어엄청! 세다고!

“네브로가 더 세.”

일리아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쳤다.

마치 이미 한 번 강글라티와 싸워봤다는 태도였다.

-으응······.

그걸 눈치 챈 그린나래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네브로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아이온의 아들, 사마엘의 동생. 당연히 강하겠지.

“전 제 혈통 때문에 강해진 게 아니라 천사님 덕분에 강해진 거예요.”

네브로야. 넌 혈통 덕분도 있단다.

굳이 이걸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네브로는 자신의 재능을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본인이 강해진 게 오직 내 덕분인 줄 알고 있었다.

“끄윽. 따라와라.”

사라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나타난 강글라티가 말하며 손짓했다. 한 손에는 어느새 등불을 들고 있었는데 그 불빛에 검은 안개가 슬슬 피하는 게 보였다.

“빨리 따라가야 돼. 저 빛이 없으면 힘들어.”

일리아스가 다급히 강글라티의 뒤를 따라가자 나머지 일행들도 재빨리 쫓아갔다.

< 389화. 묘지기의 무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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