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화. 원흉, 근원, 모든 일의 시작 >
퍼억!
머리를 두드리는 강렬한 충격에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의 흙먼지가 부지불식간에 입안으로 들어왔다.
“야, 뭐하냐? 안 일어나?”
뭐지?
지금 이 상황은······.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누군가가 엎어진 내 몸을 일으키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난 내 몸에 조금의 힘도 줄 수 없었다.
“정신 안차려? 이 새끼가 아주 돌았구나.”
“크윽.”
퍼억!
주먹이 날아왔다.
입술이 찢기는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며 난 다시 한 번 맥없이 쓰러졌다.
‘이게 뭔······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거야?’
날 일으켜 세운 이는 고작해야 열대여섯 살은 됐을까 싶은 소년이었다. 주위로는 그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와 소년을 구경하고 있었다.
“야, 적당히 하고 가자. 시간 없어.”
“퉷. 운 좋은 줄 알아라, 네브로. 아버님과 사마엘 형님이 오늘 복귀하는 게 아니었으면 넌 반쯤 죽었어.”
쓰러진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우르르 사라지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니, 그 전에 난 이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이 몸의 주인은 따로 있고, 난 그 몸에 갇힌 것처럼······.
“······.”
내 몸의 주인은 말없이 바닥을 기었다. 이로서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는데 감각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군.’
이 몸은 문제가 있었다.
일단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작은 손을 보니 이 몸의 주인도 기껏해야 소년처럼 보였다.
스으윽- 스으윽-
땅을 기며 움직인 나, 아니 네브로는 이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건물 벽에 기댔다.
건물 벽도 특이하네. 무슨 고대 신전 같이 생겼어.
-끼잉!
그때 네브로가 조심스레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작은 짐승이었는데 그 생물을 보며 네브로가 웃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이다.”
-끼잉! 끼잉!
안도의 감정이 느껴졌다.
동시에 지켜냈다는 대견한 감정이 들었다.
조금 전에 두들겨 맞은 이유가 이 동물이랑 연관이 있었던 건가?
작은 짐승은 네브로에게 감사를 표하기라도 하는 듯 몸을 비벼왔고 그럴수록 네브로의 긍정적인 감정이 내게 전달되었다.
‘뭐가 어떻게 돼먹은 건지 모르겠네. 내가 어쩌다가 이 몸속에 들어온 거지.’
생각을 곰곰이 해보자 원죄가 떠올랐다.
분명 그 녀석이 뭔가를 했었는데 그 이후로 지켜보라는 말을 했었지.
‘설마 아니겠지.’
이 비리비리한 소년, 네브로가 원죄일리는 없고.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네.
“네브로.”
그때 누군가가 기척도 없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아······.”
“아버지께서 돌아오셨다. 마중 나가야지.”
“사, 사마엘 형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아까 소년들이 말했던 사마엘이 이 사람인가.
훤칠한 키에 강인해 보이는 얼굴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그건 뭐지?”
“예? 아, 이건······.”
네브로가 다급히 소동물을 품속에 숨겼다.
그 모습을 본 사마엘은 여전히 표정 없는 얼굴로 네브로의 행동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책임지기로 했으면, 소중히 대해라.”
“예? 아! 옙!”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는지 네브로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네브로의 인상 속 사마엘이라는 저 사내는 속을 알 수 없는 차가운 인물이군.
“내가 부축해주마.”
“아, 아닙니다. 형님께 폐가 될 수는 없습니다.”
네브로가 힘겹게 땅바닥을 기는 게 느껴졌다.
이제야 제대로 느끼는 거지만 다리에 아무 감각도 없는 걸 확인했다.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어.’
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시야에는 온통 바닥 밖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금세 목적했던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네브로를 때렸던 소년 무리도 같이 있었다.
“사마엘 형님!”
“사마엘 님이시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사람들이 네브로와 함께 온 사마엘이라는 청년을 보고 환대했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딘가를 갔다가 이제 복귀를 한 모양이군.
스윽-
네브로의 움직임이 적어졌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호흡을 조절하는 게, 마치 자신의 기척을 지우려고 하는 듯 보였다.
“보기 흉하네요.”
“웬만하면 구석에 박혀있으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왜 튀어나온 건지······.”
그러나 아무리 기척을 숨기려고 해도 바닥에 엎어진 네브로는 너무도 눈에 잘 띄었다.
“네브로.”
그때 중년의 남성이 이 몸을 불렀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저 자가 아무래도 이번에 사마엘과 함께 귀환한 아버지라는 존재인 듯싶었다.
“오, 오셨습니까. 아버지.”
“말을 더듬는 건 여전하구나.”
턱!
남자는 근육질의 거대한 덩치를 지녔다. 눈대중으로 살펴봐도 2m는 훌쩍 넘기는 거대한 풍채였다.
그는 내 어깨, 아니 네브로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들어 올렸는데 얼마나 악력이 강한지 어깨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으으!”
“다리가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 아들로서 이 따위 태도를 지니면 안 되지.”
남자의 두 눈이 형형했다.
마치 짓이겨 죽여 버리겠다는 강렬한 살기가 네브로를 향해 쏘아졌다.
“죄, 죄송합니다. 아버지······.”
“한심한 놈.”
퍼억!
땅에 내동댕이쳐지자 온몸으로 격통이 몰려왔다. 원체 약한 몸이라 그런지 고통도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음? 하!”
네브로를 내동댕이친 아버지라는 사람은 이내 네브로의 품속에서 꼬물거리는 무언가를 눈치 채고는 손을 뻗었다.
“아, 아버지······!”
“이딴 짐승이나 집안에 데려오다니, 교육이 덜 됐군.”
퍼억!
-끼익!
눈앞에서 한줌의 핏물이 흩어졌다.
네브로의 절망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되었다.
“아, 아아······.”
“그딴 짐승을 돌볼 시간에 네 자신을 돌아봐라.”
어떻게 돼먹은 집안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엄격하군. 나는 최대한 네브로의 감정을 배제하고 조금 전의 상황을 유추했다.
‘강하다. 별 것 아닌 수였지만 그 단순한 손짓에 온갖 묘리가 담겨있었어.’
왜 이런 경험을 내가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욱여넣으려고 노력했다.
이내 중년의 남성이 자리를 뜨자 수많은 인원들이 그를 따라 이동했다.
“하하! 역시 아버님이셔.”
“저 녀석은 정신 교육을 좀 해야 돼. 집안의 수치야, 수치.”
온갖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네브로는 바닥에 엎드린 채 핏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느새 두 눈에 눈물이 흐르는 걸 느꼈다.
“네브로.”
그때 조금은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켜라.”
“형님······.”
사마엘이 네브로를 방해가 된다는 듯 밀어냈다. 네브로의 절망적인 감정이 더 커지려는 찰나,
우웅!
사마엘의 손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생성되더니 핏물에 닿았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끼잉!
“아아······!”
언제 죽었냐는 듯 다시 원래 모습으로 재구성이 된 작은 짐승이 네브로를 향해 다가와 몸을 비볐다.
도대체 저건 무슨 수를 쓴 거지? 말이 되나?
죽은 걸 살려냈다고? 언데드도 아니고?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한다면 강해져야 한다. 비록 지금은 이 작은 짐승뿐이지만 나중에는······.”
사마엘이 나직하게 말하더니 그대로 지나쳐서 다른 이들을 뒤따라갔다.
“사마엘 형님.”
네브로의 극적인 감정 변화가 느껴졌다. 마치 무언가를 다짐하는 듯한 감정.
근데 말이야.
나는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고, 뭘 보고 있는 거지.
‘미치겠네.’
답답한 심경이 속을 까맣게 태워 들어갔다.
**
첫날에 느꼈던 답답한 감정은 너무 일렀다는 걸 깨달은 건, 내가 네브로의 몸에 들어온 지 3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3년.
무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아무런 의사표현을 하지도 못한 채 타인의 몸속에 갇혀있는 건 고문보다 괴로웠다.
‘그동안 알아낸 건 많지만 어디다가 써먹을 데가 없다.’
이 세상이 대략 고대 시대라는 걸 깨달은 건 네브로의 몸에 들어오고 얼마 있지 않아서였다. 고대 시대보다 더 놀라운 건 초월자라 불리는 존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는 사실이었다.
‘네브로의 아버지도 초월자, 사마엘도 초월자.’
인간들과 공존하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했다. 초월자들은 나름의 규칙 안에서 마치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는데 내가 알던 괴이한 모습과는 달라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난 왜 여기 있는 건데.’
3년 동안 네브로의 정체가 뭔지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나마 짐작이 가는 건 원죄의 과거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딴 게 원죄? 마왕이라면서?’
네브로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유약하고 힘이 없었다. 이런 모든 성향의 근원에는 불편한 다리로 인함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원죄와 연관이 없어보였다.
“크윽!”
그래도 3년 전보다는 뭔가를 해보려 노력하기는 했는데, 그 결과물은 글쎄다.
퍼엉!
모여든 마나가 소멸하며 네브로의 손에 상처를 만들어냈다. 안타깝게도 이 녀석은 자신의 형제들이나 아버지와 같은 재능이 없어보였다.
-끼잉!
“난 괜찮아.”
3년 전부터 쭈욱 함께해온 살쾡이 같은 짐승이 위로하듯 다가와 몸을 비볐다. 지난 3년간 지켜봤지만 이 녀석이 유일한 네브로의 친구이자 말동무였다.
“손의 상처는 괜찮지만······하아, 난 언제쯤 강해질 수 있을까.”
네브로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론이라 이름 붙인 짐승을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너도 크지를 않는구나. 밥을 좀 더 많이 먹어야겠는데?”
-끼엥!
아무리 봐도 원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는 놈이 원죄라고? 근데 그렇게 따지면 난 왜 이 녀석의 몸 안에 들어와 있는 거냐.
쿵쿵쿵!
갑자기 네브로가 있던 방 문이 거칠게 두드려졌다. 네브로가 급히 문을 밀어서 열자 싸늘한 인상의 형제들이 서있었다.
“네브로.”
“어, 어?”
“나와라. 사마엘 형님이 부르신다.”
수련을 명목으로 방밖에 잘 나오지 않게 된 네브로는 오랜만의 얼굴들을 보자 한껏 긴장을 했다.
“아, 알았어······.”
네브로의 불안한 마음이 전해지며 꾸물대는 게 느껴졌다.
“빨리 안 나오고 뭐해!”
“미, 미안.”
밖에서 들려오는 재촉에 네브로가 급히 바닥을 기어갔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자······.
퍼억!
“크윽!”
“병신. 요즘에 매일 방에만 틀어박혀서 뭘 그렇게 하고 있냐? 덕분에 심심해서 죽는 줄 알았잖아.”
“왜 갑자기! 사마엘 형님은······.”
“뭔 사마엘 형님이야. 사마엘 형님이 너를 왜 불러. 하하.”
나도 그 생각을 하긴 했는데 설마 이름을 팔아먹으면서까지 네브로를 괴롭힐 줄은 몰랐다.
퍼억!
“억!”
3년의 시간은 네브로에게만 흐른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소년의 티를 제법 벗어난 아이들의 주먹은 여린 네브로가 버티기에는 버거운 힘이었다.
“벌써부터 뻗으면 안 되지. 하아, 씨. 맨날 방안에만 틀어박히니까 네가 이렇게 약한 거야, 네브로. 우리가 단련시켜 줄 테니까 똑바로 정신 차려라.”
다시 한 번 발길질과 주먹질이 쏟아졌다. 그 강렬한 고통에 네브로는 그저 몸을 만 채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컹!
“뭐야, 이건 또?”
그때 쏟아지는 주먹 사이로 론이 달려들었다.
“꺼져, 이 더러운 짐승 새끼야.”
퍼억!
-끼잉!
“안 돼, 론!”
네브로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발길질에 날아간 론을 찾아갔다.
“하이고. 네 몸 간수나 좀 하지? 이 약해빠진 놈아.”
“왜!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너희들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무슨 짓? 넌 존재 자체가 우리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야. 그냥 좀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왜 아버지께서는 너 따위를 거두어 살피고 계신지 모르겠다.”
한 소년이 론을 잡고 들어올렸다. 마치 몸을 늘려 찢을 듯이 힘을 주는 그 모습에 네브로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제발! 차라리 날 때려줘! 내가 잘못했어! 제발 론을 놔줘!”
“뭐라는 거야. 너도 어차피 맞을 거야. 그러니까 이 녀석이 뒤지는 걸 지켜보고 있으라······.”
탁!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소년의 어깨를 붙잡았다.
“뭐야? 헉!”
“모리안, 네 손에 든 걸 내게 넘겨라.”
“사, 사마엘 형님.”
갑자기 등장한 사마엘로 인해 네브로를 둘러싸던 인원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형제끼리 싸우는 건 좋지 않아.”
“죄송합니다, 형님. 네브로와 잠깐 시비가 붙어서······.”
사마엘은 조용히 론을 손에 쥐고 네브로에게 다가왔다. 네브로는 사마엘을 구원자처럼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혀, 형님. 감사합니다.”
“감사?”
사마엘의 대답은 네브로의 기대에 어긋났다.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 네브로가 고개를 들어 사마엘을 바라봤다.
사마엘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네브로, 내가 예전에 한 번 말한 것 같다만.”
“예?”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이야. 그때 이후로 3년이나 지났지만 넌 여전하구나.”
-끼익!
뚜둑!
결코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사마엘의 손아귀에서 나왔다. 네브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넌 아이온의 아들이자 사마엘의 동생이다. 그렇게 나약해서는 도저히 쓸 데가 없구나.”
“아, 아아······.”
“그렇게 상심할 건 없다. 어차피 ‘이것’의 시간도 3년이 한계였으니 곧 멈출 예정이었어. 이건 되살아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잠시 움직이게 만들어줬을 뿐이니까.”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부서지는 마음이었다. 네브로는 사마엘의 말을 들으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 3년 안에 뭔가 변할 줄 알고 기회를 줬건만, 넌 아직도 무쓸모구나.”
“······.”
고요한 적막이 주변을 감쌌다.
네브로를 괴롭히던 무리도 슬금슬금 자리를 비키기 시작했다.
“네브로, 나의 동생아.”
“······.”
“앞으로 네게 소중한 무언가가 생길 때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부수러 오마. 소중한 것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것을 지키고 싶으면 강해져야 한다.”
사마엘은 론의 시체를 네브로의 앞에 고이 놓아두고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난 아이온의 아들 사마엘로서, 너와 같은 동생이 있다는 걸 용납할 수가 없다. 넌 반드시 고쳐져야 해.”
마음이 깨져나갔다.
이내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네브로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론을 잡았다.
퍼석!
마치 모든 게 허상이었다는 듯 론의 시신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그 일말의 자비도 없는 모습에 나조차 머리가 아파왔다.
“······.”
강해진다는 게 뭘까.
난, 이 녀석에 비하면 정말 축복 받은 게 아닐까.
‘도와주고 싶게 만드네.’
같은 몸에서 감정을 공유한 탓인지 연민과 동정이 느껴졌다. 평소 같았으면 대가리를 깨부숴서 정신 교육을 시켜줬을 텐데.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나는 의지를 표현하려고 애썼다.
‘제발, 닿아라.’
그리고 끝내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아?”
네브로도 그걸 느꼈는지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네브로.”]
“아, 아?”
오, 됐다!
의지가 전해졌다!
“누, 누가······누구세요.”
뭐라고 할까.
이번에는 천사라고 해볼까. 근데 천사라는 개념이 여기에도 있나?
[“난 천사다.”]
“천사?”
[“네브로, 강해지고 싶어?”]
네브로는 내 말에 다시 울컥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 가, 강해지고 싶어!”
[“내가 도와줄게.”]
어떻게 이곳을 탈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 그 첫 발걸음은 네브로를 돕는 일이었다.
< 379화. 원흉, 근원, 모든 일의 시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