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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68화 (368/415)

< 368화. 죄악 vs 죄악 >

티무르가 달려들었다.

거대한 두 주먹이 엘리자베스를 향해 쏟아졌지만 선홍빛 보호막에 막혔다.

[“놀고 있을 때가 아니었군요.”]

엘리자베스는 티무르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니켈만 주의하며 떨어진 팔을 다시 붙였다.

[“사도라니 오히려 좋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미소에 아드리아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걸어갔다.

“사도에 대해서 뭘 아는 거지? 구원자라는 호칭하고도 연관이 있는 거냐?”

[“직접 알아내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한 번 해보십시오.”]

엘리자베스의 선홍빛 보호막이 그대로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그와 동시에 붉게 변한 엘리자베스는 갑자기 지팡이의 끝부분을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후욱!

까앙!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엘리자베스를 향해 아드리아스가 단숨에 다가가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반발력에 의해 공격은 닿지 못했다.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군요. 구원자님께서 제 예상보다 강하셨네요.”]

꿀꺽-!

엘리자베스가 색욕의 지팡이를 삼키기 시작했다. 대략 1m쯤 되는 기다란 지팡이를 삼키는 모습은 굉장히 그로테스크했다.

그때 신호를 받고 달려온 니켈이 다시 만변을 내려찍었지만, 강렬한 기파가 엘리자베스의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주위의 모든 걸 날려버렸다.

[“자, 구원자님. 한 번 그 잘난 마법으로 발악해보십시오. 설마 그걸로 알량한 검술을 뽐내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얗던 머리가 붉게 물들었다.

마치 젊어진 것 같은 엘리자베스가 붉은 혈기를 사방으로 내뿜으며 검을 들고 선 아드리아스를 비웃었다.

그러나 아드리아스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색욕을 집어삼킨 엘리자베스를 향해 그의 날개가 경종을 울리고 있었기에······.

[초월자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메시지가 그의 눈앞을 아른거리고 있었다.

[“사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 구원자님을 직접 노리면 아무 의미 없죠.”]

파앙!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진 엘리자베스가 아드리아스의 눈앞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드리아스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차분하게 검을 휘둘렀다.

뻗어오던 엘리자베스의 날카로운 손톱이 부드럽게 검에 닿으며 비껴나갔다.

“니켈.”

예상치 못한 검술 실력으로 엘리자베스의 공격을 막은 아드리아스는 곧바로 니켈과 연계하여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검을 다룬다고? 어떻게······.”]

단순한 호신용 검인 줄 알았던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막은 아드리아스에게 놀라며 황급히 니켈을 피했다. 그러나 공격은 니켈만 하는 게 아니었다.

‘남궁일영 그리고 진광 대왕에게 뜯어온 모든 검술.’

아직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무리로 흡수하고 있던 아드리아스는 날카롭게 검을 찔렀다. 마나가 그의 몸 안에서 새로운 경로를 타고 들어가며 검에 힘을 실어줬다.

아직 완성되지는 못한 새로운 검법이 그의 손에서 펼쳐졌다.

콰학!

한 번 막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드리아스의 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엘리자베스는 그의 검을 맨손으로 잡으려다 그대로 관통 당했다.

손바닥을 뚫고 지나간 검이 아슬아슬하게 엘리자베스의 미간 앞에서 멈췄다.

[“······정말······.”]

엘리자베스가 입가를 씰룩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파아앙----!

기파가 다시 터져 나오며 그 충격으로 아드리아스가 날아갔다. 잡고 있던 갈락슈르로 인해 엘리자베스의 손도 잘려나갔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재생시키며 웃었다.

촤르르륵-----!

곧이어 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마치 장막과도 같은 피의 벽은 물결이 치며 사방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거 아세요? 결국 구원자님도 피로 이루어진 생물이라는 사실이요.”]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엘리자베스의 말에 아드리아스는 검을 뿌렸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검기가 날아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빠르다.’

니켈이 엘리자베스를 쫓고 있는 덕분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아드리아스였지만 상대가 너무나 빨랐다.

[“그래서 전 이런 것도 할 수 있답니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아드리아스가 급히 발걸음을 옮겼지만 몸이 마치 구속된 듯 움직이지 못했다.

몸 내부의 혈액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엘리자베스를 향해 당겨지고 있었다.

[“구원자님께서 뜻밖의 검 실력을 지녔다는 건 알겠지만 그것도 결국 닿아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만들면 그 뛰어난 검술이 다 무슨 의미일까요.”]

“말이 많아.”

끌어당겨진 아드리아스는 차갑게 내려앉은 눈으로 엘리자베스를 응시했다. 날개가 반응할 정도로 지금의 엘리자베스는 초월자에 근접해있다는 뜻이겠지만, 그럼에도 아드리아스는 냉정을 유지했다.

콰가가각!

자연스럽게 갈락슈르가 엘리자베스를 향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움직임조차 이용해 공격을 하는 아드리아스의 검술은 이미 인간의 그것을 벗어나고 있었다.

‘검은 곧 내 일부.’

언젠가 막시민이 말하길, 검은 결국 도구라고 했다. 허나 아드리아스는 막시민의 지론에서 더 나아가 검을 곧 자신의 일부로 여기기 시작했다.

서겅!

엘리자베스의 어깨 죽지에서 피가 솟구쳤다.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아드리아스의 움직임에서 초월자에 근접한 그녀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역시 그대는 저희의 구원자이십니다.”]

“하는 말하고 행동이 반대되는데.”

아드리아스가 맞받아치는 사이 니켈이 다가와 합격을 펼쳤다.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니켈과 아드리아스의 공격이 연이어 펼쳐졌다.

촤아악----!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검무.

화려하면서도 간결하기 짝이 없는 둘의 합공은 엘리자베스를 넝마로 만들어버렸다.

[“아아······. 지금 제 심정을 온전히 표현할 만한 단어를 찾고 있었어요. 이건 뭐랄까, 마치······.”]

퍼엉-!

어느새 나타난 티무르가 내부를 파괴시키는 발경의 묘리가 담긴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북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엘리자베스가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안 끝났어.”

아드리아스는 일방적으로 공격했음에도 엘리자베스가 여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하늘에서 피의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멀쩡한 모습의 엘리자베스가 일어났다.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무래도 구원자님을 직접 만나게 되니 감상적으로 변했네요. 오랜 세월을 지내온 저조차 구원자님의 대한 이야기는 전해듣기만 한 게 전부거든요.”]

“그렇게 수수께끼처럼 말할 거면 그냥 대놓고 말해. 말은 많으면서 알 수 없는 헛소리만 늘어놓지 말고.”

[“하하하! 역시 구원자님. 본인이 유리한 상황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당당한 모습이 제가 듣던 그대로네요.”]

대화를 할수록 혼란만 가중되는 기분에 아드리아스는 혀를 차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엘리자베스를 상대함에 있어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있었다.

‘색욕의 힘을 아직 보이고 있지 않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드리아스에게는 나태, 분노, 탐욕의 힘이 남아있었다. 부작용이 있는 만큼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어차피 죽게 된다면 사용하고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아드리아스였다.

“누가 유리한지는 대봐야 알지.”

[“이미 깨닫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과대평가였을까요.”]

승부를 내야할 때가 왔음을 짐작한 아드리아스가 곧바로 특수 기술을 발동했다.

[특수 기술 ‘탐욕’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기술의 사용을 위해 탐욕의 왕관을 꺼내들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탐욕?”]

아드리아스는 슬쩍 미소지어주며 더 이상의 고민 없이 탐욕을 발동시켰다.

[마나 흡수 666%]

[마법 저항력 666%]

[마나 제어 666%]

[육체 재생 666%]

[일시적 재능 ‘통찰(천재)’가 적용]

[일시적으로 체력이 떨어지지 않음]

[초월적 감정 ‘탐욕’ 상태에 돌입]

[66초간 지속]

아드리아스가 굳이 나태와 분노를 놔두고 탐욕을 사용한 것에는 왕관이 있음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통찰(천재)’ 재능 때문이었다.

“하아······.”

숨을 내뱉는 아드리아스의 사고가 가속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저절로 꿰뚫어보게 되고 떨어지는 붉은 빗방울 하나, 하나의 궤도가 계산되었다.

오직 아드리아스만이 느려진 세상에서 모든 걸 보고 느꼈다.

“엘리자베스, 난 마검사다.”

[“탐욕을 사용한 걸 자랑하는 건가요?”]

“그리고 동시에 네크로맨서지.”

서로의 대화가 엇나가며 아드리아스가 먼저 움직였다.

으적!

엘리자베스의 발밑으로 흑마법이 전개되었다. 가볍게 파훼를 한 엘리자베스는 한 번 지켜나 보자는 심정으로 아드리아스가 하는 꼴을 지켜보았다.

[“전 불사에요. 제가 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불사의 혈마법 덕분이죠. 게다가 지금의 전 초월자나 다름없습니다. 구원자님께서 아무리 발악하셔도 절 죽일 수는 없을 거예요.”]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자기소개는 아까 전에 했어야지.”

검은 왕관과 검은 날개가 언뜻 다른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드리아스가 지휘를 하듯 언데드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곧이어 마치 오케스트라의 합주와 같은 유기적인 움직임이 이어졌다.

우우웅-!

리치킹 하룬겔의 마법.

후웅!

카오스 드래곤 크리브마허의 도약 및 브레스 준비.

-크허엉!

티무르가 아드리아스의 지휘를 받으며 합격에 가세하고,

-주군의 명대로.

니켈의 만변이 날카롭게 내려베어졌다.

“조금 전에 널 죽일 수 없다고 했었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계는 색욕을 집어삼키고 일시적으로 힘을 증폭시킨 엘리자베스조차 손 쓸 수없는 태풍이 되고 있었다.

“죽이지 못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너한테 들어야할 이야기도 있고, 그 전에 대가를 치르게 해준다고 했었으니까······.”

아드리아스의 미소가 짙게 퍼져나갔다.

이어서 온갖 마법들이 주변에서 빗발치며 엘리자베스를 폭격했고, 놀랍게도 그 모든 마법은 언데드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았다.

모든 게 계산 하에 이루어진 공격들이었다.

서걱!

결국 엘리자베스가 니켈의 공격에 의해 조금씩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검으로 모든 것에 간섭할 수 있는 사기적인 니켈의 특성 탓에 불사의 혈마법으로도 누적되는 피해에 그녀가 벗어나려고 했다.

“말이 없어졌군요.”

[“······.”]

어차피 통하지 않는 다른 자잘한 공격들을 무시하려고 해도 결국 폭발이나 강제적인 물리력으로 인한 움직임의 둔화는 니켈의 공격을 불러왔다.

-흐흐흐. 어떠냐, 흡혈귀.

가장 큰 방해의 원흉인 하룬겔이 웃음을 터트리며 최대한 움직임을 제한하게끔 방해 마법을 퍼부었다.

[“역시 탐욕의 힘. 대단하군요. 과연 죄악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 모든 연계가 아드리아스의 계산과 명령에 의함임을 눈치 챈 엘리자베스는 재생하지 않는 신체를 느끼며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색욕을 사용하려고?”

[“맞아요. 이대로는 아무리 저라도 안 되겠어요.”]

그녀는 부정하지 않았다.

비록 상대가 인간에 불과할지라도 능력을 아끼거나 얕볼 생각도 없었다.

게임에서 색욕의 지팡이를 얻어 본 적은 있지만 사용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아드리아스는 통찰의 재능을 극한으로 발휘했다.

‘위험······하겠는데.’

색욕의 사용자가 하필이면 뱀파이어 퀸이라는 것도 그의 경종을 울리는 원인이 되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나타나엘Nathanael(??)이 나태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나타나엘Nathanael(??)과 나태의 쿨타임을 공유하게 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이제 그만 끝내자, 니켈.”

아드리아스는 가만히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색욕을 염두에 두고 있던 그는 오히려 엘리자베스보다 훨씬 철저한 계산을 해놓은 상태였다.

니켈의 나태를 사용할 가장 최적의 타이밍.

오직 그 타이밍만을 위해 지금껏 몰아붙인 거였으니.

[“누구 마음대로 끝······.”]

후웅! 후웅!

후와아아악--------!

하늘에서 맴돌던 크리브마허가 때마침 브레스를 날렸다. 아무리 불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았다간 큰 빈틈이 생길 게 뻔한 엘리자베스가 급히 몸을 피 안개 속으로 숨기는 사이,

쇄애액------!!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내던 니켈이 귀기를 뿌리며 오러 비기를 사용했다.

< 368화. 죄악 vs 죄악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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