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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64화 (364/415)

< 364화. 속전속결 >

바토리를 복속시킨 안젤라가 무장을 풀며 내게 다가왔다.

“도대체 언제 그렇게 강해진 거야? 자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바토리는 어떻게 됐습니까?”

“제대로 물들였어.”

안젤라가 바토리의 머리채를 움켜쥔 채 들어올렸다. 그 모습이 살짝 잔혹해보였지만 배신당한 안젤라의 입장에서는 많이 참은 거겠지.

“난 다른 직계한테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거든.”

갑자기 설명을 시작한 안젤라가 주변에 흥건한 피를 조종했다.

“원래 뱀파이어의 혈마법은 자신의 피로만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난 외부에 있는 피라면 모두 조종할 수 있지. 덕분에 바토리를 물들이는 것도 쉬웠어.”

“안젤라만의 특성입니까?”

“아마 혼혈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아니면 자기 덕분이거나. 하하.”

진화하고 난 이후에 생긴 능력인가.

아마 바토리는 안젤라의 특성을 모르고 주변을 피로 물들인 모양이었다. 알고 있었으면 저 기술을 조금 더 조심해서 사용했겠지.

“그래서 네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냥 따라나선 거야. 네 도움이 없었어도 혼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아드리아스는 강해.”

주변의 정리가 끝난 비비안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에 안젤라가 슬쩍 비비안을 보더니 이내 씨익 웃었다.

“맞아, 인정해. 솔직히 말하면 조금 전에 소환했던 언데드는 나도 감당 못하겠더라. 도대체 걘 뭐야?”

“제 비밀 병기입니다.”

니켈은······.

나도 일대일로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싶었다.

아마 지금의 능력에다 특수기술까지 중복 사용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는 해결했으니 바로 다음 목표로 가죠.”

“오오? 다른 곳도?”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직계를 치러 갑시다. 이 소식이 퍼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직계를 복속시키냐에 따라 시간이 더 단축되니까요.”

“난 오래 걸려도 상관없는데?”

“제가 상관있습니다. 전 할 일이 많거든요.”

묵시록의 기수들까지 해결한 이상 당장에 큰일은 없었지만 황제가 신경이 쓰였다.

황궁을 비웠다고 들었는데 그가 직접 움직일 정도면 결코 평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무슨 일을 꾸미는지 에반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이곳의 일을 빨리 해결함이 옳았다.

“아쉽네. 그래도 뭐, 퀸이 되고 나면 나도 자유로워지니까 그때는 널 따라다녀도 되겠다.”

“따라올 필요 없어.”

비비안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즉답했다.

그러자 안젤라가 요놈보소 하는 표정으로 비비안을 바라봤다.

“뭐야. 너희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야?”

“맞아.”

비비안이 다시 즉답했다.

그 대답에 반박을 하기에는 조금 애매해서 나는 가만히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서 어쩌나.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이미 내가 찜해뒀는데.”

“상관없어.”

“뭐가 상관없어?”

“네가 찜을 했든 안했든 나한테는 상관없어.”

“흠흠, 이제 슬슬 출발하시죠.”

예상치 못한 문제로 시간이 지체되자 나는 서둘러 두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래.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어때?”

“난 할 얘기 없어.”

······아무래도 조금의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

안젤라는 복속시킨 바토리를 이용해 가까운 직계들을 찾았다.

“바토리가 여기서는 그나마 강한 녀석이라 일이 쉽게 풀리네.”

그렇게 찾아낸 직계는 총 셋.

모두 순식간에 복속시키는데 성공했다.

“아니지. 이게 다 우리 자기 덕분인가? 히히.”

“안젤라 특성 덕분이죠. 복속이 그렇게 빨리 될 줄 몰랐어요.”

“그래? 아이, 그렇게 띄워주지 않아도 되는데!”

퍼억!

부끄러워하며 내 등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이 매서웠다. 저 손으로 터트린 뱀파이어의 수만 얼마인데······자각을 좀 했으면.

저 혼자 말하고 저 혼자 부끄러워하는 안젤라를 보자 원래 알고 있던 인상과 참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조금 차갑고 무서운 인상이었는데 사실은 이렇게 발랄했구나.

‘그것보다······남은 건 이제 10명 정도인가?’

그 중에서도 유독 강한 몇몇만 제외하면 지금의 셋처럼 손쉽게 복속시킬 수 있을 거다.

그나저나 안젤라의 특성 덕분에 복속의 과정 자체가 짧아져서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단축시킬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 다른 직계들은 비상이 걸렸을 테지만 이미 바토리를 포함해 넷이나 복속시킨 안젤라의 전력은 순식간에 가장 강한 세력이 되었다.

“이제 내 애들인가? 자, 다들 가서 할 일해.”

직계의 밑으로 복속이 되어있었던 일반 뱀파이어들도 모두 안젤라의 것이 되었다. 그녀는 다른 직계들을 감시하게 명령을 내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흐흐. 좋아, 좋아. 근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말씀하세요.”

“직계들을 다 흡수한다고 퀸이 될 수 있는 거야?”

“예.”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를 안한 거야?”

“안젤라처럼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더라도 못한 거지 안한 건 아닐 겁니다.”

실제로 이 방법을 모르는 직계도 있었다.

애초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기준으로 따지면 꽤 긴 세월이었지만, 퀸이 존재했었으니 이런 발칙한 방법을 시도할 생각은 아무도 못했겠지.

‘직계들은 대체로 게으르니까.’

게임에서도 집회가 뒷공작을 펼치지만 않았으면 아무 일 없이 몇 백 년은 평화로웠을 거다.

꼬박 하루 만에 안젤라의 거처로 돌아온 우리는 바쁘게 움직인 만큼 약간의 휴식을 취해주기로 했다.

“불청객이 있네?”

오두막 근처에 도착하자 안젤라가 살기를 드러내 웃었다.

“소식이 빠르군요. 벌써 눈치 챘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뭐, 어차피 목표는 다 이룬 상태지만.

나도 주변에서 느껴지는 뱀파이어의 기척에 슬쩍 마나를 모았다.

확실히 이번에는 안젤라와 비비안이 있으니 내가 검을 뽑을 차례가 오지 않아 편하네.

‘그림자 속박.’

아직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그 자리에 계속 은신해있던 세 명의 뱀파이어가 그대로 마법에 당했다.

투둑!

그러나 금세 마법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그 찰나의 시간만으로 안젤라와 비비안이 다가갈 시간은 만들어졌다.

퍼억!

“크헉!”

안젤라의 주먹에 맞은 뱀파이어가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이내 비비안도 뱀파이어 하나를 난도질했고······.

“죽어라!”

나머지 한 놈은 내게 접근했다.

“죽어? 누가? 너?”

“컥?”

나는 가볍게 그림자 탄환을 만들어 상대의 미간에 구멍을 뚫었다. 소리도 없이 날아간 탄환은 회전을 하며 저항 없이 나아갔다.

‘좋네.’

그동안 마법도 열심히 수련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활용을 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워낙 험한 일만 겪어서 검이 먼저 튀어나갔었는데 말이지.

“이거. 블라디미르 쪽 애들이네.”

죽은 뱀파이어를 살핀 안젤라가 중얼거렸다.

블라디미르라면 루시펠 성 안에서 가장 강력한 뱀파이어로 알고 있는데 워낙 나태한 성격이라 집회의 수작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우리가 움직인 것 때문에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둘 때문인가?”

안젤라가 나와 비비안을 보며 말했다.

정확히 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다 복속시켜야할 대상인 만큼 큰 의미는 없었다.

“다음 목표는 그럼 그 자로 하죠.”

“블라디미르는······.”

안젤라가 그동안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살짝 자신감이 떨어지는 목소리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중에 상대하면 안 될까?”

“상대가 강하면 더 빨리 처리해야 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먼저 움직인 이상, 상대도 다른 직계를 복속시키고 세력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네. 안 그래도 강한 놈인데 세력까지 더 커지면······.”

안젤라가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당장 쳐부수러 가자.”

“우린 뱀파이어가 아니야.”

비비안이 그런 안젤라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쉬어야 돼.”

“그럼 내가 얘들 데리고 혼자 갔다 올게. 직계 다섯의 힘 정도면 블라디미르도 사냥할 수 있겠지.”

안젤라가 내 동의를 구하듯 바라봤다.

사실 휴식은 필요 없었다. 내가 굳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다른 세력 쪽의 동태를 살피는 것과 먼저 싸움을 걸어오는 놈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의 수하들이 이렇게 먼저 왔다면 명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지.

“비비안, 휴식이 필요합니까?”

“아니.”

비비안의 즉답에 안젤라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방금 했던 말이랑 다르잖아!”

“아드리아스가 쉬어야한다고 말하면 쉬어야 되는 게 맞아. 쉴 필요가 있다는 건 아니었어.”

비비안이 뻔뻔한 얼굴로 말하자 안젤라의 입이 벌어졌다.

“허허허······.”

“웃음소리가 다채롭네요, 안젤라. 어쨌든 이왕 이렇게 된 거 블라디미르라는 직계를 공격해도 괜찮겠습니다.”

최소 일주일 이상으로 예정된 계획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었다. 안젤라의 특성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모든 게 내 계획을 따라주고 있었다.

“지금 바로 가죠.”

**

“블라디미르 님!”

수하의 호들갑에 블라디미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러한 격정적인 감정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침착해라. 무슨 일이지.”

“죄송합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그만······.”

“알았으니 말해라.”

“서쪽의 바토리와 듀리온, 보스토스, 그나리온이 모두 당했습니다.”

블라디미르는 수하의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상대의 말이 너무 급했던 나머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임에도 있었다.

“다시. 천천히.”

“죄,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안젤라가 데려온 인간들과 함께 서쪽의 직계들을 모두 복속시켰습니다.”

"복속?"

누가 누구를? 복속?

블라디미르가 말없이 생각을 가다듬었다. 워낙 나태한 생활을 즐겨왔던 그로서는 머리 회전이 빠르지가 못했다.

“안젤라가······바토리를?”

“바토리뿐만 아니라 서쪽에 위치한 듀리온, 보스토스, 그나리온이 모두 당했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수하를 잠시 노려본 블라디미르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간들이 그리 강했던 건가, 아니면 안젤라가 숨겨둔 수가 있었던 건가.”

“아무래도 인간들이 의심스럽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곧바로 일을 진행할 리가······.”

“그것도 그렇군.”

블라디미르는 슬쩍 미소 지었다.

비록 안젤라가 예상치 못한 일을 벌였지만 그는 전혀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우선은 다른 녀석들한테도 연락을 해봐야겠군.”

“제가 지금 당장 연락을 돌리겠습니다.”

수하가 그 자리에서 곧장 사라지자 블라디미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오랜만인 블라디미르는 느릿하게 몸을 풀었다.

“꽤 발랄한 짓을 하는구나, 안젤라.”

블라디미르는 안젤라가 대륙에서 인간들과 뭘하고 돌아왔는지 몰랐다.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도 몰랐고, 사실 그녀가 루시펠 성에 돌아오기 전까지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그 동안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퀸도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었군.’

몇 년이지······백년은 넘었던 것 같은데······.

블라디미르는 곰곰이 생각해보며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킹의 자리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

그는 안젤라가 네 명의 직계 뱀파이어를 복속시켰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나태한 탓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킹이라······그리 나쁘지만도 않······.”

콰아아아아앙-------!

혼잣말이 거대한 굉음에 묻혔다.

동시에 주변을 몰아치는 강대한 마력의 흐름을 느낀 블라디미르가 서서히 입을 벌렸다.

“허?”

분명 뱀파이어의 마력은 아니었다.

음습하고 질척였지만 순도가 높은 마력.

“인간?”

그의 의문성이 퍼지자 다시 한 번 괴음이 터져 나오며 그가 있는 장소의 옆 벽면이 무너져 내렸다.

“당신이 블라디미르입니까.”

먼지가 자욱하게 흩날렸지만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마력이 그조차 날려버렸다.

이내 드러난 흑의의 인간이 블라디미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아까우니 빨리 끝내죠.”

< 364화. 속전속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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