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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50화 (350/415)

< 350화. 타락한 힘 그리고 압도적인 힘 >

[타락한 ???의 날개가 사라집니다.]

[반동이 닥칩니다.]

니켈의 소환을 해제하고 날개도 다시 돌려보냈다. 사람이 없으니 눈치도 보지 않고 싸웠는데 내 예상보다 강했던 니켈 덕분에 뭔가를 하기도 전에 전투가 끝나버렸다.

‘첫 번째로 소환되는 하얀 기사가 4마리 중에서 가장 약하긴 하지만 설마 보스급 몬스터를 순삭 시킬 줄이야.’

자, 이제 누가 보스 몬스터지?

······라는 말이 어울리는 니켈이었다. 그만큼 마나를 많이 잡아먹지만 원죄와 그릇 특성 덕분에 넘쳐나는 나에겐 큰 부담이 아니었다.

“아드리아스, 너무 강해졌어.”

때마침 도착한 비비안이 휘둘러보지도 못한 검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동안 걱정을 너무 끼쳐서 저도 강해지기로 했습니다.”

“농담한 거야?”

“······재미없었습니까?”

쓰러진 거인을 옆에 두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자 루나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나뭇가지를 들고 쿡쿡 찌르고 있었다.

푸슉-!

정체를 알 수 없는 새하얀 연기가 마치 버섯의 포자처럼 터져 나왔다.

“조심하세요.”

미리 포션을 먹은 덕분에 병에 옮을 일은 없었다. 포트리온에서 깨어나자마자 멸망급 에피소드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것이기에 역병의 준비는 당연히 해놓은 상태였다.

‘언데드로 소환시킬 수 있을까.’

그때 시신의 안쪽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나는 곧바로 감각을 증폭시켰다.

푸욱!

낌새는 나만 알아챈 것이 아니었는지 비비안의 검이 어느새 시신의 중앙으로 파고 들었다.

검에 찔린 무언가가 이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살아있어?!”

루나가 전혀 긴장감 없는 표정으로 두 눈을 반짝였지만 난 그런 루나를 내 뒤로 숨겼다.

“끄으.”

“사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건가?

콰지지지직--!

그 순간 시야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엄청난 전류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베리얼!”

“수고하셨습니다. 이 시신은 제가 가져가도록 하지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까마귀의 부리 같은 마스크를 쓴 채 전류를 몸에 두르며 나타난 베리얼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우리를 미행했군요.”

“미행?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겠죠. 어찌됐든 덕분에 편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윽-

비비안이 백기사의 시신을 주섬주섬 아공간 아티팩트에 챙기는 베리얼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절 막으실 겁니까?”

그 행동에 베리얼이 표정을 알 수 없는 마스크 너머로 무덤덤하게 나를 돌아봤다.

“그 시체 속에서 사람의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신기한 일이군요.”

“베리얼, 분명 우리 사이의 거래에는 그 시체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 뻔뻔하게 구는 것 아닙니까?”

“한 가지 정보를 또 주죠. 어떻습니까?”

철면피를 깐 베리얼의 행동에 잠시 말문이 막혀있을 때, 저 멀리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애초에 그 시체가 목표였군요. 헤이겔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고요.”

“이 시신이 목표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베리얼은 그리 말하더니 뒤쪽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오는군요. 이대로 있으면 저들은 이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병에 감염되어 모두 죽을 겁니다.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으실 텐데요?”

“정보.”

“에이카 임프가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숨기며 당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들어가겠지만 그건 거짓입니다.”

“가십시오.”

에이카 임프, 집회에 마지막 남은 파벌을 유지하고 있는 마녀. 하지만 이미 내 세력은 모른과 살렘으로 인해 집회의 대부분을 흡수한 상황이었다.

베리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거대한 시신을 순식간에 챙겼다.

“아직 역병의 기운이 남아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멀쩡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오고 계신 분들은 위험하겠죠. 물리는 게 좋을 겁니다.”

“베리얼, 분명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죠?”

“예, 저는 사실만 말했습니다.”

“그 시체 속에 든 사람이 헤이겔입니까?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겁니까?”

“재미있는 추측이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언제 한 번 또 대면하죠.”

콰지지직!

베리얼은 그리 말하며 나타났을 때와 같이 온몸에 전류를 뿜어내며 사라졌다.

‘베리얼.’

요주의 인물로 찍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에반에게 맡겨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야지.

묵시록의 기사로 무얼 하려는지 몰라도 결코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만! 더 이상 가까이 가면 안 돼! 다 죽어!”

어느새 루나가 쪼르르 달려가 다가오는 사람들을 말렸다.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얼굴을 알아볼 정도의 거리까지 와있었다.

“세레나 에레스티얼.”

내 말이 들렸는지 세레나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오랜만이다.”

**

우리는 일단 에레스티얼 성으로 들어갔다.

반란군의 주축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는 나를 안내하는 걸 보면 드잡이질을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썩 호의적인 태도는 아니지만.’

모두가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적대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경직된 상태라고 할까.

“토너먼트에서 내 딸을 구해준 이후로 3년만인가.”

응접실에 도착한 에레스티얼 후작이 자리에 앉은 나를 향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이번에는 가문까지 구원을 받았군.”

그의 덤덤한 말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세레나의 오빠들인가, 저 사람은 세레나의 숙부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솔직히 상대의 말에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나도 몰랐기에 그저 조용히 있었다.

“왜 구해주었는지 물어도 될까?”

드디어 다시 나온 에레스티얼 후작의 말에 나는 잠시 어떤 식으로 대답할까 고민했다.

“그대는 지금 제국에서 수배되고 있는 반란군의 수뇌다. 그리고 우리 가문은 제국의 충실한 검이지. 그런 우리를 구해준 연유가 도대체 무엇이지?”

“저도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에레스티얼이 우리 가문을 공격한 적이 있습니까?”

내가 오히려 되묻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없지.”

“크롬웰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일 뿐입니다. 각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크롬웰은 억울하게 반란군으로 합류하게 되었지요. 그저 모하임과 친하다는 이유 만으로요.”

“홀링턴과 같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 이번에 우리 가문을 구해주었으니 제국을 배신하고 크롬웰을 도와달라고 할 셈인가?”

후작의 말에 그의 아들들이 맹렬한 눈빛을 보내왔다. 차마 대화에 끼어들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보였다.

“제가 한 말은 반란군의 수뇌라고 하시는 말씀에 대한 변명이었을 뿐입니다. 제가 에레스티얼을 구한 이유는 그냥 제가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원했다고?”

“예, 기껏 힘들게 제자를 길렀는데 이런 곳에서 죽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내가 세레나를 보며 슬쩍 웃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두 눈이 커지며 못 볼 걸 보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매몰차게 반응할 것까지는 없잖아. 3년 만에 봐서 정이 떨어진 건가?

“······정말 그게 이유라고?”

“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사실 세레나보다는 그냥 멸망을 막기 위해서 한 행동이긴 했지만 이왕이면 좋게 말한 거지, 뭐.

“말이 안 될 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천의 병사로도 막아내지 못해서 그동안 움직이지 않던 초인들을 움직일 정도로 강력했던 괴물을 고작 그런 이유로 죽였다고?”

“각하.”

슬슬 설명하기가 귀찮아지고 있었다.

다음 묵시록의 기사가 나타나는 위치와 시간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급할 건 없었지만 기껏 구해줬더니 취조를 하는 듯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각하께서 말씀하셨듯이 무려 초인들을 동원할 정도의 괴물을 저 혼자 죽였습니다.”

“······.”

“저 정도의 무력이라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후작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는 듯.

“각하께서는 지나다니는 개미를 밟을 때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밟습니까?”

“오만하군.”

드디어 입을 연 후작이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오만에 어울리는 실력이야. 대륙 10인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

“칭찬 감사합니다.”

“가문의 은인에게 내가 대접을 해주고 싶지만 보다시피 이 성에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피난을 떠났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쉬다 가게나.”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지만 전 이만 가보려고 합니다.”

내가 미쳤다고 여기 남아있겠냐.

곧 있으면 괴물을 사냥하기로 했던 초인들이 이곳에 들이닥칠 게 뻔한데.

“내가 못 미더운가?”

“아닙니다. 그저 할 일이 있어서 가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3년 동안 포트리온에서 갇혀 지냈더니 갑자기 반란군의 수뇌가 된 참이어서 바쁩니다.”

“하하,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지.”

후작은 그리 말하더니 이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우리 에레스티얼 가문은 단 한 번, 무슨 일이 있더라도 크롬웰을 돕도록 하겠네. 그것이 설령 제국을 배반하는 일이라도 말이야.”

갑작스런 선언에 후작의 동생이자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자가 소리쳤다.

“형님!”

“지금은 공적인 자리다, 단장.”

“가주님, 재고해주십시오.”

“은인을 대접하지 않는다는 것은 에레스티얼로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상대가 설령 악마라고 해도 우리를 도와준 이상 그만큼의 대가를 주어야해.”

후작의 말에 기사단장은 앓는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굳이 예시를 악마로 들어야하나?

내가 꼭 나쁜 놈이 된 것 같잖아.

“혹시라도 이견이 있나?”

이내 후작이 자신의 자식들을 향해 묻자 모두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졌다.

“없습니다.”

가장 먼저 대답을 한 것은 역시나 세레나였다.

“오히려 모자라다고 생각해요.”

“흠, 우리로서는 더 이상 줄 것이 없다.”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 자기들끼리 북치고 장구를 치는 듯해서 슬쩍 나섰다.

“호의는 감사합니다. 언젠가 에레스티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군요.”

타락한 날개를 사용한 이후라 피곤이 몰려온 상태였다. 이제 좀 쉬고 싶은데 별 쓸데없는 이야기로 내 시간을 뺏고 있네.

날개는 타락한 이후로 죄악의 능력치를 일부 가져왔다. 정확히는 죄악을 사용했을 때의 10분의 1만큼의 능력을 항상 유지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신 날개를 사용하고 나면 약한 부작용이 닥쳤다.

“가려는 건가?”

“예. 피곤하니 얼른 가서 쉬어야겠군요.”

“그러면 하루만 쉬었다 가지 그러나?”

거, 참 끈질긴 양반이네.

토너먼트 당시에 세레나와 크리스를 구했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오지랖이 넓은 아저씨였다.

“음?”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왜 그러나?”

“누가 오고 있군요.”

이 기운······.

오러 마스터다.

설마 초인들이 벌써 온 건가?

그런 것치고는 한 명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텅!

이내 문이 열리며 그 누군가가 들어왔다.

삭막한 얼굴의 남자는 이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누군가와 굉장히 닮아 있었다.

“음?”

그는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내게 시선을 던졌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오랜만입니다, 각하.”

등장한 인물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영지의 주인이자 에레스티얼의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리는 가문의 주인인 유노르 후작이었다.

< 350화. 타락한 힘 그리고 압도적인 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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