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36화 (336/415)

< 336화. 일그러진 자의 계획 >

차라리 보스 몬스터나 다른 빌런이었으면 몰라도 막시민 크로넬의 모습으로 변한 건 드림 이터의 실수였다.

“마, 막시민 크로넬!”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괴물인건가?”

그러나 워록들은 막시민이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호들갑을 떨며 뒤로 물러났다.

“도망쳐야 돼. 지금 우리의 힘으로는 막시민 크로넬을 막을 수 없다!”

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막시민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저들은 막시민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고작 몬스터 따위가 막시민의 모습을 흉내 낸다고 해서······.’

그의 검을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막시민에게 실례가 될 일이지.

오히려 나는 궁금해졌다.

과연 드림 이터는 어느 수준까지 막시민을 흉내 낼 수 있을까.

스릉-

겉모습만큼은 막시민의 ‘배신 처형자’와 똑같은 검이 번들거리며 드러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끝까지 나를 말려보려는 워록들의 말을 무시하며 검을 치켜세웠다. 곧이어 막시민의 형상을 한 드림 이터가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카강!

예상보다 빠른 공격.

그리고 상대의 검은 내게 막혔음에도 쉬지 않고 변화를 일으켰다.

‘생각보다······.’

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렀다.

“꽤 하네?”

콰가가각---!

나와 드림 이터 사이로 혜성과 같은 불똥이 쏟아져 내렸다. 얼굴이 번쩍거리는 검들의 부딪힘에 내 몸은 더욱 가벼워지고 있었다.

“허, 허허허······.”

“저것이 오러 마스터라 불리는 초인들의 전투.”

얼핏 들려오는 말소리에 나는 신나게 싸우던 것을 멈추고 정신을 차렸다.

‘외형 때문인가, 진짜 막시민이랑 싸운다고 생각하고 잠깐 신을 냈군.’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우로보로스의 조언은 틀린 적은 없었기에 같은 장소에 오랫동안 있으면 절대 좋은 꼴은 못 볼 거다.

“내 기억을 훔쳐서 움직임이 조금 비슷하지만 거기까지다.”

드림 이터가 내 말을 무시하고 돌진해왔다.

그런 드림 이터를 보며 나는 검을 늘어뜨리고 가만히 서서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선배? 선배!”

내가 가만히 서있는 게 불안했는지 루시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아.”

천천히 검집에 다시 검을 집어넣고 자세를 잡았다. 언젠가 본 적이 있던 누군가의 오러 비기를 떠올렸다.

‘개벽.’

무토의 비기, 개벽.

그 비슷한 무언가가 지금 내 손을 통해 발현되고 있었다.

콰아아악!

갈락슈르가 검집에서 마찰을 일으키며 열을 발산했다. 그 열에너지는 곧 눈앞으로 달려오는 막시민의 형상을 한 드림 이터에게 폭사했다.

파스스슥----------!

-끼이이이익!

드림 이터는 내 공격을 막지 못했다.

녀석은 강렬한 오러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간 채 꿈틀거렸다.

‘비슷했지만 확실히 차이가 나는군.’

미친 검술 재능으로 따라 해보았지만 역시 괜히 오러 비기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오러 비기는 단순한 검술을 넘어 마법과 같은 이치를 보이는 초능력과 비슷했다.

-꺼억.

죽지 않고 꿈틀거리는 드림 이터에게 다가가 마법으로 지졌다. 거의 소멸하기 직전이었던 드림 이터는 그걸로 끝을 고했다.

“마, 막시민 크로넬을 이기다니······.”

“아니지! 그것보다 막시민 크로넬의 능력을 온전히 가진 괴물이 아니었다고 판단하는 게 더 옳지.”

“그렇겠군. 그게 더 말이 되겠어.”

그 와중에도 분석을 하고 있는 워록들이 기가 찼지만 우선은 주변부터 파악했다. 드림 이터와의 전투는 금방 끝났지만 혹시 모를 변수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눈.’

부서진 공간의 틈새로 드러난 눈깔들이 어느새 전부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동안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시선들이었다.

후드득-

“뭔가 떨어진다!”

누군가가 허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의 말대로 공간이 부서져 내리며 잔해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었다. 단순히 균열이 가며 틈이 생겨나던 것과는 달랐다.

“우로보로스가 올 때까지 과연 이 공간이 버틸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 되는구나.”

“잠시만. 조금 전에 잠을 자면 안 되는 이유가 밝혀졌는데 그 원흉을 잡았으니 이제 마음껏 자면 안 되나?”

이 영감들은 방심할 틈을 주지 않네.

나는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버리는 이들에게 손을 들어 눈깔들을 가리켰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부터 우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우로보로스가 괜히 움직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 조금만 힘들어도 견뎌서 움직이죠.”

마나도 미약하게나마 돌아온 모양이니 더 이상 배려할 필요도 없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시점부터는 전과 같이 허약한 늙은이들이 아니었다.

“흥! 아까가지는 어쩔 수 없이 네 말을 따랐지만 이제 필요 없다. 난 내 마음대로 하겠어.”

처음부터 비호감이었던 바이슨이 대놓고 반발했다. 나도 굳이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마저 챙길 생각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따라오실 분들만 따라오십시오. 굳이 싫다는데 억지로 데려가지는 않겠습니다.”

“협박하는 거냐? 그렇다면 나도 협박해주지. 넌 나가면 나한테 죽었어.”

바이슨이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지만 솔직히 나가서도 무섭지 않았다. 워록이라고 칭송받아 와서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인데 초인을 공략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나였다.

“입 조심해라, 바이슨.”

그때 바하트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바이슨을 노려봤다.

“여기에서까지 지랄을 하는 게 보기 좋지 않군.”

“허, 바하트. 내가 그런다고 겁먹을 것 같아?”

자존심 강한 두 워록이 마치 당장이라도 붙을 것처럼 으르렁대고 있음에도 다른 이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빠져있었다.

“정말 신기한 공간이야.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와보겠나? 당장 연구를 해봐야해.”

“저 눈들의 정체는 뭐지? 몬스터인가?”

“흐음, 아쉽군. 마력으로 태워죽이지만 않았어도 사체를 연구해보았을 텐데······.”

마나가 되돌아오기 시작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모두들 내 말 따위는 무시하고 마나를 되찾아 생생해진 몸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루시아, 루나. 갑시다.”

그리고 나도 그들이 어떻게 되든 솔직히 상관없었다. 케슈른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스승과 함께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고 바하트도 눈치가 있다면 알아서 따라오겠지.

“나도 놀고 싶은데······.”

루나가 부러운 눈길로 워록들을 바라봤다.

그래도 그녀는 내 말을 따라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선배, 전 좀 힘든데 선배가 업어주면 안 돼요?”

“마나도 돌아왔잖아. 마법을 써.”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니에요. 선배는 모르시는 걸 보면 처음부터 제약이 없었나 보네요? 그러면 체력도 남아도시겠다.”

눈치 빠른 녀석.

나는 한 차례 루시아를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업혀.”

“감사함당.”

루시아가 사양 않고 곧바로 등에 업혔다.

그렇게 루시아를 등에 업고, 한 손에는 루나의 손을 잡은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떨고 있어.’

나는 미약하게 느껴지는 등의 떨림을 모르는 척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무서웠던 건가.

탁!

루시아에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갑자기 루나가 손을 놓고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루나?”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찌푸린 표정에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루나, 무슨 일이에요? 어디 아파요?”

“괜찮아.”

걱정을 끼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루시아를 내리고 루나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잠시만 살펴보겠습니다.”

“난 괜찮다니까! 계속 가! 안 아파!”

“그러시면 오히려 신경 쓰여서 못갑니다. 일단은 이것부터 드셔보세요.”

외상인지 내상인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토록 완고하게 나오니 확인하지는 않고 품에서 포션부터 건넸다.

루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내가 건넨 포션을 받고 들이키기 시작했다.

‘여전히 호흡이 불균형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포션으로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님을 단숨에 파악한 나는 루나가 걱정이 되었다.

혹시 지병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원래의 운명은 바꿨지만 애초에 그녀의 죽음은 바꿀 수가 없는 것이었다면?

“루나.”

“먹으니까 괜찮아졌어. 가자.”

거짓말을 하는 루나를 보며 나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루나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

처음에는 단순히 마나가 돌아오는 과정이겠구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루나? 몸에 뭔가가······.”

“아, 아드리아스 크롬웰! 도와다오!”

그때 누군가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달려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케슈른을 데려왔던 워록이었는데 숨을 헐떡이며 뒷말을 덧붙였다.

“모,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몬스터?”

이 공간에는 드림 이터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딱 한 개체만 있다는 뉘앙스로 들었었는데?

“허공에서 부서져 내리던 잔해들이 사실 몬스터였어! 핸드릭이 잔해를 조사해본다며 살펴보다가 그대로······.”

가지가지 하는군.

굳이 구해줘야하나 고민이 됐지만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워록들을 구해서 목숨을 빚져놓으면 돌아갔을 때 여러모로 유용할 테니······.

“먼저 가.”

루나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내게 손짓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루시아, 루나랑 같이 있어줘.”

“네, 선배.”

루시아도 눈치가 빨라서 루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은 진즉에 파악했을 거다. 난 나를 데리러온 워록도 그 자리에 남기며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멀리까지 가는 게 목표가 아닌 그저 움직이는 것 자체가 목표였기에 그리 멀지 않게 온 나는 금세 하얀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워록들을 볼 수 있었다.

‘많기도 하네.’

하얀 몬스터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목구비가 없이 그저 팔다리만 달려있는 형태였다.

“아, 아드리아스다!”

“살았어!”

이 바보 같은 양반들아.

연구나 조사 같은 건 이런 곳에서 하지 말라고. 그런 호기심 덕분에 워록이 된 거겠지만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알아야지.

퍼석-!

몬스터들은 단순했지만 신체능력이 뛰어났다.

거기다 숫자까지 많으니 이제 막 기초 마법을 사용할 수준의 마나를 회복한 워록들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재생도 하는군.’

까다로운 상대였다.

녀석들은 아까 전에 상대했던 드림 이터처럼 찰흙처럼 뭉치며 다시 살아났다. 재생력만 따지면 오히려 드림 이터보다 뛰어나보였다.

“따라오십시오.”

나를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단숨에 길을 뚫고 워록들을 따라붙게 만들었다.

“빠, 빨리!”

“경량화나 헤이스트를 써!”

뚫인 길은 금세 다시 메워졌기에 워록들은 다급하게 내 뒤를 따라붙었다.

“이놈들, 마법이 통하지 않아.”

어느새 내 곁에 다가선 바하트가 이야기해주었다.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

“적어도 기초 마법은 그랬다. 상급 마법 같은 고위 마법은 또 모르겠지만.”

마법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는 또 오랜만이다.

나중에 나올 멸망급 보스 몬스터쯤이나 되어야 마법 내성이 존재하는데 이런 잡몹들이 마법 내성이라니······.

재생을 계속하니 물리적으로도 죽이기 힘들었다. 다행인 건 속도가 느려 조금만 뛰어도 제칠 수 있다는 것.

“이제 제가 강제하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들 오시겠군요.”

“······.”

내가 비꼬자 아무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무사히 몬스터의 틈을 파고 나온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빠져나온 줄 알았지만······.

“망할.”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내 심경을 대변해주었다.

이제 보니 온 사방이 조금 전의 몬스터로 가득 차있었다.

“선배!”

다행히 루나와 루시아는 무사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일 뿐이고 온 사방에 깔린 허연 몬스터들로 인해 눈앞이 막막해졌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충 계산해본 결과 우로보로스가 오기까지 채 12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우로보로스가 오기 전까지 과연 이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으으······.”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루나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루나.”

이제는 내 말도 잘 들리지 않는지 그녀는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했다.

“어?”

그때 용케 잘 따라온 케슈른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진인데요?”

“뭐?”

“그 분이 지금 띄고 있는 마나의 종류, 마법진이에요.”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을 때 비앙테가 루나의 상태를 살폈다.

“체내에 마법진이 심어져있어요. 마법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하고 있던 거예요.”

“마법진이라니······.”

몬스터 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 갑자기 발견된 마법진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잠시만, 마법진?”

누군가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안색을 굳히며 루나를 노려봤다.

“루나 펜드래곤. 분명 맥스웰의 딸이었지?”

······설마.

설마, 그럴 리 없다.

아무리 맥스웰이 미쳤다고 해도 자신의 딸에게······.

“난 분명 들었다. 이 공간을 유지하는 핵이 따로 존재한다고.”

“아아?! 설마 그 핵이······.”

모두의 시선이 루나에게로 쏠렸다.

< 336화. 일그러진 자의 계획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