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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32화 (332/415)

< 332화. 뱀과 결계 >

스스스스--

공기가 차가웠다.

거대한 벽처럼 보이는 물체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는 잠시 말을 잃은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큰 게······뱀이라고?”

결국 누군가가 먼저 믿기지 않는다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척 보면 모르나?”

그런 누군가를 향해 바하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환수나 영물? 아니면 고대 초월종일 수도 있겠군.”

“말도 안 되는 소리! 영물이어도 정도가 있어. 저런 크기의 생명체가 고작 영물이라고? 게다가 환수종이라면 우리가 지금 환수의 땅을 밟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것도 말이 안 되지.”

워록 중 한 명이자 케슈른을 데리고 왔던 마법사, 그레슬리가 소리쳤다.

“고대 초월종은 더더욱 불가한 일이야. 만약 정말 고대 초월종이라면 우린 숨도 쉬지 못하고 있어야해.”

워낙에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지라 대부분 수긍한다는 눈초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하트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지만 이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저게 대체 뭐란 말인가? 뱀인 건 맞잖아?”

“그건······.”

“저렇게 거대한 뱀이 마나 이상 현상으로 만들어진 기물일까? 내 생각엔 차라리 셋 중 하나로 판단하는 게 더 낫지 싶은데.”

“그것보다 여긴 대체 어디야? 어떻게 돌아가야 하지? 바하트, 공간 마법은 사용 불가능한가?”

둘의 대화를 다른 마법사가 끼어들었고 이내 워록들은 서로 소란을 떨기 시작했다.

“마법이 사용되지 않아.”

“미치겠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난리가 아니네.

나는 슬쩍 몸 내부에서 마나를 굴려보았다.

‘되는데?’

혹시나 싶어 루시아와 루나에게 물어보자 그 둘도 마나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심장이 답답한 느낌이에요.”

“꽉 막혔어!”

둘의 대답에서 나는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심장의 마나만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온몸이 마나 저장고의 역할을 하기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아파······.

분명 귀로 들리는 묘한 소리와 달리 또 다른 무언가가 머리를 울리고 있었다.

띠링!

[영물 소통이 발동 중입니다.]

시왕지옥을 나오고 얻은 업적 보상.

랜덤 특성에서 나왔던 영물 소통이 자동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선배? 선배는 괜찮아요?”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괜찮은 것 같아. 그래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말고 있어봐.”

“네.”

나는 조용히 루시아에게만 속삭이고 다시 영물 소통에 집중했다.

-아파, 너무 아파······.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소리.

사람의 목소리와는 달리 마치 고주파나 저주파와 같은 듣기 힘든 소리였으나 그 의미가 전달되었다.

‘저 뱀이 내는 소리인가?’

내 쪽에서도 의사를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나는 일단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보이는 뱀에게 다가갔다.

“선배?”

마침 다들 서로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는 탓에 아무도 내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해서인지 평범한 일반인과 같아져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스스스스---

가까이서 보자 확실히 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나 거대하기에 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근육의 움직임이 선명했다.

“어이, 아드리아스! 뭐하는 거냐!”

뒤늦게 나를 눈치 챈 바하트가 소리쳤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몰렸지만 난 무시하고 뱀에게 손을 댔다.

꿈틀!

역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이내 뱀의 의지가 이전보다 선명하게 전달이 되었다.

-아파.

“아파?”

-······누구야.

내 말이 들리는 모양이군.

나는 계속해서 뱀에게 말을 걸었다.

“전 아드리아스 크롬웰. 당신은 누구죠?”

-난······.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 끌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지금 뭘 하는 거지?”

바하트인 줄 알았는데 바이슨이었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애써 손에 힘을 주는 모양이었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네 녀석이 수상했다. 맥스웰하고 한 패를 이루고 이 일을 벌인 거지?”

“손 놓으시죠.”

난 고요한 눈으로 바이슨의 눈을 마주봤다.

“두 번 말 안 합니다.”

“허! 아주 한 대 치겠다?”

“예.”

퍼억!

나는 그대로 바이슨의 턱을 날렸다.

안 그래도 심란한데 어디서 지랄이냐.

“끄으.”

마나를 싣지는 않았지만 내 몸은 일반인의 몸이 아니었다. 평범한 주먹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기사의 몸.

갑작스런 소란에 내게 몰려들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다. 유일하게 바하트만이 내게 다가오며 혀를 찼다.

“쯧. 그래서 지금 뭘하고 있던 거냐?”

“제가 최근에 특이한 능력을 얻어서요. 그걸 이런 곳에서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나는 다시 뱀에게 손을 댔다.

그러자 조용하던 뱀이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싸워?

“아닙니다. 그것보다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계속하죠.”

“대화가 되는 건가!”

바하트가 놀란 목소리로 감탄했다.

사실 특성으로 사용하는 능력인지라 나중에 설명하기가 애매해져서 밝히기 싫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난, 우로보로스.

“우로보로스?”

우로보로스······.

어디서 들어봤던 이름이었다.

게임에서는 아니고 전생의 현실에서 들어봤던 이름.

‘분명 우로보로스라는 이름의 특수 부대도 있었지.’

잘 생각해보니 떠올랐다.

그 특수부대 덕분에 우로보로스가 무한한 순환을 의미하는 거대한 뱀이라는 것도 생각났다.

“이름이 우로보로스라고?”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워록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섰다.

소환술사이자 마법사인 카를이었다.

“진짜라면 바하트의 말이 맞았군! 고대 초월종이야! 세상에, 내가 살면서 고대 초월종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될 줄이야······.”

지금이 감동할 때냐.

하여간 초인치고 멀쩡한 사람이 없으니 이 사태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긴 위험해.

“무슨 말이죠?”

-너, 인간이지?

“그렇습니다.”

-이곳은 인간이 살아남을 수 없어. 인간이 아니더라도 생명체라면 살아남기가 힘들어.

우로보로스가 꿀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흰 다 죽게 될 거야.

마치 운명을 선고하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애초에 살아남기 위해 우로보로스와 대화를 시작한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무 돌직구와도 같은 질문이었을까.

우로보로스의 말문이 막혔다.

“어이, 아드리아스. 방금 그네 무슨 소리지?”

오히려 난리가 난 것은 내 뒤에 있는 사람들.

내 질문으로 인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드디어 깨달은 모양이었다.

-불가능해.

“불가능하다고요? 방법은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방법은 있어. 무려 2개나 있지.

우로보로스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웃는 게 느껴졌다.

-첫 째, 결계의 핵이 되는 마법진을 파훼하면 돼.

“이곳은 결계 안입니까?”

-그래.

나는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그러나 마법진은 커녕 새하얗기만 한 공간이었고 그 어떤 마나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마법진은 어떻게 찾죠?”

-이 결계는 나를 이곳에 가둔 마법사가 만들었어. 그 녀석은 알고 있을 거야.

“당신을 가둔 마법사?”

끝을 모르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뱀을 도대체 누가 가둔 거지?

설마 맥스웰이?

-이름은 몰라. 난 함정에 걸렸어. 그 대가로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오며 죽어가고 있지.

우로보로스는 자신의 죽음을 덤덤하게 말했다.

거기에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슬픔도 없이 그저 사실만이 담겨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날 죽이는 거야.

“당신을?”

-결계의 핵이 존재한다면 난 결계 그 자체. 지금 이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건 나 자신이야.

우로보로스의 몸이 조금 더 크게 흔들렸다.

“우어어!”

“뭐, 뭐야. 혹시 그 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냐?”

이제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평범한 일반인으로 전락해버린 워록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조금 전부터 심장이 아파. 아마 너희들이 이 공간에 들어온 것과 연관이 있겠지.

“저희 때문인가요?”

-아니. 너희 때문은 아니야. 너희 때문이었으면 그냥 다 죽여 버렸지.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우로보로스가 웃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는 지성체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 심장이 아프지만 이 기쁨에 비하면 견딜만해졌어.

“제가 계속 말동무가 되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마법진의 핵에 관해서 짐작이 가는 게 없으신 건가요?”

-핵이 되는 마법진은 그 마법사가 가지고 있었어. 결계 외부에 있지.

“핵이 외부에?”

우로보로스가 불가능하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정말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계를 유지하는 마법진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다니······.’

사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실력이었다.

진짜라면 니바스의 재림이라고 봐도 될 정도.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나를 죽이는 거야. 애초에 이 공간 자체가 나로 인해 만들어졌거든.

“당신을 죽여도 된다는 소리입니까?”

어느새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비록 우로보로스의 말은 들리지 않아도 내가 하는 말을 통해 유추해낼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자세히 들으려는 모양새였다.

-난 오히려 죽여줬으면 좋겠어. 이제는 너무 힘들어. 하지만 너희로는 불가능할 거야.

우로보로스가 한숨을 내쉬듯 의지를 보내왔다.

그러더니 돌연 이상한 말을 했다.

-일단 당장 살고 싶으면 네 뒤에 있는 녀석들한테 계속 떠들라고 말해.

“예?”

-조용해지면 죽을 거야. 이 공간이 그런 공간이거든.

이 무슨 괴상한 공간이냐.

마치 마나 이상 현상과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별 차이가 없었다.

“여러분, 떠들지 않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뭐? 갑자기 뭔 소리야?”

“마나 이상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용해지면 모두 죽는답니다.”

마나 이상 현상이라고 하자 단숨에 납득을 한 사람들이 열심히 떠들기 시작했다.

“맥스웰, 이 새끼. 나가자마자 머리통에 구멍을 내주겠어.”

“정말로 마법은 사용이 안 되는 건가? 누구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

“고대 초월종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군!”

각자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다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잠을 자면 안 돼.

“자면 죽습니까?”

뚝!

내 말이 울려 퍼지자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만큼이나 이번 조건은 가혹한 감이 있었다.

-죽지는 않지만 죽을 거야. 여기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거든.

“그 말은 누군가가 잠에 들면 그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나 우리를 죽일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해. 똑똑하네.

잠을 자면 나타나서 죽이는 존재.

분명 게임에서 읽어봤던 내용이었다.

“드림 이터?”

-이름은 몰라. 그래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힘을 가진 것 같아.

드림 이터가 맞는 것 같았다.

꿈을 먹는 유령이면서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미지의 존재.

‘잠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게임에서도 실제로 만나본적은 없고 고문서로만 확인했던 몬스터였다. 고대 시대에 종종 보이던 희귀 몬스터라고 하는데 그 강함은 미지수.

나는 잠을 버틸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잠에 빠지면 분명 드림 이터가 나타날 것이 분명했으니까.

-계속 떠들어야 해. 계속 깨어있어야 해. 과연 너희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난 오래 버텨줬으면 좋겠어. 긴 세월동안 말도 안 통하는 괴물이랑 단 둘이서 심심했거든.

우로보로스의 웃음이 흐릿하게 이어졌다.

아주 주옥같은 공간에 들어와 버렸네.

< 332화. 뱀과 결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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