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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31화 (331/415)

< 331화. 계략과 제물 >

전날 아드리아스와 헤어지기 직전에 팁을 두둑이 받은 호튼은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나왔다.

“이제 곧 축제 시작이구나.”

매년 개최됐던 축제라 포트리온 외곽에 사는 그로서는 큰 감흥은 없었지만 최연소 워록이라는 아드리아스를 만난 덕분인지 기분이 묘했다.

“나도 조금 분발해야겠어.”

어느 순간부터 마법의 정진보다 포션으로 돈을 벌 궁리만 하고 있었다. 애초에 포션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도 마법 연구를 위한 자금을 벌기 위함이었으나 본말이 전도되어버린 상황.

“여어, 호튼! 웬일로 네가 이런 식당에 다 오냐.”

“존스, 아침부터 술이야?”

호튼의 집 근처에 사는 존스가 맥주잔을 흔들며 그를 반겼다.

“내가 일 끝나고 매일 맥주나 한 잔 하자고 해도 돈이 없다던 네가 별일이네. 역시 축제라 그런가?”

“전날에 팁을 좀 많이 받아서 오랜만에 고기를 뜯으러 왔지. 기름으로 목구멍의 떼 좀 벗기려고.”

“어쭈? 그럼 나 맥주 한 잔만 사줘라.”

“돈 없다.”

말을 하면서 자연스레 존스의 옆에 앉은 호튼이 이내 음식을 주문했다.

“그래서. 누가 그렇게 팁을 주디?”

“내가 이 말을 안 할 수가 없지. 너 어제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온 건 아냐?”

“당연히 알지! 설마?”

존스가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으며 커진 동공으로 호튼을 바라봤다.

“너! 아드리아스를 안내했군?”

“그래, 이게 나다.”

“허! 뭘 이게 너냐. 그냥 운이 좋았던 거겠지.”

존스의 말이 맞았기에 호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넘겼다.

“올해 들어서 가장 운이 좋았던 일이다.”

“나는 왔다는 소식만 듣고 실제로 못 봤는데 어떻디?”

존스가 관심을 가져주자 어깨가 올라간 호튼은 고개를 치켜들며 생각에 빠진 시늉을 했다.

“흐음. 확실히 비범했지.”

“역시 그렇겠지? 무려 25살에 최연소 워록이 되었으니까. 막 도도하고 차갑고 냉정한 천재일 것 같은데.”

“그건 아니야. 오히려 정반대였어.”

“정반대?”

“그래. 워록이면서도 그렇게 친절한 워록은 처음 봤다고. 아직 젊어서 그런지 성깔 더러운 기존 워록들과는 다르더라.”

호튼은 전날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실제로 처음 봤을 때는 차가운 인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와 대화를 나눠보고 주변을 챙기는 모습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깔이 더러운 기존 워록?”

그때 구석 쪽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던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호튼에게 다가왔다.

“음?”

호튼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보자 로브를 뒤집어 쓴 마법사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허억!”

“그래, 내가 바로 성깔이 더러운 기존의 워록이다.”

낄낄거리며 웃는 남자는 이번 축제에 참가하는 워록인 헤세우스였다.

워록치고는 별나지 않은 자가 드물었는데 헤세우스도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워록 중 하나였다.

털썩!

자연스레 합석을 한 헤세우스는 웃으며 호튼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그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어때 보이던가? 막 강해보이고 그래? 사용하는 오리지널 마법이 뭔지는 알아냈고?”

“그, 그게······전 포트리온의 관광만 도와줬을 뿐인지라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마법을 사용할 일도 없었고요.”

“에잉, 쭉정이군.”

생각보다 정보가 없자 헤세우스는 혀를 찼다.

“뭐, 곧 만나게 될 테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

“헤, 헤세우스 님도 축제에 참가하려 온 건가요?”

“그럼 내가 왜 왔겠어!”

우우웅----!

웅웅웅웅!

헤세우스의 외침과 동시에 거대한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호튼은 헤세우스가 마법을 사용하는 건 줄 알고 고개를 바닥으로 숙이며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죄, 죄송합니다! 함부로 말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호튼의 외침에도 공명음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이내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호튼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고개를 들었을 쯤에는 탁자에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어?”

확인해보니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우르르 바깥에 나가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뭔가 싶어 따라 나가보자 호튼은 공명음의 원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포트리온의 천장을 수놓았던 형형색색의 마법진들. 그 마법진들이 빛을 발하며 가동되고 있었다.

“마법진이 발동하고 있어!”

“뭘 위한 마법진이지? 가동되는 건 10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처음 보는데?”

“난 애초에 가동되고 있는 건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었다니······.”

포트리온을 숨기기 위한 결계용 마법진이라 생각해왔었던 사람들의 편견이 부서져나갔다.

**

‘하필이면······.’

나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맥스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곧 축제가 시작된다는 뜻.

‘축제가 시작된 이후에 나가면 문제없지.’

딱히 출입을 통제하는 건 아니었기에 아직까지는 큰 걱정이 없었다.

“아직 많이 모이지 않았군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맥스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축제를 시작하도록 하죠.”

쿠웅! 쿠웅! 쿠웅!

마치 북소리와 같은 고동이 퍼져나가고 원탁이 빛나기 시작했다.

“오호? 이런 경우는 여태 없었는데 뭔가를 준비하긴 했나 보군!”

바이슨이 낄낄대며 빛나는 원탁을 살폈다.

내가 알기에도 평소엔 축제의 시작을 맥스웰이 선포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마법진?”

어느새 근처까지 온 케슈른이 원탁을 보며 눈을 좁혔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축제 기간이 다가왔군요.”

그때 천장에서 나타난 맥스웰이 허공을 사뿐히 밟으며 나타났다. 이전에 보았던 노인의 모습이 아닌 젊은 마법사의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선택을 빨리 공표했습니다. 무척이나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었거든요.”

맥스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이벤트도 그 분을 위해 준비했죠.”

내려오던 맥스웰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 그 분이 나를 뜻하는 거냐?

“아빠······.”

그때 루나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맥스웰이 루나의 아버지였군.

내가 알기로 루나가 맥스웰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었다.

탁!

원탁 위에 내려선 맥스웰이 이내 마나를 흩뿌렸다. 그러자 원탁의 빛이 더욱 환해지며 숨겨져 있던 마법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맥스웰!”

그때까지 지켜만 보던 바하트가 돌연 소리쳤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역시 바하트 알븐이시군요. 눈치 채신 겁니까?”

눈치를 채다니?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아와 루나를 양 옆구리에 끼웠다.

“끼엑?”

“선배?!”

도망쳐야했다.

케슈른은 아쉽지만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호오?”

맥스웰의 감탄사가 뒤에서 들려오고 여러 워록들의 외침이 뒤따랐지만 무시하고 달렸다.

우웅!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마치 투명한 막이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내 전진을 막아냈다.

“이미 늦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포트리온에 들어온 직후부터 시작됐거든요.”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이미 포트리온에 왔을 때부터 탈출은 불가능했다는 건가.

‘독 안에 든 쥐였군.’

그때 바하트의 마법이 전개되었다.

콰자자작!

엄청난 전류가 튀기며 맥스웰에게 다가가고 맥스웰은 미소 한 번으로 그 마법을 막아냈다.

“바하트 알븐! 갑자기 공격을 하다니 대체 무슨 짓인가!”

디바우러 중 하나가 소리쳤고 바하트는 그런 그를 노려봤다.

“너도 저 녀석이랑 한 패냐?”

“뭐, 뭣? 한 패라니?”

“보아하니 상황을 모르는 것 같군. 그래놓고 워록이라니 웃길 따름이다.”

바하트의 말에서 무언가를 눈치 챈 원탁의 사람들은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맥스웰을 바라봤다.

“매, 맥스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 가능한가?”

“전, 아주 오랫동안 이 계획을 준비해왔습니다.”

대답 대신 뜬금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만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눈치였다.

“이런 제기랄!”

바이슨이 벌떡 일어나 원탁을 벗어나려했다.

하지만 그도 나처럼 얼마 못 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막혀있군! 이 개 같은 새끼,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

“이제 거의 다 됐습니다. 편히 기다려주십시오.”

맥스웰의 말처럼 원탁의 마법진이 거의 다 완성되고 있었다. 그를 눈치 챈 몇몇 워록이 원탁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지만 가운데에 서있는 맥스웰은 간단하게 모든 마법을 막아냈다.

“거대 봉인 결계 주문. 이건 단순히 이 원탁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깥과 이어져있어요.”

케슈른이 원탁을 분석하며 중얼거렸다.

“정답입니다, 케슈른 비올가. 역시 마법진의 천재답군요.”

워록들의 마법을 막아내면서도 여유롭게 반응한 맥스웰이 이내 나를 돌아봤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 그것보다 대체 뭘 하려는 거냐.”

도대체 뭘 위해 이러는 거지?

날 죽이려고? 아니다. 단순히 날 죽이려고 이런 함정을 만들어놓을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을 꾸미고 있을 게 분명했다.

‘게임에서는 맥스웰이 이런 기행을 벌인 적이 없었다. 뭐가 달라진 거지?’

분명 내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변했다.

그렇다면 뭐가 변한 거지? 내가 일찍 워록이 된 것? 아니면 집회에 소속된 것? 어쩌면 북부의 멸망급 시나리오를 막은 게 이유일 수도 있었다.

짚이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지려는 가운데 문득 떠오른 한 상황.

대롱대롱-

내 옆구리에 끼워진 루나를 바라보자 그녀도 나를 올려다보았다.

‘루나가······살아있어.’

원래였으면 이미 죽었어야할 루나 펜드래곤.

굳이 헤이겔이 루나를 포트리온으로 부른 이유, 그리고 루나의 아버지 맥스웰 펜드래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원탁이 하얀 빛을 내뿜으며 시야를 물들였다.

화아악----!

파사사삭!

이내 빛이 사그라들며 드러난 광경은 우리가 알고 있던 공동이 아니었다.

“하!”

누군가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주 기깔난 이벤트를 준비했군. 이 맥스웰 개새끼가!”

다혈질인 바이슨의 외침이 공허하게 공간을 흔들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새하얀 공간.

아무것도 없이 그저 하얗기만한 장소였다.

“이건 안개인가? 신기하군.”

“오오? 마나가 유형화되어 눈에 보일정도로 짙어진 느낌이야. 아주 흥미로워.”

그 와중에도 탐구심을 발휘하는 몇몇 이들이 있었지만 나는 우선 루시아와 루나의 상태를 살폈다.

“둘 다 괜찮죠?”

“네, 일단 좀 놓아주실래요?”

“응.”

나는 둘을 내려놓고 일단 상황을 파악했다.

이미 맥스웰의 계략이 진행된 이상, 그걸 깨부수는 방법 밖에는 다른 수가 없지.

“아드리아스.”

그때 바하트가 굳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뭔가 짐작가는 건?”

“죄송합니다.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왜 도망치려고 했지?”

“한 눈에 봐도 위험해보였으니까요.”

바하트가 팔짱을 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위적인 공간이다. 동시에 전혀 평범하지 않아. 이런 공간에 우리를 가두려면 고작 맥스웰 혼자만의 마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해.”

바하트의 말 대로였다.

마법으로 구속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는데 강대한 마력을 품은 존재를 구속하려 할수록 훨씬 강한 힘이 필요했다.

‘이곳에는 무려 10명이 넘는 워록들이 있다.’

그 모두를 이러한 공간에 가둬놓았다는 건 절대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도시 자체가 이 마법을 위해 설계 되었을 수도 있겠군.”

“아······.”

바하트의 말에서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하늘을 수놓았던 의미 모를 마법진들, 그리고 하필이면 도시 중앙에 육망성의 모양으로 존재했던 심층부.

‘그렇다면 대체 언제부터 이 계획이······?’

애초에 도시를 세운 게 맥스웰 본인이던가?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예상보다 너무나 큰 스케일에 할 말을 잃었다.

스스스슥----

그때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새하얀 공간에서 정체모를 소음이 들려왔다.

화르륵!

워록 중 누군가가 불을 밝히며 안쪽을 살폈다.

모두들 나름 쟁쟁한 인물들인지라 전혀 겁내지 않는 기색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어?”

그러나 이내 드러난 무언가에 누군가 당황한 음색을 띄웠다.

“벽? 아니 이건······.”

불에 비춰진 것은 거대한 벽.

그 끝을 모를 정도로 높이 솟아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벽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벽이 아니야. 저건······.”

“뱀이다.”

바하트가 심각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물체를 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살아있는 거대한 뱀.”

< 331화. 계략과 제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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