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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17화 (317/415)

< 317화. 진정한 복마전 >

촤르르륵---!

강력한 힘을 품은 나태의 페이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변으로 강렬한 마력의 폭풍이 생성되었다.

“이게 바로 죄악의 힘······!”

제스터가 전율을 느끼며 외쳤다.

집회에 존재하는 죄악은 나태와 질투가 있었다. 그러나 질투의 경우 일회성의 소모품이라 단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던 그였다.

제스터는 휘몰아치는 마력을 느끼며 나태에 내재된 마법을 준비했다.

곧 거대한 마법진이 크롬웰 성의 주위에 새겨지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뭘 실실 쪼개.”

“······하?”

마법을 준비하던 제스터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가 잘못 본 건가?’

제스터가 돌아본 곳에는 분명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갑자기 뭔 일인가 싶었는데 깜찍한 짓을 꾸미고 있었네. 좋은 말로 할 때 마법 꺼라.”

“사, 살렘 예디디아. 그대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내가 여기 있든 저기 있든 뭔 상관이야. 닥치고 마법이나 지워, 뒤지기 싫으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다른 인물도 아니고 하필이면 악마가 이곳에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지금이라면······.’

제스터도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무려 200년이 넘게 집회소속으로 활동해온 흑마법사.

게다가 지금은 죄악 중 하나인 코덱스 아포칼립스, 나태의 페이지를 들고 있는 상황.

“흐흐흐, 흐하하하하!”

나태의 강렬한 마력을 느끼며 제스터는 오히려 웃었다.

“살렘 예디디아! 지금까지 그대에게 당해온 불합리함을 드디어 청산할 때가 왔군!”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미쳤냐?”

살렘이 사악한 뱀을 꺼내들었다.

“나태를 가져와서 눈에 뵈는 게 없어진 모양인데······.”

살렘은 오히려 좋다는 듯이 웃었다.

“두개골에 구멍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뒤져라! 살렘 예디디아!”

크롬웰 성에 만들어지던 마법진이 취소되었다.

어차피 다른 곳은 자신의 수하들이 알아서 해결할 거라 믿은 제스터는 곧바로 마법의 대상을 살렘에게로 변경했다.

사라라라락--

그와 동시에 살렘의 사악한 창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오늘 좀 맞자.”

사악한 뱀의 창두가 갈라지며 수십 갈래의 창격이 쏟아졌다.

우우웅--

명성과 걸맞은 강력한 보호막이 제스터의 주위를 감쌌다.

사악한 뱀의 무시무시한 공격도 견뎌낸 제스터는 손에 들린 나태를 들어올렸다.

“절망하라!”

촤륵!

나태의 마법이 발동되며 살렘의 주위를 감쌌다. 그때까지도 창만 휘두르며 대항하지 않던 살렘은 슬쩍 미소 지었다.

“궁금했는데 잘됐네.”

나태의 결계에 갇히며 마지막으로 내뱉는 한 마디였다.

“흐흐, 흐하하하!”

그 모습을 보던 제스터는 자신의 손에 들린 큐브를 보며 폭소했다.

“천하의 살렘 예디디아가 손도 못쓰고 결계에 갇히다니! 역시 죄악이구나!”

대륙 10인 중 하나이자 역사상 최악의 흑마법사 중 하나로 꼽히는 살렘이 반항조차 못하고 마법에 당하는 모습은 그간 쌓였던 제스터의 울분을 날려버렸다.

“살렘 예디디아가 한 방에 나가떨어졌으니 이제 거슬리는 건 없다.”

설령 모른과 루나가 나타나더라도 이 나태만 있다면 모두 해결이었다.

“응?”

그러나 제스터는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왜 이리 조용하지?”

분명 지금쯤이면 자신의 마법이 아니더라도 수하들로 인해 영지가 불바다가 되어있어야 하건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섬뜩할 정도로 조용해 보이는 크롬웰 성을 보며 제스터는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쩌저적!

제스터가 당황하고 있을 때, 검은 반구 모양의 나태의 결계에 금이 갔다.

“허?!”

말도 안 된다.

제스터는 경종을 울리는 자신의 감각을 무시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죄악은 고대 시대에 존재했던 가장 강력한 물건들 중 일부.

그런 죄악의 기술을 단숨에 파훼한다는 건 제스터의 상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쩌적! 콰직!

그러나 그런 제스터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며 살렘이 걸어 나왔다.

나태의 결계에서 나오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0여초 남짓.

“뭐야, 다 죽이니까 끝나잖아.”

살렘이 시시하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사, 살렘 예디디아······. 도대체 네놈은······.”

“놈?”

이상한 곳에서 꽂힌 살렘이 인상을 찌푸리며 제스터를 노려봤다.

“일부러 기술에 걸려줬더니 별 시답잖은 환상이나 보여주고······. 재미가 없다. 그냥 널 두들겨 패는 게 더 재밌겠어.”

이내 살렘의 문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부디 너는 재밌기를 바라마.”

**

주위를 둘러싼 수인들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전부 어딘가 한 군데 개조를 한 듯했고 느껴지는 기운도 상당했다.

‘황제가 꾸몄다는 게 이거였군.’

그나저나 내가 안 왔으면 진짜로 큰일 날 뻔했다.

“오빠!”

“위험했으면 조금 더 일찍 부르지 그랬어.”

옆을 보니 에이미의 비서인 마리아가 호신용 검을 들고 서있는 게 보였다.

“마리아, 물러나세요.”

“알겠습니다.”

싸움도 못하면서 에이미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나저나 다른 양반들은 어디 있길래 에이미가 위험할 뻔한 거냐.

“대화는 안 통하겠네.”

수인들의 몸에 새겨진 노예 인장을 보니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주인의 명령을 들어야하는 이들.

“미안하지만 원망하려면 명령을 내린 놈을 원망해라.”

죽여야겠지.

나는 갈락슈르를 뽑아들고 자세를 잡았다.

수인들의 수는 여섯.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였다.

후욱!

수인들은 말없이 공격을 해왔다.

그 수준이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꽤 높았다.

뛰어난 신체를 바탕으로 휘두르는 검과 주먹.

콰직!

그러나 내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자비에가 예상 외로 강했지.’

막시민과 대등하다는 게 그저 소문인 줄 알았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는 피지 않는다고 생각보다 강했다.

단 일수였지만 피했다고 생각한 검에 상처가 생겼으니까.

푸욱!

딴생각을 하면서도 적들을 착실하게 줄여나갔다. 비록 오러 마스터는 아니더라도 검술만 놓고 보면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검술 천재 재능의 진화 성공률을 30%나 쌓았을 정도니까.’

재능이 높아질수록 경험치를 쌓기 어려운 걸 생각해보면 내 검술 경험치는 일반인이 얻기 어려울 정도의 양이겠지.

털썩!

마지막 남은 녀석까지 쓰러트렸다.

혹시 몰라 마나 스캔을 돌렸지만 이 주변으로는 아무도 없었다.

“다친 데는?”

“난 괜찮아. 근데 오빠, 상처가······.”

에이미가 내 턱에 난 상처를 걱정스럽게 보았다. 이건 자비에한테 당한 건데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별 거 아니야. 그것보다 큰일이 날 뻔했네. 다른 사람들은?”

“나도 몰라. 너무 갑자기 들이닥쳐서······.”

분명 잔당이 아직 남아있을 거다.

황제는 분명 영지민들도 전부 죽어가고 있다고 했으니 고작 이 여섯 명의 수인이 전부는 아니겠지.

‘근데 너무 조용한데?’

영지를 박살낼 것처럼 말한 것 치고는 바깥이 조용했다.

내가 소환된 곳은 영주성이었기에 나는 곧바로 창밖을 확인해보았다.

“오빠, 혹시 짐작 가는 게 있어?”

“나중에 말해줄게.”

굳이 마리아가 있는 곳에서 말할 필요는 없겠지. 물론 조금 전의 행동으로 그녀를 믿게 됐지만 혹시 모르니 말이다.

삐이이익---!

에이미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날카로운 고음이 울려 퍼졌다.

다시 창밖에 시선을 돌리자 눈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저, 저게 대체······.”

놀란 마리아가 침착한 외모와는 달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에이미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군.

‘하늘섬 고래.’

반투명한 외형의 거대한 고래였다.

단순한 이름만큼 그 특징도 간단했는데 거의 섬의 크기만하다고해서 붙은 이름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하늘을 유영한다는 것.

‘설마 드미트리가 하늘섬 고래를 사육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키웠을 때보다 강하다는 소리잖아, 그럼.’

하늘섬 고래는 정령의 땅에 존재하는 생물로 환수의 일종이었다. 지속적인 소환 상태가 가능한 영물과는 달리 환수는 단발성으로 소환되었다가 사라진다.

단발성이라 좋지 않아 보이지만 위력 자체는 영물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우우웅---!

삐익----------!

소환된 하늘섬 고래는 하늘로 높이 떠올랐다가 마치 미사일이 떨어지듯 어딘가에 처박혔다.

외성 밖의 야트막한 산이 있는 곳이었는데 고래가 떨어지자 거대한 물보라가 일며 산이 통째로 소멸했다.

“지금 우리가 헛 걸 보는 건가?”

에이미가 중얼거렸다.

단발성 소환인 만큼 산을 하나 없애고 곧바로 사라진 탓에 착각할 만하지.

“저기도 끝난 모양이네요.”

“깜짝이야!”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안 그래도 정신이 없어보였던 에이미가 놀랐다.

“이자벨.”

“혹시나 싶어서 급하게 와봤는데 아드리아스 님께서 와계실 줄은 몰랐네요.”

조용히 나타난 이자벨은 깔끔한 모습이었지만 짙은 혈향을 숨기지 못했다.

그녀도 어디선가 전투를 치르고 온 모양이었다.

“다른 이들도 열심히 적들을 소탕하고 있으니 안심하기 바라요.”

이자벨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에이미를 달랬다. 그리고는 내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흑마법사들이에요. 꽤 많이 왔더라고요.”

“확인했습니다.”

이미 수인들의 신체 개조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궁금한 건 네임드 흑마법사의 존재여부.

콰과과과과광----------!

그리고 그 생각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한쪽 방향에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에이미는 제가 보호하고 있을 테니 구경이라도 갔다 오실래요?”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이자벨이라면 안심이다.

그녀를 이길만한 존재는 흔하지 않으니까.

나는 곧바로 이자벨에게 둘을 맡기고 폭음이 터진 방향으로 향했다.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인지 소음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어이, 제스터. 이것밖에 안 되냐.”

소리가 들리는 곳에 도착하니 살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스터였군.’

누가 왔나했더니 제스터가 왔구나.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스터는 집회 내에서도 대표적으로 날 적대하던 놈이었으니 이 기회에 타격을 좀 입혀야지.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과연 살렘 예디디아, 괴물 같은 실력이구나.”

이미 전투가 진행된 지 꽤 된 것처럼 분위기는 승패가 가려져있었다.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제스터.

그리고 그 앞으로는 살렘이 악마의 팔을 소환한 상태로 비웃고 있었다.

“이게 누구야. 집주인 아니야?”

내 도착을 알아차린 살렘이 내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제스터도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리치.’

얼굴을 가렸던 모자가 사라지자 리치의 외형이 그대로 드러났다.

“치욕이다.”

제스터는 중얼거리며 발악하듯 마법을 전개했다. 그 마법은 살렘이 아닌 나를 향했는데 이미 마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던 나는 간단하게 막아냈다.

퍼석! 콰직!

돌로 만든 벽에 검은 손아귀가 틀어박혔다.

“고작 어스 쉴드 따위가······.”

손아귀가 벽을 허물려했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단단해져라.

언령 마법이 어스 쉴드를 강화했다.

단숨에 강도가 올라간 벽은 검은 손아귀를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냈다.

“그건 또 무슨······!”

놀란 제스터가 중얼거릴 때, 살렘이 악마의 팔로 제스터를 잡아 올렸다.

“끄윽!”

“숨도 안 쉬는 주제에 숨 막힌 척 하지마라.”

아니, 내가 알기로 제스터는 평범한 리치가 아니라서 실제로 숨을 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애초에 그 능력으로 워록이라 불리는 거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어째서 저 녀석을 이토록 감싸는 것이냐.”

“내 마음이다, 이 새꺄. 내가 말했지? 네 두개골에 구멍 내준다고.”

살렘은 사악한 뱀을 들어 그대로 제스터의 이마를 꿰뚫었다. 아무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꽂힌 창이 이내 빠져나오자 제스터의 몸이 축 늘어졌다.

“재미 없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렘.”

“됐어, 인마. 그것보다······.”

살렘은 제스터의 손이 움켜쥐고 있는 나태를 빼앗았다.

“이게 다시 내 손에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살렘은 악마 소환을 해제하고 제스터를 내팽개쳤다.

언뜻 보면 죽은 것 같지만 제스터는 죽지 않았다.

‘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제스터의 까다로운 점이 여기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전투력은 집회 파벌 수장들 중에서 가장 약했지만 생존력 하나만큼은 가장 강했다.

“끝났나 보구나.”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른과 루나, 그리고 라고가 보였고 언제 왔는지 모를 막시민이 한쪽 벽에 기댄 채 서있었다.

“죄송합니다아아아! 산을 없애버렸어요!”

그리고 저 멀리서 사과를 하며 달려오는 드미트리까지.

‘미쳤네.’

다시 봐도 미친 라인업이었다.

“야, 아드리아스.”

“예, 살렘.”

“이거 봐봐라.”

한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드미트리에게 괜찮다는 말을 전할 쯤, 살렘이 뭔가를 손에 쥔 채 내게 보여주었다.

“아!”

그가 들고 온 것은 집회의 반지였다.

< 317화. 진정한 복마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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