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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09화 (309/415)

< 309화. 탈출 그리고 씬 >

일행들과 급하게 미로를 빠져나오자 대전의 풍경을 접할 수 있었다.

콰챙!

그리고 그곳에는 의외의 인물들이 싸우고 있었다.

“노아! 무슨 일이지?”

노아 클레어가 파이시의 언데드와 검을 맞댄 상태로 우리를 보더니 이내 뒤로 물러났다.

“저 꼬맹이 좀 말려봐. 다짜고짜 검부터 휘두르는데 무서워서 살 수가 있어야지.”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건지 모를 파이시가 태연하게 말했다.

“정확히 무슨 일입니까.”

“낸들 알겠어? 저 녀석한테 물어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뻔뻔한 태도의 파이시가 괜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부터 먼저 들어봐야겠지.

“왜 그런 거야.”

여전히 검을 손에 쥔 노아는 그저 입을 다문 채 시선을 회피했다.

섬에 도착하기 전에 말한 그 일 때문인가.

‘흑마법사에게 생체 실험을 당했을 때 파이시를 본 것 같다고 했지.’

그거 빼고는 딱히 짐작이 가는 게 없었다.

“파이시를 본 것 같다고 했지. 그거 때문이야?”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아. 무토 키네인이 죽으면 언데드로 만든다고 떠벌리는 것도 꼴 보기 싫었어.”

그새 무토한테 눈독을 들인 거야?

아무튼 정황상 노아가 먼저 공격한 게 맞는 것 같기에 대신해서 사과를 했다.

“우리 일행이 잘못한 것 같군요.”

“그래. 그런데 그 전에 나를 본 것 같다니?”

파이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아를 바라봤다.

하지만 노아는 고개만 살짝 숙여 사죄를 표하고는 그대로 대전의 기둥 뒤로 사라졌다.

“고약한 성격이네.”

“노아는 어렸을 적에 생체 실험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 파이시를 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생체 실험?”

파이시는 잠시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갸웃거리다가 이내 손사래쳤다.

“너무 많아서 기억 안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게 생체 실험을 당한 실험체들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없어.”

너무나 태연하게 악행을 말하는 파이시를 보자 확실히 흑마법사는 흑마법사인가 싶었다.

“아, 잠깐.”

그때 뭔가를 떠올린 파이시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 보니까 너, 케인 크롬웰의 아들이구나.”

“아버지를 아십니까.”

“알다마다. 모른의 밑에서 흑마법을 배운 녀석들치고 내가 모르는 아이는 없어.”

하긴, 파이시는 겉으로 보기에 젊었지만 그 나이는 모른보다 많은 노괴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우리 아버지도 어린 아이처럼 느껴지겠지.

“근데 갑자기 아버지는 왜······.”

“케인은 갑작스레 죽었지. 모른의 상심이 꽤 커서 알고 있거든. 케인이 죽고 그 녀석의 던전과 실험체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알고 있고.”

“아버지의 던전?”

생각해보니······.

아버지도 흑마법사였다.

나는 애초에 흑마법사라고 불리기도 힘든 견습이었기에 내 손으로 직접 악행을 저지른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는 다를지도 몰랐다.

아니, 이 시대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아버지도 누군가에게는 악당이었겠지.

“어, 케인 크롬웰의 던전. 모른이 알려주지 않던?”

“사실 아버지가 흑마법사라는 사실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실감도 안 나는군요.”

“내가 알기로 케인의 던전에서 살아남은 실험체들이 대거 탈출했을 거야. 혹시 몰라? 저 아이가 케인의 던전에서 살아남은 아이일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만약 그녀의 짐작대로 아이비와 노아가 아버지의 던전에서 탈출한 이들이라면······.

‘일단 알아봐야겠지만 사실이면 숨겨야 된다.’

노아도 노아지만 아이비가 더 신경 쓰였다.

원래였으면 여전히 조교수를 했어야 할 그녀가 나비효과로 인해 교수가 된 것처럼, 오러 마스터에 이르는 시기도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게임 속에서 최연소 오러 마스터를 놓친 적이 없었다.

‘길어봤자 앞으로 2년.’

짧으면 올해 안에도 오러 마스터가 될 수도 있었다.

“일단 죄는 묻지 않겠어. 네 덕분에 나도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래서 아드리아스, 주변은 좀 둘러봤어?”

뭘 건졌냐고 묻는 것 같았는데 나도 빈손이었다.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없더군요. 아무래도 메쥬르가 보상으로 교환해주던 물건들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내가 가봤거든?”

어디를 갔었나 했더니 메쥬르를 찾아갔었군.

그런 저 비밀 통로는 누가 연 거지?

“텅텅 비어있더라고. 그 메쥬르라는 유령도 사라지고. 아무래도 녀석이 수상해.”

“저도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메쥬르가 이상하더군요. 그동안 저희가 의심하지 않은 게 특이할 정도였습니다.”

텅 비어있다니 그건 좀 슬픈 소식이네.

파이시가 혼자 독식하고 숨기는 걸 수도 있었지만 그건 두고 봐야지.

“아드리아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비비안이 넌지시 물었다.

루나는 어느새 라고에게 달려가 조금 전에 구해온 잡동사니들을 구경시켜주고 있었다.

“나가죠.”

굳이 뒤져보면 뭐가 나오긴 나오겠지.

하지만 메쥬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가장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을 안 이상 미련이 남지 않았다.

‘우선은 무토를 살려보고 아가타의 팔도 고쳐야지.’

그깟 금은보화보다 아가타의 팔이 더 시급했다.

그러나 함께 있던 파이시다 내 말에 표정을 굳히며 되물었다.

“나간다고?”

“예.”

“기껏 이곳의 주인까지 쓰러트려놓고 그냥 나간다고?”

“다시 물어보셔도 제 대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쉬우면 남으셔서 탐색을 계속 진행해도 됩니다.”

내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파이시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이곳이 네크로맨서와 연관된 섬이라고 생각하고 온 것이니 아쉬울 법도 했다.

“뭐, 별일 없겠지.”

“남으실 겁니까?”

“어. 대신 포션을 좀 더 남겨줘. 감정을 억제하는 거 있었잖아.”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녀에게 남은 포션을 전부 건넸다. 딱히 아낄 이유도 없었고 노아의 급발진을 사과할 겸.

“얼마나 지속되지?”

“저도 그건 모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루에 하나씩은 복용하세요.”

“그럼 고작 2주 동안 버틸 수 있는 거네.”

그렇게 파이시에게 포션을 건네주고 다른 일행들을 살폈다.

키네인 용병단이 무토를 제외하고 전부 죽어서 수가 많지는 않았다.

‘나, 비비안, 루나, 노아, 아가타, 북부 3인방, 라고, 무토인가.’

딱 10명이군.

이제 돌아가는 방법이 문제인데······.

“비비안,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 이 섬에서 나갈 거라고 전해주세요. 해안가로 갈 겁니다.”

“응.”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메쥬르가 있던 곳이나 확인해봐야겠다.

**

“어어, 또 뭔 일이다냐.”

며칠 전에 겪었던 일로 인해 외부인이라면 학을 떼게 된 마을 사람들은 또 다른 외부인들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는 저번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마을 청년의 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이곳은 이제 우리가 통제한다!”

한 눈에 봐도 거대한 덩치를 지닌 남자가 후드를 뒤집어 쓴 채 포효했다.

그와 함께 마을로 들어온 인원들도 순식간에 마을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이, 이게 무슨! 우리 마을에서 뭣들 하는 거요!”

“당장 영주성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려라!”

그들도 어부 생활을 하며 나름 거친 이들이었던 지라 곧바로 작살과 같은 무기를 가지고 나오며 대항하려 들었다.

“우린 네놈들에게 볼일 없다. 죽이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으니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덩치의 남자가 말을 하며 자신의 후드를 벗었다.

“수, 수인?”

“호인족이다!”

마을 사람들은 호인족 수인의 기백에 밀려 무기를 내렸다.

호인족 수인은 일견 평범한 외형이 아니었다.

흑호라고 불러야할까.

검은 털과 줄무늬가 온몸을 덮었고, 몸 곳곳에 난 흉터가 그의 치열했던 삶을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딴 작은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 온 게 아니야. 그니까 조금만 조용히 있으라고.”

이내 그와 함께 온 모든 외부인들이 후드를 벗었다.

전원이 수인들이었고 그 종류도 다양했다.

“라타냐! 다른 쪽의 연락은?”

“온다는 확답은 전달받았습니다만 언제 올지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음흉한 놈들. 흐흐.”

흑호 수인, 울루그는 개의치 않다는 듯 웃으며 팔짱을 꼈다.

“차라리 그쪽이 오기 전에 먹잇감들이 먼저 나와 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우리끼리 먹고 돌아갈 텐데 말이야.”

“화를 내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두렵나?”

울루그의 물음에 하얀 늑대의 외형을 한 라타냐가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과 싸우기도 전에 다른 종족과 분쟁을 일으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걱정마라. 네가 그런 생각을 했듯이 그들도 우리와 분쟁을 일으키는 건 반기지 않을 거야. 그러니 먼저 먹이를 삼켜도 문제는 없어.”

울루그가 피식하며 웃었다.

“결국 먼저 먹는 놈이 임자지.”

둘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 마을을 통제하던 수인 하나가 다가왔다.

“영주성으로 가는 이들은 전부 막았고 부두도 통제 완료했습니다.”

“잘했다. 며칠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바다 쪽의 경계는 늦추지 마라.”

원래였으면 언제쯤 먹잇감들이 돌아올지도 알고 있었어야했지만 심어놓은 정보원의 정보가 어느 순간부터 끊겼다.

“아가타는 죽은 걸까요. 섬에 들어간 이후 통신 아티팩트로 보고가 한 번 왔었는데 그 이후로는 전무하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우리를 배신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럭저럭 실력이 나쁘지 않은 용병인 아가타가 죽을 정도의 유적이라면 그 성과도 기대할 만했다.

“동료에 대한 추모는 확실히 한다. 하지만 임무가 먼저지.”

“예.”

대화를 나누며 둘은 자리를 옮겼다.

옮긴 장소는 부둣가, 며칠 내로 이곳에 도착할 아드리아스 일행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가장 까다로운 건 역시 무토 키네인이랑 흑마법사 둘이다.”

“파이시라는 네크로맨서가 워록은 아니지만 꽤 악명 높은 흑마법사죠.”

“복병이라고 한다면 아드리아스 크롬웰이야. 녀석은 이미 한 번 우리의 계획을 뒤튼 적이 있어. 이번 일이 아니었어도 척결 대상이지.”

아가타의 은밀한 보고로 이미 아드리아스가 워록과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라는 걸 알고 있는 울루그였다.

“정말로 워록일까요?”

“워록이 아니어도 범상치 않은 놈인 건 확실해. 세계수 타락 계획은 우리 조직에서 몇 백 년에 걸쳐서 진행했던 일. 그걸 막은 것만으로도 빌어먹을 놈인 건 인정해야지.”

우드득!

울루그의 주먹에서 뼛소리가 났다.

“녀석은 내가 반드시 죽인다. 타협의 여지도 없어.”

“울루그 님이 상대라면 아드리아스가 워록이어도 죽겠죠.”

후우웅-----!

그때였다.

“으응?”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밖에서 경계를 서던 수인이 소리 질렀다.

“우, 울루그 님!”

“무슨 일이야! 뭔데?”

울루그와 라타냐가 부둣가에 있던 오두막에서 급하게 나오자 소리쳤던 수인이 하늘을 가리켰다.

“저, 저······!”

“응?”

거센 바람 소리, 그것은 단순히 바닷바람의 소음이 아니었다.

후우우우웅--------------!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이 서있는 땅에 가득 드리우고 이내 수인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드, 드래곤?”

“이런 말도 안 되는······.”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 309화. 탈출 그리고 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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