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08화 (308/415)

< 308화. 섬의 비밀 >

“히히히!”

루나가 신나서 달려가고 비비안이 그런 루나를 조심스레 따라나섰다.

방의 안쪽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온갖 잡동사니가 늘어져 있었고, 동시에 어딘가 익숙한 외형의 물건들이 늘어져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절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

작은 불상부터 목탁이나 염주 등이 즐비해있었다.

‘처음부터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했어.’

애초에 이 세상이 게임이었을 때의 이름은 죄악이었다. 그리고 내가 모으고 있는 칠죄종은 분명 가톨릭에서 나오는 설정들이었지.

“이거 봐봐! 엄청 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루나가 대불상의 다리를 기어오르며 말했다.

대불상은 서있는 모습이었는데 정확히 누구의 모습을 조각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등 뒤로 수많은 팔이 덧붙여져 있고 쓰고 있는 관에 수많은 머리가 달린 걸 보면 관세음보살이 아닌가 싶을 뿐.

띠링!

[천수관음상]

[천수관음을 조각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조각상이다.]

아이템창이 뜨는군.

예상한대로 관세음보살은 맞았지만 특별한 능력은 없어보였다.

‘아니지. 시스템이 알아내지 못하는 아이템도 있으니 방심할 수는 없어.’

애초에 이런 비밀스러운 공간에 모아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일단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중에 정말로 귀한 귀중품이나 아티팩트도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대추나무 목탁]

[푸른 산호 염주]

[옥 좌불상]

.

.

.

다 아이템으로 표시가 되었지만 특별한 능력이 붙은 아티팩트는 없었다.

철컥!

“으응?”

한참 대불상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던 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보니 그녀의 허리춤에 매인 공포검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나 많이 없는데······.”

루나가 중얼거리더니 이내 강림을 시전했다.

사아아---

대나무 숲 소리가 들려오며 이내 루나의 뒤로 누군가가 겹쳐 보였다.

“오관.”

내가 중얼거리자 루나, 아니 오관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할 말이 많았는데 그대가 잠드는 바람에 도중에 끊겼군.”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다. 이 아이로부터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인지하고 있었으니.”

오관은 가볍게 몸을 날려 천수관음상의 손바닥 하나에 착지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갈락슈르인가? 그건 그렇고 이 공간도 독특하구나.”

그녀가 합장하며 말했다.

서양 사람이 불교문화를 믿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조금 특이하네. 애초에 지옥의 대왕이니까 말이 다른가.

“갈락슈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일단은 자리를 비켜줘야겠어.”

“자리를 비켜주다니요?”

“관음보살께서 오실 거야. 이 조각상이 그 매개체지.”

역시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군.

오관은 이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이 아이를 통해서 언제든 나올 수 있으니 갈락슈르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미루도록 하지. 한 가지만 경고해주자면 그 검은 위험해.”

오관이 서서히 흐려졌다.

“갈락슈르의 또 다른 이름은 ‘열쇠’다. 자칫하다가는 세상의 멸망을 불러올 수도 있어.”

“자세히 듣고 싶군요.”

“나중을 기약하지.”

그 말을 끝으로 오관이 사라졌다.

‘갈락슈르의 비밀이라······.’

그냥 성능 좋은 네임드급 검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2차 봉인은 풀지 말고 이대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연자여.”]

대불상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초월자가 등장했을 때마다 느꼈던 압박은 없이 의지만 들려왔다.

“다시 보는군요.”

[“우리의 욕심이 그대를 곤란하게 만들었음은 알고 있다. 사과를 하지.”]

말로만?

난 불상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보상해주실 겁니까?”

[“미안하구나. 우리가 인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이미 그대를 우리에게 휘말리게 한 것만으로 꽤 많은 힘을 소진했지.”]

“그럼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 물건들의 정체는 뭡니까?”

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묻자 관세음보살이 잠시 의지를 멈췄다.

그리고 내 곁에는 어느새 비비안이 다가와 검의 손잡이를 잡은 채 경계하고 있었다.

“조심해야 돼.”

나는 원래부터 관세음보살을 알고 있었으니 그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아도 비비안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로서는 우리를 함정에 빠트린 극악무도한 초월자처럼 느껴지겠지.

[“세상은 이어져있다.”]

그때 간결한 관세음보살의 말이 들려왔다.

[“이 섬은 한 때 수행자들이 열반에 들기 위해 수련을 하던 장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종종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수련을 하던 장소?”

[“열반, 즉 모든 것에 초월하기 위한 수련이지. 그 첫째가 세상의 비밀을 엿보는 것이라면 둘째는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는 것. 여기서는 그 두 번째의 수행 중 하나인 감정을 초탈하는 수련을 행했다.”]

잠시만.

그러니까 불교 수행자들이 굳이 여기까지 기어 들어와서 수련을 했다는 말이야?

“왜 세상을 건너는 일까지 하면서 그런 겁니까? 원래 있던 세상에서는 이런 섬이 없었습니까?”

[“기, 마나, 차크라, 에테르 등이 훨씬 발달된 세상이 있다. 이 세상 또한 그 중 하나. 감정이 휘몰아치는 특성을 만든 것도 마나가 풍부한 이곳에서 가능한 일이었지.”]

나는 지구를 입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비비안과 루나가 있는 이곳에서 말을 꺼내도 될까 망설여졌다.

[“연자여, 그대의 연을 본인은 알고 있다. 그로 파생되는 그대의 궁금증 또한 짐작하고 있지.”]

마치 내 속을 읽은 듯한 관세음보살의 의지.

난 그 말에 그저 입을 다물었다.

[“세상은 이어져있다. 그대가 열반에 든다면 어디든 오고 갈 수 있겠지. 그게 본인의 대답이다.”]

“전 아무데도 가지 않습니다.”

이곳이 내 땅이다.

지구? 물론 편리하고 좋지.

하지만 내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한, 난 돌아가지 않는다.

[“그 또한 그대의 선택과 인연이겠지.”]

대불상의 빛이 희미해져갔다.

[“우리의 욕심이었지만 우린 그대가 부처가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모든 건 다 공(空)이오, 그대의 형태도 그대가 정함이니······.”]

“부처? 석가모니?”

[“우리는 모두 부처다. 지옥에서는 구분하기 쉽게 그 분을 부처라고 부르지만 칭호에는 의미가 없음이니······.”]

한 마디로 본인들의 세력에 들어왔으면 했다는 건가? 정확한 의미는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빛이 완전히 사라지며 관세음보살의 마지막 말이 흩어졌다.

[“연자여, 부디 마음 한켠에 자비를 품······.”]

관세음보살이 사라지자 루나가 대불상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새로운 세상!”

정신이 없네.

내가 뭐라고 초월자들이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이번에도 원죄 때문인가?

비비안은 관세음보살이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고 루나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아이처럼 흥얼거렸다.

“친구! 어디 안 갈 거지?”

그러다 문득 루나가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조금 전에 나온 말 때문인가.

“여기가 제가 있을 곳입니다.”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내 대답에 금방 시시덕거리며 양 손 가득 염주와 불상을 챙겨 든 루나가 귀여웠다.

“아직도 비밀이 많구나.”

비비안이 슬쩍 긴장을 풀며 내게 말했다.

내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은 알렸으나 원죄나 김진환이었던 건 말할 수가 없었다.

“전······.”

“난 상관없어. 네가 잔악무도한 악당이어도 난 언제나 네 편이니까.”

그건 꼭 내가 잔악무도한 악당이라는 말 같잖아요.

대충 대화를 끝마치고 우리는 방을 나섰다.

대불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건들은 루나가 챙겼는데, 막상 대불상을 챙기지 못하자 울상이었던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결국 이 섬은 불교 수행자들의 섬이었고 리치킹의 왕국이 들어선 건 그 다음인가?’

사실관계야 어찌됐든 나름 이런저런 이득을 봤다. 아직 찾지 못한 고대 유물이나 보물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나가야지.

본격적인 유적의 발굴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라 최대한 알맹이만 먹고 빠지는 게 상책이지.

“알맹이를 못 먹었네.”

리치킹이 따지고 보면 알맹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상치 못한 부수입.

내가 말하는 알맹이는 네임드급 장비를 위시한 아티팩트들이었다.

보스까지 잡았겠다, 이곳도 꼴에 왕국인 만큼 금은보화까지는 몰라도 보물 한, 두개쯤은 숨겨뒀겠지.

“알맹이?”

“명색이 그래도 왕국인데 금화 상자 정도는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것도 그러네.”

루나는 이미 한가득 챙긴 이국적인 물건들로 만족한 모양이었지만 아티팩트도 아닌 저런 잡동사니들은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뒤져봐야겠습니다.”

미로로 다시 나온 나는 이곳에 다른 방도 있을 거라 예측했다.

루나가 챙긴 돌은 짐작컨대 아마 불교의 수행자가 갇혀있던 돌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문제는 미로를 뚫고 가는 건데······.’

미로 따위야 어려울 건 없지.

하지만 이왕 지나갈 거 머리 좀 써보자.

우우웅--

아공간이 열리며 특유의 소음을 일으켰다.

“나와.”

살짝 반항하는 녀석을 억지로 부르자 언데드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아드리아스, 설마 길들인 거야?”

루나와 비비안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 언데드는 다름 아닌 리치킹이었다.

리치킹, 이 녀석이 왕이어서 리치킹이라 부르는 것이 아닌 진짜 종류 자체가 리치킹이었다.

[리치킹 하룬겔 알-구르드(전설)]

-하룬겔 데 바스타지우, 알-구르드

-언데드

-10티어

-마나 : 193,750

-특성 : 자아★, 분열, 듀얼코어, 사령 흡수, 마력 증폭

이름이 섞였네.

하룬겔인지 알-구르드인지 모를 녀석을 소환한 나는 곧바로 물었다.

“원래 있던 놈은 사라졌냐?”

-······그래.

“원하던 몸을 찾아놓고 왜 이렇게 울상이야. 그것보다 여기 좀 봐봐. 미로거든? 아무래도 원래 있던 놈이 여기 어딘가에 보물을 숨겼을 것 같으니까 탐색 좀 해봐.”

이곳의 원래 주인이 저 몸뚱아리였던 만큼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여긴 아무것도 없어. 저기 나온 문이 전부구만.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어떻게 왕국에 보물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냐.”

-정말이다. 기분이 안 좋아서 꼬장을 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없어.

하룬겔 녀석의 의견 같았는데 기분이 한껏 가라앉아 있는 것과 별개로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근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나?

아무리 시체들의 왕국이라지만 정말 시체밖에 없다고?

“친구!”

“예?”

“왕궁 보물은 다 메쥬르가 보여줬던 거야.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

“이야기?”

“응. 처음에 봤던 해골이랑 얘기할 때 그렇게 말하던데?”

메쥬르가 왕궁 부지에 있는 언데드와 대화하는 건 나도 봤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지.

“그걸 알아들으신 겁니까?”

“못 들었어?”

오히려 나를 향해 반문하는 루나를 보며 이마를 쳤다.

하긴, 메쥬르가 건네는 물건들이 전혀 평범한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설마 왕국의 보물들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지.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상하네.”

메쥬르.

다른 언데드들과 달리 자아를 가지고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절대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었음에도 간과하고 있던 사실.

“싸울 때 이후로 못 보셨죠?”

“응.”

“싸울 때는 집중해야지!”

비비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루나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러면 나가서 메쥬르를 다시 찾아보는 수밖에······.

“수고했다. 들어가.”

-자, 잠시만······!

하룬겔의 말을 무시하고 리치킹을 다시 집어넣은 나는 왔던 길을 따라서 다시 돌아나갔다.

촤앙-------!

“싸움?”

근데 돌아가는 길에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싸우는 소리가 선명해져왔다.

“전투야.”

비비안의 말처럼 미로 밖, 그러니까 대전 쪽에서 확실한 소음이 전해져왔다.

‘왕궁의 언데드들은 리치킹의 소유권을 획득하면서 전부 소멸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 308화. 섬의 진실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