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93화 (293/415)

< 293화. 특성의 위력 그리고 새로운 변수 >

쿠구구구----

파이시는 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그녀에게는 지진 따위가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이미 아드리아스에게 한 번 당했던 전적이 있기에 그가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전혀 별개의 문제.

-······.

지진과 화산의 폭발로 일어난 소음을 제외하면 정적이나 마찬가지로 사위가 조용했다.

심지어 키네인 용병단조차 마찬가지로 놀랐는지 입도 뻥끗 못하고 있는 상태.

눈대중으로 미루어 봐도 천 단위를 넘어 만 단위가 넘어가는 언데드가 조금의 미동조차 없이 서있기만 한 모습은 언뜻 기괴하기까지 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이건 네가 한 짓이냐?”

참지 못한 파이시가 결국 물음을 던졌다.

그녀의 질문에 아드리아스는 덤덤하게 말했다.

“예.”

“어떻게······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이만한 숫자를 네 마력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지금은 그것보다 적들을 처리하는 게 문제입니다. 저라고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그렇겠지! 영원히 멈추는 건 바하트 알븐이나 맥스웰 펜드래곤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야!”

흥분한 파이시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걱!

그때 무토 키네인이 아무 말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가만히 서있는 언데드를 베어내며 곧바로 명령했다.

“뭘 멍하니 서있냐! 빨리 부셔버려!”

그의 외침에 동상이 되었던 모두가 잠에서 깨어나듯 움직이며 몸을 바삐 움직였다.

비록 당장은 적들이 멈춰서 위기를 넘겼다지만 그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

“마법으로 쓸어버려!”

아직 위급한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자 모두가 필사적으로 주변부터 정리했다.

파이시도 흥분을 가라앉히며 언데드들을 소환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 시선과 신경은 온통 아드리아스에게 향해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물어볼게 한 가득이야.”

아드리아스는 그녀의 말에도 대답 없이 검을 휘둘렀다.

파이시는 아드리아스가 이런 대규모 마법을 부렸음에도 몸을 움직여 검을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지만 내색을 숨겼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이 고대 유적을 방문한 것보다 더욱 값진 정보를 얻어간 느낌이 드는 그녀였다.

**

불완전한 사령 지배.

현자의 돌로 뻥튀기가 된 내 마나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소모량이었다.

물론 그 수가 3만을 넘어가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네.’

사실 사령 지배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든 언데드들은 유통기한이 없었다.

말 그대로 내 소유가 되었다는 뜻.

그러나 키네인에게는 내가 흑마법사라는 사실도 숨겨야했고 파이시도 속여야했다.

애초에 내 아공간도 한계가 있어서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모두 소모시키고 돌조각으로 만드는 게 여러모로 편하지.

“비비안, 루나를 지켜주세요.”

“알았어.”

루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강림을 사용해준 뒤 오랜만에 이브 밀레니엄을 강림시켰다.

강림한 이브가 내게 시선을 던지는 게 느껴졌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고 일단 주변부터 정리했다.

이브가 나온 이상 금방 정리가 되겠지.

우우우웅-----

내 예상대로 루나의 발밑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대규모 마법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비비안은 내 명령대로 그런 루나의 곁을 지키며 가만히 서있는 언데드를 경계했다.

“루나의 앞으로는 아무도 서지 마십시오.”

내가 경고하자 루나의 근처에서 언데드를 때려 부수던 사람들이 물러났다.

곧이어 강렬한 마나의 부름에 걸맞은 대규모 최상급 마법이 발동되었다.

피이잉-

최상급 순수 마법, 데스빔.

마력에서 파괴적인 부분만 추슬러서 만든, 그저 닿기만 해도 소멸시키는 파멸적인 마법이 루나의 앞으로 전개되었다.

마력의 광선으로 인해 나뉘기 시작하는 세상.

그 모습이 마치 막시민이 언젠가 보여줬었던 공간을 베는 검과 같았다.

“역시 워록은 워록이군.”

무토 키네인이 감탄한 표정으로 그녀의 마법을 구경했다.

그러더니 대뜸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이런 걸 보면 검을 괜히 익혔다는 생각이 들어. 마법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오러 마스터인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나라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나? 솔직히 네 마법도 그렇고 루나 펜드래곤의 마법도 그렇고 놀라울 뿐이야. 그동안 많은 마법사를 만나왔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법의 위력이 와 닿는 건 대현자 이후로 처음이니까.”

대현자를 만나본 건가.

세계관 최강이라 불리는 대륙 10인 중 유일한 여성.

오지의 대현자이자 강력한 워록인 미아 린.

“이거 언제까지 멈춰있는 거지?”

“꽤 오래 고정시켜뒀습니다.”

“미쳤네. 역시 너랑은 적이 되기 싫어.”

루나의 강력한 마법으로 반절에 가까운 언데드가 소멸했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몰려오는 화산재와 푸른 돌조각들 뿐.

언데드도 언데드였지만 몰려오는 화산재에 파이시가 뼈로 된 장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도 충분히 제시간에 세워질 정도였다.

“힘내서 부수자! 뭣들하냐!”

무토가 다시 소리치며 주변을 격려했고 슬슬 오러 비기까지 섞어주었다.

우리 쪽의 북부 오러 마스터들도 남은 언데드를 처리하기 위해 오러 비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이타야가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주변이 얼어붙었다.

대범위 공격이었기에 한 번의 공격으로 수십 마리의 언데드가 얼어붙거나 부서져나갔다.

“흡!”

다른 한 명의 북부인인 마탐은 몸이 거대해지며 이타야가 만든 얼음들을 도끼로 부수고 다녔다.

몸이 거대해졌지만 오히려 더 민첩해진 게 눈에 띄었다.

‘오러 비기가 다양하네.’

마지막 북부인인 구뉴는 오러 비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숙을 함께하며 들었던 바로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오러 비기라고 전해 들었었다.

어쨌든 간에 오러 마스터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자 많아 보였던 언데드도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무토 키네인의 오러 비기인 개벽은 한 번 사용될 때마다 수백의 언데드가 잘려나갔다.

서걱!

툭!

마침내 마지막 남은 녀석까지 머리가 떨어지자 모두가 환해진 안색으로 긴장을 풀었다.

“역시 고대 유적이야. 쉽게 풀리는 게 없어.”

“우리끼리만 왔으면 유적 발굴은 고사하고 단장하고 부단장만 간신히 살아나갔겠는데.”

사람들의 술렁거림을 들으며 잠시 한숨 돌리고 있자 파이시가 곧바로 다가왔다.

“설명을 좀 들어야겠어.”

“제가 말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방금 전에 모든 언데드가 멈췄던 게 정말로 네가 사용한 마법이라면 넌 대륙의 내로라하는 마법사들보다 강한 거야. 근데 그게 말이 돼? 고작해야 서른도 안 된 애송이가 그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고?”

그 언데드들을 모두 내 걸로 만든 거였다고 하면 아예 기절하겠네.

특성이란 건 확실히 이 세상에서도 이질적인 능력이었다.

마법은 마나라는 연료를 이용한 기술이지만 특성이란 건 아예 초능력의 범주였으니까.

그러나 이게 제어의 기원을 사용한 언령 마법이었다고 해도 파이시로서는 놀라운 일이었을 거다.

제어의 기원을 내가 발표한 건 1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점철된 이론이었으니까.

“제 밑으로 들어오면 제가 친히 제어의 기원을 강의해드리죠.”

“······.”

파이시가 한쪽 남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사실 마법사에게 마법을 알려달라고 말하는 파이시가 개념이 없는 거지만 그만큼 놀랐다는 의미겠지.

“정말로 알려줄 거냐?”

“······정말로 들어오시게요?”

지금 보니까 노려봤다고 생각한 게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였어?

“정말로 알려준다면 네 밑으로 들어가지. 하지만 배워보고 거짓말인 것 같으면 바로 배신할 거야.”

“그런 식으로 조건을 달면 제가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내 말에 파이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아쉬운 게 아니라 그쪽이 아쉬운 상황일 텐데요.”

“······.”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는 인물.

루나의 몸을 빌린 이브 밀레니엄이었다.

“둘 다 오랜만이네.”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고개를 까딱해보였다.

파이시는 여전히 내 말에 저울질을 하는 듯 관심도 없었다.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 대단해. 역시 내가 눈여겨 본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새 거기까지 성장했구나.”

이브도 딱히 파이시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겸손하기는. 그것보다 최근에 우리 딸을 잘 챙겨주지 않는 모양인데 어떻게 된 일 일까나?”

“죄송합니다. 조금 더 신경 쓰겠습니다.”

나름 신경 쓴다고 쓰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많이 바빴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나에게는 영지에 있는 루나와 놀아줄 시간이 애매하긴 했다.

그래도 이브의 말을 듣고 나니 약간은 반성이 되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움직이는 건데 주객이 전도된 상태였다.

“말로만?”

“어떻게 약속을 해드릴까요.”

“약속은 의미 없단다. 하지만 루나가 외로워하는 게 느껴진다면 두 번 다시 널 돕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빡세구만.

앞으로는 종종 영지에도 찾아가서 루나와 놀아줘야겠다.

이브의 강림은 그걸로 끝났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루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헤헤. 친구, 화났어?”

“아니요. 오히려 루나한테 미안합니다. 다음에는 어딘가로 같이 놀러갑시다.”

“나 외롭지 않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 행복해! 그냥 엄마가 깐깐하게 말한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크으.

우리 루나 너무 대견하지 않습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했다.

이번 일만 잘 해결하고 나면 반드시 루나를 데리고 놀러가야겠다.

비비안이랑 같이 가면 좋겠네.

잡담이 끝나고 마법을 이용해 다시 돌조각을 모았다.

3만개 가량의 돌조각이 나와서 3분할로 나눠 키네인 측과 파이시에게 넘겼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오히려 자주 이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 흐흐.”

무토가 또 철없는 소리를 할 때쯤 화산의 분화도 끝이 났다.

마법이 없었으면 화산재에 파묻혔을 정도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게 검회색을 띄었는데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무토나 북부 오러 마스터들을 봐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상황.

나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주변에 말했다.

“뭔가가 옵니다.”

“뭐?”

사람들이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상자를 든 사람이 한 명 천천히 재를 밟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샤히 샤마드잖아? 어디 있었던 거야?”

무토의 말대로 상대는 샤히 샤마드 특유의 종교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문인 점은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내가 느낀 이상함을 다른 이들도 느꼈는지 긴장하는 게 보였다.

“뭔가 이상해.”

비비안이 중얼거리며 내 앞을 지키듯 막아섰다.

샤히 샤마드의 사람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드디어 말이 통할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어디 있다가 나온 거냐? 가르디온은 어디 있지?”

무토가 앞장서며 소리쳤다.

그러자 엑스트라였음이 분명한 상대는 입만 귀에 찢어질 듯 미소 지으며 상자를 머리 위로 들었다.

“경배하라!”

“뭐라는 거야. 저 미친놈이.”

무토가 어이없어하며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잠시만요.”

“왜?”

“이곳이 신의 유적인 걸 간과하면 안 됩니다.”

나는 다급하게 무토를 막았다.

사실 아가타를 플레이하며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던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내 기억을 끄집어내서 이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시체들의 왕국은 분명 고대 유적이지만 신의 유적은 아니야. 하지만 파이시가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신의 유적이라고 했었지. 그래서 지금까지 파이시가 잘못된 정보를 알아냈다고 생각했었지만······.’

샤히 샤마드가 신의 흔적을 찾은 건가?

저 상자가 어쩌면 초월자랑 관계된 물건일 수도 있었다.

의문인 점은 게임에서는 샤히 샤마드의 영향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실제로 이 유적에서 대부분이 죽는데, 왜 갑자기 미래가 변했냐는 거다.

‘내가 제파르 교단을 다 죽여서 그런가.’

시련이야 원래에도 다 통과를 하니 바뀐 거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경배하라!”

기괴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샤히 샤마드의 인물이 다시 소리쳤다.

그러자 아가타가 옆에서 주워든 화살을 꺼내며 물었다.

“쏠까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철컥.

상대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가 스스로 열렸다.

< 293화. 특성의 위력 그리고 새로운 변수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