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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91화 (291/415)

< 291화. 흡수 그리고 성장 >

하룬겔 덕분에 내가 마력을 흡수하고 있는 크리스탈의 정체가 현자의 돌이라는 걸 알았지만 현자의 돌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여러 사료를 통해 ‘소원을 이루어주는 돌’이라는 이명이 있다는 것만 알지 그 소원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제작 방법이나 정확한 사용법이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줄 수 있냐?’

-탈리스만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이건 상시 발동되는 네크로맨시와 함께 모든 생명을 흡수하게끔 만들어져 있군. 그래서 내가 반응한 거겠지.

이 왕국에 언데드 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

대충은 짐작했지만 내 예상이 맞은 것 같았다.

‘이게 네크로맨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거지?’

-그래. 고작 기물 따위가 스스로 의지를 지니고 마법을 사용하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야. 아마 이걸 만든 주인도 네크로맨서인 모양이다. 네크로맨서가 접촉하면 힘을 흡수하게끔 만들어졌어.

‘그니까 그 힘을 내가 지금 흡수하고 있는 거고?’

-하하하! 그렇지, 이 도둑놈아.

예상치 못하게 크리스탈을 흡수해버렸다.

조사를 위해 살짝 만져본 건데 그게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이렇게 되면 크리스탈을 파괴하지 않으려 했던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파괴한 것보다 더 한 짓을 해버렸군.’

-왜? 주인한테 혼날까봐 걱정돼나? 이제 보니 겁쟁이였어. 탈리스만이 눈앞에 있는데 주인 무서워서 안 챙기겠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도둑놈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하여간 일은 이미 벌어졌다.

이제 이 탈리스만인지 현자의 돌인지를 흡수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연계 히든 피스가 발동되겠지.

“으음······.”

맛있는 거만 홀라당 쳐먹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이야.

곤란한 건 지금 이 상황에도 마력이 계속 흘러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모아뒀던 거지, 아니 그것보다 언제까지 모아뒀다가 흡수할 생각이었던 거냐.

-한 눈에 봐도 영겁의 세월동안 만들어진 탈리스만이다. 무려 나를 꺼낼 정도로 강대한 마력. 너는 어떻게 이 마력을 버틸 수 있는 거지? 인간 따위는 버틸 수가 없어야 하는데······.

“거의 끝나갑니다.”

하룬겔의 물음을 무시하고 비비안에게 말했다.

비비안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곁은 지켜주었다.

마력을 버틸 수 있는 이유야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그릇 특성 덕분이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온몸이 마나 저장소이니 무리 없이 모두 받아들이는 거겠지.

띠링!

[네크로맨서의 돌을 흡수하셨습니다.]

[재능 흑마법(수재)가 재능 흑마법 사령 계열(천재)로 변환됩니다.]

미친.

비록 카테고리가 다운그레이드 되었지만 단숨에 두 단계나 건너뛰는 재능의 성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불완전한 탈리스만(네크로맨서)을 흡수하셨습니다.]

[특성 ‘불완전한 사령 지배’를 획득하셨습니다.]

[불완전한 사령 지배(유니크)]

[주인 없는 언데드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언데드의 수준에 따른 개별 성공 확률 존재.]

[불완전 패널티 : 사령 지배 사용 시 마나 소모가 두 배로 늘어난다.]

유니크 특성이 떴다.

역시 현자의 돌인가. 보상이 미쳐 돌아가네.

쩌저적!

콰직!

흡수가 끝나자 크리스탈, 아니 탈리스만이 깨졌다.

부서져 내리는 탈리스만은 이전과 달리 공허한 빛만 남긴 채 흩어졌다.

“아드리아스?”

“끝났습니다. 제가 흡수해버렸어요.”

내가 흡수했다는 말에 비비안이 안도의 기색을 띄웠다.

이제 다 끝난 건가. 앞으로의 일을 고민해야 할 차례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탈리스만의 주인이 널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거다. 하하.

하룬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네.

-여기가 지금 어딘지는 몰라도 어서 도망가는 게 좋을 거다. 무려 탈리스만을 제작하고 저 만큼이나 키운 인물이 평범하지는 않겠지. 어쩌면 나보다 강력한 네크로맨서일 수도 있겠어.

나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상대는 하룬겔의 말대로 내륙까지 쫓아올 거다.

저 괴물 같은 녀석을 끌고 내륙으로 가느니 여기서 결판을 짓는 게 맞겠지.

아가타를 플레이했을 때는 불가능에 가까운 적이었지만······.

‘해볼 만하다.’

-해볼 만해? 미쳤구나. 나보다 강력한 녀석일 수도 있다니까?

‘너도 나한테 졌잖아. 뭘 그렇게 잘난 듯이 말하냐.’

-······.

하룬겔의 의식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삐졌냐?

“나가죠.”

“응.”

탈리스만의 주인은 아마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을 테지만 그 소식이 메쥬르에게 들어가는 것은 한참 이후의 일이었다.

그러니 아이템을 교환할 시간은 충분했다.

탈리스만의 주인은 메쥬르가 섬기고 있는 자.

바로 이 왕국의 주인이었다.

**

나가는 길에서도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온 김에 건물의 위까지 전부 쓸고 돌아오자 무려 16,000개 가량이나 되는 돌조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용아병들의 경험치는 덤이지.

“8,000개씩 나누면 되겠네요.”

“아드리아스 가져.”

“아니에요. 반씩 나누겠습니다.”

“난 검을 얻었어. 그러니까 아드리아스가 가져.”

메쥬르가 있는 건물 근처까지 온 나와 비비안은 뜻밖의 일로 의견이 충돌했다.

“전 이미 좋은 검이 있으니까 비비안에게 준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위해서 고생하신 걸 생각하면 그 검은 제가 준 것도 아니······.”

“아니. 아드리아스 다 가져. 난 괜찮아.”

비비안은 쿨하게 말하더니 그대로 건물로 들어가 버렸다.

안 되겠네. 그냥 내가 돌조각으로 직접 그녀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사줘야할 것 같았다.

‘네임드는 한 명당 하나씩 구할 수 있어서 이러면 애매한데······.’

일단 메쥬르에게 물건부터 확인해야겠다.

“라고, 기다렸다.”

안에 들어가자 돌아온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약속 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었지만 모두 생각보다 열심히 사냥하네.

대신 원래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는 라고와 그 옆에서 잠을 자는 루나가 보였다.

“으응······.”

인기척을 느꼈는지 루나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친구······?”

“잘 쉬셨어요?”

루나는 멍하니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서더니 도도도 다가왔다.

“친구우.”

풀썩.

갑자기 품에 안겨드는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등에 업었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아이 같은 면모가 보인다.

“비비안, 돌조각은 됐으니까 물건이나 같이 구경하죠?”

“응.”

비비안은 내 말에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은 루나에게 향해있었다.

굉장히 부럽다는 표정이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업고 있는 게 부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건 나도 양보 못하지.

“돌아오셨습니까.”

나는 루나를 업은 채 메쥬르에게 다가갔다.

인사를 하는 메쥬르를 향해 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돌조각들을 꺼냈다.

쿵!

촤르르륵!

쏟아지는 돌조각들을 보며 나는 말했다.

“이 큰 것들은 값어치가 다릅니까?”

“······이 많은 수를 어디서······.”

메쥬르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흠흠, 이 돌은 개당 100개로 계산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유독 커다랗고 짙푸른 돌덩이를 본 메쥬르가 이걸 어디서 구했냐는 표정으로 나를 한 차례 훑어보더니 말했다.

“2,000로 계산하죠.”

예상했던 개수였기에 나는 곧바로 말했다.

“그럼 마법으로 세어본 작은 것들까지 합하면 17,101개군요. 이걸로 살 수 있는 걸 보여주시겠습니까? 굳이 마법사용 물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 꺼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바로 대령하죠.”

메쥬르는 마치 실적을 올린 영업사원 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근데 갑자기 궁급해지는 게 메쥬르를 죽이면 저 안쪽에 있는 물건들을 다 챙길 수 있을까?

‘어차피 적이고 말이지.’

잠시 딴생각을 품고 있을 때 메쥬르가 부랴부랴 물건들을 가지고 나왔다.

진열대와 같은 탁자 위에 올려놓는 물품들을 보자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기는 아가타로 밖에 플레이하지 못해서 그냥 그림의 떡이었는데······.’

아가타는 궁수였다.

그러니 당연히 궁수와 관련된 물품만 구입했었지.

특히 네임드 아이템은 인당 하나 밖에 안 되었으니 마나 화살을 생성할 수 있는 루엘라의 진심만 구입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제약이 풀렸지.

“와아아.”

루나가 내 등에 업힌 채 아이템들을 내려다보고 감탄했다.

메쥬르가 가져온 것들은 정말 다양했는데 용도를 알기 힘든 항아리 같은 물건부터 딱 봐도 좋아 보이는 검이나 마법 용품들까지 다양했다.

나는 아가타로 아이쇼핑을 질리도록 했었기에 하나하나가 무슨 아이템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일단 이쪽 물건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이건 저희 왕국에서 파견한 지블턴 기사단이 가져온······.”

고민이 되는데.

이미 아이템창을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메쥬르의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아이템들도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은 평균 이상 값은 하는 아이템들.

그 중 몇 개는 또 네임드급 아이템들이었다.

두근!

느껴지는 고동으로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지.

그렇게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게임에서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마력 결투의 주문서]

일회용 아이템이었다.

마법 스크롤이라는 이름으로 더 흔한 아이템이었는데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물건 중 하나였다.

딱히 만들기 어렵다기보다는 그저 가성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없어서 시장되었을 뿐이었다.

[주문서를 찢는 동시에 발동되며 지정한 대상과 강제적인 마력 결투에 진입.]

[마나가 더 강하고 많은 쪽이 승리하게 되며 패배한 상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음.]

[마력 결투 중일 때는 움직일 수 없음.]

일대일 전용의 특이한 주문서.

지금은 만들지도 못하고 무슨 원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역시 고대 시대라고 해야 하나.

“이건 얼마죠?”

“이건 마력 결투의 주문서입니다. 가격은 돌조각 300개입니다.”

더럽게 비싸군.

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주문서를 구입했다.

“여기 300개입니다.”

“확인했습니다.”

네임드 아이템은 아니었기에 구입에 제한도 없었다.

오히려 몇 개 더 있었으면 더 샀을 텐데 아쉽네.

‘비록 1회용이지만 충분히 살만하다.’

비싼 느낌이 있지만 나한테는 제격인 주문서라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마나의 양.

게다가 조금 전에 현자의 돌까지 흡수한 탓에 마력으로 나를 이기는 상대는 찾기 힘들 거다.

“혹시 이거랑 같은 물품은 더 없습니까?”

“다른 주문서들도 있지만 마력 결투 주문서는 그게 하나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물어봤지만 없는 게 당연했다.

여기서 교환하는 물품들은 다 1개씩 밖에 없었으니까.

“저거! 친구, 나 저거 사줘!”

주문서를 품 안에 넣고 있을 때 등에 업혀있던 루나가 무언가를 가리키며 두 눈을 반짝였다.

메쥬르가 가지고 나온 물건들의 양은 꽤나 많았는데 내가 가진 돌 개수에 맞춘 게 아닌 잡다한 물건들이었다.

루나가 가리킨 것도 그런 물건 중 하나였는데 주먹 크기만 한 거무튀튀한 돌이었다.

꼭 하늘에서 떨어져 타들어간 운석처럼 보이네.

[검은 돌]

[검은 돌.]

설명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잡템.

왜 저런 이상한 잡템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정도는 그냥 선물로 사줄 수 있지.

“저건 얼마입니까?”

“······.”

“메쥬르?”

메쥬르가 살짝 인상을 굳혔다가 풀었다.

그 잠깐의 반응은 나처럼 훈련 받은 사람이 아니면 확인도 못할 정도로 찰나.

“3,000개입니다.”

그리고 나온 가격은 뜻밖의 거액이었다.

“3,000개? 저게 뭔데요?”

“그냥 돌입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이 있는 돌이죠.”

그냥 돌을 3,000개에 판다고?

오히려 그러니까 더욱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아이템창이 파악을 못할 때도 있나?’

아이템창의 설명으로도 그저 잡템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아이템창은 웬만한 물건에 뜨지 않는다는 것.

길가에 돌을 쳐다보고 아이템창을 보려고 해도 절대 나오지 않는다.

아이템으로 표시된다는 건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뜻.

“사겠습니다.”

“돌 낭비여서 추천은 드리지 않습니다만 알겠습니다.”

게임에서도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돌.

나라고 잡템까지 모두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별 생각도 없었는데 루나 덕분에 의심스러운 걸 찾았군.

난 곧바로 3,000개를 지불하고 돌을 받았다.

손에 쥐어도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돌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친구. 헤헤.”

3,000개나 되는 돌지랄을 한 것 같지만 루나가 좋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리고 의외의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돌은 왜 사달라고 한 거예요?”

“보여!”

보여?

나는 루나가 보인다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소름이 돋았다.

루나가 볼 수 있는 것.

아니, 루나만 볼 수 있는 것.

‘역시 평범한 돌이 아니었어.’

그건 영혼이었다.

< 291화. 흡수 그리고 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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