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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90화 (290/415)

< 290화. 현자의 돌 >

굴을 따라 도착한 곳은 음침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지는 넓은 공간이었다.

마치 오래된 신전의 내부와 같은 풍경이었는데 양옆으로 쭉 나열되어있는 기둥에 달린 푸른 빛의 횃불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상한 곳.”

“조심하죠.”

게임이었으면 누가 봐도 득템을 노려볼만한 분위기라 기뻤겠지만 여기는 현실.

아무리 내가 이 장소를 알고 있고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저것들도 적이지?”

비비안이 가리킨 것은 기둥마다 근처에 서있는 리빙아머들이었다.

마치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가만히 있었는데 그 생김새가 위에서 보았던 것들과 달랐다.

훨씬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외형.

손에 든 대검과 철퇴 같은 중병기도 위협적이었다.

“일단은 경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공격해오지 않더라도 내 쪽에서 공격할 의사가 있었다.

저 리빙아머들은 하나하나가 준보스급에 가까운 언데드였는데 처치하면 다른 언데드와 달리 거대한 돌덩이를 떨어트렸다.

‘하나에 돌조각 100개.’

리빙아머의 숫자가 24마리니 무려 2,400개의 돌조각이었다.

그야말로 노다지였기에 포기할 수 없는 장소였다.

“혹시 모르니 먼저 공격하겠습니다.”

다가가면 움직이는 걸 아는 만큼 마법으로 선제 타격을 하기로 했다.

시간이 있는 만큼 천천히 만들어낸 상급 마법, 광휘의 창날 6개가 석상처럼 서있는 리빙아머에게 쏟아졌다.

콰아아앙!

언데드를 상대로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상급 빛의 마법이 순식간에 두 마리의 리빙아머를 박살냈다.

끼기기긱!

쿠구궁!

내 공격이 신호가 되어 나머지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비비안이 귀기어린 눈으로 검을 뽑아들더니 달려 나갔다.

“가라.”

소환해놓고 있던 내 휘하의 언데드들도 합세했다.

남은 22마리의 리빙아머는 거대한 동체를 움직이며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지만 비비안이나 내 언데드들은 훨씬 민첩했다.

나는 102마리의 용아병들을 조율해 유동적으로 적들을 상대했다.

골고루 분배하기보다 적 하나에게 화력을 집중해서 깨부수는 방식.

콰직!

용아병들이 리빙아머 하나의 몸을 타고 올라가 전신을 부수기 시작했다.

쓰러지는 거대한 동체 근처에서 니켈이 만변을 휘둘러 다른 하나의 리빙아머를 베었다.

서겅!

무릎이 베인 리빙아머가 쓰러지자 다시 용아병들이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마치 짐승에게 달라붙는 개미떼와 같았지만 그 공격력은 개미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쿵쿵쿵!

갑자기 한 녀석이 멀리 떨어져있던 내게 달려왔다.

어그로가 나한테 끌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꽤 머리가 돌아가는군.

“아드리아스.”

비비안이 나직하게 말하며 공간을 갈랐다.

엄청난 속도로 앞을 가로막은 리빙아머들의 발목을 베며 달려온 그녀는 내게 다가오는 녀석의 몸을 밟고 올라가 머리를 칼로 찍었다.

꽈득!

비비안을 계속 보아왔지만 매번 놀라게 되는 실력이었다.

막시민이 오러 마스터가 아니었음에도 오러 마스터를 이겼다던데 비비안도 가능하지 않을까.

후우우욱---

쿵!

쓰러진 리빙아머의 대가리가 정확히 내 앞이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 올라서있던 비비안이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덕분에 무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비안.”

리빙아머가 왔다고 해도 위험할 일은 없었지만 감사를 표했다.

사실 난 용아병들의 경험치를 채워주기 위해 일부러 뒤에서 명령만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콰아아앙!

어느새 티무르가 마지막 남은 녀석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무리 준보스급의 언데드라고 해도 우리 애들에 비하면 당연히 약할 수밖에 없었다.

“커.”

비비안이 쓰러진 리빙아머의 근처에서 돌을 주워들며 말했다.

그동안 엄지손가락 크기의 돌조각들만 보다가 주먹크기의 돌을 보았으니 당연히 눈에 띄었다.

우리는 모든 돌들을 수거하고 앞을 보았다.

리빙아머가 서있었던 기둥들의 끝에는 한눈에 봐도 뭔가가 있을 법한 뻥 뚫린 입구가 존재했다.

“계속 가죠.”

“응.”

이 신전처럼 생긴 곳의 정체는 이 왕국의 비밀과 연관이 되어있었다.

이곳을 클리어하면 새로운 연계 히든 피스가 발동이 되는데 그로인해 메쥬르의 정체와 왕국이 왜 언데드 천국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아가타 때는 굳이 해결하지 않고 여기까지만 클리어했지.’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연계되는 히든 피스는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했다.

플레이어블의 성장 속도로도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괴랄함.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나로서도 거리껴질 정도의 위험함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이 공간만 클리어할 생각이었다.

아가타를 플레이할 때보다 전력이 훨씬 강했지만 굳이 생사의 위협까지 무릅쓰고 깰 필요는 없어보였다.

용아병들을 앞세우며 안쪽으로 들어가자 음침한 기운이 더욱 강렬해졌다.

“위험할 것 같아.”

비비안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경계했다.

이 앞에는 보스가 존재했기에 당연한 기운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비비안한테는 꽤 위협적으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화르륵!

선두가 입구로 진입하자 안쪽 공간이 밝혀졌다.

마치 우리를 환영하듯 푸른 횃불들이 동시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비춰진 공간의 가장 안쪽 끝에는 붉은 빛을 띠는 거대한 크리스탈이 허공에 떠있었다.

“벤시나이트.”

그리고 그 앞에는 무려 벤시나이트가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었다.

희뿌연 외형이었지만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육체.

가만히 있음에도 느껴지는 굉장한 위압감.

-적에게 죽음을.

무려 말까지 하는 최상위 언데드였다.

조금 전에 만났던 리빙아머에 비하면 갑자기 올라간 허들에 미리 알지 못했다면 놀라서 기겁했을 거다.

-흐히히히히.

크리스탈이 있는 공간에는 벤시나이트만 있는 게 아니었다.

허공에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벤시와 고스트들이 기괴한 소음을 일으키며 우리를 공격했다.

촤르르륵---

나는 오랜만에 융합 마법을 사용하며 갈락슈르를 뼈의 채찍으로 만들었다.

길게 늘어진 뼈 채찍은 넓은 범위로 휘둘러지며 다가오는 유령들을 베어냈다.

-끄에에엑!

-끼에에아아악!

물리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마법으로 만든 채찍인 만큼 데미지가 들어갔다.

그 사이에 비비안은 내 언데드들과 함께 벤시나이트에게 다가갔다.

휘이익---!

챙캉!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역할을 나눴다.

벤시나이트의 티어도 데스나이트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위치였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보스몹이라 일반 벤시나이트보다는 강하지만······.’

용아병들이 없었어도 니켈과 티무르, 그리고 비비안이라면 찜 쪄 먹고 남았다.

-히히히히!

미리내의 광역 그림자 마법이 유령들을 속박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벤시와 고스트는 나와 미리내의 몫이었다.

‘본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앙!

뼈 채찍을 휘두르며 동시에 마법을 발동했다.

검에 붙은 뼈가 터져나가며 수많은 유령들이 소멸해나갔다.

벤시와 고스트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아서 까다로울 뿐 하급 언데드였기에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미리내, 이제 저기 좀 도와줘.”

-히히!

유령들을 깔끔하게 없애고 마지막 남은 보스의 차례였다.

아가타로 플레이했으면 꽤나 힘든 보스 사냥이 되었겠지만 전천후 잡캐인 나에게는 손쉽게 클리어 각이 보였다.

-적에게 죽음을!

원래 다른 대사도 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저 말밖에 안하네.

보스급 벤시나이트는 확실히 강했다.

아마 비비안과 1대1로 붙었으면 비슷했을 정도.

그러나 그런 녀석도 다구리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퍼석!

-적에게······!

엄청난 공세에 상처가 하나 둘씩 생기더니 결국 니켈의 공격에 어깨가 잘려나갔다.

살려서 내 부하로 삼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였다.

언령 마법으로도 잠깐 통제만 가능한 거지 적의 언데드를 내 걸로 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적의 언데드.’

저 벤시나이트는 주인이 있는 언데드였다.

-안 된다······.

결국 비비안에게 목이 베인 벤시나이트는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애써 검을 휘두르며 부서져가는 게 조금 애처롭네.

챙그렁!

녀석이 휘둘렀던 검은 사라지지 않고 땅에 떨어졌다.

동시에 파랗다 못해 검게까지 보이는 돌덩이 하나도 바닥을 굴렀다.

이번 히든 피스에서 챙길 수 있는 가장 큰 보상들이었다.

[단크]

[마나 전도율 95%]

[1대1의 상황에서 ‘결투’가 발동됨. 일시적으로 신체능력 상승.]

네임드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성능의 검이었다.

뛰어난 마나 전도율도 전도율이었지만 저 특수 능력이 꽤나 쓸 만했다.

“아드리아스, 검.”

“좋아 보이는 검이네요. 비비안이 쓰세요.”

“응.”

그녀는 반문이나 다른 말도 없이 넙죽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살피는 모습을 보니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거의 어린 아이의 머리만한 돌덩이도 챙기며 허공에 뜬 크리스탈을 바라봤다.

‘이제 여기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보스였던 벤시나이트는 저 허공에 뜬 크리스탈을 수호하던 녀석이었다.

저 크리스탈을 그냥 놔둘 것이냐, 아니면 파괴하느냐에 따라 분기가 나뉜다.

일단 저걸 확인해볼까.

아가타로 여기를 왔을 때는 저 크리스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는데 지금의 나는 꽤 뛰어난 마법사였다.

“잠깐 저걸 확인해보겠습니다.”

“응.”

내 예상으로는 저 크리스탈이 이 땅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언데드의 원인일 듯싶었다.

실제로 크리스탈을 부순 뒤 연계 되는 히든 피스로 그리 유추해볼 수 있었다.

우웅---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크리스탈은 마치 살아있는 물체처럼 진동과 함께 소음을 냈다.

3m크기의 크리스탈이었는데 실제로 맥박을 치듯 일정하게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꼭 말로만 듣던 현자의 돌 같네.’

게임에서도 이름만 들어본, 실존하는지 알 수 없는 아이템.

엘릭서는 만들어봤어도 현자의 돌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자의 돌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가 수많은 생명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따로 아이템 표시가 뜨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크리스탈에 천천히 손을 대보았다.

“조심해.”

뒤를 따르던 비비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내 손에 닿은 크리스탈에서 기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운은 내 몸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건······.’

갑작스러운 일에 손을 떼려고 했지만 떼어지지가 않았다.

결국 언령을 사용해야 하나 고민할 때쯤 머릿속에서 언젠가 들어봤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라.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하룬겔이었다.

이전에 바야트라 대수림 환인족들의 마을에서 흡수했던 영혼.

지금 내가 부리는 용아병들의 원래 주인도 그였다.

-마력을 받아들여.

“살아있었네.”

-이 몸은 불변의 하룬겔이다. 쉽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나.

솔직히 원죄가 영혼을 잡아먹은 뒤 소멸됐다고 생각했다.

명불허전이라고 해야 할까, 역시 만만히 볼 수 없는 흑마법사였다.

“아드리아스?”

내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들렸는지 비비안이 걱정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네가 지금 손을 댄 게 뭔지 아나? 잘못하면 몸이 터져나갈 거다.

초를 치는 하룬겔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일단 크리스탈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을 통제했다.

-초조해지면 안 돼. 최대한 받아들이면서 벗어날 기회를 엿봐라.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지금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넌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내가 깨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이 강력한 마력 때문이란 걸 생각해라.

그러나 하룬겔의 경고와는 달리 내 몸은 편했다.

분명 마력이 흘러들어오고는 있었으나 그리 위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원죄가 살려준 건가?’

-······어째서 그렇게 멀쩡한 거지?

서로가 서로의 의문에만 질문하는 동문서답의 상황에서 크리스탈의 빛이 점차 바래지기 시작했다.

맥박이 느껴지던 것도 점차 희미해져만 갔다.

-믿을 수가 없군. 말도 안 된다.

‘이게 뭔지 알고 있는 거냐?’

-나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저 짐작만 할 뿐.

‘그니까 그 짐작이 뭔데.’

-이 마석은 내가 살던 시대에도 실전된 기술로 만들어진 마력의 집합체······.

거기까지 말한 하룬겔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탈리스만.

‘탈리스만?’

뭐야, 진짜 현자의 돌이었어?

< 290화. 현자의 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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