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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77화 (277/415)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 (277)

탑의 보상으로 얻은 힘

숨이 막혀 왔다.

어느새 몸을 지탱하던 마나는 바닥을 드러내고 그간 단련해 온 신체 능력으로 간신히 버틸 뿐이었다.

“세레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세레나의 시선이 상대의 눈으로 향했다.

비검(飛劍) 크리스 유노르.

루이스와 함께 그럴 듯한 칭호를 얻은 강자.

세레나는 그런 크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안쓰러워 보여?”

“……번뇌는 좋지 않다. 수련을 할 때에도, 대련 도중에도, 실전에서도.”

“그걸 누가 몰라.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다고.”

세레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억지웃음.

사실 그녀는 경기장에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귀빈석에 앉아 있는 유노르 후작과 자신의 아버지를 발견한 순간 흔들리고 말았다.

이제는 냉정을 되찾은 상태였지만 이미 승기는 기울어진 상황.

“아쉽네.”

“나도 아쉽다. 이렇게 끝날 대련이 아니었어.”

크리스는 검으로 천천히 원을 그렸다.

다시 시작되는 그의 환검에 세레나가 호흡을 들이켜며 근육에 산소를 공급했다.

아직 질 수 없었다.

토너먼트와 상관없이 크리스에게는 이렇게 질 수 없었다.

채재재쟁――――!

수많은 환검과 세레나의 쾌검이 어우러졌다.

그러나 이미 절반쯤은 마나가 아닌 체력으로 대체하고 있는 세레나의 검은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프슥!

결국 옅은 상처가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관중석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크리스.”

세레나는 비틀거리며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알고 있겠지만 난 기권하지 않을 거야.”

“…….”

“날 이기려면 어떻게든 쓰러트려야 할 거야.”

세레나의 자존심을 지켜본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도 상대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건 예의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전력으로 쓰러트려 주마.”

“그래. 나도 그냥은 지지 않아.”

조금이라도 후회를 없애기 위해.

세레나는 기세를 가다듬었다.

그런 그녀의 시야로 문득 관중석에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어째서인지 유독 눈에 띄는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드리아스였다.

“후우.”

귀빈석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들과 대화 중인 그의 모습을 보자 세레나는 더욱 분노가 차올랐다.

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

‘적어도 선배님과 대련했을 때처럼 했으면…….’

그런 세레나의 후회를 지켜본 크리스가 무섭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번뇌에 싸여 있구나.”

카앙―――――――!

온 힘을 다한 일격에 세레나의 신형이 파도에 휩쓸린 돛단배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런 세레나를 크리스는 봐주지 않고 추격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오직 내게만 집중해라.”

촤라라라락!

순식간에 늘어난 검.

스무 개가 넘어가는 검들이 마치 꽃잎처럼 피어났다.

유노르 검법의 극의와 정수가 크리스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오오오!”

마치 오러 비기가 펼쳐진 것과 같은 뛰어난 검술에 관중석이 들썩일 때, 세레나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용서하자.’

못났던 자신을 용서하고 분노를 푼다.

그리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한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최적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후우.”

머리를 비우는 수련도 항상 해 왔기에 습관처럼 머리를 비워 냈다.

그러자 곧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이내 세레나에게는 오직 크리스와 그의 검, 그리고 자신이 들고 있는 검만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내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문득 조금 전에 보았던 아드리아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가르쳐 준 가르침과 검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에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려 했던 검.

‘난, 한 번에 그치지 않아.’

세레나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눈치챈 크리스가 봐주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수많은 검들을 대동한 채 세레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물결처럼…….’

곧이어 세레나와 크리스의 검이 부딪혔다.

촤라라라랑――――――――――!

검들의 부딪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관중석의 사람들은 둘의 검무를 호흡조차 잊은 정적 속에서 지켜보았다.

‘할 수 있어.’

실전에서는 처음 사용해 보는 기술.

사실 완성이 되지 않았기에 아드리아스와의 대련에서조차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마나까지 부족한 상태였음에도 연습했을 때보다 완벽한 검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아!’

그것은 곧 세레나를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다.

검들의 합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레나의 검과 몸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드리아스가 가르쳤던 검은 분명 결을 베는 검이었지만 오히려 세레나는 그 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했다.

챙강!

“아!”

그러나 그 무아지경은 무언가가 깨지는 소음과 함께 흩어져 버렸다.

세레나가 자신의 팔을 타고 흐르는 한 줄기 핏물을 따라 손을 내려다보자 반토막이 난 검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마나가 부족해 크리스의 검을 버티지 못한 그녀의 검이 부서지고 말았다.

“하아, 하아.”

세레나는 앞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호흡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크리스가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는 게 보였다.

“하아, 넌, 후우, 도대체…….”

분명 검이 깨진 것은 세레나였지만 상황만 보면 누가 봐도 크리스의 불리함을 읽을 수 있었다.

“져 버렸네.”

세레나는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맑은 표정이었다.

“후우, 네 검이 멀쩡했으면 진 건 나였다.”

“실전이었으면 난 지금 죽었겠지.”

세레나의 말에 크리스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근처에서 달려오는 심판으로 인해 입을 열 수 없었다.

“시합 종료!”

“이건 아니다. 무효야. 다시 한 번 멀쩡한 검으로…….”

끝내 불만을 터트린 크리스가 항의를 하려고 할 때였다.

“볼만했다. 내 제물로 삼기에 딱 좋은 실력들이야.”

“……!”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인물이 크리스와 세레나의 곁에 나타났다.

정체불명의 인물은 꿈틀거리는 붉은 가면을 쓴 근육질의 남자였다.

“언제 들어간 거야? 똑바로 안 살펴?”

“외부인은 경기장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토너먼트 진행 요원들이 깜짝 놀라며 다급히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남자에게 다가가던 진행 요원들이 전부 쓰러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목 윗부분이 사라진 채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어?”

“머리가 없어졌어?”

아직 사고가 따라가지 못한 관중석의 사람들이 웅성거릴 때 붉은 가면을 쓴 남자가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하네스. 위대한 제파르의 화신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몸의 등장을 알리마.”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옆에 있던 크리스가 검을 휘둘렀다.

콰앙!

“간지럽군.”

“무슨?”

자신의 이름을 하네스라고 말한 남자는 크리스의 검을 막지도 않았다.

그의 검은 정확히 하네스의 목에 닿아 있었는데 검풍으로 인해 상의가 전부 찢겼을 뿐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하네스가 고개를 꺾어 몸을 풀었다.

“역시 인간은 하찮구나.”

이내 주먹이 날아들고 크리스의 신형이 떠올랐다.

콰아아아앙―――――――――――――――――!

압도적인 힘.

이내 주변을 잠식해 가는 알 수 없는 기운으로 인해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구토하기 시작했다.

“아아……!”

세레나는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마나와 체력은 바닥이었고 무기마저 멀쩡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운은 바로 옆에 있는 그녀에게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오늘은 그저 신고식. 이 둘만 더 죽이고 가겠다.”

하네스의 붉은 가면이 마치 웃는 것처럼 꿈틀댔다.

그리고 이내 가만히 서 있는 세레나에게 다가갔다.

‘죽는다.’

세레나는 확신했다.

상대는 지금껏 그녀가 겪어 온 어떠한 사람보다도 강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 사내가 자신과 크리스를 죽인다고 말한 시점부터 끝이나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확인해 보니 뒤늦게 관중석에서 움직이는 자신의 아버지와 여러 인물들이 보였다.

그들이 도착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세레나가 다가오는 적을 향해 부서진 검을 들었다.

죽음은 확실했지만 개죽음은 사양이었다.

―숙여.

순간 강력한 마나의 힘이 몸을 제멋대로 움직이며 아래로 숙이게 했다.

동시에 뒤통수 위로 강렬한 파공음이 스쳐 지나갔다.

얼떨결에 상대의 주먹을 피한 세레나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상태로 고개를 올려 보자 어느새 나타난 한 사내가 자신의 앞을 지켜 서고 있었다.

“선배님……!”

“너무 과감한데. 예상 못 한 전개야.”

아드리아스 크롬웰.

그가 하네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세레나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분명 하네스라는 이름의 괴인이 더 강할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를 믿음이 생겼다.

‘아드리아스 선배님이라면 어떻게든 해내실 거야.’

단지 그의 등장 하나만으로 긴장이 풀려 버렸다.

분명 아드리아스도 상대의 강함을 느끼고 있을 게 분명했음에도 물러나지 않는 걸 보면 무슨 수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세레나는 생각했다.

“호넨, 네 덕분에 제레드는 편히 죽여 줬다.”

아드리아스의 손에 들린 검에는 이미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묻어 있었는데 그 피의 주인을 직접 말했다.

“제레드? 내 말이 곧 교단의 율법이자 교리다. 그런 녀석 따위 죽든 말든 상관없어. 그보다 아드리아스. 그래, 차라리 너를 죽이는 게 신고식에는 더 어울릴 수도 있겠어.”

콰아앙―――――!

순식간에 뻗은 상대의 주먹을 아드리아스가 막아 냈다.

크리스와 같이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그 거력에 뒤로 밀려났다.

“세레나, 도망쳐라.”

“네.”

아드리아스의 말을 들은 세레나는 간신히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났다.

현재의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상황.

지금으로서는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아드리아스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아드리아스를 믿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세레나가 재빠르게 물러나자 아드리아스가 몸을 풀며 말했다.

“네가 아주 미쳤지? 갑자기 강해지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졌냐?”

“하하! 아드리아스. 너는 뭔가를 아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모양이야. 이건 단순히 강해진 게 아니야.”

“……하아, 오히려 잘됐다. 이참에 빨리 죽여 줄게.”

“푸하하하! 네가? 나를? 하찮은 인간 주제에 오만하구나!”

“호넨, 넌 모르겠지.”

아드리아스가 갑자기 본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곧 마나가 휘몰아치더니 엄청난 양의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나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하네스의 가면이 일그러졌다.

“내가 이미 이것보다 더한 상황을 겪었다는 걸.”

“……뭐지? 이 기운은……그럴 리 없어!”

뭔가를 느낀 하네스의 가면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마침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고맙다.”

이내 모여든 마나가 새하얀 빛을 뿜으며 하나의 날개가 되었다.

일익(一翼)의 하얀 날개는 아드리아스의 오른쪽 어깨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떨어져 마치 후광처럼 빛을 뿜고 있었다.

“누구지? 누구의 기운이냐! 아드리아스 크롬웰! 너도 신의 화신이었다고?”

“난 누구의 화신도 아니야.”

밝게 빛나는 날개가 조금씩 펄럭였다.

이내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날개를 느끼며 아드리아스가 미소 지었다.

“이건 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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