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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73화 (273/415)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 (273)

진행 중인 시험

춘계 토너먼트가 시작된 아카데미는 여느 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제국민들과 대륙에 내로라하는 단체들에서도 그 결과를 궁금해하는 행사인 만큼 당연한 이치였다.

이미 예선이 진행됐고 본선만을 앞둔 주말.

본선에 진출한 이들은 대부분 모두가 예상한 이들이었다.

“검룡이나 비검(飛劍) 선배도 이제 마지막 토너먼트네.”

“그러게.”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일련의 무리가 연무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주제도 다른 이들과 별다를 것 없는 내용이었다.

“카심, 아깝네. 하필이면 대진 운이 나빠서 본선에도 못 올라가고.”

“어쩔 수 없지, 뭐. 그게 내 실력이었으니까. 정말 안타까운 건 네가 말한 것처럼 루이스 선배님이랑 크리스 선배님, 그리고 학생회장님이랑 공식적으로 붙을 마지막 기회였다는 거지.”

학생회의 말석을 차지하는 카심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아는 그의 친구들이 카심의 어깨를 두드리며 걸었다.

“아, 맞다. 이번에 아드리아스 교수님이 낸 문제를 해석했다는 선배님들이 나왔던데?”

“그거 교수님한테 가기 전에 학생회에서 먼저 검사를 맡는다면서? 어떻게 됐어?”

화제를 돌리는 게 뻔히 눈에 보였지만 카심은 그런 친우들의 배려에 속아 주기로 했다.

“어제 회장님이 보고 돌려보냈어.”

“진짜? 야, 이러다가 학생회 선에서 전부 정리되는 거 아니야?”

“심술부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 선배님들 실력이 못났었던 거야. 회장님 입장에서는 그런 실력을 가지고 교수님을 피곤하게 만들기 싫으셨던 거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도착한 연무장은 여느 때와 같이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어떤 이들은 밤새 그곳에 있었던 모양인지 흰자에 핏발이 선 상태였다.

“하이고, 저렇게 뚫어져라 본다고 뭐가 나오나. 그만 자리 좀 양보하고 들어가시지.”

“그래도 학생회에서 정리하지 않았으면 아예 텐트까지 쳤을 사람들이 대다수일걸? 솔직히 학생회가 권위적인 느낌이 강한데 이런 면에서는 또 일을 잘해 주니까 모두들 인정하는 거지.”

이내 연무장에 있던 이들 중 카심을 알아보는 이들이 아는 척을 해 왔다.

학생회 말석이라도 임원은 임원이었기에 그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널려 있었다.

“카심, 왔어? 여기 자리 맡아 놨어.”

“선배님, 감사한 말씀이시지만 자리를 맡아 놓는 건 안 된다고 저희 학생회가 공표했을 텐데요?”

“에이, 그게 아니라 우리 자리를 양보한다는 거야. 우리도 밤을 새웠는데 이제 슬슬 가서 조금이라도 자야지.”

카심은 이 정도는 융통성 있게 받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배님들.”

“그래, 그래. 나중에 밥 한 끼나 같이 하자.”

“알겠습니다.”

선후배 문화가 엄격한 기사학부 내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만큼 학생회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 준 카심은 친구들과 함께 양보받은 자리로 향했다.

“역시 카심이야. 이 맛에 학생회 임원을 친구로 둔 거지.”

“어휴, 헛소리 말고 공책이나 펴. 연구 이어서 해야지. 이제 3일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오늘 안에는 결론 짓고 실습해야 돼.”

“그려, 그려.”

장난스러운 대화가 끝나고 이내 진지하게 아드리아스가 남긴 검흔을 분석했다.

이미 카심은 마법학부로부터 도움을 받아 검흔의 형태를 공책에 그대로 옮긴 상태.

입체적인 형태로 그려진 그림의 주위로는 카심과 그의 친구들이 달아 놓은 주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에는 단순한 발걸음 이상의 뭔가가 있어.”

“또 그 얘기야?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뭔데?”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그것만 알면 나도 자신 있게 회장님한테 검사를 맡아 볼 텐데…….”

학생회장인 세레나는 이미 아드리아스에게 인정을 받았기에 시험을 통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진해서 다른 임원들을 대신하여 검사를 도맡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 통제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의 검사였다.

“어! 검룡이다.”

“야, 야. 루이스 선배님 오셨다.”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모두들 속삭이는 목소리로 루이스의 등장을 알렸지만 한 번에 일어난 목소리로 인해 갑작스레 시끄러워졌다.

“어? 옆에는 누구냐?”

“……쟤 신입생 대표잖아?”

루이스의 등장과 함께 그의 곁에 서 있는 한 학생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카심은 루이스와 나란히 다가오는 그 신입생을 향해 묘한 감정을 느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심? 카심! 어디 가?”

“잠깐만 갔다 올게.”

카심은 곧바로 루이스에게 걸어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루이스 선배님.”

“어? 아, 카심이구나. 오랜만이야.”

루이스는 언제나 그렇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 모습에 남몰래 루이스를 마음에 담고 있던 여학생들이 들뜬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님도 검흔을 살피러 오신 건가요?”

“그렇지.”

“선배님이시라면 벌써 해석을 하셨을 텐데 궁금하네요.”

“나라고 그렇게 빨리 할 수 없어.”

루이스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그런 루이스의 모습을 보며 겸손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옆에 신입생을 데리고 오셨네요?”

“어. 인사해, 여긴 2학년인 카심 카자미. 얘는 신입생, 벤자민 아니키우스.”

소개를 받은 둘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다.

잠시 묘한 기류가 섞여 지나가고 벤자민이 먼저 고개를 까딱 숙였다.

“벤자민입니다.”

소개는 그게 전부였다.

묘하게 거슬리는 그 태도에 카심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끄덕였다.

“2학년인 카심이다. 학생회 소속이지.”

“학생회?”

“학생회를 모르는 거냐?”

“알고 있습니다. 근데 굳이 자기소개에 학생회 소속이라고 말하는 게 신기해서요.”

“그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예요. 보통 가문이나 출신을 말하는 사람들만 봐서 특이하다고 느꼈을 뿐입니다.”

카심의 표정이 평정심을 잃고 깨졌다.

피해 의식일 수도 있었지만 벤자민의 말은 마치 고작 학생회 임원인 걸로 거드럭거리냐는 의미로 들려왔다.

“이제 난 내년이면 졸업반이니까 둘이서 사이좋게 지내면 되겠다.”

그때 루이스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원체 눈치 없기로 소문난 루이스였던지라 카심은 이해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 묘한 기류를 읽었겠지만 루이스는 알아채지 못한 게 분명했다.

“고작 1년 차이이니 오래 얼굴을 마주치기는 하겠네요.”

벤자민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카심은 그런 벤자민을 차갑게 일견하고 루이스를 향해 물었다.

“이 신입생하고는 원래 아시던 사이였습니까?”

“내가 2학년 때 처음 알았나? 벤자민이 모나스 학생이었을 때부터 알기는 했지.”

“꽤 예전부터 아셨군요.”

“그렇지. 이야, 생각해 보면 벤자민이랑 내가 알게 된 것도 다 아드리아스 선배, 아니 교수님 때문이었네.”

“아드리아스 교수님?”

카심이 의문에 찬 음성으로 묻자 벤자민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제 후원자이시자 은인이십니다. 루이스 선배님을 처음에 소개해 준 것도 아드리아스 교수님이시죠.”

“……뭐?”

뜻밖의 사실에 놀란 건 카심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는 척하던 모든 학생들이 놀란 눈으로 시선을 돌릴 정도의 정보였다.

“아드리아스 교수님께서는 처음부터 제 재능을 알아보고 지금까지 후원해 주셨습니다. 천애 고아였던 저를 거두어 주신 것도 모자라 모나스 아카데미와 로들렌 아카데미의 학비를 전부 지원해 주셨죠.”

항상 수석이었던 벤자민은 첫 입학금을 제외하고는 전부 장학금 혜택을 받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사람들도 그런 사실보다 아드리아스가 벤자민을 지원해 줬었다는 말에 놀라 수군거렸다.

“야, 그러면 저 녀석은 졸업 후에 이미 자리가 정해진 거 아니냐?”

“크롬웰 백작가? 야, 그래도 후원이랑 진로는 별개지. 이제 간신히 영지가 생겨서 자리 잡고 있는 콩알만 한 백작가에 모나스 수석 졸업자가 들어간다고?”

“별개라니!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후원해 주려 하는 약소 귀족 가문이 얼마나 많은데.”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지고 카심도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벤자민에게 물었다.

“뭘 대가로 후원을 받은 거지? 졸업 후에 크롬웰 휘하에 들어가기로 약속한 건가?”

“믿으실지 말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아드리아스 교수님께서는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재능이 있어 보인다며 거두어 주셨을 뿐이죠.”

“그 말을 믿는 거냐? 교수님이 정말로 아무 대가 없이 널 후원해 줬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속은 거다!”

카자미 가문 귀족 출신인 카심은 벤자민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설령 실제로 그가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분명 나중에 와서 대가를 요구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뭐라고?”

“아드리아스 교수님이 제게 대가를 바라신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그분은 제 은인. 은혜를 갚아야 하는 입장인 저로서는 오히려 감사히 대가를 지불할 겁니다.”

“크롬웰 백작가는 자작 가문만도 못한 약소 가문이다. 멸문당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희미했던 가문이라고. 그런 곳에 모나스 수석 졸업을 한 로들렌 아카데미 졸업생이 간다고?”

“다시 말하지만 전 상관없…….”

“난 대가를 받을 생각이 없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가 놀라서 움직임을 멈췄다.

어느새 나타난 아드리아스가 호위 기사인 비비안을 대동한 채 기척도 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교수님.”

“쓸모없는 논쟁을 하는 걸 보니 다들 여유가 많은 모양이군.”

아드리아스의 차가운 시선이 모두를 훑어 지나가고 그 시선의 끝은 본인이 만들어 낸 검흔에 다다랐다.

“이렇게 많이 모였는데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

“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니어도 상관없지. 이 검흔으로 너희들의 실력이 올라가기만 한다면 시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워.”

아드리아스는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난 대가를 바라고 너희를 도우려는 게 아니거든. 굳이 바란다면 단 하나.”

사라져 가는 그의 뒤로 남겨진 말이 허공을 유영했다.

“호의를 사고 싶었다.”

아드리아스가 사라지자 그의 강렬했던 등장과 퇴장 사이의 그 짧은 시간 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이들이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언제 온 거야? 아무도 몰랐어?”

“괜히 교수가 된 건 아니네.”

그런 학생들의 말을 뒤로하고 아드리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루이스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아무래도…….”

작게 중얼거리는 루이스를 향해 카심이 되물었다.

“예?”

“아무래도 이번 토너먼트는 기권할 수도 있겠어.”

“예?”

루이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루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검흔이 새겨진 벽을 바라봤다.

“서,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번 주말 동안 교수님이 내신 시험을 해석하지 못하면 토너먼트를 포기해서라도 해석해 낼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토너먼트 본선이라고요! 그것도 마지막 토너먼트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카심과 달리 루이스의 옆에 있던 벤자민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토너먼트 본선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 물론 나한테도 토너먼트는 중요해. 하지만 아드리아스 교수님의 지도보다 중요하냐고 하면 아니라고 할 거야.”

“……아드리아스 교수님은 이제 막 채용되신 분이십니다. 아직 지도 스타일이나 얼마나 교육을 잘하시는지 증명이 되지 않은 분이세요.”

“카심. 미안하지만 난 이미 아드리아스 교수님이 내 선배이셨을 때 지도를 받은 적이 있어. 덕분에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누구보다 잘 알지.”

“아…….”

루이스의 말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검룡 루이스가 토너먼트를 포기하겠다는 건 곧 우승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그 말은 토너먼트의 우승보다 아드리아스의 지도가 우선순위에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아드리아스 교수님은 선배님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벤자민이 화룡정점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길을 터 검흔이 새겨진 벽으로 갔다.

그 뒤를 이어 루이스가 따라가고, 학생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드리아스의 지도는 토너먼트 우승보다 값지다!’

소식은 금방 퍼졌다.

그리고 입학식에 이어서 또 한 번 기사학부가 뒤집어진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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