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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51화 (251/415)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 (251)

이치를 벗어난 힘

서겅―!

쿠아아아앙―――――――!

홍월루의 귀퉁이가 쪼개졌다.

나뭇조각들이 비산하며 시야를 가렸다.

“검의 형(形)이 없군.”

남궁일영이 중얼거리며 특유의 발걸음으로 물러났다.

분명 단순한 발놀림이었는데 그 느낌이 우리와 사뭇 달랐다.

“없던 게 아니라 없어진 건가?”

“신기한 걸음걸이군요.”

“그러고 보니 다른 세력에는 보법을 사용하는 자가 없더군. 하긴 그대들이 비기라 불리는 것들 앞에서는 의미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만…….”

여전히 나른한 표정의 남궁일영은 검조차 뽑지 않고 우리를 보고만 있었다.

그때 비비안이 기습적으로 검을 뽑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 폭발적인 움직임에 남궁일영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과연.”

뭔가 납득했다는 듯 말한 그는 다시 기묘한 발걸음을 보였다.

하지만 비비안의 검은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그 움직임을 쫓아 기어코 검을 찔러 넣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로들렌에서 오는 검객들은 본능적인 움직임이 많아. 검법이라는 것들도 추상적인 게 대부분이고 형태가 확실한 경우가 드물지.”

드디어 남궁일영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 비비안의 검을 막아 내는 동시에 그대로 내리꽂았다.

쿠아앙―――――!

바닥에 박힌 검을 뽑으려 비비안이 힘을 주었지만 맞닿아 있는 남궁일영의 검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발전을 해 올 수밖에 없던 거겠지. 오러 마스터인가 뭔가 때문에 말이야.”

그의 표정에서 따분함이 엿보였다.

“형을 따라도 비기 앞에서는 무용지물. 그리고 비기를 익힌 순간 그동안 익혔던 검법의 의미가 퇴색된다. 로들렌의 검객들에게 있어서 궁극의 지향점은 결국 오러 마스터이니 검법이란 결국 수련과 명상의 수단.”

카가가각!

남궁일영의 검이 비비안의 검신을 타고 강하게 올라갔다.

나는 재빨리 다가가 그의 검을 막아 냈다.

카아앙―――!

“하아, 검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저 도구일 뿐이죠.”

“음, 그동안 들어왔던 로들렌의 답변과는 조금 다르지만 너무 극단적이군.”

어느새 그는 나와 비비안의 뒤를 점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움직임이지?

“역시 그대들에게는 뭔가를 더 바랄 게 없군. 중원에는 없는 마법이라는 사술을 제외하면 놀랄 것도 더 이상 없다.”

“후우.”

벌써부터 판단하기에는 이를 텐데.

나는 검을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호흡을 다듬으며 무결의 형태를 잡았다.

“너무 대놓고 사용하는군. 오의를 사용할 거라고 광고를 하는 건가?”

“당신은 알고서도 당해 줄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남궁일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한번 그 오의를 견식해 보…….”

찌지지지직!

갈락슈르의 움직임을 따라 공간이 찢어졌다.

엄청난 반발력이 손목과 팔뚝에 전해졌다.

그리고 그를 확인한 남궁일영의 두 눈이 순간 커졌다가 작아지더니 내 무결을 향해 일직선으로 검을 휘둘렀다.

콰직!

소음은 미미했다.

정확히 십자의 형태로 맞부딪힌 나와 그의 검이 직접 닿지 않았음에도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밀어냈다.

“기형적인 형태의 검이군. 형(形)을 잃었음에도 무리(武理)만 담겨 있어.”

말할 여유도 있는 건가.

그의 검은 벼락과 같은 기세를 지니고 있었다.

마치 실제로 벼락이 치는 듯한 형상이 그의 주변에서 휘몰아치며 공간을 찢는 무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궁일영은 오로지 검으로만 상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욕심이 생겼다.

마법까지 사용하면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군.”

마치 독심술이라도 익힌 것처럼 남궁일영이 말했다.

“고민할 정도의 여유가 있는 건가? 내가 봐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우습게 보인 모양이야.”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에 전달되는 마나와는 다른 새로운 줄기의 마나가 내 혀뿌리를 타고 올라와 입 안쪽에 새겨진 마법진에 전달되었다.

언령 마법의 사용이 까다로운 상황을 위한 마법진이었다.

베리얼의 역천의 회로와 살렘의 조화를 욱여넣은 신체 마법진.

―휘어져라.

제어의 기원.

통제하고 조종한다.

그 대상은 지금까지 상대를 비롯한 모든 것에 통용되었다.

그것이 설령 나 자신일지라도.

콰가가가가각!

움직이지 않던 내 검이 출렁였다.

남궁일영의 힘에 막혀 분명 움직일 수 없어야 할 검이 물리 법칙을 깨부수고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건 마법이었다.

퍼석.

남궁일영의 고운 얼굴에 얇지만 분명한 상처가 새겨지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태산과 같은 압력이 내 온몸을 짓눌렀다.

꾸웅!

압도적인 질량의 공격.

무엇이 벌어졌는지 눈치도 챌 수 없었다.

그건 이미 오러 비기라도 해도 될 만한, 내게 있어서는 검법이 아닌 다른 그 무언가였다.

“아드리아스.”

어느새 몸을 날린 비비안이 나를 끌어안고 몸을 던졌다.

덕분에 난 무사히 몸을 빼낼 수 있었다.

퍼어어억――――!

쿠구구구궁―――――!

홍월루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 뒤편에 있던 아름다운 건물의 외벽이 전부 부서진 상태였다.

‘도대체 뭔…….’

마법을 사용하느라 집중한 탓에 몰랐었다.

비비안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겠는데.

“이런, 실수했군.”

남궁일영이 무너지는 건물을 보며 말했다.

그럴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빠져나가야 하지 않나?

언령 마법의 후유증이 이번에는 꽤 심하게 온 탓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몸짓으로 비비안의 옷깃을 잡고 툭툭 당기자 내 뜻을 알아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안은 채 건물 밖으로 피신했다.

쿠구구궁!

“으악!”

“나가! 빨리 나가라고!”

대부분은 이미 암살이니 뭐니 하는 귀여운 계략으로 건물 안에서 빠져나갔었지만 아직 남아 있던 몇몇 인물들이 황급히 우리처럼 피신했다.

이내 홍월루는 아름다운 자태를 잃고 바로 옆에 있는 호수로 기울어지더니 그대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이고!”

“홍월루가! 우리 홍월루가!”

누가 들으면 사람 죽은 줄 알겠네.

멍하니 그 모습을 비비안과 지켜보고 있자 어느새 홍월루에서 빠져나온 남궁일영이 우리 옆에서 중얼거렸다.

“좋은 곳이었는데 아쉽군.”

네가 무너트린 거거든?

나와 비비안이 어이가 없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왜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냐는 표정을 짓더니 안타깝게 호수를 바라보는 인원들에게 말했다.

“더 높고 좋은 걸로 새로 지어라. 포인트는 내가 지불하지. 이름은…… 망월루가 좋겠어.”

“아, 알겠습니다. 도련님.”

간단하게 사건을 일단락시킨 남궁일영은 이내 우리에게 손짓했다.

“그렇게 됐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내일 다시 오도록.”

“다시 오라고요?”

“그래.”

“또 뭔 일을 꾸밀 줄 알고 저희가 옵니까?”

입이 풀린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남궁일영은 다시 습관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오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된다. 오늘 온 것도 결국 네 결정이었으니 책임을 전가할 생각이면 사양하겠다.”

또 저런 식으로 말하니까 안 갈 수가 없네.

밀당의 달인인가.

왠지 기분은 나빠도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에 결국 내가 손을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오늘과 같은 일은 없을 거라 믿겠습니다. 남궁일영 님을 믿고 행동하는 저희의 입장도 생각해 주십시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되도록이면 노력해 보지.”

하여간.

초인 중에 미친놈이 아닌 놈이 없다고, 중원 출신이어도 그건 변함이 없네.

그래도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야지 어쩌겠나.

솔직히 말하면 오늘의 대련은 꽤 도움이 됐다.

머리가 깨었다고 해야 할까.

‘이제 그만 가 봐야겠군.’

다른 손님들이 찾아온 게 파악이 되었다.

나는 한쪽에서 느껴지는 은밀한 시선을 감지하며 남궁일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내일 같은 시간에 뵙겠습니다.”

“결국 안 오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군.”

“그게 이득이니까요.”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나는 비비안과 다시 1구역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보였던 그 검술, 그건 오러 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었다.

‘오러 비기에 버금가는 검법.’

역시 무공하면 무협인가?

저쪽에는 없는 마법을 익히고 있지만 왠지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강했어.”

비비안이 걸으며 중얼거렸다.

“예, 강했네요.”

“특히 그 움직임. 발에 마나를 담아서 움직이니까 예측할 수 없는 보폭이랑 거리 조절이 됐어.”

나는 검법에 충격을 받았는데 비비안은 보법이 신선했나 보다.

“다시 보고 싶어.”

“내일 부탁해 보죠.”

“보고 베낄 거야.”

덤덤하게 베낀다는 말을 하는 비비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누가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바로 베낀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비비안은 틀림없이 어떠한 재능이든 천재급 재능을 가지고 있을 거다.

어쩌면 루이스나 벤자민처럼 고유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기대되네요.”

오늘은 조금 난장판이었지만 내일은 좀 차분한 분위기에서 상대의 무술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아, 그러고 보니 크라이슨은 괜찮으려나?

지금쯤 중원 세력이 쳐들어갔을 텐데 잘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네.

디에네가 따로 떨어져 있으니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뭐…….

* * *

떠나가는 젊은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사내는 이내 부하를 하나 불렀다.

“하아, 송강.”

“네! 도련님!”

“넌 공격에 참가하지 않은 거냐?”

“저는 도련님을 보필해야죠. 헤헤.”

두 손을 싹싹 비비며 말하는 송강을 나른한 표정으로 일견한 남궁일영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로들렌을 공격하러 간 인원들을 다시 불러들여라.”

“네, 네? 공격을 취소하라는 말인갑쇼?”

“하아, 그래.”

굳이 두 번 말해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보자 송강은 뻣뻣하게 되지도 않는 경례를 하더니 곧장 뛰어갔다.

남궁일영은 그런 송강을 보지도 않고 호수에 파묻혀 지붕만 간신히 수면 위로 드러낸 홍월루를 바라봤다.

“나름 운치 있네!”

그런 그의 곁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남궁일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시 한 번 한숨만 뱉어 냈다.

“하아.”

“그 한숨은 내가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변한 게 없어. 하하.”

남궁일영의 곁에 다가선 자들은 둘이었다.

남자와 여자, 그러나 짐승의 귀가 달린 이들이었다.

말을 걸고 있는 이는 남자였다.

그는 날렵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곰의 귀를 가지고 있었는데 남궁일영의 무시에도 꿋꿋하게 말을 걸어왔다.

“모습은 변했는데 말이야.”

“왜 왔지.”

드디어 입을 연 남궁일영을 보며 곰의 귀를 한 사내가 씨익 웃었다.

“왜 왔긴! 안부 인사차 들렀지. 그런데 설마 홍월루가 이 꼴이 나 있을 줄이야.”

“이미 다 봤으면서 못 본 척하는 건가.”

남궁일영의 말에 곰 사내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었다.

“보려고 본 건 아닌데 타이밍이 좋았지 말이야.”

“상관없다.”

그보다 용건이나 말하라는 표정으로 다시 시선을 호수에 돌리자 곰 사내는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혹시 로들렌 공격을 멈춘 게 우리 때문은 아니지?”

“흥, 음흉한 놈들. 안 그런 척해도 이미 다 알고 왔군.”

“에이, 말을 너무 섭섭하게 한다. 우리가 알고 지내 온 세월이 있는데.”

곰 사내가 실실 웃으며 말하자 남궁일영은 나직하게 말했다.

“애초에 장난이었을 뿐이다. 진짜로 공격할 의도는 없었어.”

“그런 것치고는 꽤 제대로 준비하던데? 혹시, 혹시 말이야…….”

뜸을 들이는 곰 사내로 인해 남궁일영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저었다.

“칸, 답답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라.”

“……조금 전에 있던 그 녀석들 때문이냐?”

곰 사내, 칸의 물음에 남궁일영은 오히려 반문했다.

“그 녀석들 때문이라면 어쩔 셈인가?”

“어쩔 셈이라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아서라.”

“뭐?”

남궁일영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칸의 눈동자를 마주 봤다.

“네 힘으로는 오히려 네가 당한다.”

“뭐? 하! 하하하하!”

“농담이 아니야.”

뚝!

웃음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칸은 신중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일영,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관심이 생기는데? 이것도 네가 세운 계략이냐?”

“내가 꼭 권모술수나 부리는 녀석처럼 말하는군.”

“구렁이 수십 마리가 뱃속에 똬리를 틀고 있으면서 아닌 척은!”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던 칸은 다시 한 번 은근히 물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이번 신입들이 꽤 강하긴 한 모양이군. 어땠어?”

“저 꼴을 보면 모르겠나?”

호수를 턱짓하는 남궁일영을 향해 칸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네 감상 말이야.”

“하아.”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쉰 남궁일영은 이내 단어를 머릿속에서 주워 담다가 툭 내뱉었다.

“괴기(怪奇).”

“괴, 뭐?”

“무공은 뭔가가 뒤틀려 있었다. 담겨 있는 무리는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를 표현하는 형태에는 근본이 없었어. 그리고…….”

마지막에 사용된 사술, 아니 마법.

남궁일영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 감각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이치를 벗어난 힘.”

“뭐라고? 못 들었어!”

“아무것도 아니다.”

칸은 다시 한 번 떼를 쓰며 물어보려다가 남궁일영의 표정을 보고 멈칫했다.

남궁일영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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