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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45화 (245/415)

< 245화. 0층의 보상 >

“탑에 입장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밝은 미소로 우리를 반기는 것은 룬 세력의 인형이었다.

외형에서부터 군데군데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그 표정만큼은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인형이 손짓했다.

“전 다프란이라고 합니다. 탑에 입장하시기 전에 미리 많은 걸 숙지하고 오셨겠지만 제가 직접 여러분들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인형의 안내에 사람들은 얼떨결에 녀석을 따라갔다.

하지만 난 녀석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 틈에 섞여 따라가는 척하다가 디에네에게 말을 걸었다.

“디에네, 저 인형이 무슨 의도를 가졌는지 이미 알고 계시겠죠?”

“어. 그래도 따르는 게 우리한테도 좋으니까.”

“전 비비안과 함께 이탈하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저희 쪽에서 만나러 오죠.”

“그러네. 너희 둘은 순위를 먹었으니까 도장을 받을 수 있지? 그게 좋겠다. 이따가 봐.”

왜 우리들만 도장을 차지할 수 있었냐고 물어봤을 만도 한데 역시 디에네랄까.

다시 한 번 디에네의 인성을 느끼며 비비안과 함께 대열을 은밀히 빠져나왔다.

탑의 1층은 주거 구역이었다.

온갖 편의 시설들과 숙식 관련 시설들이 존재했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여기서 0층의 순위를 차지한 성과가 발휘된다.

-삐웅, 삐웅!

비비안과 함께 도착한 곳은 탑이 운영하는 상점.

사실상 이 탑 안에서 사용되는 모든 재화들의 발생지였다.

건물 안에는 귀엽게 생긴 빛 덩어리가 초롱초롱한 두 눈망울을 지닌 채 카운터 위에 떠있었다.

-삐융!

[0층의 성적이 확인되었습니다.]

[218 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1위 보상! 삐웅에게서 도장을 받으십시오.]

[신기록 갱신 보상! 삐웅에게서 도장을 받으십시오.]

곧이어 삐웅이라 불린 빛 덩어리 앞에서 자그마한 막대가 생성되었다.

내 앞에 만들어진 건 두 개였고 들었던 대로 황금 도장과 백금 도장이었다.

이미 게임에서도 얻어 본 적 있던 거라 사용법이나 용도는 알고 있었다.

특히 이 백금 도장의 위력은 상당했다.

“이건 한 달 밖에 못 쓰는 거지?”

“예.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한테 백금 도장이 있거든요.”

“백금 도장은 처음 들었어. 강의 때도 못 들었던 건데.”

“신기록 달성으로 얻은 도장입니다.”

0층의 보상으로 얻는 도장은 1층의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도장의 등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다르고 사용 기간도 정해져있지만 초반에 이보다 유용한 아이템은 없었다.

그리고 백금 도장은 모든 시설의 이용이 무료, 게다가 기간도 무려 3년이었다.

3년 동안 이곳에 있을 생각은 없으니 적어도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게 무료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백금 도장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해주자 비비안이 황금 도장을 가리켰다.

“그건 그럼 필요 없네.”

“예. 그래서 디에네한테 줄 생각입니다.”

“그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지만 내 결정에 변함은 없다.

어차피 우리 둘한테는 백금 도장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비비안의 도장도 적당한 값에 팔죠.”

“나도 필요하잖아.”

“비비안은 제 백금 도장을 같이 쓰면 됩니다.”

“같이 쓸 수 있어?”

“안 될 것 없죠.”

그제야 표정이 밝아진 비비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색 도장을 품 안에 넣었다.

도장은 매년 1번, 새로운 탑의 도전자들이 들어올 때만 생기는 아이템인 만큼 은색이나 구리색 도장도 꽤 좋은 값을 치를 수 있었다.

우리는 상점을 빠져나와 우선 숙소부터 잡기로 했다.

일단은 첫날이니 디에네에게 황금 도장을 건네고 계획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해야 할 건······.’

1층 주거 지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그 중에는 작년에 들어왔던 도전자들부터 벌써 수십 년 가까이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말 그대로 또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

1층의 넓이도 상상 이상으로 컸기에 내가 가진 백금 도장을 사용할 만한 장소로 가려면 꽤 멀리 가야했다.

“이왕이면 가장 좋은 곳으로 가죠.”

“응.”

비비안이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아마 얼마나 좋은지 몰라서 한 대답이겠지.

탑에서 가장 좋은 시설은 황궁, 아니 황궁보다도 더 좋은 시설이 즐비했다.

그런 시설들로 인해 탑을 빠져나가지 않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못 보던 얼굴들이군. 신입인가?”

상점에서 나와 디에네가 가있을 장소를 향해 거리를 걷자 뜬금없이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건들거리는 모양새가 영 좋은 의도로 접촉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고인 장소에는 텃세가 있기 마련이었다.

“어디 세력 출신이냐?”

“절 아십니까?”

“뭐?”

“왜 초면에 반말이십니까.”

일부러 상대를 도발했다.

때로는 강함을 증명할 필요가 있겠지.

성가신 것들을 치울 때는 어느 정도의 무력은 나쁘지 않았다.

“난 4년차 증명자다. 감히 규칙도 모르는 신입 주제에 뭐라고?”

“4년 동안 이곳에 있었다니 실력을 알만하군요.”

“미친놈이군.”

아무래도 중원에서 온 상대 같았는데 결국 검을 뽑아들었다.

탑이라는 장소는 약육강식의 세계.

바깥세상과는 다른 규칙을 지녔고 웬만한 모든 일들은 무력으로 해결되었다.

“내가 아량을 베풀어 손목 하나만 가져가마. 앞으로는 실수하지 말고 선배가 묻는 말에 깍듯이······.”

퍼억!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옆에 있던 비비안이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상대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 한 방에 상대는 부러진 이를 휘날리며 뒤로 날아갔다.

“뭐야? 또 싸움이야?”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신입들인가?”

“으하하! 매년 일어나는 연례행사지! 올해도 혈기왕성한 녀석들이 많이 들어온 모양이군!”

주변에서는 오히려 좋은 구경거리가 나타났다는 듯 흥을 돋웠다.

동시에 날아갔던 상대가 코피를 훔치며 다시 일어났다.

“이 비겁한······!”

퍼억!

하지만 이번 말도 채 끝내지 못하고 다시 날아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

비비안은 싸늘한 표정으로 날아간 상대를 보며 내게 물었다.

“죽일까?”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사실 저 녀석은 미끼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결국 꽤 이름값이 있는 놈이 등장하겠지.

난 그 녀석을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

“하하하! 송강이 아무것도 못하고 두드려 맞기만 하는군!”

“그러게 평소에 너무 놀더라니까.”

“그나저나 저 신입들은 꽤 강하네. 아무리 송강이 별 볼일 없는 녀석이어도 4년차 증명자인데.”

이 근처는 중원 세력의 영역인지 모두 중화풍 복장이었다.

어쩐지 묘하게 지구가 생각나는 분위기였다.

“하아, 또 무슨 일이야.”

그때 어느 주점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서 나태한 인상의 미청년이 걸 어나왔다.

“나오셨습니까, 남궁일영 도련님. 별 거 아닙니다.”

“송강이 오늘 막 들어온 신입들에게 두드려 맞고 있었습니다요. 하하.”

오, 여기서 남궁일영을 만나게 될 줄이야.

중원 세력에서 힘깨나 쓰는 인물이었다.

“하아, 하필이면 내가 오랜만에 이곳으로 나들이를 나왔을 때 소란이 벌어지는구나. 보아하니 중원에서 온 것도 아닌 것 같구만 왜 시비가 붙은 거지.”

“그야 신입이니 송강이 건드려본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송강, 저 놈은 아직도 그러고 다니나? 한심하군.”

루시아의 게으른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나태함의 화신인 것처럼 숨결 하나에도 나른함이 묻어나오고 묘한 퇴폐미가 느껴지는 사내였다.

“아름답군.”

돌연 비비안을 보며 하는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선 시비에 걸리게 한 점 사과하지. 어느 세력에서 왔지?”

“로들렌.”

“그렇군. 혹시 아직 화를 더 풀어야하나?”

남궁일영이 송강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지만 남궁일영이 생각보다 거물이었던 탓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저쪽이 먼저 시작한 일이니 저희한테 물으실 게 아닙니다.”

“맞는 말이야.”

남궁일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러더니 묘한 웃음을 지었다.

······살 떨리게 잘 생겼네.

“저 녀석은 우리 쪽에서 따로 처벌하지. 되었나?”

“예.”

“혹시 이름이 뭐지?”

남궁일영이 혹시 비비안에게 묻는 건가 싶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정확히 내게 향해 있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하아, 어렵군. 아드리아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지.”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다시 주점으로 들어갔다.

이내 우리에게 시비를 걸었던 송강이라는 사내가 주점으로 끌려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걸음을 옮겼다.

“방금 그 사람, 강했어.”

“그렇죠.”

“왜 탑에 남아있을까?”

남궁일영.

그는 중원의 5대세가라 불리는 유명 가문들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인 남궁세가의 차남이었다.

그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는 순전히 탑 내부의 중원 세력을 관리하기 위함으로 실력은 이미 오러 마스터급.

‘근데······.’

기억에 남는 건 더럽게 잘생겼던 외모뿐이었다.

“저 사람이 아드리아스를 공격하면 내가 지킬 수 있을까.”

“왜 그런 걱정을 하세요.”

“난 호위 기사니까.”

언제나 나만 생각하는 비비안의 순수한 말에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둘이라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응.”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걷다보니 드디어 디에네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처음에 인형이 어디로 끌고 갔을지 알고 있었기에 올 수 있는 곳이었다.

“디에네.”

마침 함께 들어왔던 대부분의 신입들과 공터에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나를 확인한 디에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왔어?”

“이거 받으세요.”

나는 도장을 보이지 않게 주먹으로 쥐며 그녀에게 건넸다.

디에네 정도라면 빼앗길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뭔데?”

“주변에 보이지는 마세요.”

내 충고를 듣고 고분고분하게 도장을 받은 그녀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도장을 보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이걸 왜?”

“전 더 좋은 걸로 하나 더 받았어요. 마탑주님의 부탁도 있었고, 같이 한 세월이 있는데 이 정도는 챙겨줘야죠.”

“밖에 나가도 뭐 없어.”

“바라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탑을 올라가려면 디에네의 힘도 필요하니 그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주세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던 디에네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래도 난 일단 이 사람들하고 당장은 함께 해야 돼. 도장은 나만 사용할 수 있으니까 조금 애매하네.”

“먹을 거는 그 도장으로 무한정 사먹을 수 있으니 숙소를 제외하면 다 같이 사용하시면 될 거예요.”

백금 도장은 그런 제한조차 없어서 진짜 사기 아이템이지.

디에네는 고맙다는 말을 하며 이내 비비안에게 말했다.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옆에서 잘 지켜봐줘.”

“응.”

내가 꼭 사고만 치고 다니는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디에네에게 도장을 건네주고 본격적으로 백금 도장을 사용하기 위해 1층의 중심부로 향하려던 순간 마침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형이 나타났다.

“자, 이제 다시 일을 하러 가볼까요?”

기본적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은 모두 포인트로 해결했고 포인트를 벌기위한 방법은 다양했다.

올해는 룬 세력의 차례여서 아마 룬 세력이 부리는 것 같은데 신입들에게 행해지는 이 일련의 일들은 탑에 적응을 시킨다는 목적이었지만 사실 노동력을 제공받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에 탑에서는 매년 일어나는 당연한 문화였다.

“어? 그쪽 분들은 어디 가시는 거죠?”

근데 하필이면 우리랑도 마주쳤네.

아까 전에는 조용히 빠져나왔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나빴다.

“아! 아까 전에 순위권에 드신 분들을 찾았을 때 안 보이시더니 그쪽 분들이셨군요!”

이건 곤란한데.

난 대답 없이 인형을 바라보기만 했다.

사람과 별다를 것 없는 외형이지만 저건 확실한 인형.

단지 감정도 있어서 굳이 인형이라고 불러야 하나 싶을 뿐.

“도장을 받아오신 건가요?”

“예, 그러니 이탈하겠습니다.”

결국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언뜻 인형의 눈동자에 탐욕이 어렸다.

정말 곤란한데.

“1등이 당신이었군요.”

“가도 되겠습니까?”

“잠시만요.”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몸을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그 행동이 다른 인형과의 연락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비비안에게 말했다.

“뛰죠.”

“응.”

별다른 대꾸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비비안을 보며 바로 뛰었다.

순식간에 치고 나간 우리 둘은 최대한 공터에서 멀어지려 했다.

퉁!

그러나 그런 우리 앞을 인형 하나가 막아섰다.

“기다려주세요.”

상냥한 어투였지만 그 인형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린 나는 몸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인형은 아름다운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듯 반짝거리는 머리카락과 투명한 재질의 피부를 지닌 그 인형은 사실 내가 내일 바로 찾아가려던 인물이었다.

‘가넷.’

탑을 등반하는데 필수 동료인 인형이었다.

< 245화. 0층의 보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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