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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06화 (206/415)

< 206화. 언데드 격돌 >

통곡의 협곡이 함락되고 최전방이 되어버린 영지, 보르기옌.

성벽도 흉물스럽게 곳곳이 무너져있었고 그 앞으로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은 수많은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그런 모습을 성벽 위에서 지켜보던 보르기옌 기사단의 단장, 매그너는 씻지 못해 검붉은 피딱지가 칠해진 얼굴을 수통에 있는 물로 박박 닦아냈다.

“푸하. 뒤지겠군.”

영주성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이 없는 이곳의 주인은 모든 걸 매그너에게 맡긴 상황이었다.

솔직히 평소의 모습을 생각하면 영주가 보르기옌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세수를 마친 매그너가 주변을 둘러보자 지친 기색의 병사들과 영지민들, 그리고 일반인에 비하면 초인에 가까운 체력을 지닌 기사들이 선 채로 졸고 있었다.

“끝이군.”

매그너는 그동안의 경험이 묻어난 감각으로 예감했다.

북부 야만족들을 너무 얕본 탓일까.

보르기옌은 너무나 오만했고 지원조차 부르지 않았었다.

지금은 이미 지원을 요청한 상태였지만 너무나 늦었던 판단.

곧 있으면 지원 병력이 도착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다.

“매그너 경. 옵니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정찰을 하고 다녀온 병사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매그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좋아. 마지막을 불태워보자.”

원래는 대검을 애용했던 매그너였지만 전쟁 중에는 롱소드를 들었다.

장기전이 된 만큼 체력의 온전은 필수였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스릉-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맡는 그의 대검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었다.

“일어나라, 이 녀석들아!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냐!”

매그너의 호통에 졸고 있던 사람들이 주섬주섬 정신을 챙겼다.

첫 전투 당시 매그너가 하는 말마다 몸을 떨던 이들은 이제 없었다.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만 살아남아 모두가 무감각해져있었다.

“웬일로 애검을 드셨습니까?”

보르기옌 기사단의 부단장인 호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매그너의 대검을 가리켰다.

그러나 매그너가 대답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깨달은 호란은 표정을 굳히며 입술을 씹었다.

“······그렇군요.”

“뭐가 그래? 아무 말도 안했는데.”

“아닙니다. 굳이 듣지 않아도 각오가 전해지니까요.”

한숨을 내쉰 호란이 적이 오게 될 앞이 아닌 뒤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그곳에는 뒤편에서 올 지원이 아닌 쓸모없는 영주성만이 시야를 메울 뿐이었다.

“이제 곧 인데 그것도 힘들겠습니까?”

“너도 알지 않나.”

매그너의 말에 호란은 주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겠군요.”

“우리가 어리석었다. 그리고 그 어리석음을 속죄하기 위해 꽤 오래 버텼지.”

“하긴, 오러 마스터를 상대로 오래 버티기는 했습니다. 수준이 높은 초인이 아니라 다행이었지요.”

씁쓸하게 웃은 호란은 주섬주섬 갑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슬슬 적들이 다가오고 있는 게 저 멀리 지평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호란.”

“예, 단장.”

“지금이라도 보르기옌 각하를 데리고 도망쳐도 좋다.”

“그럴 거였으면 진즉에 도망쳤을 겁니다. 이 고생을 해놓고 이제 와서 그러라고요? 조금 더 빨리 말씀해주시지 그랬습니까.”

“후회는 없나.”

“후회 많습니다. 다행이도 천애고아라 가족이 없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단장을 욕했을 거예요.”

“좋군. 그 기세로 적들을 분쇄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먼젓번에 교전으로 잠시 물러났던 적들은 어느새 그 수를 불려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수는 평소보다 많아보였다.

“녀석들도 작정했군.”

“그러게요.”

보르기옌이 밀리더라도 다른 곳들을 괜찮은 상태였다.

비록 이곳은 함락되겠지만 뒤늦게 병력들을 모으기 시작한 제국의 저력이라면 순식간에 적들을 말살하리.

“하아······. 씁쓸하네.”

한 가지 아쉽다면 그게 조금 늦었다는 것.

덕분에 이곳은 죽음의 땅이 될 터였다.

“온다. 모두 사격 준비!”

보르기옌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됐다.

**

북부 전쟁은 크게 세 번의 위기가 닥친다.

그 첫 번째가 내가 막아낸 후방 보급기지 메이튼 습격 사건.

이걸 막지 않았으면 루이스와 루시아가 동시에 위기를 겪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위기가 최전방 영지인 보르기옌의 함락.

이후 보르기옌을 통해 공격로가 늘어난 적들로 인해 온갖 돌발 상황과 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로 인해 크리스와 세레나가 위험에 빠지지.

마지막은 흑마법사들의 동시다발적인 움직임.

이건 솔직히 매번 상황에 따라 달라져서 콕 집어서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놓고 전쟁에 개입하는 흑마법사들로 인해 디에네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미리 오기로 연락했던 아드리아스 크롬웰입니다.”

수이투의 시신을 챙기고 나는 곧장 클라우디아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한시도 늦출 수 없기에 내 생사를 알릴 여유도 없었다.

“크, 크롬웰 각하를 뵙습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내 인장과 메이튼 백작의 서신을 확인한 클라우디아의 하인이 고개를 숙였다.

이내 응접실로 안내된 나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소모를 느끼며 표정을 관리했다.

이내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클라우디아 각하를 뵙습니다.”

“흠. 그대가 크롬웰 공인가.”

반백의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긴 신사였다.

그는 내게 다가와 메이튼 백작의 서신을 받더니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조금 놀랐다. 사실 조금 전에 메이튼에서부터 연락이 왔거든.”

그는 여전히 서신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오는 도중에 습격을 당했다지? 그대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겼을 줄 알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무사하군.”

“운이 좋았습니다.”

애써 클라우디아 후작과의 대화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조금 버거웠다.

원죄와 그릇의 특성이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정도의 마나 소모로 인해 안색이 핼쑥해지는 게 느껴졌다.

“상대가 오러 마스터였다는 소리가 있던데?”

“다행이도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따돌릴 수 있었지요.”

“흐음. 그런가.”

속내를 알 수 없는 후작이 서신을 다 확인했는지 그대로 접어서 품속에 넣었다.

“어쨌든 이곳에 온 걸 환영하네. 자네가 메이튼에서 만들어낸 활약상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으니 기대가 아주 커.”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군. 적들의 추격에서 벗어나느라 힘들었을 테니 이제 그만 가서 쉬게나. 메이튼에는 내가 연락을 해놓지.”

“감사합니다, 각하.”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작의 시선을 뒤로 하고 하인의 도움을 받아 내가 머물게 될 방에 들어오자 나는 곧바로 침대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이 기분, 오랜만이다.’

원죄를 흡수한 뒤로는 마나의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미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마나 회복률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나는 퍼도, 퍼도 없어지지 않는 바닷물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니켈.’

나와 연결된 니켈이 때를 맞춰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감각으로 느껴보자 의외로 보르기옌은 잘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여기사가 있는 것을 확인이 가능했다.

‘비비안?’

원래였으면 이쯤에서 무너졌어야할 보르기옌이 버티고 있었다.

전투 도중에 도착한 소수의 지원군 덕분이었다.

‘비비안이 보르기옌에 도착할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이대로 아무 문제없이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은 니켈의 투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

전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보르기옌의 병력들은 이것이 마지막 전투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고 사력을 다해 적들을 막아냈다.

그들의 뒤에는 그들이 지내는 집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서문의 병력들이 북문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원군을 서문으로 불러라!”

신이 그들을 보살핀 것인지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쯤 후방에서 지원군이 도착했다.

비록 선발대라 그 수가 적었지만 실력만은 출중한 인문들이었다.

서걱-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여기사로 보이는 붉은 갑주의 여인.

원래는 백색이었을 그녀의 갑옷은 온통 적의 피로 물들어있었다.

“기사님! 지금 바로 서문을 지원해주실 수 있습니까?”

“응.”

잠시 숨을 고른 여기사, 비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을 가리는 투구를 써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전혀 무리는 없어보였다.

“적의 대장이 나타났다! 서문! 서문의 성벽 위다!”

비비안의 호출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오러 마스터의 등장 소식이 전장을 들끓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기사들을 죽이며 물러났던 적의 대장.

혼자서 수십 명의 기사를 상대하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던 괴물이었다.

“기사님. 상대는 오러 마스터입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응.”

오러 마스터.

비비안은 그 단어에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다.

자신이 검을 휘두르는 이유는 강함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한 사람만을 위한 검이었으니 초인이라는 직함도 큰 울림이 없었다.

타닥!

무거운 갑주를 입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경쾌하게 서문으로 달려간 비비안은 이내 보르기옌의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거한을 발견했다.

“놀이는 이제 끝이다, 애송이들.”

곧바로 사용되는 상대의 오러 비기는 기괴했다.

그의 거대했던 검이 갑자기 모습을 바꾸며 짐승의 주둥이처럼 변해 기사 하나를 통째로 씹어버렸다.

“막아라!”

“으아아아!”

동료가 손도 못 쓰고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보르기옌의 기사들은 용감하게 상대에게 맞섰다.

하지만 그의 오러 비기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기사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했다.

“잔챙이들이 용쓰는군.”

스산한 말과 함께 늑대의 머리 모양을 한 그의 오러 비기가 사방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콰직!

“커억.”

속절없이 밀려나는 기사들 속에서 비비안이 다가왔다.

오러 마스터의 무력 앞에 절망감을 내비치는 기사들은 그런 비비안을 바라봤다.

“물러나. 내가 상대할게.”

“저흰 물러나지 않습니다. 죽더라도 막을 겁니다.”

무력했지만 도망칠 생각이 없는 기사가 소리쳤다.

그런 그를 본 비비안은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마음대로 해. 난 못 지켜줘.”

아드리아스였다면 지켰겠지만······.

문득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검을 든 채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문답무용으로 비비안에게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늑대의 주둥아리가 비비안에게 다가오고 그녀는 자세를 잡았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비비안이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과는 다르게 제대로 공격을 막아낸 상황.

“드디어 제대로 된 녀석인가.”

살기어린 기세를 뚝뚝 흘리는 거한이 중얼거렸다.

그는 조금 전의 공격이 상대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내 공격을 제대로 막는 자는 보이지 않았는데 새로 온 모양이군. 하지만 네가 대전사가 아닌 이상 의미가 없다.”

거한의 말에 비비안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검을 든 채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과묵한 전사군.”

이내 늑대의 형상이 다시 꿈틀거렸다.

두 번째 공격이 날아오고 비비안은 다시 한 번 폭음과 함께 밀려났다.

쿠아아아앙-----!

거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한 일격이었음에도 결과가 변하지 않음을 느끼자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뿌우우우-----!

“으아아아! 서문을 막아냈다!”

“적들의 호각이다! 적들이 물러난다!”

제대로 몸을 풀어보려던 거한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명령을 내린 적도 없는 호각 소리.

그리고 그건 자신 이외의 지휘권자가 행동을 개시했다는 의미였다.

“아쉽군.”

거한은 비비안을 흘깃 쳐다보고 그대로 몸을 던져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오러 마스터가 사라지는 모습에 함께 있던 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막았어! 또 막아냈다고!”

“이제 지원군도 도착할 거야! 우리가 해냈어!”

기쁨의 환호성이 울리는 가운데 비비안은 의아함을 느꼈다.

상대에게 전혀 불리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울려 퍼진 퇴각의 신호.

그리고 적의 오러 마스터가 성벽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보였던 알 수 없는 미소.

“아직 안끝났어.”

비비안이 말했지만 그 누구 하나 듣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비비안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꾸드득-

“어어?”

누군가가 이상을 감지하고 차마 무언가를 손짓했다.

그러나 그 손짓은 너무나 늦었다.

푹!

“커헉.”

조금 전까지 누워있던 시체가 일어나 검을 찔렀다.

그리고 그런 광경은 시체가 있는 모든 장소에서 벌어졌다.

“언, 언데드다!”

“흑마법사! 네크로맨서다!”

긴장을 채 늦추기도 전에 발생한 비상사태에 보르기옌이 혼란에 빠졌다.

성벽 위에서 일어나 공격을 하기 시작하는 시체뿐만 아니라 성벽 밖에서도 며칠 동안이나 정리하지 못했던 시체의 산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서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누군가가 그 광경을 보고 실성한 듯 웃었다.

“이건······이길 수 없어.”

“겨우 막아냈는데 이번에는 언데드라고?”

모두가 절망에 빠져 주저앉아 버렸다.

성벽 위에서 생성되는 언데드의 공격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였다.

“모두 정신 차려라! 네놈들이 죽으면 다시 언데드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죽어서도 적들의 손에 놀아날 건가!”

지휘관인 매그너가 애써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보르기옌의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고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어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비안은 검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아드리아스.”

여기서 죽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죽으려고 검을 휘둘러온 게 아니다.

자신이 죽어야 할 곳은 아드리아스의 곁.

그녀는 그의 검이 되고 싶었다.

퍽!

비비안의 다짐은 곧 그녀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운데 그녀가 나서며 언데드들을 없애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그동안 쌓인 시체만 수천, 아니 수만일 거야. 우리는 졌다고.”

누군가의 한탄이 들려왔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검을 휘둘러 적들을 분쇄시킬 뿐.

‘난 여기서 죽지 않아.’

그녀는 작은 불씨가 되었다.

처음에는 절망만이 가득하던 사람들도 그녀가 성벽 위의 언데드들을 모조리 쓸어내자 두 눈에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라 이놈들아! 저 기사는 아직 아카데미도 졸업하지 못한 애송이다! 그런 애송이보다 못한 녀석들이 되고 싶나!”

매그너도 열심히 대검을 휘둘러 언데드를 박살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직접 성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다, 단장!”

“매그너 경!”

그의 행동에 놀란 이들은 이내 매그너가 언데드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며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죽는 거, 하나라도 잡고 죽는다.”

“이 씨발! 나도 간다!”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와 병사를 가릴 것 없이 너도 나도 밖으로 나가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죽여! 하나라도 더 부숴버려!”

“난 벌써 3마리나 부쉈어! 내 몫은 하고 간다!”

독기 어린 항전에 서문 앞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비비안도 그곳에 편승해 의식을 잃고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둘러나갔다.

퍼버버벅!

엄청난 기세로 없어지는 언데드들을 보며 병사들이 감탄했다.

하지만 끝도 없이 몰려오는 언데드 떼에 결국 기세가 꺾였다.

“크억.”

“어머니! 어머니!”

비비안과 매그너가 아무리 노력해도 메꿀 수 없는 병력의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 자리를 언데드들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끝이야.”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언데드에게 짓밟혔다.

이제 더 이상의 희망도, 불씨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 끝났어. 우린 끝이라고.”

“잠시만. 저건 뭐지?”

누군가의 시선이 성벽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을 향했다.

“뭐야? 또 언데드?”

“정말 끝났군.”

언덕 위로 나타난 것들은 전혀 새로운 외형의 언데드들.

그리고 그런 그들 앞에는 가면을 쓴 기묘한 복장의 검사가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저건 특이하게 생겼네. 하하······.”

“저 새로운 녀석들이 갑자기 우리를 도와준다거나?”

이내 언덕 위에 서있던 언데드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기세로 달리는 언데드들은 비록 그 수가 수백이 될까 말까한 적은 숫자였지만 그 기세는 평범한 언데드들과 달리 강렬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앞에서 달리는 가면의 검사가 압권이었다.

푸른 귀기를 줄기줄기 흘리며 뛰어오는 검사의 손에는 손잡이가 긴 장도가 들려있었다.

곧이어 그들이 전장에 도착하자······.

콰드드득!

뼈와 살이 허공으로 튀었다.

“뭐?”

“지금 저게 도대체······?”

보르기옌 사람들은 눈앞에 일어난 현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꿈을 꾸는 듯했던 그들의 의문은 점차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언데드들이! 서로 싸우고 있어!”

“이게 무슨······.”

전장의 한가운데서 언데드 대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 206화. 언데드 격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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