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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01화 (201/415)

< 201화. 북부 도착 >

북부에 위치한 영지들 중에서도 후방에 있는 메이튼은 오늘도 분주했다.

수도와 북부를 잇는 길목에 위치한 덕에 언제나 교통의 요지로 활용되었었지만 전쟁 이후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하지만 다른 영지들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는 곳에 있었기에 북부에서는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었다.

“소가주님. 이제 곧 있으면 도착한다는 전문이 도착했습니다.”

“하아, 알았다.”

메이튼 백작의 아들이자 소가주인 켄드릭 메이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있으면 메이튼으로 지원이 도착한다.

하지만 켄드릭은 그 지원이 썩 반가운 기분은 아니었다.

“하필이면 말이야······.”

병력은 반가웠다.

현재 메이튼은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매일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보급이 이곳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조금의 일손이라도 감사할 처지.

문제는 이번 지원의 지휘자였다.

아니, 사실 명목상의 지휘자였고 따로 총괄을 하는 이가 있었지만 어쨌든 켄드릭으로서는 그 지휘자를 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성문 앞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나가겠다.”

졸업이라는 큰 벽 앞에서 로들렌 아카데미를 중도 포기하고 소가주의 직위를 받은 지 어언 15년.

서른 중반이 넘어가는 켄드릭은 자신의 조카뻘인, 그것도 메이튼 백작가보다 세력이 약한 귀족에게 고개를 숙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엄연히 작위를 수여받은 고위 귀족.

자신은 고작해야 아무 작위도 없는 소가주의 신분이었다.

“저기 오는군요.”

“음······.”

상대는 병력들보다 앞서서 말을 타고 왔다.

마법사의 로브, 하지만 어딘가 조금 개량이 되어 움직이기 편하게 트여 있었다.

그리고 용병들이나 두를 법한 두꺼운 망토를 차고 있었다.

히힝-

“워, 워.”

속도를 늦춘 사내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흔들리며 햇빛에 반사된 머리카락이 옅은 녹빛을 띄었다.

“어서 오십시오, 크롬웰 각하. 메이튼의 소가주인 켄드릭 메이튼이라고 합니다.”

상대는 말에서 내리며 함께 따라온 수행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에게 고삐를 넘겼다.

천천히 다가온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켄드릭 경.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고 합니다.”

“피오네 아르디에요. 크롬웰 각하의 담당자죠.”

“메이튼은 두 분을 환영합니다. 날이 저물었으니 어서 들어가시죠.”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였지만 켄드릭은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았다.

나이는 허투루 먹은 게 아니었으니.

아드리아스가 그의 뒤를 따르며 말을 꺼냈다.

“병력은 반나절 뒤에 올 겁니다.”

“레인 남작이 이끌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마치 병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아드리아스의 태도에 켄드릭은 속으로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최근 들어 수도 쪽에서는 심심치 않게 거론이 되고 있는 이 젊은 신예는 이름값에 비해 아직 너무 어렸다.

한 가지 칭찬할 만한 점이라면 객기를 부려 전방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

자신도 아직 직접적인 전쟁이라고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 참혹함은 아버지에게 전해들어 익히 깨닫고 있었다.

“우선은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메이튼 각하께서 조금 뒤에 있을 저녁 식사를 함께 하시길 권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초청을 거절할 수는 없지요.”

“그럼 나중에 하인을 시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방까지 직접 안내를 한 켄드릭은 이내 같이 온 비서와 함께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집무실로 돌아온 비서는 그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소문의 크롬웰 각하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라고 알았겠나? 설마 이곳으로 지원을 올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근데 생각보다 평범하더군요. 소문에 따르면 뭔가 무시무시하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소문은 믿을 게 못돼. 그리고 내가 로들렌 아카데미를 다닐 때도 괴물이라는 별칭을 가진 녀석들은 널리고 널렸었어.”

“아! 그러고 보니 소가주님도 로들렌 아카데미 출신이셨군요. 그러면 크롬웰 각하의 선배가 되시는 겁니까?”

“뭐, 그런 셈이지.”

잠시 거들먹거린 켄드릭은 이내 다시 서류에 파묻혔다.

너무나 많은 일감에 아드리아스를 잠깐 마중 나가는 것조차도 사실은 큰 사치였다.

그러나 메이튼의 주인이자 켄드릭의 아버지인 메이튼 백작은 훨씬 바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불만을 표할 수도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서류들이라도 크롬웰 백작이 도와줬으면 좋겠군.”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켄드릭이었다.

**

아드리아스가 메이튼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기에 식사 자리는 금방 만들어졌다.

아들인 켄드릭과는 다르게 홀쭉하고 신경질적으로 생긴 메이튼 백작은 아카데미에서 파견 나온 두 젊은이와 병력을 이끌고 도착하자마자 만찬장에 합류한 레인 남작을 보았다.

“이렇게 도움을 주러 방문하다니 고맙소. 본인이 메이튼 백작이오.”

다른 미사여구도 없어 냉담하다시피 한 인사였다.

그러나 아드리아스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고 합니다.”

“아르디 가문의 여식인 피오네 아르디입니다. 메이튼의 영주님을 만나 참으로 영광이에요.”

“수도 제 2군단 황금의 기사단 소속 기사단장 레인 버첼로입니다. 메이튼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대단한 영광입니다.”

각자 인사가 끝나자 메이튼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대들을 위해 준비한 만찬이니 실컷 즐기시오.”

그런 백작의 행동에 피오네가 잠시 얼굴을 굳혔다.

아무리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고 해도 냉랭한 느낌.

하지만 경거망동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메이튼 백작이 먼저 식사를 하기 시작하자 아드리아스가 감사를 표하고 뒤따라 포크를 들었다.

그렇게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벽난로가 타는 소리와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졌다.

어느 정도 식사가 진행이 되자 드디어 말없이 식사만 하던 메이튼 백작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크롬웰 공.”

“예, 각하.”

“솔직하게 물어보겠소. 메이튼에는 무엇을 노리고 온 것이오?”

원래부터 싸늘했던 분위기가 그 한 마디에 더 없이 차가워졌다.

결국 모두 들고 있던 식기들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노리다니요?”

“다시 한 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난 메이튼의 영주요. 북부와 수도를 잇는 요충지의 영주란 말이오. 그런 내가 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요?”

“전 일개 아카데미 학생일 뿐입니다. 허울 좋은 백작이라는 작위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가진 것 하나 없는 명예 작위나 마찬가지지요.”

“······흐흐, 흐하하하핫.”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메이튼 백작을 보며 모두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웃을 만한 대화가 아니었음에도 웃기 시작하는 메이튼 백작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각하.”

아들인 켄드릭이 조심히 그의 아버지를 불렀다.

아무리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존중해주고 있다지만 결국은 같은 백작.

초면인 상황에서 대화 도중에 갑자기 웃는 것은 매우 실례일 수밖에 없었다.

켄드릭의 부름에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던 메이튼 백작은 눈물을 닦아내며 숨을 골랐다.

“후우, 미안하오. 너무나 예상했던 대로 행동하니 참을 수가 없었소.”

“예상,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반응을 보면 아직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지금부터 왜 이런 무례한 질문들을 했는지 말하겠소.”

다시 자세를 바로잡은 메이튼 백작은 깡마른 몸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것은 대영주의 기운.

많은 이들을 다스리고 경험한 자에게서 나오는 연륜과 태생적으로 나타나는 귀족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였다.

“로들렌의 귀족사회는 생각보다 더한 진창이오. 그런 진창에서 가라앉지 않고 떠있으려면 쉼 없이 발버둥을 쳐야하오.”

“그렇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난 물류가 흐르는 메이튼의 주인이오. 그것도 무려 30년 가까이 통치를 하고 있소. 그런 만큼 정보에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자리. 이곳을 노리는 이리 같은 작자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제게 전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시치미를 떼면 내가 먼저 손을 들어야겠군. 최근 크롬웰이라는 이름의 상단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소. 그리고 근래에 메이튼을 가장 많이 방문한 상단 중 한 군데이고. 그뿐 아니라 크롬웰 공이 모하임 공작가와 은밀한 거래를 했다는 정보도 알고 있소.”

메이튼 백작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아드리아스에게 향했다.

켄드릭은 다시 봤다는 눈치였고 피오네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 마지막으로 레인은 그저 분위기상 자연스레 아드리아스를 바라봤다.

“그런 자가 지금 메이튼에 자진해서 지원을 왔소. 이걸 내가 지금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의문이오.”

“각하께서는 제 움직임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난 곧 있으면 땅의 부름을 받을 나이이오. 이 나이까지 온갖 모진 꼴을 다 보고 경험하며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누군가가 행동을 할 때에는 무조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라는 사실이오.”

메이튼 백작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와는 달리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예리했다.

“크롬웰 공. 나는 그대를 전혀 얕보고 있지 않소. 오히려 과대평가라 해도 좋을 만큼 높게 생각하고 있지.”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아드리아스는 알 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목덜미에 두른 냅킨을 풀었다.

식사가 끝났다는 의미의 행동을 하며 그는 메이튼 백작을 마주보았다.

“각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이곳에 온 건 아니지요.”

“그렇다면?”

“전 이 말 밖에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절대······.”

“절대?”

잠시 기묘한 정적이 찰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찰나가 느껴지려 할 때쯤 아드리아스가 말을 이었다.

“절대 메이튼에 해를 끼칠 만한 목적을 가지고 온 건 아닙니다. 오히려 도왔으면 도왔지.”

“허어. 그거 참 알쏭달쏭한 말이군. 알았소. 대화는 여기까지로 하고 이만 자리를 피하도록 하겠소.”

메이튼 백작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상대의 말을 믿겠다는 그 태도에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숙였다.

“식사, 즐거웠습니다.”

“나도 즐거웠소. 편히 쉬시오.”

만찬자리는 그대로 끝났다.

손님들이 모두 방으로 돌아가고 메이튼 부자 둘만 남은 자리.

대화의 흐름을 못 따라갔던 켄드릭은 메이튼 백작에게 물었다.

“아드리아스가 뭔가를 노리고 이곳에 왔다는 말입니까?”

“그야 모르지.”

“방금 아버지께서 그리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때로는 없는 의심도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너무 속 편하게 살면 언젠가 등 뒤로 칼이 꽂힐게야. 그만큼 이 귀족 사회라는 것은 어두운 법이니까.”

“하지만 상대는 고작 아카데미도 졸업하지 못한 학생일 뿐입니다. 게다가 그의 가문은 영지조차 없는 곳이고요.”

“아들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 거란다.”

“네?”

“상대는 잃을 게 많지 않아. 그렇기에 두려움도 덜한 법이지. 네 말대로 허울만 백작인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글, 쎄요······.”

“네가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원래 크롬웰 백작가는 크롬웰이라는 땅에서 일어난 자들. 그러니 크롬웰, 아니 하다못해 변두리의 작은 영지라도 원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저희 영지를 노린다는 말씀이십니까?”

“두려움이 없다고 상대가 무모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정공법을 택하겠지.”

메이튼 백작의 말에 켄드릭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공법이요?”

“그래. 이번에 황제가 전공에 대한 포상을 공표했다. 평민들에게는 작위를, 그리고 귀족들에게는 황제 직할령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내걸었지.”

“그건 알고 있습니다.”

“크롬웰은 현재 황제 직할령이다.”

“아······.”

백작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한 켄드릭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정공법······. 그렇다면 전공을 세우겠다는 소리인데 전방으로 가지 않고 굳이 이곳으로 왔다는 건······.”

“여기서 전공을 세울 방법이 그의 머릿속에는 있다는 이야기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백작을 보며 켄드릭은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은 느낌이었다.

어려운 수를 파헤쳤다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동시에 올라와 잠시 그 기분을 만끽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도대체 어찌 전공을 세우겠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걸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아니면 우리의 예측이 틀렸을 수도 있는 것이고.”

“제가 아드리아스에게 접근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켄드릭.”

두 부자의 미소가 짙게 드리워졌다.

**

나흘 뒤.

아드리아스의 계획을 파헤치겠다던 두 부자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으로 인해 아드리아스가 어떻게 전공을 세우게 될 지 알 수 있게 되었으니.

땡땡땡땡!

“이게 대체······.”

북부 산맥과 맞닿는 영지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어야할 야만족들.

그들이 후방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메이튼 영지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201화. 북부 도착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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