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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93화 (193/415)

< 193화. 흑막 등장 >

아드리아스가 등장한 이후로 긴장된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져나갔다.

호넨은 아드리아스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싶다가 천천히 말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지금은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나중에 알려드리죠.”

분위기와 달리 경어를 사용하는 아드리아스가 괜히 어색했다.

오히려 불편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아드리아스가 이내 시선을 돌려 노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노아, 잘 지내셨습니까?”

“뭔데.”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나한테?”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그녀의 친위대가 함께 일어났다.

“아니야. 나 혼자 갔다 올게.”

“하지만······.”

“괜찮아.”

노아는 고개를 저으며 혼자 자리를 벗어났다.

이내 아드리아스를 따라간 곳은 경기장 옆에 위치한 시끌벅적한 카페였다.

자리에 앉은 둘은 물만 주문한 뒤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왜 불렀어.”

“노아 클레어. 혹시 당신은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다짜고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내가 뭘 알고 있다는 거야?”

“당신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걸요.”

갑작스런 이야기에 노아의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의 후드를 눌러써서 표정을 감춘 노아가 말했다.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네.”

“아이비에게 들었습니다.”

“그니까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다고.”

“노아 클레어. 살고 싶지 않습니까?”

아드리아스의 말에 한숨을 내쉰 그녀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난 도움 따위 필요 없어. 예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말이야.”

“저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죽는다면 그것 또한 당신의 운명이겠죠.”

아드리아스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노아가 말라죽은 눈으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게 끝?”

“예.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연락주세요. 참고로 당신을 돕는 건 제게도 큰 위험부담입니다.”

“어째서?”

“글쎄요.”

“아니, 어째서 위험부담이냐는 소리야.”

“그건 지금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도움을 받겠다는 결정을 하면 말해드리죠.”

아드리아스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노아가 조용하지만 힘 있게 그를 붙잡았다.

“잠시만.”

“말씀하세요.”

“혹시 언니한테도 말했어?”

“말했습니다.”

“······뭐래?”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드리아스의 대답을 들은 노아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생각 좀 해볼게.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

“떠나기 전에 말씀해주세요.”

“근데 말이야. 내가 곧 죽는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그것도 지금은 말해줄 수 없습니다.”

“비밀이 많네.”

어깨를 으쓱거린 노아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할 말이 끝난 아드리아스가 이내 사라지고 혼자 카페에 남아 종업원이 내온 물을 바라보던 노아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옳은 선택.”

알 수 없는 의미의 말이었다.

**

아카데미는 연일 시끌벅적했다.

축제라는 게 그렇듯 분홍빛 무드를 키우는 학생들도 존재했으며 축제의 관리로 정신이 없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그중에서 꼽자면 나는 느긋한 학생이었다.

아직 시합이 남아있었지만 굳이 경계되는 상대는 기껏해야 비비안 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이제 곧 있을 시합인 4강전이니 결승은 아마 싱겁게 마무리 되지 않을까.

“무투의 호넨이라······.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었네.”

그보다는 호넨의 정체에 대해 생각할 게 더 많았다.

밀레니엄 아카데미에서 나름 유명세를 떨친다는데 왜 모르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

아마 지금이 본명이고 나중에 가명으로 활동하는 모양인데 나는 가명으로 그를 알고 있었다.

쿵쿵쿵!

그렇게 생각을 하며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려왔다.

“누구십니까.”

“아드리아스 학생! 조교수인 멕로렌입니다!”

문을 열자 기사학부 조교였다.

기사학부 조교가 무슨 일로 연구동까지 행차하셨을까.

“아드리아스 학생, 바쁘셨습니까?”

“아닙니다. 들어오시죠.”

“아니요, 아니요. 다름이 아니라 다음 시합 상대가 기권을 해서 그 사실을 전달하려 왔습니다.”

“기권······.”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비비안 벨로칸이 기권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이로서 아드리아스 학생은 결승 진출이 확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으로······.

일단 만나서 이야기나 들어봐야겠다.

나는 곧바로 조교에게 비비안의 위치를 물어보고 연구실을 나왔다.

비비안은 8강을 치른지 얼마 되지 않아 대경기장의 근처에 있었고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비비안.”

“안녕?”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해오는 그녀가 생뚱맞게 느껴졌다.

나는 얼굴을 쓸어내리고 그녀에게 다가섰다.

“왜 기권하신 겁니까?”

“아드리아스한테 검을 겨눌 수는 없어.”

“그냥 대련입니다.”

“그래도 안 돼.”

고집이 느껴지는 비비안의 얼굴이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그녀의 실력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게 된 일이었다.

내 예상에서 벗어난 인물인 만큼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파악해놓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인물과의 비교를 통해서 알아볼 수밖에 없겠네.

“비비안. 본선에서 세레나를 이겼었죠?”

“응.”

일단 그녀가 지금의 플레이어블 트리오보다는 강한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게임 속 트리오는 로들렌 아카데미에서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그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괜히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된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비비안은 그런 트리오보다도 빠른 성장과 높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더 플레이어블에 어울릴 정도.

원래였으면 지금쯤 그녀가 광녀로 변하는 에피소드의 초입이었어야 할 테지만 그런 기미도 없었고, 애초에 내가 옆에 있는 이상 그리 변하게 두지 않을 생각이기도 했다.

“아드리아스.”

“예?”

“걔는 누구?”

어느새 내 근처에 있는 작은 소녀가 있었다.

후드를 뒤집어 쓴 죽은 눈빛의 소녀.

“노아?”

“결정했어.”

그녀는 소리도 없이 다가오더니 본인의 할 말만 뱉었다.

그리고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을 뱉었다.

“그니까 책임져.”

“예?”

“······책임.”

갑자기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급하게 돌아보니 무표정한 비비안이 창백한 얼굴로 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비안?”

“책임, 책임? 왜 아드리아스가 너를 책임져?”

비비안의 살기를 느낀 건지 노아도 살짝 거리를 벌리며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이건 또 뭔 괴물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살기는 마치 내가 재작년에 처음으로 오러 마스터를 마주했을 때와 비슷할 정도의 기세였다.

“비비안, 갑자기 왜 그래요?”

“아드리아스, 쟤 누구야.”

살기가 느껴지는 물음에 왠지 모르게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나는 아무 잘못한 게 없는데? 혹시 노아의 몸속에 있는 흑마법의 기운을 느끼고 저러는 건가?

“노아 클레어. 육도 학원에서 초청된 학생입니다. 몸에서 이상이 발견돼서 제가 봐주기로 했어요.”

일단은 속사포처럼 노아에 대해 설명했다.

나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필사적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근데 왜 책임?”

“평범한 문제가 아니라서 그럽니다.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요.”

“아아······.”

그제야 진정한 비비안의 안색이 풀렸다.

동시에 사방을 짓눌렀던 무거운 살기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도대체 너희는······.”

노아가 잠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와 비비안을 번갈아 보았다.

일단 비비안이 진정한 것 같으니 말이나 해볼까.

“일단 저와 약속을 하셔야합니다. 치료과정에 대해서 어디서도 말하지 않겠다고.”

“그래.”

“그리고 이곳에서는 안 됩니다. 저를 따라 저희 집으로 함께 가셔야해요.”

“굳이?”

노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영 못미덥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문가가 제 저택에 있습니다. 아마 당신을 말끔히 고쳐줄 거예요.”

“뭐야, 네가 고쳐주는 거 아니었어?”

“저도 물론 도울 겁니다. 하지만 더 뛰어난 마법사가 있어요. 말했듯이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알았어.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쿨한 게 언니인 아이비와 쏙 빼닮기는 했다.

솔직히 이미 한 번 생체실험을 당한 기억이 있는 노아로서는 누군가를 믿고 따라간다는 게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반쯤 포기한 건가?’

그런 기색이 없지 않아 있어 보였다.

아마 내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겠는데.

“나도 갈래.”

그때 잠잠히 있던 비비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

“나도 아드리아스 집 갈래.”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는 비비안이 생소했다.

부끄러워하는 건가?

하지만 노아를 치료하는 건 곧 살렘을 만나는 일이라 조금은 꺼려지는데······.

“안 돼?”

고개를 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묻는 비비안을 보자 차마 안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비비안도 내 편이다.

언젠가는 내가 흑마법사인 것도, 숨겨왔던 이런 저런 일들도 밝혀야 할 때가 오겠지.

“알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같이 가시죠.”

“응.”

환하게 미소 짓는 비비안을 보자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런 나와 비비안을 향해 노아가 한 마디 내뱉었다.

“눈꼴 시리네.”

“예?”

“됐어. 주말이라고 했지? 복귀일을 조정해야하니까 가볼게.”

노아는 그 말을 끝으로 소리 없이 떠났다.

그 전에 한 소리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나와 비비안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마침내 토너먼트 결승이 다가왔다.

비비안이 기권한 탓에 너무나 쉽게 올라온 나는 결승도 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이 이후에 있을 토너먼트의 우승 보상과 노아의 치료로 인한 생각만 가득 차 있을 정도였으니까.

“비비안 언니.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

어느새 비비안을 보고 언니라고 부르는 루시아가 평소와 같아 보이는 비비안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설마 아드리아스 선배한테 기권해주는 대가로 뭔가를 받았다든지!”

“그런 거 없었어.”

하여간 이 녀석은.

비비안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루시아가 흔드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는데 저 표정의 어디가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건지 모르겠다.

“화이팅.”

경기장까지 함께 온 우리는 경기장 앞에서 헤어졌다.

비비안이 작은 목소리로 응원을 해주는 게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드리아스 학생! 오셨군요.”

진행자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항상 있던 일이라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선수 대기실에서 기다리려는데 그가 갑자기 나를 멈춰 세웠다.

“아드리아스 학생! 잠시만요!”

“예, 무슨 일입니까.”

“오늘 귀빈석에 특급 VIP가 오십니다.”

“특급 VIP?”

이건 못 들었던 이야기인데?

결승전이라 오는 모양인데 굳이 지금처럼 북부 원정으로 바쁠 시기면 황자나 황녀 중에 누군가가 오는 건가?

“아마 아드리아스 학생이 우승자일 테니 미리 말해놓겠습니다. 혹시라도 실례를 하면 안 되니······.”

“황자님께서 오십니까?”

“아닙니다. 그보다 더 대단한 분이시죠!”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니, 황태자라도 오는 건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 나라에는 황태자로 책봉된 황자가 없다.

그 말은 즉······.

“황제 폐하께서 도착해계십니다.”

< 193화. 흑막 등장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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