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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92화 (192/415)

< 192화. 리매치 결과 >

형태가 보이는 대부분의 마법들과 달리 몇몇 마법들은 예외적이었다.

비가시적 마법은 오로지 마나로만 이루어진 마법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었다.

대신 이러한 마법들은 시전자 본인도 인식할 수 없었기에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는 마비나 석화와 같은 디버프 마법들과 저주의 흑마법이었다.

콰지지지직!

그러나 나는 그런 비가시적 마법들을 갈라내고 있었다.

검술 천재로 인한 본능에 가까운 휘두름과 무결의 모든 결을 베어내는 능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우우웅······

이내 마법진의 빛이 점차 사그라들고 드러난 풍경은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디에네 알븐 시합 진행 불가! 승자는 청코너, 아드리아스 크롬웰!”

“와아아! 미쳤다!”

“아드리아스가 이겼어! 마법을 잘라버렸다고!”

디에네는 분한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의식은 남아있는지 눈동자가 나를 따라오는 게 볼만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디에네.”

“······.”

대답할 수 없는 디에네가 곧이어 교수들에 의해 마법의 해제가 시작되었지만 아마 시간이 꽤 걸릴 거다.

비살상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제대로 준비한 마법이었기에 어지간한 마법사가 아니고는 풀 수가 없게 해놨으니······.

“고얀 놈.”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바하트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살짝 눈인사만 해주고 나는 퇴장했다.

바하트가 있으니 마법의 해제도 금방이겠지.

**

“역시 괜히 괴물이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그쵸?”

미누스 모하임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직접 살펴본 아드리아스를 보며 말했다.

그의 기분은 굉장히 좋아보였는데 그런 그의 옆에는 에레스티얼 후작이 있었다.

세레나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값을 하는군요.”

“에레스티얼 공이 보기에는 어때요? 막시민을 뛰어넘을 인재로 보입니까?”

“만약······.”

잠시 뜸을 들인 후작이 이내 말을 이었다.

“그의 마법이 디에네 알븐과 동급 정도였으면 막시민 크로넬을 뛰어넘었을 거로 보이는군요.”

“그 말은 아직까진 아니다?”

“아무래도 마법적 능력이 뒤떨어지는 건 사실이니까요. 마법적 강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근데 혹시 말입니다. 아드리아스가 자신의 마법을 숨기고 있으면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아카데미 시절의 막시민은 뛰어넘었죠. 하지만 그 이후의 막시민은 오러 마스터가 되기도 전에 오러 마스터를 꺾은 자.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하하하! 그렇죠, 그렇죠.”

“전하께서는 크롬웰 공과 꽤 친분이 있으신 듯합니다.”

“그럼요. 친분이 아주 두터운 사이죠. 하하.”

그때 바람이 불며 누군가가 마법을 사용하며 나타났다.

때마침 디에네를 고쳐주고 돌아온 바하트였다.

“쯧.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마시고 왔나? 왜 이렇게 쳐웃어대?”

“어허, 영감님. 아무리 따님이 졌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도 아셔야죠. 그렇게 성을 낸다고 결과가 바뀝니까.”

“이놈이?”

바하트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켜자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해보인 미누스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

“황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뭘 어떻게 돼. 똑같다, 그냥.”

“에이. 저도 나름 들리는 정보가 있단 말입니다. 최근에 북부 산맥과 인접한 영지들에서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들이 많은데······. 야만인들이 산맥을 넘어온 거 아닙니까?”

“넘어와도 의미 없다. 고작해야 백 단위의 숫자에 불과해.”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넘어온 게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최근 대놓고 황제의 반대파로 거두되는 모하임 공작가는 이번 북부 원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모하임 공작가도 아니었고 황궁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그를 배척하는 모양새가 되면 여러모로 보기 좋지 않아 겉으로는 평화로운 상태였다.

“싱클레어 녀석이 직접 소탕하러 갔다. 아마 별일 없겠지.”

“아, 그래서 안 온 거였구만? 근데 고작 야만인들 처리에 사자 영감이 가는 게 맞습니까?”

“지가 가고 싶다고 해서 폐하께서 허락한 일이다.”

별일이네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 미누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아드리아스를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터라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은 없었다.

“그럼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내일 뵙죠.”

대답도 듣지 않은 미누스는 그대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 남은 에레스티얼 후작도 수염을 만지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왜 그러나? 자리가 불편한가?”

“아닙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딸과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합니다.”

“내 듣자하니 자네의 딸도 이번에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지?”

“고작해야 본선 진출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군요.”

“이제 2학년일 텐데 그것도 대단한 성과지. 살펴가시게.”

에레스티얼 후작마저 떠나고 나자 귀빈석에 남은 이들이 바하트의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든 말을 걸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런 주변의 분위기를 무시한 바하트는 골똘히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었다.

‘도대체 녀석들은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군.’

황제의 북부 원정은 기정사실화 되었다.

이미 직속 군단의 편제 구성은 끝났고 남은 건 지방 영주들의 모병 및 행군 경로 구상.

그러던 중에 북부 야만인들이 먼저 내륙으로 침입해왔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클로슈 공작이 직접 본인의 기사단을 이끌고 나선 상황.

‘북부 야만인들이 먼저 침공을 했다? 이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가 전쟁 준비를 한다는 사실이 설령 들켰을 수는 있어도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선공을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북부는 야만족들의 땅이었다.

그 추위와 환경은 야만족들에게는 엄청난 이점이 될 테니 제국을 상대로 끌어들이려 하는 게 일반적인 전술일 터.

그러나 상대는 굳이 그 험준한 북부 산맥을 넘어 몇몇 제국의 인사들을 습격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판단이었다.

아무래도 그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는 듯싶었지만 아직 알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알븐 전하! 하하, 이게 얼마만입니까!”

생각에 잠겨있는 바하트에게 누군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바하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깨어났다.

“엘드란 백작. 그래, 반갑군.”

마탑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지금은 그 수밖에 없었다.

**

관중석에 설치된 타 아카데미를 위한 특별구역은 다른 곳과 달리 서늘한 공기만 흐르고 있었다.

아드리아스의 경기를 드디어 제대로 직관하게 된 그들은 안색을 굳힌 채 말을 잃었다.

“정말 대단하군.”

처음으로 말을 꺼낸 것은 불칸의 굴라드였다.

그는 태블릿에 하고 있던 메모를 마저 마무리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놀란 점은 아드리아스가 아니다. 오히려 그 상대인 디에네 알븐. 정말 미친 수준의 마법이었어. 저게 과연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가 맞는지조차 의문이군.”

“하지만 아드리아스가 이겼잖아.”

“미안하지만 난 마법사야. 검을 보는 눈은 없어. 그건 너희들이 분석해야 하는 과제지, 내가 살펴야 할 건 마법뿐이야.”

그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디에네 예찬을 계속했다.

“더블 캐스팅, 그것도 그 어렵다는 공간 마법을 더블 캐스팅했다. 이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는 나와 같은 마법사들이라면 전부 알겠지. 역시 바하트 알븐의 딸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지, 천하의 바하트조차 저 나이에는 공간 마법을 활용한 더블 캐스팅은 못했을 거야. 우리는 지금 위대한 마법사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지.”

갑자기 말이 빨라진 굴라드가 속사포처럼 이야기하자 함께 있던 마법학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기 바빴다.

그러나 그런 굴라드를 향해 누군가가 초를 쳤다.

“그래봤자 아드리아스한테 졌다는 거잖아.”

굴라드의 절친인 백한기였다.

그의 눈에서는 묘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말도 더듬지 않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면 디에네 알븐은 현재 대륙 10인이자 로들렌 마탑의 탑주인 바하트 알븐도 뛰어넘을 잠재력을 가졌다니까?”

“아드리아스가 마지막에 휘둘렀던 검. 세레나 에레스티얼이 내 검을 잘랐을 때 보여줬던 그 검이다.”

“뭐?”

“하지만 세레나의 검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어. 아무래도 같은 스승을 둔 모양인데 아드리아스가 더 오래 배웠거나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뜻이겠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신창의 아들 로베르토가 물었다.

“백한기. 그럼 넌 아드리아스보다 약하다는 이야기인가?”

“어이, 로베르토.”

굳이 그걸 묻냐는 표정으로 태클을 건 굴라드였지만 백한기는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는 내 주제를 알아. 그런 점, 에 있어서 내가 너보다는 낫겠지.”

“하하하. 솔직히 말하면 우스워. 물론 아드리아스의 방금 시합을 보고 쫄았다면 나도 할 말이 없지만 말이야.”

로베르토가 도발을 계속했지만 백한기는 그저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모습에서 괜히 열이 받은 로베르토는 시선을 돌려버렸다.

“흥. 괜히 여유 부리기는.”

“여유? 네가 먼, 저 시비를 걸지 않았나? 흐흐.”

“어이, 둘이서만 그렇게 재미있게 떠들고 말이야! 나도 좀 끼워달라고.”

밀레니엄 아카데미의 호넨이 끼어들었지만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시무룩해진 호넨이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나도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런 그의 눈에 가만히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는 작은 체구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냉큼 그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팔을 걸었다.

“어이, 넌 어떻게 생각해? 분명 방금 전 시합이 대단하긴 했지만 마법사와 검사의 대결이라 솔직히 난 잘 모르겠거든? 아드리아스가 그렇게 대단한 녀석일까?”

“팔······.”

작은 체구의 소녀, 노아가 조용히 입을 뗐다.

“자르기 전에 내려놔.”

“어이쿠! 더 위험한 녀석이었네?”

과장된 몸짓으로 물러난 호넨이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은근슬쩍 다시 물었다.

“응?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수수께끼. 넌 직접 싸워보기도 했잖아?”

“너 같이 촐랑대는 녀석보단 강하겠지.”

“어어? 촐랑대는 녀석?”

상처 받은 얼굴로 토라지는 호넨을 같은 밀레니엄 학생들이 부끄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밀레니엄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었기에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그의 추태를 두 눈으로 지켜보는 그들은 부끄러움에 온몸이 비틀리는 느낌이었다.

“다음 시합은 작년 준우승자인 비비안 벨로칸. 그녀가 올라간다면 아마 아드리아스와 붙게 되겠지.”

“기대해볼만하겠군!”

누군가가 말해주자 호넨이 신이 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말한 인물을 확인하자 그는 백금의 그라시아였다.

“뭐야. 너 아직도 에어코스로 안 돌아갔냐?”

“내가 왜 돌아가지?”

“너, 아드리아스한테 당했다면서. 쪽 팔린 줄 알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 거 아닌가?”

“내, 내가 언제 당해!”

그라시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 호넨이 아무렴 어떠냐는 듯 웃었다.

“그래, 뭐. 로들렌의 괴물한테 질 수도 있지. 하하하!”

“그러니까 나는······!”

말을 하던 그라시아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주변의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뭐야? 갑자기 왜들 그래?”

고개를 돌린 호넨은 사람들이 왜 조용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곳에는 방금 막 시합을 치렀을 터인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호넨이 중얼거리자 그와 눈을 마주친 아드리아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저런 반응을 하지 싶던 찰나에 아드리아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나? 난 밀레니엄 아카데미의 호넨이다.”

“호넨? 호넨······.”

잠시 이름을 되뇐 아드리아스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넨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이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렇게 된 거군.”

“갑자기 무슨 소리냐?”

“아닙니다.”

아드리아스는 손을 젓더니 이내 말했다.

“나중에 저와 따로 볼일이 생기겠군요, 호넨.”

“따로 볼일?”

“예.”

희미한 미소가 아드리아스의 입가에 남았다.

“당신이 속한 곳과 저는 상당한 인연이 이어져있거든요.”

< 192화. 리매치 결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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