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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82화 (182/415)

< 182화. 마왕(魔王) >

다짜고짜 나를 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검부터 뽑아 휘두르고 보았다.

서걱!

툭.

“허어?”

반사적으로 마법을 사용해 막으려 했지만 내 검풍의 빠르기를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떨어져 나간 그의 팔이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너무나 쉽게 팔을 빼앗아 나도 놀랐을 정도.

“크아아악!”

아공간에서 아스란의 정예 언데드들이 튀어나왔지만 그는 고통에 겨워하며 소리를 지르기 바빴다.

나는 그 사이에 내 언데드들도 소환했다.

스릉-

니켈이 튀어나오자마자 상대의 언데드를 향해 검을 내려찍었고 미리내의 마법이 거대한 그림자의 손을 만들어 적을 붙잡았다.

확실히 모른의 수제자답게 언데드의 격이 높아보였다.

-크허엉!

콰앙!

그러나 티무르의 주먹에 언데드 하나가 금세 산산조각이 났다.

모른 정도가 아닌 이상 내 언데드에 비하면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무려 오러 마스터의 시신과 전설적인 존재들을 이용해 만든 언데드니까.

진화는 덤이다.

“아드리아스!”

여전히 소리를 질러대는 추한 모습의 아스란이 거슬렸다.

나는 모든 걸 무시하고 곧바로 아스란에게 달려갔다.

“히익!”

죽일 듯이 소리 지를 땐 언제고 아스란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도망을 가려 했다.

하지만 마법사의 비루한 몸으로 내게 벗어날 수는 없지.

후웅-

거대한 철퇴가 내게 날아들었다.

막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워 그대로 베어주기로 했다.

쇄액-

쿠구구궁!

베이는 소리가 희미했다.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떨어져 내리는 철퇴 뭉치에 무기를 들고 있던 듀라한이 당황한 듯 멈칫거렸다.

설마 그대로 벨 줄은 생각도 못했겠지.

나도 얼마 전이었으면 생각도 못할 수준의 검술이다.

“뭐, 뭐냐! 괴물이냐? 흐, 흑마법사가 그런 검술 실력이라니······.”

“괴물? 생긴 건 네가 더 못생겼어.”

별 위기감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라면 분명 하룬겔의 힘을 흡수했다고 하지 않았나?

왜 그런 기미가 안 보이지?

‘아직 흡수 중인 건가? 아니면 다른 메커니즘이 남았나?’

물론 고민할 필요 없었다.

나는 곧장 나를 가로막는 상대의 언데드들을 베어 넘기고 그에게 다가갔다.

“하, 하룬겔! 왜 아무 힘도······.”

스륵-

데구르르-

아스란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목이 떨어졌다.

너무나 손 쉬워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쉬운 이유에는 상대가 방심한 탓이 제일 컸다.

소환술사는 소환수가 강한 것이지 본인의 무력이 강한 게 아니기에 모습을 감추고 싸우는 게 정석이었으나 하룬겔을 흡수했다는 자만 때문인지 아스란이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이기긴 했겠지만 지금보다는 고전했을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하룬겔은 도대체······.’

스으으으윽!

가만히 있던 아스란의 시신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솟구치더니 그대로 내게 달려들었다.

얼마나 빨랐는지 내가 반응조차 못할 정도였다.

“크흡?”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온 연기는 그대로 내 몸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메시지가 눈앞에 떴다.

-띠링!

[하룬겔 데 바스타지우의 영혼이 플레이어의 몸을 잠식합니다.]

[오리지널 마법 ‘어둠 침식’이 발동되고 있습니다.]

하룬겔, 이 새끼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건가?

끝까지 나와 아스란 사이에서 기회를 엿보고 줄타기를 했던 모양이다.

[몸이 통제를 벗어납니다.]

[침식이 가속화됩니다.]

순식간에 몸의 제어권을 가져가고 있는 하룬겔을 느끼며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만. 어둠 침식?’

점차 몸이 말을 안 듣고 있는 가운데 나는 즉흥적으로 빛의 마법을 떠올렸다.

하룬겔이 검은 연기로 보였던 것도 그렇고 어쩌면······.

우우웅---

몸은 말을 듣지 않으려 했지만 마력만은 내 뜻대로 움직였다.

나는 곧 최대 출력의 라이트 마법을 천재급 위력의 재능으로 발동했다.

좌표는 내 몸 속.

분명 미친 짓이었지만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

푸화아아아앙-------!

빛이 폭발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눈이 먼 것 같았다.

“크윽.”

시신경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이를 갈았다.

생각보다 엄청난 고통.

아마 눈이 멀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후회하고 있을 틈도 없었다.

하룬겔에게 몸을 빼앗기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푸스스스.

하룬겔의 고통에 겨운 감정이 내게도 생생히 전해져왔다.

소리를 낼 수 없을 뿐 비명을 지르고 있는 하룬겔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오리지널 마법 ‘어둠 침식’이 약해집니다.]

[몸의 통제권을 되돌려 받았습니다.]

“어딜, 이 새끼가.”

-으이어어어이어어이이.

제대로 소리도 전달하지 못하는 하룬겔이 웅얼거렸지만, 문제는 녀석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예상외의 일로 쉽게 해결되었다.

[“뭐야, 이건 또.”]

원죄가 오랜만에 깨어났다.

[“난 다른 녀석에게 세를 내준 적이 없는데.”]

“내 몸이 네 집이냐? 그것보다 그 녀석 좀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어?”

[“생각해보니 꽤 재미있는 장난감이 굴러 들어온 셈이네. 이건 내가 가지고 놀게.”]

꿀꺽.

원죄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무언가가 삼키는 소리가 들리더니······.

[오리지널 마법 ‘어둠 침식’이 사라집니다.]

하룬겔의 존재감이 없어졌다.

[강대한 마력을 흡수했습니다.]

[하룬겔 데 바스타지우의 모든 영향력이 플레이어에게 귀속됩니다.]

[흑마법 재능이 대폭 상승합니다.]

나는 곧장 원죄에게 물었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일단 내가 삼켜뒀어. 지금 내 속에서 울부짖고 있네.”]

어쩌면 빛 마법으로 그 염병을 떨지 않았어도 원죄가 해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허무해졌다.

[“아니야. 이 녀석의 힘이 약해지지 않았으면 나도 삼킬 수 없었어. 꽤 강한 장난감이야.”]

내 생각을 읽은 원죄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 말이네.

[“그나저나 눈은 어떻게 할 거야?”]

“고치면 돼.”

환인족의 마을에서 꽤나 포션을 만들어댄 탓에 포션 제작의 숙련도가 꽤 올랐다.

진화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경험이 많이 늘어난 덕분에 이 정도 부상은 치료할 자신이 있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무리겠지만 이곳은 마나라는 신비한 힘이 있으니······.’

애초에 완전히 눈이 먼 것이 아니라 심각한 부상 수준이었기에 할 수 있는 소리였다.

나라고 미쳤다고 아무 대비 없이 마법을 사용했겠는가.

마나로 몸 내부를 보호한 뒤에 터트렸으니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볼만 했을 거다.

[“난 새로 얻은 장난감이나 가지고 놀아야겠다.”]

“잠깐만······.”

가버렸네.

하여간 내 마음대로 부를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 그지없는 녀석이었다.

그나저나 하룬겔의 모든 영향력이 나한테 귀속됐다는 게 무슨 소리려나.

“아······!”

눈이 안보여서일까.

평소보다 마나의 느낌이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는데 내 아공간에서 우글거리는 수많은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구냐 너넨?”

**

불변의 하룬겔.

하룬겔 데 바스타지우.

모순의 정점에 섰던 역대 최강의 네크로맨서.

“그게 바로 나, 하룬겔이란 말이다!”

어둠에 둘러싸인 의문의 공간에서 그가 처절하게 외쳤다.

수백 년간을 홀로 던전에서 지내오다 드디어 빛을 보나 싶던 그에게는 절망과 같은 풍경이었다.

“드디어······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가나 했더니!”

“시끄럽다!”

하룬겔의 옆에서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혼자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하룬겔은 깜짝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오크?”

“이 몸은 바야트라의 대전사, 알-구르드님이시다. 새로 온 신참이면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있어라!”

“허어?”

이상한 공간에 갇힌 것도 모자라 말을 할 줄 아는 오크라니?

비록 대전사라 하는 것을 보면 꽤 수준이 높아보였지만 이미 숱하게 많은 강자들을 물리친 전적이 있는 하룬겔에게는 우스울 따름이었다.

“차라리 잘됐군. 그래, 오크야. 이곳이 어딘지 설명을 좀 해보거라.”

“신참 주제에 보자보자 하니 교육이 필요하겠군. 도대체 너 같이 명예도 모르는 것을 왜 이곳에 들였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알-구르드가 주먹을 풀며 하룬겔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하룬겔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코웃음을 흘렸다.

“이 몸은 불변의 하룬겔. 네가 오러 마스터라고 해도 내게는 상대도 안 된다. 좋은 말로 할 때 이곳에 대한 설명이나 해라, 험한 꼴을 보기 싫으면.”

“이 건방진 인간 놈이!”

크라하!

알-구르드가 포효를 다시 내지르며 하룬겔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야.”

제 3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다급히 움직임을 멈춘 알-구르드가 무릎을 꿇고 제자리에 앉았다.

“위대한 존재시여. 오셨습니까!”

머리를 땅에 박으며 인사를 올리는 알-구르드를 황당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하룬겔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둠에 가려져 제대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사내가 왕좌와 같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턱을 괴고 있었다.

“이 공간의 주인인가?”

“그렇다면?”

“흥! 무슨 술수를 부렸는지는 몰라도 너만 처리하면 나갈 수 있겠군.”

비록 육체는 없어도 강대한 마력과 영혼이 남아있는 하룬겔은 이런 심상 공간에서의 싸움은 자신이 있었다.

그가 수백 년을 버틴 곳도 심상 공간이었던 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했다.

“으음?”

그러나 그것이 만용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팔팔한 장난감이네. 좋아, 덤벼봐.”

그 끝을 알 수 없는 짙은 기운이 왕좌에 앉은 사내에게서 흘러나왔다.

마나? 오러? 기세? 아니면 단순히 분위기?

하지만 그 기운을 접한 하룬겔은 감정이 침식되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떨었다.

“이, 이건 도대체······.”

“왜 그래? 조금 전의 기세는 어디 간 거야? 빨리 덤벼.”

히죽이며 말하는 상대를 보며 하룬겔은 침을 삼켰다.

그는 살아있을 적에 딱 한 번 이러한 기운을 접해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순수 악.

그러나 이미 멸종되었다 전해진 모든 마(魔)의 왕.

“마왕(魔王)?”

**

결국 아스란 블루가 왜 나를 노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짐작으로는 아마 파벌의 계승과 관련한 문제겠지.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어쩌면 하룬겔이 아닌 나를 추적하다 그리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자, 여기 메길란 뿌리다.”

“감사합니다.”

미로를 탈출한 막시민과 일행들에게 무사히 구출이 된 나는 환인족의 마을에 머무르며 눈을 치료할 포션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메르쿠르가 직접 내 옆에서 재료를 구해다주며 수발을 들고 있어 부담스러웠지만 오히려 그는 내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마을의 대를 이어오며 항상 하룬겔의 무덤은 골칫거리였지. 건드리기도 위험하고 방관하자니 애꿎은 이들이 들어가 봉인을 풀 수도 있는 노릇이니······.”

“이해합니다.”

“그래서 자네에게 이 고마움을 더 전달하고 싶네. 이제 하룬겔은 소멸했고 더 이상의 골칫거리는 없으니 안심이야.”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려는 의도는 아니었죠.”

“결과가 좋았으면 되는 일일세. 자, 그 다음 재료는 뭐였지?”

“음, 혹시 화상을 입었을 때 효과가 있는 자생풀이 있습니까?”

“뮬리겐 꽃! 내가 금방 구해다주지.”

대수림의 재료들은 일반적인 재료들과 달랐기에 약효를 말해야했다.

대륙에서 흔한 재료가 이곳에는 없고 이곳에서 흔한 게 대륙에서는 희귀한 재료니까.

그렇게 포션을 만들고 있자 손님이 방문했다.

“아드리아스님.”

“오셨군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의 체취와 상대의 기운으로 이자벨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그녀는 하룬겔의 무덤에서 돌아와 곧바로 신살의 씨앗으로 다시 저주를 약화시켰는데 아무래도 효력이 이전만큼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네, 괜찮아요. 오히려 아드리아스님의 눈이 걱정이네요.”

“전 괜찮습니다. 자연적으로도 몇 년 만 있으면 나을 상처고 포션까지 더하면 며칠이면 나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사실 아드리아스님을 방문한 이유는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예요.”

“부탁?”

이자벨이 나한테 부탁을?

신살의 씨앗 말고 뭔가 있나?

“아드리아스님은 가문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거처도 있겠지요?”

“아, 제가 단순히 작위만 있는 귀족이라 영지는 없습니다. 작은 저택 하나만 있어요.”

“저희는 앞으로 아드리아스님의 능력을 위한 고대 신의 흔적을 찾으러 떠날 생각인데 아무래도 거점이 필요해서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아드리아스님의 거처를 거점으로 삼아도 될까요? 연락하기에도 그쪽이 편할 것 같아서요.”

전혀 예상치 못한 부탁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 내에서 막시민이 지낸다는 건 시한폭탄을 집에 둔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제국과의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평범한 부부로 정체를 숨기고 저택에 고용된 하인으로 지낼 게요.”

“그게 숨긴다고 숨겨질 수······.”

“아드리아스님. 걱정마세요. 저는 직계 뱀파이어랍니다. 혈마법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쓰여요. 예를 들어 현혹이라던가······.”

아무리 그래도 막시민 커플은 양날의 검이다.

분명 잘만 사용하면 이보다 강한 무기가 없지만 그 무기를 휘두르기도 전에 사단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문제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직계 뱀파이어에요. 게다가 현재 우리 가문에는 퀸이 부재중이죠.”

“퀸을 노리실 겁니까?”

“아드리아스님이 원한다면.”

“예?”

“사실 저는 막시민과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퀸의 자리에는 욕심이 없어요. 하지만 은인의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노려볼 수도 있죠.”

“그렇게까지 해서 제 집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솔직히 말해보자.

내 집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들어오려고 하나?

오히려 본인들한테도 불편한 곳이었다.

차라리 지금처럼 떠돌아다니는······.

‘그건 아닌가?’

어쨌든 굳이 정착하려면 내 집이 아니어도 자리는 많았다.

“대륙이 곧 어지러워질 것 같아요.”

“아······.”

이자벨의 한 마디에 나는 내심 감탄했다.

그녀도 느끼고 있던 건가?

“아무리 저와 막시민이 강하다지만 둘 만으로도 이겨내지 못할 재해가 오겠죠. 제가 깨어났을 때부터 막시민과 나눴던 고민이에요.”

“두 분은 그럼 저를 선택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완전히는 아니에요. 하지만 반쯤은 기울었다는 게 맞겠죠.”

단순히 지내는 게 아니라 내 세력에 포함되고 싶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는 이후에 일어날 대륙의 미래를 알고 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연속적으로 일어날 멸망급 메인 에피소드도 알고 있지.

‘이 둘을 받아들이면 지금 당장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보다 든든한 아군들이 없을 거다.

게다가 이자벨이 뱀파이어 퀸이라도 된다면 루시펠 가문의 힘이 곧 내 힘이 된다는 것과 같았다.

‘힘이 없는 자가 보물을 쥐면 빼앗기겠지.’

약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나는 결국 결정했다.

지금의 나는 힘없는 자.

하지만 곧 힘을 갖출 자신이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잘 부탁드려요.”

그녀의 웃음이 느껴졌다.

어째 살렘부터 해서 집회 파벌과 막시민까지 자연스럽게 세력이 커지는 것 같은데.

의도했다기보다 그저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뛰어온 결과라 생각하자 더욱 감흥이 컸다.

‘막을 수 있다.’

세계의 멸망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182화. 마왕(魔王)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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