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58화 (158/415)

158화. 분노의 죄악 그리고 결전

새하얀 설경 위로 붉은 꽃이 피어났다.

“크허억!”

장렬하게 죽어 가는 거구의 장정들을 차갑게 내려다본 인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고 그와 같은 흑의인들이 서 있었다.

“도대체 왜 나를…….”

오직 혼자만 살아남은 아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런 아이의 말을 무시한 채 흑의인들은 바삐 움직였다.

“목표는 확보했으니 철수한다. 그 전에…….”

그들은 미리 준비해 온 시체를 사방에 장식했다.

제국의 표식이 들어간 복장을 입은 시체들이 마치 야만인들과 싸우다 전사한 것처럼 순식간에 꾸며졌다.

“보존 마법만 해제하는 즉시 이탈하겠다.”

이윽고 함께 온 흑마법사들이 가져왔던 시체에 걸린 보존 마법을 해제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빠져나온 흑의인들은 이내 근처에 미리 준비된 마법진을 이용하여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텔레포트에 사용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생각하면 결코 평범한 자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동된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임시 거처였다.

작은 오두막 건물에 텔레포트가 된 흑의인들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자들에게 곧바로 아이를 건넸다.

“후우! 드디어 성공했구먼! 거의 한 달 가까이 잠복만 해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고.”

검은 후드를 벗으며 시체의 보존 마법을 해제한 흑마법사가 소리쳤다.

그러자 흑의인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마치 무언가를 달라는 그 제스처에 흑마법사가 경박하게 손을 휘저었다.

“거참, 그동안 쌓인 우정 같은 건 없는 거야?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못 해 줘?”

“작전은 끝났다. 보수를 지불해라.”

“기다려 봐. 곧 헤이겔 님이 오실 거니까.”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누군가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등장했다.

검은 턱시도와 중절모를 쓴 헤이겔이었다.

그도 설경에 있었는지 모자 위에 새하얀 눈이 얕게 쌓여 있었다.

“수고했다.”

“헤이겔 님께서 대족장을 유인하신 덕분에 일이 쉬웠습니다. 헤헤.”

흑마법사가 굽신거리는 사이 헤이겔은 아공간 아티팩트에서 묵직한 자루를 꺼내 흑의인에게 던졌다.

그러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자루가 흑의인에 손에 잡혔다.

자루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페이드한테 곧 집회가 열릴 거라고 전해라.”

“돌아가는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헤이겔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흑의인들을 이끌고 오두막에서 나갔다.

흑의의 용병들이 떠나자 자리에 남은 흑마법사들과 헤이겔은 끌려온 남자아이를 보았다.

“몇 살이지?”

헤이겔의 물음에 아이는 순순히 답했다.

“여덟 살.”

“겁나지 않나?”

“하나도 안 무서워. 이제 곧 우리 아버지가 와서 네 녀석들을 모조리 처죽일 거야!”

아이는 오히려 눈을 치켜뜨고 헤이겔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을 미소 지으며 기껍다는 듯 바라본 헤이겔이 손짓했다.

“이동하기 전에 좀 씻겨라. 웬만하면 조심히 다루고.”

“네, 헤이겔 님.”

“역시 ‘분노’는 다르긴 달라. 실험해 볼 맛이 있겠어.”

아이가 버둥거리며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헤이겔은 이내 다른 수하를 향해 말했다.

그는 작전에 참가하지 않고 미리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였다.

“별일은 없었나.”

“감시하라고 하셨던 모른의 파벌에서 페이드와 접촉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누가 접촉했지.”

“모른의 차석 제자인 퀜튼 브룩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겠지.”

헤이겔로서는 예상한 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헤이겔을 향해 수하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뭐가 말이냐.”

“아드리아스 크롬웰 말입니다.”

“죽지 않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죽으면 따로 계획해 둔 게 있으니까 상관없다. 그나저나 퀜튼이 무슨 수를 썼는지 궁금하군.”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페이드도 이번 일에 중립적인 입장이다 보니 이 이상의 정보는 허용하지 않아서…….”

“괜찮다. 우선은 분노의 처리가 우선이니 집회부터 소집해라. 집회가 자주 열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군.”

헤이겔은 옷에 묻은 눈을 털어 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아드리아스한테도 초대장을 보내고. 만약 이번 집회에도 아드리아스가 참석할 수 있다면…….”

그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마치 웃는 듯한 모양으로 변했다.

“꽤 쓸 만한 패가 되겠어.”

* * *

카오스 미믹은 전과 같이 검은 불꽃에 휩싸인 듯 일렁이는 한쪽 팔만 꺼냈다.

마치 한 손만으로 충분하다는 그 모습에 우선은 본체를 상자에서 끄집어내는 게 우선임을 깨달았다.

나는 곧바로 갈락슈르를 뽑으며 디에네에게 외쳤다.

“디에네. 무조건 버틴다고 생각하고 도망 다니세요.”

곧이어 움직이는 카오스 미믹의 팔은 자유자재로 늘어났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 중 이미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달아났지만 나머지는 치기 어린 표정으로 맞서려 했다.

“물러나세요!”

디에네가 소리치며 여명의 포효를 꺼냈지만 이들은 나름 엘리트라 불려 왔던 로들렌 아카데미의 재학생들. 그중에서도 고학년에 속하는 이들이다 보니 자존심이 강했다.

“우리도 마법사라고!”

누군가가 소리치며 마법을 전개했다.

확실히 어중이떠중이와 같은 마법이 아닌 강력한 마력이 느껴지는 중급 마법.

곧이어 발사된 마법은 호기롭게 카오스 미믹에게 날아갔으나 이글거리는 팔에 닿자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소멸했다.

“아아…….”

드디어 저 터무니없는 괴물의 능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학생들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오스 미믹은 자신을 공격한 이를 놓아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쿠우우…….

순식간에 늘어난 팔이 학생들을 할퀼 듯이 다가왔다.

“공간 이동 사용할 거니까 저항하지 마!”

곧이어 디에네가 목이 터져라 외치며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있던 자리에 공간 이동 마법이 사용되며 간발의 차로 카오스 미믹의 공격이 빗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유인. 차라리 잘됐다.’

그 사이, 나는 어느새 본체가 숨어 있는 상자의 근처까지 달려갈 수 있었다.

디에네의 여명의 포효로 유인하려고 했는데 모로 가도 목표만 달성하면 충분했다.

―콰드&^#@^@!

상자에 가까이 다가서자 시커먼 상자 속이 꿈틀거리더니 또 하나의 팔이 나왔다.

콰직!

갈락슈르가 팔을 막아 내며 굉음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원래도 새하얬던 검신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마수에게 추가 피해가 들어갑니다.]

[어둠 속성에 추가 피해가 들어갑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와 함께 마치 불로 지지는 듯한 소리가 검에서 일어났다.

치이익.

―쿠이$%!^@&

카오스 미믹의 팔이 눈에 띄게 고통스러워하며 꿈틀댔다.

“좋은데?”

물론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아직은 본체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기에 위기감이 없었지만 본체가 나오는 순간 피 말리는 순간이 다가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본체가 나오지 않으면 상자에 손을 댈 수가 없었기에 일단은 녀석을 꺼내야만 했다.

우웅!

저 멀리서 디에네의 지팡이가 빛을 뿜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카오스 미믹이었지만 마치 도발이라도 하듯 마법을 연거푸 쏘아 냈다.

콰과광―!

마나는 소멸되지만 주변이 파괴되며 가해지는 물리력은 충분히 카오스 미믹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카오스 미믹의 팔은 웬만한 충격에도 멀쩡했기에 디에네의 공격이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콰지직!

불똥이 튀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고작 팔 하나였지만 갈락슈르의 능력으로 비등할 뿐이지 더 이상 상자에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디에네! 아드리아스! 교수님들이 오셨어!”

그때 도망쳤던 학생 중 하나가 달려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톨먼이 양손에 두꺼운 권갑을 끼고 순식간에 디에네와 카오스 미믹 사이를 파고들었다.

콰앙!

“처음 보는 함정이군요.”

주먹을 움켜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꽤 강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톨먼 정도면 꽤 도움이 되는 전력이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디에네 학생, 괜찮습니까?”

“네. 저보다는 아드리아스가…….”

그녀는 여전히 카오스 미믹의 팔과 검을 맞대고 있는 나를 가리키고 이내 설명했다.

“마법이 통하지 않아요. 마나를 전부 흡수하는 특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제 공격이 통하지 않았군요. 알겠습니다.”

톨먼이 이내 나에게 소리쳤다.

“아드리아스 학생. 버틸 수 있겠습니까?”

“예.”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톨먼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에게 마법을 부여하더니 순식간에 달려 나갔다.

그의 마법은 격투술과 합쳐진 그만의 독창적인 기술.

그런 만큼 그가 워록의 칭호를 받는 것은 금방이었다.

‘아직 심사를 받지 않았지. 미루는 이유도 알고 있고.’

가히 기사라고 불러도 될 법한 속도와 움직임이 터져 나오고 이내 팔이 이어져 있는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단숨에 노려야 할 부분을 파악한 걸 보면 그가 뛰어난 배틀 메이지였음은 확실해 보였다.

콰아아앙―――!

그러나 그런 그의 빠른 움직임보다 카오스 미믹의 팔이 되돌아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카오스 미믹의 손이 오그라들었다.

톨먼이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은지 쭉 뒤로 물러났지만 기괴하게 비틀린 카오스 미믹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평범한 함정이 아니군요.”

카오스 미믹은 위험을 느꼈는지 나를 상대하던 팔마저 톨먼을 향해 주의를 돌렸다.

“디에네 학생. 제게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주십시오. 적을 교란하기 위함이니 장소는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톨먼의 말을 들은 디에네는 대답 없이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이라 일일이 대답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우웅!

순식간에 위치가 바뀐 톨먼은 곧바로 본인의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였다.

그러나 디에네의 마법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웅! 우웅!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이라고 했던가.

공간 이동 마법은 한 번이 끝이 아니었다.

―쿠이무르#[email protected]%

톨먼을 쫓던 팔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순간, 어느새 상자의 뒤편으로 공간 이동이 된 톨먼이 그대로 정권을 찔렀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아쉽게도 카오스 미믹의 진가는 본체가 드러난 이후.

그리고 그동안 나는 따로 본체를 위한 준비를 해 두었다.

‘톨먼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톨먼이 시선을 끄는 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히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걸로 카오스 미믹은 어떻게든 붙잡아 둘 수 있겠지.

처음에는 여명의 포효로 카오스 미믹을 유인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본체를 꺼내는 일.

그리고 그건 지금 톨먼이 성공시켰다.

―크[email protected]지끼&!^#겍

“이게 대체…….”

상자는 멀쩡했다.

톨먼의 공격은 정확히 상자를 노렸지만 그 주위를 검은 무언가가 둘러싸고 있었기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카오스 미믹의 본체.’

괴이한 형상이었다.

그 어떤 생물도 닮지 않은, 굳이 떠올리자면 문어와 비슷한 외형의 생김새.

―뀨&%!이이이$!#

총 13개의 팔을 가진 카오스 미믹의 본체가 거대한 동체를 드러내며 몸에 붙은 무수히 많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나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톨먼과 디에네는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하긴 팔 2개로도 그 지랄을 했는데 팔이 13개나 달렸던 괴물임을 알게 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

“부탁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은밀히 말하며 갈락슈르를 꼬나 쥐고 달렸다.

“아드리아스 학생? 위험합니다!”

톨먼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오고 그와 동시에 13개나 되는 카오스 미믹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욱― 콰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