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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41화 (141/415)

141화. 관리

기숙사로 돌아왔다.

원래는 에버라스트 상단이 에이미의 일로 연락을 해 왔기에 찾아가 보려 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요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자주 생기네. 나비효과인가?’

쪽지에 담긴 마법은 손쉽게 파훼됐다.

나름 어렵게 구성이 된 술식과 마법진이었지만 지금의 내 실력, 특히나 마법진에 관해서는 어디 가서 꿇리지 않았기에 식은 죽 먹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넘치는 마나로 무식하게 부순 거지만.’

덕분에 불타 없어지지 않은 쪽지를 들고 그대로 기숙사에 올 수 있었다.

쪽지에는 집회의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한마디로 이 쪽지는 집회의 초대장이라는 뜻.

쪽지를 건넸던 인물이 대놓고 내 이름을 부른 걸 보면 잘못 온 것도 아니었다.

‘대담하네. 제국 한가운데서 초대장을 건넬 줄이야.’

그것보다는 초대장이 내게로 온 이유를 모르겠다.

분명 집회에 가입하는 건 예전에 거절했을 텐데?

일단은 쪽지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나태의 공로자, 흑마법계의 신성, 그대를 이번 집회에 초대한다.

나태를 얘기하는 걸 보면 나를 초대한 건 확실했다.

그리고 곧바로 넘어가 발신인이 누구인지 확인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헤이겔.’

크라테스 산맥의 벌레술사인 라녹스 이후로 계속해서 엮이게 된 워록급 흑마법사.

그 이름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집회가 개최된다는 이야기는 흑마법계에 큰 영향이 있을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지금 이 시기에 굳이 집회를 연다면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는 내가 유추해 낼 수 있는 건 단 하나.

‘분노를 찾은 건가.’

시기상 지금쯤 찾은 게 분명하다.

곧이어 분노가 납치되고 야만족과의 전쟁이 내년에 벌어지지.

‘정확히 언제 납치하는지는 몰랐는데 집회에 참석하면 정보를 캐낼 수 있겠어.’

굳이 분노 때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참석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집회에 참석하여 내가 모르고 있던 정보를 얻게 되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보상이었다. 특히 집회의 경우 게임에서는 적으로만 만났기에 내부 정보는 알고 있는 게 없었다.

한 가지 문제라면 역시 내 안전.

과연 집회에 참가하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일단 무조건 참가한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크리브마허가 있는 만큼 빠져나올 수는 있겠지.’

내게 본 드래곤이 있는 건 루나와 에반밖에 모른다.

루나도 집회 소속이지만 설마 집회에 나에 대한 정보를 말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숨겨진 전력인 본 드래곤의 존재는 조커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터.

화르륵!

쪽지의 내용을 모두 외운 뒤 불태웠다.

집회의 개최일은 다음 주 수요일.

화요일 오후에 미리 출발하고, 수요일에 있을 강의는 무단결석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 전에…….’

해결할 거는 먼저 해결하고 가야겠지.

* * *

세레나 에레스티얼은 여느 때와 같이 무거운 덤벨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단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세레나, 난 먼저 들어갈게.”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루이스가 속내를 숨기며 말을 걸었다.

최근 들어 검술 스타일을 바꾸다 도리어 슬럼프에 빠진 그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근력 운동에만 빠져 지냈다.

슬럼프에 빠진 것을 메우기라도 할 기세로 매일 혹독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루이스는 차마 그녀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응. 먼저 들어가.”

“더 하게?”

“응. 조금만 더 할 거야.”

“알았어. 조심히 마무리해.”

루이스가 애써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자 세레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내 루이스가 사라지자 세레나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어떻게 하면 좋지.’

요 몇 달간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히는 물음.

그것은 과연 아드리아스의 조언이 옳았던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분명 자신의 성장은 막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드리아스의 조언을 듣고 스타일을 바꾸자 오히려 퇴보한 것만 같은 실력에 스트레스만 쌓여 갔다.

‘어떻게 하면…….’

아드리아스가 다음번에 자신을 찾아올 때는 답을 찾아오라고 했었기에, 자존심 때문이라도 도움을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

애초에 아드리아스는 마법학부 학생.

마법사에게 검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는 것도 우스웠다.

‘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냐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터져 버렸다.

분하고 억울했다.

마치 망망대해에 남겨진 돛단배와 같은 고독함이 사무쳤다.

“하아.”

입술에서 느껴지는 피 맛을 느끼며 덤벨을 다시 들려 할 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비비안 선배.”

비비안 벨로칸.

현 기사학부 학생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여인.

분명 자신과 같은 여인의 몸임에도 졸업반 선배들조차 제친 실력자.

내심 동경하던 인물이었기에 세레나는 정신없이 허리를 숙였다.

“세레나 에레스티얼.”

“네, 네!”

“시간 있어?”

“네? 네! 시간 있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 또랑또랑 말하는 세레나를 보며 비비안이 무슨 생각인지 모를 얼굴로 손짓했다.

“따라와.”

“넵!”

무슨 이유로 따라오라고 하는지는 몰랐으나 그냥 따라나섰다.

그렇게 비비안의 뒤를 따라 도착한 곳은 비비안이 자주 검을 수련하던 연무장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세레나는 그곳에서 또 다른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사학부 조교, 아이비 클레어였다.

“근데 조교님께서는 왜 여기에……?”

“내가 불렀어.”

비비안이 말했다.

그러자 아이비도 한숨을 한 번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요즘에 안 그래도 눈여겨보고 있었어. 세레나 에레스티얼.”

“네? 지금 두 분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슬럼프잖아. 다 눈에 보인다고.”

아이비의 말에 세레나는 흠칫 몸을 떨다 이내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끄덕였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더욱 싫었다.

“비비안이 도와달라면서 나를 부르더라고. 들어 보니까 너를 도와주자고 하더라? 나도 요새 네 상태를 보고 있었는데 비비안한테 빚을 진 것도 있어서 이렇게 나와 줬지.”

아이비는 말을 하며 들고 있던 대련용 검을 빙글빙글 돌렸다.

이미 준비운동도 마친 상태였는지 세레나에게 열기가 전해졌다.

“아드리아스랑 대련을 했던 자리에 나도 있었으니까 지금 네가 하는 고민이 대충 뭔지 알 것 같아. 근데 나는 아드리아스처럼 확신을 갖고 조언은 해 주지 못해. 사람마다 재능과 적성이 다르고, 자라 온 환경과 겪어 본 경험이 다른데 어떻게 함부로 검법을 바꾸라 마라 할 수 있겠어?”

아이비는 말을 하며 검을 치켜들어 세레나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일단 보여 줄게. 나랑 비비안도 여자잖아? 나도 그렇지만 비비안 검술도 너처럼 힘이 넘치지는 않거든. 우리가 대련하는 모습 한번 잘 봐.”

어느새 대련용 검을 챙겨 온 비비안이 아이비의 앞으로 마주 섰다.

갑작스러운 진행에 세레나는 당황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자, 잠깐만요. 지금 저 때문에 두 분이 대련을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어. 제대로 들었어.”

아이비가 몸을 풀며 대답하자 세레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대꾸하지 못했다.

비비안은 그런 아이비를 보며 고요하게 검을 늘어트렸다.

“검은…….”

천천히 올라간 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힘만으로 하는 게 아니야.”

이내 아이비에게 쇄도해 들어간 검이 유려하게 선을 그렸다.

까다로운 움직임.

가짜와 진짜가 손목의 움직임만으로 수십 번의 변화를 일으키며 수 싸움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공격에도 아이비는 가볍게 허와 실을 구별하고 대응했다.

쇄애액―!

비비안의 유려한 검과 달리 패도적인 성향의 검법이 아이비의 손끝에서 펼쳐졌다.

대련용 검으로 만들어 낸 풍압만으로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맹렬한 기운.

그 강대한 기운에 맞서는 비비안의 손이 점차 어지러워졌다.

‘아이비 조교님이 이렇게 강했다고?’

비비안의 수준은 이미 유명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웬만한 기사단의 기사들보다 강하다는 게 기사학부 내에서의 여론.

그에 반해 기사학부 조교들은 아직 기사단의 선택을 못 받고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실력에 관해서는 조금 뒤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근데 저건…….’

아무리 봐도 비비안이 밀리고 있었다.

비비안이 힘을 빼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콰아앙!

대련용 검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격렬한 대련.

연무장의 바닥에 풍압만으로 거대한 상흔이 새겨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수준의 대련.

‘대단하다…….’

세레나는 아이비의 실력에 의문을 가졌던 것도 잊고 둘의 대련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대련을 지켜볼수록 아드리아스가 했던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이비 조교님도 언뜻 보면 힘으로 누르는 검술 같지만…….’

아니었다.

패도적인 기운과 별개로 거력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아닌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

예리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콰직!

계속 밀리기만 하던 비비안의 움직임이 변했다.

그녀가 밟고 있던 땅이 으스러지며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광기였다.

“흐윽.”

세레나는 호흡의 곤란함을 느끼고 다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비안의 공격.

채재재재쟁!

엄청난 속도로 퍼부어지는 폭격에 아이비의 자세가 무너지려 했다.

“여기까지 할까?”

그러나 아이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강하게 뿌리며 비비안을 떨쳐 냈다.

그 패도적인 검술에 폭격을 가하던 비비안은 그대로 밀려났다.

“후우.”

무호흡으로 공격을 퍼붓던 비비안이 그제야 숨을 들이켜며 볼품없이 찌그러진 대련용 검을 치웠다.

“어때? 보고 좀 배웠어?”

“네? 네에…….”

세레나는 여태껏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검을 익혀 왔었다.

가문에서도 오빠들 사이에서 경쟁을 했고, 그건 모나스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나서도 줄곧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 이 둘의 대련을 보니 자신이 나아갈 방향이 보이는 듯했다.

‘힘을 버릴 필요는 없어.’

무지했다.

아드리아스의 조언을 너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그동안 익혀 온 것을 완전히 버릴 필요 없이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키면 되는 것을…….

“아직 안 끝났어.”

“네?”

“이제 네 차례야.”

아이비가 새로운 대련용 검을 집어 오며 말했다.

“보기만 할 거야?”

“아니요! 감사합니다.”

세레나는 급하게 대련용 검을 챙겨 왔다.

그러면서도 의문이 가시지 않아 물었다.

“그런데, 왜 저한테 두 분이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응? 말했잖아. 비비안이 부탁했다고.”

그 말에 세레나가 비비안을 쳐다보자 숨을 고르고 있던 비비안이 시선을 저 멀리 어딘가에 두며 말했다.

“아드리아스가 부탁했어.”

“아, 아드리아스 선배님이요?”

“아드리아스가? 뭐야, 그럼 네가 부탁한 게 아니잖아? 나 또 그 새끼한테 당한 거야?”

세레나의 놀란 음성과 아이비의 당했다는 말소리에 비비안이 싱긋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나 뜬금없기도 하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비비안의 미소인지라, 세레나와 아이비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드리아스가 검에 관해서는 자기보다 나나 아이비가 낫대. 그래서 부탁했어.”

아드리아스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미소를 지은 비비안이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세레나와 아이비는 잠시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드리아스 선배님이…….”

대련 이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줄 알았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 뒤로 일어난 일들만 해도 충분히 바빴을 아드리아스였으니.

애초에 마법학부이면서 기사학부 학생들을 챙긴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같은 학부여도 후배를 이렇게까지 챙겨 주는 사람은 없을 테니.

“아드리아스, 지금쯤 크리스한테 갔을 거야.”

“아!”

비비안의 뒤이은 말로 감사한 마음과 존경심이 일었다.

그는 자신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전 어떻게 해야 아드리아스 선배님한테 보답할 수 있죠?”

“강해져.”

비비안이 대답했다.

“나도 강해질 거야. 아드리아스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짧은 말이었지만 강렬한 염원이 담긴 비비안의 말에 세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자신은 너무나 미약했다.

보답을 하려면 성과로 보여 주어야 했다.

‘저렇게 강한 비비안 선배님도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

보답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은 강해져야 했다.

꺼져 가던 그녀의 불씨가 다시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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