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38화 (138/415)

138화. 가호

[가호 ‘신살(神殺)의 씨앗’을 획득합니다.]

[신살(神殺)의 씨앗]

―가호

―신이라 불리는 것들의 기운을 잠시 동안 억제한다.

간단한 설명.

하지만 간단한 만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신의 기운을 억제한다고?’

막시민이 눈앞에 있음에도 발현이 된 가호로 인해 정신이 없었다.

조건 충족이라는 게 워낙에 뜬금없는 거여서, 애초에 막시민이 내 바로 앞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 했고…….

“에반에게 듣기를, 너는 고대의…….”

“막시민,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화를 나눠도 되겠습니까.”

내가 급히 막시민의 말을 막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은 도망치는 학생들과 몰려오는 학생들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게 좋겠군.”

그는 다시 관을 들며 내게 턱짓했다.

“안내해라.”

나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앞장섰다.

일단 사람이 없는 장소라고 하면 주로 베리얼이 내게 마법을 가르쳐 주던 장소가 있지.

막시민을 소용돌이 숲으로 데리고 가며 조금 전에 일어난 현상을 떠올렸다.

‘이자벨의 관이 가까워지니까 가호가 개방됐다. 이자벨이 고대 신과 연관된 건 확실한가 보네.’

막시민이 매일 노래를 부르는 게 고대의 신이다.

밑도 끝도 없이 노래만 불러 대니 이자벨이 정말로 고대의 신 때문에 잠들었는지 의문이었는데 이로써 의문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근데 신살의 씨앗이라니?’

신이 내린 가호가 도리어 신을 죽이는 씨앗이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한참 생각을 하다 문득 뒤를 살펴보자 막시민은 주변 학생들의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고 묵묵히 뒤따라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과 함께 어쩌면 이 상황 자체를 이용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생각이 났으면 곧바로 행동에 옮겨야지.

“그분 때문인가요.”

내 갑작스러운 물음에 막시민이 내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갑자기 무슨 소리지.”

“저를 찾아온 이유. 그분 때문이지 않냐고요.”

내 시선이 닿은 곳을 확인한 막시민이 의아함을 담고 물었다.

“어디서 들은 거냐.”

“듣다니요? 그냥 방금 느껴졌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치미를 뗐다.

그 후 손을 들어 관을 가리키자 막시민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신의 흔적이 느껴졌어요.”

후웅―!

순식간에 내 면전으로 다가온 막시민의 눈은 공허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희미한 불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날 우롱하는 거냐.”

“무슨 소리입니까. 전 느낀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걸 지금 믿으라는 소리인가.”

“믿지 않으시면 어떡하실 겁니까. 제가 거짓말이라도 할 이유가 있습니까?”

“날 도발해 봤자 좋은 꼴은 못 볼 텐데.”

엄청난 살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하지만 살기를 드러내며 위협을 한다 해도 그가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걸 확신했다.

그만큼이나 이자벨을 생각하는 막시민의 마음이 대단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건 그렇고 확실히 세계관 최강자답다.

단순히 잠깐 살기를 드러낸 것뿐인데 심장이 아플 정도였다.

‘마음만 먹으면 살기만으로도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있겠는데?’

겁난다기보다 그 경지까지 다다른 막시민이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 내 반응을 눈치챈 막시민은 별난 놈을 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은 그로서는 그 정도만 해도 대단한 감정 표출이겠지.

“확실히 평범한 녀석은 아니군.”

“그런 이야기 자주 듣습니다. 우선은 빨리 가시죠. 저도 슬슬 궁금해지네요.”

내가 관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봐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 궁금하네.’

조금 전에 얼떨결에 얻게 된 가호.

이 가호를 이용하면 이자벨을 잠에서 깨울 수 있을까?

만약 깨운다면…….

‘일이 좀 복잡해지겠네. 물론 좋은 쪽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패는 많을수록 좋다.

이왕이면 이 가호가 이자벨을 깨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소용돌이의 숲까지 걸어가며 난장판이 벌어졌지만 꿋꿋하게 무시하고 나아갔다.

다행히 숲은 마법학부 부지 내에 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말해라. 고대의 신과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는 게 사실이냐? 그리고 이 관에서 신의 흔적이 느껴졌다는 말도 사실이고?”

“둘 다 사실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관을 내려놓은 막시민이 후드를 걷으며 말했다.

“신과 무슨 대화를 나눴지?”

“별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별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없는 소리 몇 마디 하다가 갑자기 가호를 내리더니 기다리고 있겠다면서 사라졌으니.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다고?”

직접 들은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인데 막시민이라고 이해할까.

그 순간이었다.

끼에에엑―!

귀곡성과 같은 소음이 울려 퍼지고 무형의 기운이 나와 막시민 사이를 가로질렀다.

콰드드득!

땅에 고랑이 깊게 파이며 나와 막시민을 갈랐다.

“물러나라.”

어느새 다가온 수라한이 내 어깨를 잡으며 내게 말했다.

금방 눈치채고 왔네. 하긴 나랑 막시민을 본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바하트랑 베리얼은 가짜를 상대하고 있는 건가?

아니지. 여기 있는 게 가짜일 수도.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수라한이 말했다.

“설마 우리와 대화를 하던 중에 이렇게 빠져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볼일이 있는 건 아드리아스 크롬웰뿐이다.”

“그래도 절차라는 것이 있지요.”

“기사학부장이라고 했던가. 호승심이 넘치는군.”

막시민은 나직이 말을 덧붙였다.

“너는 지금 그저 나와 겨뤄 보고 싶은 거야. 그렇지?”

도발적인 말에 수라한이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발동이 된 오러 비기가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넘실거렸다.

“아까 내가 했던 말이 기분을 상하게 했나 보군. 정 궁금하거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막시민이 두꺼운 망토에 가려진 등허리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폭이 넓지만 짧은 검이었다.

넓은 검면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과 글씨 비슷한 것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나는 그 검의 이름과 효과를 알고 있었다.

‘배신 처형자.’

네임드급 검이었다.

정확한 건 막시민만 알고 있겠지만 내 추측으로는 고대 시대의 유물로 알고 있었다.

“덤벼 봐라. 빨리 끝내고 아드리아스 크롬웰과 마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갑자기 싸움이 벌어지게 생겼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막시민이 정말로 이자벨을 생각한다면 사고를 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잘됐다.’

오러 마스터들의 싸움은 정말 보기 힘든 구경거리.

게다가 무려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막시민 크로넬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구경만 할 건가?”

생긴 것만 보면 흉터가 많은 수라한이 조금 더 늙어 보이는 외형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훨씬 도발적으로 들렸다.

결국 수라한도 참지 못하고 귀곡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끼아아악―!

무량귀곡반야가가 발동되며 주변이 온통 귀곡성으로 가득 찼다.

나는 일단 내 한 몸 지키기 위해 검을 뽑으며 뒤로 물러났다.

“흐읍!”

수많은 귀곡성이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막시민을 덮쳤다.

그러나 막시민은 여전히 표정 변화 없는 상태로 관을 옆에 둔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오러 비기도, 검도, 결국에는 도구일 뿐.”

그의 팔이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막시민의 오러 색은 옅은 노란색이었다.

“중요한 건 내 자신. 본인이 약한 걸 도구 탓을 하면 안 되지.”

마치 훈수를 두듯 말한 막시민은 쏟아지는 귀곡성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내고 달려드는 수라한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쿠아아아앙―!

단순한 한 번의 휘두름으로 오러가 터져 나오며 막시민의 앞에 있던 모든 걸 지워 냈다.

‘저게 사람이냐.’

저런 기술이 오러 비기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평타’라는 게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오러가 터져 나오면서 저런 파괴력을 일으키지.

소용돌이 숲에 막시민 앞으로 일직선의 길이 생겨나 버렸다.

다행히 수라한은 몸을 피했는지 한참 떨어진 곳에서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아직이다!”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수라한이 눈에 불을 켜고 다시 공격을 시도하려는 찰나.

막시민이 순간 이동을 하듯 수라한의 앞에 서 있었다.

끼아아악―!

다급한 귀곡성이 흘러나왔지만 여유롭게 고개만 꺾어 피해 낸 막시민은 검면으로 수라한의 검을 후려쳤다.

콰아아앙―!

마치 폭발이 일어나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오며 수라한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막시민은 날아가는 수라한을 엄청난 속도로 따라잡으며 멱살을 움켜쥐었다.

“오러 마스터라는 것들은 오러 비기를 익히게 되는 순간 자신의 단련을 게을리하지. 오러 비기를 다루는 방법만 연구하기 시작해.”

“흡!”

깡!

수라한의 검이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도 춤을 췄지만 금세 막시민의 검에 틀어 막혔다.

“물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효율로 따지면 그 방법이 나을 수도 있지.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국에는 모두 잊게 되더군. 한번 편한 길을 맛보니 되돌아갈 수가 없는 거야.”

콰앙!

막시민이 그대로 수라한을 패대기쳤다.

굉음과 함께 땅에 꽂힌 수라한을 보고 있자니 믿기지가 않았다.

흑마법 포션을 복용했던 토들론을 단 몇 수만에 죽인 수라한이 저렇게 맥없이 당하다니.

‘조금 불안한데.’

분명 사고를 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러다 수라한을 죽이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지는데.

“기사학부장이라고 했나. 네 오러 비기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칼날은 하수들에게 상당히 위협적이겠지. 하지만 의문이 드는군. 너는 한 번도 오러 마스터와 싸워 본 것 같지가 않다. 약자들만 상대해 온 건가?”

콰앙!

막시민이 엎드린 수라한을 걷어찼다.

오러가 터져 나오며 대기가 흔들렸다.

아무래도 막시민은 내 예상보다 더 막장인 모양이었다.

“막시민.”

일단 막아야 했다.

내가 말을 걸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왜 불렀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기사학부장을 죽일 생각입니까?”

“도전을 해서 실패했다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법. 이 세상 모든 일의 이치다.”

“그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나를 상대로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하지.”

하긴, 저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은 수라한을 살려야 할 때.

“지금 기사학부장을 죽인다면 제 도움을 받기 힘들 텐데요.”

“네 도움? 이야기는 아까 했던 게 끝이 아니었나?”

“그게 끝은 맞지만 관에서 신의 흔적을 느낀 건 아직 설명하지 않은 걸로 압니다. 만약 여기서 기사학부장이 죽으면 제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그렇게 되면 제가 도와주기도 힘들어집니다.”

“어째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하지.”

“확신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게도 보상이 있겠지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도전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겠지만 성공한다면 보상도 있을 테니까.”

나도 네가 좋아서 도와주는 건 아니다.

내가 너에게 얻게 될 보상을 위해 도와주려는 거다.

그런 의미가 잘 전달이 되었는지 막시민은 가만히 선 채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생각을 끝마쳤는지 입을 열었다.

“도전에 실패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

협박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느꼈다.

가호의 해제 조건도 그렇고, 신의 기운을 억제한다는 설명도 그럴싸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기사학부장을 살려 주시죠.”

“재밌군.”

드디어 막시민이 수라한으로부터 떨어졌다.

수라한은 기절한 듯 미동도 없었는데 숨을 쉬고 있는 기척은 느껴져 다행이었다.

잠시 수라한을 살피고 막시민과 함께 이자벨이 잠들어 있을 관으로 향했다.

‘여기에 이자벨이 있다면 내 옆에 있는 막시민이 진짜겠네.’

막시민의 오러 비기는 단순했다.

오러로 분신을 만드는 것.

그의 지론과 어울리는 오러 비기였다.

‘분신이라고 더 약하거나 하지 않으니, 어쩌면 막시민 한정으로는 개사기 오러 비기일 수도 있지.’

최강의 검사가 늘어난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오러 비기이긴 하다.

본신의 실력만으로 다 씹어 먹는 막시민에게 잘 어울리는 오러 비기.

관에 가까이 다가가자 새로 얻은 가호 때문인지 특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게 시스템이 말한 신의 기운인가?

“열어도 되겠습니까?”

“……정말 자신 있는 건가. 내가 40년이나 헤맸음에도 단서를 찾지 못했다.”

“저도 목숨을 걸었습니다. 자신이 없다고 바뀌는 건 없으니 뭐든 해 봐야죠.”

“알았다. 내가 열지.”

막시민이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잠들어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미녀가 눈에 들어왔다.

‘이자벨 루시펠.’

죄악의 하나인 ‘색욕’과 관련된 종족이자 강력한 혈마법을 다루는 이종족.

그중에서도 직계에 해당하는 뱀파이어의 등장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