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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37화 (137/415)

137화.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

막시민 크로넬은 아무 저항도 없이 제국 내부를 활보할 수 있었다.

황궁에서 최대한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침내 로들렌 아카데미에 도착한 막시민은 거대한 정문을 바라봤다.

아카데미의 정문은 그가 다녔을 때와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무거워 보이는 관을 맨 채 잠시 정문을 구경하던 막시민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경비들을 보았다.

“언제쯤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막시민이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그들은 긴장한 기색으로 무기에 손을 얹고 있을 뿐이었다.

“지루하군.”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경비 하나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인줄 알았지만 그가 진짜 막시민 크로넬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던 그는 빨리 책임자가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비의 마음을 이해했다는 듯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음? 데오스? 데오스 캐니언?”

“하아, 오랜만이군요. 막시민.”

입구에서 가장 가까웠던 곳이 행정동이었기에 제일 먼저 도착할 수 있었던 데오스가 곤란한 기색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막시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아카데미에 있을 줄은 몰랐다. 언제부터 있던 거냐.”

“꽤 오래됐습니다. 이래 봬도 교장이라는 직책에 있지요.”

“허……. 그건 좀 놀랍군.”

“저도 제가 로들렌 아카데미의 교장이 될 거라고는 젊었을 적에 상상도 못 했지요.”

잠시 이야기를 나눈 둘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곳에는 어쩐 일로 방문하신 겁니까?”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만날 사람이요? 그게 누구죠?”

“아드리아스 크롬웰.”

막시민의 입에서 나온 인물은 들었던 대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어본 데오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막시민, 지금 당신은 제국의 수배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요?”

“알고 있다.”

막시민은 천천히 손을 들어 보였다.

“날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아무도 해치지 않겠다.”

“막시민, 일단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우스운 이야기지만 지금의 저는 제국의 녹을 받고 있는 몸이거든요. 폐하께 보고만 올리고 오겠습니다.”

“교장이라는 직위치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모양이군.”

“그렇게 말씀하셔도 학생들이 있는 아카데미에는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내가 강제로 뚫겠다면?”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단 다녀오지요.”

대담하게 뒤를 돌아 사라지는 데오스를 막시민은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관을 옆에 내려놓고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기사학부장 수라한이 나타났다.

“허가가 났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막시민은 묵묵히 관을 다시 지고 수라한의 뒤를 따랐다.

대략 40년 만에 아카데미로 돌아온 막시민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묘한 감상에 젖었다.

“네 직책은 뭐지.”

“기사학부장입니다.”

“나쁘지 않군.”

막시민의 말에 수라한은 미간을 좁혔다.

막시민 크로넬,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해도 설마 자신의 실력을 파악할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

“저는 제국 출신이 아니라 소문이 사실인지 모릅니다. 정말로 오러 마스터가 되기 전에 오러 마스터를 이긴 겁니까?”

수라한은 줄곧 궁금했었다.

대륙 최강의 검사라는 칭호를 가진 괴물.

무려 오러 마스터가 아니었음에도 오러 마스터를 이겼다고 전해지는 괴담과 같은 소문을 지닌 인물.

속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만큼이나 오러 비기의 유무는 큰 차이였으니까.

‘마법사와 일반인의 싸움이나 마찬가지.’

오러 마스터의 신체 능력은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러 비기라는 것은 평범한 인간의 이해를 벗어난 검의 무리.

같은 신체 조건으로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와 일반인의 차이로 볼 수 있었다.

“너도 아직 멀었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러 비기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라. 결국 검을 다루는 건 사람이다.”

막시민의 말에 마치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최연소 오러 마스터라는 이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수라한은 결국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당신이라면 오러 비기 없이 저를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이다.”

그 광오한 말에 수라한의 심경이 복잡해졌다.

오러 비기도 없이 자신을 이긴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어느새 행정동에 위치한 교장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바하트와 베리얼, 그리고 데오스가 함께 있었다.

잠시 둘러보던 막시민은 나직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던 녀석은 없군.”

“오랜만이다, 막시민.”

바하트가 그런 막시민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막시민은 잠시 바하트를 보더니 무표정한 얼굴에 어렴풋한 미소를 만들었다.

“꼬맹이.”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꼬맹이라니 웃기는군. 그리고 세 살 차이 밖에 안 난다, 이놈아.”

바하트의 말을 자연스럽게 무시한 막시민은 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자 데오스가 물었다.

“우선 아드리아스 학생을 왜 찾는지부터 물어보고 싶군요. 당신의 등장은 여러모로 논란이 많아 함부로 학생들과 마주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녀석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그게 전부다.”

“겨우 그런 일 때문에 제국을 뒤집어 놓다니 대단하군요.”

“겨우 그런 일?”

막시민이 갈라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리고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소름 끼치는 감각과 함께 본인들의 목덜미를 훑었다.

‘방금, 목이 베이는 줄 알았다.’

수라한은 마른침을 삼켰다.

분명 조금 전에 함께 걸어오며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인간이 맞긴 한 건가?’

그런 모습을 베리얼은 흥미진진한 눈초리로 바라보고만 있었고 바하트는 데오스를 뒤로 물리며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무얼 물어볼 건지 물어봐도 되나?”

“그 이야기는 들었는가? 성국에서 에반이 나온 이야기.”

에반이 성국을 빠져나온 이야기는 이미 한참 이슈였다.

사실 막시민이 방문하지 않았으면 한동안은 그 이야기로만 사교계가 시끄러웠겠지.

바하트는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들었지.”

“얼마 전에 만나고 오는 길이다.”

막시민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이었다. 녀석과 나는 신의 존재에 대한 논제로 자주 부딪혔으니까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린 건지 궁금했지.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들을 수 있었다니?”

“아드리아스 크롬웰. 그 녀석이 신과 대화를 나눴다는 걸.”

* * *

갑작스러운 막시민의 출현은 금세 아카데미 내부로 퍼져 나갔다.

이미 그가 제국 내부를 활보하고 다닌 이상 학생들은 본인들만의 연락망으로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빨리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에이, 아무리 막시민 크로넬이 미쳤다고 해도 아무 죄 없는 학생들까지 공격하겠어? 애초에 그런 거였으면 제국에서도 막았겠지.”

“그것보다 나는 직접 한번 보고 싶다. 최강의 검사라니, 언제 또 볼 수 있겠어?”

검과는 관련이 없는 마법학부임에도 이러한 반응인 걸 보면 기사학부는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

그리고 애들이 뭔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막시민은 이미 아카데미에 들어와 있었다.

‘얘기를 듣자마자 바하트가 급하게 가 버렸지.’

내게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날아가 버린 바하트로 인해 나는 마탑에서 나와 기숙사로 가던 도중이었다.

‘반응이 꺼림칙한데.’

바하트가 나를 불러 놓고 막시민과 관련될 만한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었지.

왜 하필이면 나를 콕 집어서, 그것도 하필 막시민이 아카데미에 왔을 때 물어봤을까?

‘막시민이 나 때문에 아카데미에 왔다고?’

너무나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였지만 방심하기는 일렀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막시민이 이 시기에 아카데미를 방문한다는 것은 없던 일이었으니까.

아니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가 아카데미에 방문하는 에피소드가 전무했다.

그와 만나게 되는 건 적어도 후반에 있을 죄악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였다.

‘그것도 항상 만날 수 있는 게 아니지.’

살렘과 같이 방랑을 하는 캐릭터의 특성상 만날 일이 극히 드물었다.

그런 그가 굳이 아카데미에 찾아왔다는 것은…….

‘나로 인해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그렇게 따지면 나를 만나러 왔다는 사실도 이해가 간다.

정확히 무슨 이유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관련되어 있겠지.

‘골치 아프네.’

내 손에서 벗어난 인물과의 에피소드다.

대처할 만한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아파 왔다.

“선배!”

뭔가 잔뜩 흥분한 표정의 루시아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나를 발견했다.

손을 크게 흔드는 그녀를 보자 정말 병이 낫기는 했구나 하는 쓸데없는 감상을 했다.

“선배! 들었어요?”

그녀는 곧바로 내게 달려와 평소 같지 않은 말똥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막시민?”

“네!”

“의외네. 네가 그런 거에 관심도 가지고.”

“선배는 궁금하지 않아요? 무려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사람이에요. 선배는 검도 다루니까 분명 저보다 관심이 많을 줄 알았는데?”

“멀쩡한 사람이었으면 나도 관심이 있었을 것 같은데, 멀쩡한 사람은 아니니까.”

이미 게임 속에서 막시민을 겪어 본 나로서는 괜히 그와 엮이기 싫었다.

베리얼처럼 사이코패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는 자신의 무력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잘 알고, 또 제대로 휘두를 줄 아는 영악한 인간이었다.

‘겉보기랑 다르지.’

오로지 자신과 이자벨만을 위해 행동하는 그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무언가가 앞에 있을 경우 거리낌 없이 자신의 무기를 사용할 줄 알았기에 까다로웠다.

한마디로 무력을 이용한 갑질을 잘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자벨이라…….’

사실 그를 통제할 만한 수단은 이자벨이라는 여인밖에 없었다.

최강의 검사라는 이명과 함께 특이한 특징을 꼽자면 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관에 있었는데, 그 관에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인 이자벨이 잠들어 있었다.

‘별 특이한 저주지. 막시민의 말에 따르면 고대 신과 관련되었다고는 하는데…….’

나도 게임을 하면서 끝내 이자벨을 깨워 본 적이 없었다.

깨우는 방법만 안다면 최강의 검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기에 부단히 노력해 봤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했지.

“하긴 그 사람이 벌이고 간 짓은 아직도 괴담처럼 퍼져 있으니까요.”

“어쨌든 난 별로 관심 없다. 그냥 원래처럼 조용히 떠돌아다녔으면 좋겠네.”

“그래도 한 번쯤 얼굴은 보고 싶네요, 어떻게 생겼는지. 저렇게 생겼으려나?”

루시아가 내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본 나는 굳을 수밖에 없었다.

터벅, 터벅.

관을 짊어진 남자.

후드를 쓴 채 깔끔하게 다듬은 턱수염만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 어?”

루시아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녀도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루시아, 물러나.”

나는 허리춤에 달린 갈락슈르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스무 발자국쯤 앞으로 다가선 채 멈췄다.

“네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냐.”

“막시민?”

내 한마디에 주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몇몇 이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 막시민 크로넬이다!”

그런 학생들의 소란에도 막시민은 그저 잠잠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니는 거야?

바하트나 학부장들은 뭐 하고 있지?

‘설마…….’

따돌리고 온 건가?

그의 오러 비기를 알고 있는 나는 자연스럽게 생각을 이을 수 있었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다.”

“저희가 엮일 만한 일이 있었을까요?”

물어보면서도 머리를 굴렸다.

그와 내가 엮일 만한 일은…….

‘고대 신?’

그것밖에는 없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그가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다.

“에반을 만났다.”

“아!”

에반에게 들었나 보군.

흑마법사인 게 들킨 건 아닌가? 어차피 막시민은 내가 흑마법사이든 아니든 신경도 안 쓰겠지만.

그는 내 앞에서 천천히 관을 내려놓았다.

이자벨이 들어 있는 관.

나름 잘 어울리네. 이자벨은 인간이 아니니.

그리고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또 한 번 일어났다.

―띠링!

[‘기억 끝에서 망각하는 자’의 가호가 또 다른 신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조건을 충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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