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막시민 크로넬 그리고 인터뷰
좌중을 압도하는 기운?
그런 건 없었다.
막시민 크로넬은 그저 고요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함부로 움직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최강의 검사.’
단순하지만 이보다 그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없었다.
때때로 살아 있는 재앙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건 그가 그만큼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한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을 뿐, 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에반, 너를 만나러 왔다.”
“저를 말입니까.”
에반은 애써 미소 지으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감정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허!’
허탈한 웃음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다.
잊으려 했던 감정.
그것은 공포였다.
“내가 때맞춰 잘 왔나 보군.”
막시민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행동 하나하나에 제프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끼고 얼굴이 벌게졌다.
“막시민, 이자는 우리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부디 양보해 주지 않겠는가?”
“노망난 건가, 늙은이.”
갑작스러운 모욕에 치가 떨려 왔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만큼이나 이 시대에서의 무력이란 요소는 절대적이었기에.
“거슬리면 그냥 베겠다.”
“으음…….”
막시민의 말에 결국 제프리가 한 발 물러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인 만큼 일단은 후퇴였다.
에반을 추격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애써 자위하며 성국에서부터 따라온 수하들에게 명했다.
“일단 물러난다.”
그러자 수하들은 안도의 기색을 띠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에반, 안심하지 말게나.”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나저나 나머지 한 분이 안 보이시는군요. 싸웠습니까?”
“흥! 알 것 없다.”
제프리마저 사라지자 이내 길 위에는 관을 짊어진 막시민과 에반만이 남아 적막함을 만들어 냈다.
에반은 설마 막시민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기에 어떤 이유에서 그가 찾아왔는지 궁금해졌다.
“이제 용무를 말하시지요.”
여전히 웃는 낯으로 에반이 묻자 막시민이 고개를 기웃거렸다.
“에반, 그렇게도 신에 미쳐 있던 네가 성국을 나왔다고 들었다.”
“그게 궁금해서 오신 겁니까? 저는 단지 신실했을 뿐입니다. 미쳐 있던 건 오히려 당신 쪽이었죠.”
“말장난하자는 건가. 내가 찾는 쪽은 네가 믿는 가짜가 아닌 진짜 신이다.”
“어쨌든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급하신 모양이군요. 굳이 저까지 찾아와서 그런 시답잖은 걸 물어볼 정도면.”
“그렇지. 아무래도 늙은 모양이야. 뭐라도 좋으니 내가 원하는 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외형은 3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막시민이지만 실제 나이는 60이 넘어가니 충분히 할 법한 말이었다.
“그래서, 대답은?”
“신의 존재는 여전히 믿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했던 당신의 말이 맞았음은 인정하지요.”
“그 말은 성국의 신은 이제 믿지 않는다는 말이군. 어째서 생각이 바뀐 거지?”
“진짜 신을 만났으니까요.”
에반의 말에 막시민의 고요하던 두 눈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마른 입술을 애써 다시 벌려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소리로 나오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만난 인물과 그 장소에 함께 있었지요.”
“네 말은 고대의 신을 말하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았지요.”
에반은 하늘로 시선을 올려 밝은 태양을 바라봤다.
그 눈부신 빛은 에반으로 하여금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모든 어둠을 걷어 내는 성스러운 빛.
자신의 오러 비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찬란함.
“정말로,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신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아니지요, 오히려 그게 완벽한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저 저와 같은 인간의 시선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뿐일 수도.”
“정말로 만난 모양이군.”
“신의 땅에 갇혔었습니다. 그곳에서 신을 만난 건 제가 아니라 제 일행이었지요.”
나의 왕.
에반은 조용히 읊조렸다.
“그곳이 어딘지 알려 줄 수 있나.”
“알려 줄 수는 있지만 당신이 원하는 건 없을 겁니다. 이미 끝났거든요.”
“끝나다니?”
“말 그대로 그곳은 더 이상 신의 땅이 아닙니다. 저희가 빠져나오면서 신의 힘은 끝났습니다.”
에반의 말에 막시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에반은 나름 신선한 기분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상대의 절박함을 알고 있는 에반은 딱히 감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그가 직접 신을 만난 것도 아니기에 할 이야기가 많지는 않았다.
“시간이 반복되는 도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신의 힘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누구와 함께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대략적으로 그가 겪은 기묘한 도시와 그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만 설명했다.
“레테…….”
막시민이 중얼거렸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을 그 누구도 아니고 가짜 따위를 믿던 에반이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운명인가.’
하지만 자신은 운명을 거스르기로 마음먹은 자.
오히려 그동안 자잘한 단서를 찾았던 게 맞물려 에반에게서 이러한 정보를 얻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에반, 부탁이 있다.”
“장소는 부담 없이 알려 줄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다. 네가 말한 신과 대화를 나눴다는 자를 알려 줄 수 있나?”
예상치 못한 요구에 에반이 멈칫했다.
막시민을 믿고 알려 줄 수 있을 리 없었다.
수틀리면 모든 걸 초토화시키는 개차반이 그였다.
지금은 비록 예전에 비하면 많이 얌전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때의 이력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런 에반의 걱정을 눈치챈 막시민이 말했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안다. 하지만 약속하마. 네가 말하는 인물을 해치지 않겠다.”
“당신을 믿으라는 말입니까.”
그를 믿어 주기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가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인가.
“이자벨을 걸고 약속하지. 부탁하마.”
막시민의 맹세와 간절함에 에반이 놀랐다.
이미 과거의 다툼에서 그가 무슨 목적으로 유랑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에반으로서는 저 말이 거짓 같지는 않았다.
그가 이자벨을 입에 담았을 정도면 지금 당장 무릎을 꿇으라고 해도 꿇을 것이다.
최강의 무인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약점이자 역린.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에반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거절할 명분이 부족했다.
‘루나를 알려 줄 수는 없겠지.’
이브 밀레니엄을 죽인 범인은 다름 아닌 막시민이다.
그녀의 영혼을 사령하고 있는 루나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막시민이 해치지 않는다고 맹세했지만 그와 별개로 루나는 눈이 뒤집혀 그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맹세를 했던 막시민이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왕께…….’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에반의 뇌리를 스쳤다.
‘위대하신 왕께서는 막시민마저 감화시킬 수 있을 거다.’
찬란한 빛을 품은 왕이시라면 이 시련조차 자신의 밑거름으로 삼으실 테지.
그는 이 세상을 구원할 왕이자 빛이었으니.
“아드리아스 크롬웰, 그분을 찾아가십시오. 당신을 구원의 길로 이끌어 드릴 겁니다.”
* * *
하늘을 수놓는 것은 별들이 아닌 마법진.
수많은 마법진들이 밤하늘을 빼곡히 채우며 몽환적인 색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도시, 포트리온.
강대한 마법들과 신비가 감싸고 있는 이곳은 위대한 마법사이자 세상에 마법이란 존재를 널리 전파한 니바스를 기리기 위해 매년 축제를 개최했다.
축제라고는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했고 초대장조차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았기에 마법사들로서는 니바스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큰 명예로 여기고 있었다.
“바하트님? 뭘 그렇게 보고 계십니까?”
대륙 10인에 포함되는 바하트 알븐이 이 축제에 초대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초대장은 매년 전해졌지만 격년에 한 번 참여할까 말까 하던 바하트는 올해 니바스 축제에 참여했다.
바람을 쐴 겸 축제에 참석한 그는 축제에 초대된 자들 안에서도 명성 높은 마법사들만 모인 뮬노라 만찬회에서 태블릿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카데미 업무.”
“아이고. 여기까지 오셔서 업무를 보십니까?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나도 확인하지 않으려 했는데 조금 재밌는 일이 벌어져서 말이야, 흐흐.”
“오, 그거 흥미롭군요. 혹시 제게도 알려 줄 수 있습니까?”
“없어! 그러니까 냉큼 꺼져.”
바하트가 괴팍하게 소리치니 말을 건 인물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이미 바하트의 괴팍한 성정은 이곳에 있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했다.
불청객이 사라지자 바하트는 다시 태블릿을 확인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괴사건.
태블릿에는 그 사건에 대한 경과와 개요, 그리고 결론이 정리되어 있었다.
‘금빛 단풍의 숲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괴수 시체, 그리고 맞은편에 발견된 카론 디플렌의 시신. 주변으로는 언데드를 소환한 흔적과 강력한 마력의 흔적이 남아 있음.’
보고서에는 분명 카론의 흔적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흔적도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확실치 않다는 결론이 적혀 있었다.
“흥. 제대로 알아낸 것이 없군.”
아카데미 측에서는 여러 흔적을 통해 카론이 네크로맨서였음을 알아냈지만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카일러로 한번 홍역을 치른 적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카론은 아카데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으로 둔갑시켰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들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래서 정치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다.
당장 카론 디플렌이 흑마법사였음을 밝힌다면 꽤 많은 이들에게 피해가 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아마 바하트에게는 단순히 피해만 오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꽤 큰 책임을 지고 마탑주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확률도 높았다.
“그나저나 또 다른 이의 흔적이라. 파야트 코본을 죽였던 자가 아직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건가?”
테러를 일으키려던 제파르 교단의 간부, 파야트 코본.
무려 오러 마스터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녔던 이가 저항도 못 한 모습으로 죽어 있던 것은 바하트로서도 꽤 큰 충격이었다.
물론 직접 가서 흔적을 대조해 보고 살펴봐야 결론이 나오겠지만 바하트의 직감은 이번 사건에 개입한 인물이 파야트 코본을 죽인 인물과 동일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아카데미에 있다니. 괘씸하군.”
혼잣말을 하는 바하트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 * *
리처드와 덱스터는 긴장된 모습으로 동아리 부실에 앉아 있었다.
부실에는 둘뿐만 아니라 신문부원들 전원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한참 무언가 준비를 하며 의자 따위를 배치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덱스터를 향해 외쳤다.
“몇 명이라고 했지?”
“열한 명입니다!”
덱스터가 외치자 말을 걸었던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좌석을 준비했다.
그런 모습을 리처드가 안절부절못하며 보고 있자 신문부의 부장인 크람이 웃었다.
“좀 쉬고 있으라고 했더니 왜 그렇게 불안한 표정으로 있어?”
“그게, 선배님들은 일하고 있는데 막내인 저희들이 이렇게 보고만…….”
“너네들은 이미 훌륭한 기획안을 가져다 줬으니까 이 정도는 우리가 해야지. 설마 유망주들을 모두 모아서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개개인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건 해 봤지만.”
크람의 칭찬에 리처드가 자랑스럽게 웃었고 덱스터는 쑥스러워했다.
그런 둘을 보며 크람이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근데 말이야. 내가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뭐한데, 아드리아스는 어떻게 설득한 거야?”
“아, 그게 아드리아스 선배님은…….”
그때 조용히 부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등장했다.
그리고 나타난 인물을 보며 부원들은 준비의 속도를 높였다.
“아! 비비안 양, 어서 오세요. 일찍 오셨네요.”
크람이 대화를 멈추고 부랴부랴 그녀를 안내했다.
비비안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하다가 이내 크람의 안내를 받고 부실에 딸린 대기실로 향했다.
비비안의 뒤를 이어서 차례차례 인터뷰 초청자들이 모였다.
인터뷰 준비가 끝났을 무렵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인 상태였다.
“아드리아스 선배가 안 왔네?”
“곧 오시겠지.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그래도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오는 사람이 요즘 어딨어?”
대기실에서는 기사학부 3학년생들의 말소리만 울렸다.
1학년 트리오는 선배들이 있는 자리라 침묵을 지켰고 나머지 인물들도 그렇게 말이 많은 이들은 아니었기에 그저 조용히 있었다.
“뭐, 잘난 사람이니 알아서 하겠지.”
“잘나 봤자 얼마나 잘났다고. 솔직히 모드라스의 탑만 아니었으면 그렇게 뜰 사람도 아니었는데.”
“그건 그래. 솔직히 나도 지금 모드라스의 탑에 들어가면 쉽게 깰 수 있겠던데?”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루시아가 한마디 했다.
“예의 운운하던 것치고는 너무 시끄럽네요. 지금 여기에 당신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불쾌한 이야기는 좀 조용히 떠들어 주시죠.”
“뭐? 하이고, 같은 마법학부라 감싸 준다 이건가?”
“뭐라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그냥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물라는 소리예요.”
“너 지금 우리한테 시비 거니? 고작 마법학부 주제에?”
기사학부 3학년은 총 4명이었다.
사천왕이라는 조금 유치한 호칭으로 불리는 그들은 두 눈을 부라리며 루시아를 노려봤다.
“고작 마법학부?”
그때 그냥 듣고 못 넘어가겠다는 듯 디에네가 쌍심지를 켰다.
그런 그녀를 향해 겁 없는 기사학부 3학년생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왜요? 틀린 말이에요? 마법학부가 기사학부에 비하면 약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잖아요.”
“제가 누군지 모르는 겁니까?”
“물론 알죠. 선배님이 토너먼트 우승을 한 것도 알아요. 근데 그건 선배님이 특이한 거지 다른 마법학부 학생들도 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제 말이 틀렸어요?”
유망주라 불리는 이들인 만큼 자존심이 높았다.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비비안은 그저 문 쪽을 바라보며 이 상황이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멍했다.
사천왕 중 하나인 벨라 휴스턴이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아를 내려다보았다.
“잘됐네. 이 김에 누가 더 강한지 볼까, 그럼? 이제 와서 겁먹는 건 아니겠지, 루시아 에버라스트? 우리 같은 학년이잖아.”
“흥. 그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제가 멍청하지는 않아서요.”
“쫄았네.”
“안 쫄았어요.”
“에이, 쫄았구먼.”
점점 분위기가 격해지자 결국 보다 못한 루이스가 나섰다.
“저 선배님들. 저희가 친목을 다지기 위해 이곳에 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우러 온 것도 아니니 조금 가라앉히시고…….”
“뭐야, 넌? 1학년 주제에 건방지게. 끼어들지 말고 앉아 있어.”
“선배님.”
“어쭈? 말 안 들어? 네가 끼어들면 분위기 더 안 좋아지는 거야. 알아?”
상대의 말이 맞았다.
괜히 중재에 나서 봤자 분위기만 험악해질 것을 알아챈 세레나가 급히 루이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결국 그 손길에 루이스도 어쩌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요즘 완전 개판이네. 애들 교육 좀 다시 시켜야겠어.”
“그러게. 밑에 애들도 저러니 마법학부 따위에서도 우리를 우습게 보지.”
“그만하세요.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디에네가 눈에 불을 켰다.
그러나 3학년들은 오히려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참지 마세요. 몸에 안 좋으니까. 이야, 잘됐다. 안 그래도 그 대단한 토너먼트 우승자가 어느 정도 실력일지 궁금했는데 한번 붙어 볼 수 있는 건가?”
3학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모욕을 견디지 못한 디에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벌컥.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딱 제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아드리아스 크롬웰이었다.
“아드리아스!”
비비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이했다.
아드리아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 눈길에 닿은 사람들은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뭐지? 이건 대체…….’
방학이 끝나고 처음으로 아드리아스를 본 루이스는 이전과 다른 압박감에 숨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예전과 비교해도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진 존재감.
그 느낌은 마치 포식자 앞에 서 있는 것과 비슷했다.
‘설마…… 오러 마스터?’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고작해야 20대 초반인 아드리아스가 벌써 오러 마스터에 도달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 기운은 대체 무엇인가? 방학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기사학부 사천왕들도 아드리아스가 들어온 순간부터 합죽이가 되었다.
그 가볍던 입들은 어찌 된 모양인지 접착제가 붙은 것처럼 열리지를 않았다.
루시아가 마침 잘 왔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
“선배, 왔어요?”
“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디에네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좋은 오후입니다, 디에네.”
“으, 응.”
평소에 만났을 때의 아드리아스와 이런 공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아드리아스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 알 수 없는 변화에 디에네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분위기가 이상하군요.”
주변을 확인하던 아드리아스가 말했다.
좌중을 압도하듯 돌아가던 그의 고개가 드디어 멈췄다.
“방에 들어오기 전에 조금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 있었습니까?”
그의 시선은 정확히 기사학부 3학년에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