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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31화 (131/415)

131화. 소식 그리고 처리

대륙에서도 변방으로 취급되는 트루번 제도.

수많은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곳은 대륙의 눈을 피해 숨어들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 만큼 온갖 범죄자들이 모여들고는 했다.

퍼억!

“뒈져!”

“죽여 버려!”

거리에서는 주먹질 다툼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주변에서도 말리지 않고 구경하는 곳.

무법 지대 트루번 제도의 본모습이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한때가 지나가는 가운데 트루번 제도에 위치한 섬 중 가장 큰 섬, 베로니카를 차지하고 있는 키네인 용병단의 단장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말 한가하나 보네. 여기까지 꾸역꾸역 기어들어 온 걸 보면.”

단장, 무토 키네인이 맞은편에 앉은 상대를 불퉁하게 대했다.

그럼에도 상대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당신도 알겠지만 여기에는 그쪽이 원하는 게 없어. 솔직히 말해서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이미 몇 년 전에도 왔다 갔잖아?”

맞은편의 사내는 곁에 거대한 직사각형의 나무 상자를 두고 있었는데, 마치 관과 같이 생긴 그 물건을 보며 무토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 말 좀 해 보소. 괜히 분위기 잡지 말고.”

“무토.”

사내의 목소리는 건조한 사막과 같았다.

두꺼운 망토를 어깨에 둘러맨 사내는 무토의 이름을 한 번 부르고는 다시 입을 닫았다.

“진짜 돌아 버리겠네. 자꾸 그런 식으로 분위기 잡을 거면 나 그냥 나간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잠시 기 싸움을 하듯 사내를 노려보던 무토는 이내 잘됐다는 듯 소리쳤다.

“뭐야?”

“단장님, 급보가 전해졌습니다.”

“급보? 숨겨야 되는 거냐?”

“그건 아닙니다.”

“그럼 들어와서 말해 봐.”

용병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무토의 맞은편에 앉은 인물을 보고 깜짝 놀라 멈칫했다.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 무토가 재촉했다.

“뭔데.”

“아, 그, 저…….”

사내의 정체를 알아본 부하가 말을 더듬자 무토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그러자 부하가 냉큼 대답했다.

“카, 카시온 성국에서의 급보입니다. 에반 폰 오를레옹이 모든 권한과 지위를 내려놓고 사퇴를 했다고 합니다.”

“그 미친놈이?”

무토가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 폰 오를레옹.

아니, 이제는 그저 에반에 불과한 사내가 되어 버린 그 성기사는 성국 내에서도 열렬한 지지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던 인물이었다.

“이단 심문관을 그만뒀다는 얘기지?”

“이단 심문관을 그만뒀을 뿐만 아니라 아예 성국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나왔다고? 허!”

믿기지 않는 소식에 무토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맞은편에 앉은 사내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미동 없이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이유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원래도 미친놈이긴 했는데 정말 정신을 놓은 건가?”

“그, 대주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에 있었던 임무를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합니다.”

“임무? 책임? 아니, 오러 마스터가 임무를 실패했다는 것도 웃긴데 겨우 그거 가지고 책임을 진다고? 아니, 질 수야 있지. 그런데 아예 성국에서 나왔다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그것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평소에 신실하기로 소문났던 양반이라 믿기지도 않고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도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고…….”

그때 조용히 있던 사내가 한마디 보탰다.

“드디어 알아차린 모양이군.”

“알아차리다니?”

“신 따위는 이미 고대 시대에 전부 묻혔다. 지금 신이라 불리는 것들은 모두 허상이야. 카시온 성국은 있지도 않은 신의 이름을 내걸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고 있을 뿐이지.”

그의 신랄한 말에 무토와 수하는 대꾸조차 못 했다.

딱히 종교적인 믿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던 둘이었다.

“에반이 카시온 성국의 어두운 면을 보고 돌아섰다는 말인가?”

“곧 또 다른 소식이 들려올 거다. 오랜만에 늙은이들 소식도 들어 볼 수 있겠군.”

사내의 말에 무토는 소름이 돋았다.

그가 말하는 늙은이들이란 아마 카시온 성국의 제1, 제2 이단 심문관들을 뜻하는 것일 터.

그들이 움직인다는 뜻은 곧 사냥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사냥감은 당연히 에반이겠군.’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에반이 그런 사실도 모르고 이렇게 파격적으로 행동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에반이 무사히 탈출해서 타국에 신변을 맡긴다면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에반은 평범한 오러 마스터가 아니었다.

전 대륙에서도 무려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인물.

그의 행보가 어디냐에 따라 대륙의 정세에 파문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알았다. 이따가 더 자세히 얘기해 보자. 그때까지 예의 주시하고.”

“알겠습니다. 단장님.”

수하가 나가자 방 안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사내의 존재도 신경 쓰지 않던 무토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에반, 그 미친놈이랑 그쪽은 구면이지?”

무토의 물음에 사내가 망토에 가려져 있던 팔을 들어 천천히 자신의 뺨을 쓸었다.

그곳에는 자상으로 생긴 기다란 흉터가 있었다.

정돈된 턱수염으로 인해 가려져서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가 가진 몇 안 되는 상처 중 하나였다.

“그때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솔직히 그 미친놈이 대륙 10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당신 덕분이잖아?”

“녀석은 그때 죽었어야 했다. 대신 애꿎은 사람이 죽었지.”

“뭐야?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거야?”

“별거 아니다.”

사내, 막시민 크로넬이 처음과 같이 음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저 흔하디흔한 비극 중 하나일 뿐.”

* * *

아카데미의 개학이 다가왔다.

학생들은 점차 가을로 접어든 선선한 날씨를 느끼며 2학기를 시작하는 첫 강의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즐기러 거리로 나왔다.

“아! 아드리아스 선배님!”

그 인파에는 아드리아스 크롬웰도 있었는데 그런 그를 누군가가 불렀다.

아드리아스를 부른 인물은 안 그래도 그에게 몰린 시선들을 더욱 불러 모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니퍼 하이신스.”

아드리아스가 알아보자 제니퍼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 알고 계셨구나.”

자신을 알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제니퍼는 잠시 당황하다 이내 발을 동동 구르며 말을 이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디에네 선배님이 물푸레 기숙사 조사에 관해서 할 말이 있다고 알븐 스트리트에 휘론 카페테리아로 모여 달라고 해서 전해 주러 왔어요.”

“왜 태블릿으로 연락하지 않고 귀찮게.”

“아! 태블릿이…… 있으셨구나.”

제니퍼가 어쩔 줄을 몰라 하자 아드리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네 잘못이 아니니까 미안해할 거 없어. 소식 전해 줘서 고맙다.”

“네? 네…….”

제니퍼의 시선을 뒤로하고 태블릿을 꺼낸 아드리아스는 곧바로 디에네에게 문자를 남겼다.

짧게 문자를 보낸 아드리아스는 곧바로 어디론가 향했다.

‘데오스랑 거래한 건 물푸레 기숙사에만 한정된 얘기.’

데오스는 이 사건이 물푸레 기숙사에만 한정된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큰 착각이었다.

앞으로 들불처럼 퍼져 나갈 기괴한 사건들의 전조에 불과한 만큼 아드리아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뽕을 뽑을 생각이었다.

‘우선 물푸레부터 해결한다.’

그는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

한편 휘론 카페테리아에서 이번 조사를 함께할 인원들을 기다리던 디에네는 처음 보는 태블릿 아이디로 온 문자에 고개를 갸웃했다.

‘먼저 가 있겠습니다.’

단 한 문장만 딸려 온 문자는 누구에게 왔는지도 몰랐기에 그냥 무시했다.

벌써 물푸레 기숙사에서 사건이 벌어진 지 2주가 넘어갔다.

그동안 디에네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이 조사를 했음에도 원인은 물론이고 기묘한 일에 대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

‘나도 당할 뻔했고.’

자신이 당한 게 이 사건과 연관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원인이 불명이니 자신도 뭐에 당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마법과 관련된 일은 아니라는 것뿐.

그렇기에 더 의문이었다.

‘마법이 아닌 이상 현상은 마나 이상 현상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데…….’

하지만 마나 이상 현상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닌, 잠식되어 가듯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렇게 고민과 함께 잠시 기다리자 사건 조사를 함께할 학생들이 속속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배고파. 뭐 좀 시켜 놨어?”

졸업반의 선배인 켈리 휴드, 그리고 디에네의 단짝인 유리히 칼츠였다.

조사에 참가하게 된 마법학부생은 아드리아스까지 합쳐 이렇게 넷이었고 기사학부 쪽은 오후 강의까지 마친 뒤에 물푸레 기숙사 앞에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을 잡아 뒀다.

“안녕하세요.”

디에네가 선배인 켈리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뒤를 살펴보았다.

“누구 찾아? 아드리아스?”

“응.”

“먼저 왔을 줄 알았는데 안 온 모양이네.”

그때 디에네의 뇌리로 방금 도착한 문자가 생각났다.

다시 태블릿을 꺼내 확인해 보자 말투가 왠지 아드리아스와 닮았음을 알 수 있었다.

“유리히, 아드리아스가 태블릿이 있었나?”

“응? 원래 없지 않았나? 근데 걔 이제 돈도 많을 거 아니야. 하나 샀을 수도 있겠네.”

“방금 나한테 모르는 아이디로 문자가 왔거든.”

문자의 내용을 보여 준 디에네를 향해 유리히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아드리아스 맞는 거 같은데?”

“아드리아스 학생이 뭐라고 했나요?”

켈리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디에네가 곧바로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켈리는 이내 제안했다.

“저희도 지금 물푸레 기숙사에 가 보는 건 어때요?”

“그래도 밥은…….”

“좋아요.”

유리히의 말을 끊고 디에네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을 먹고 싶던 유리히는 울상을 지으며 둘을 따라나섰다.

끼니조차 거르고 물푸레 기숙사로 향한 셋은 이내 기숙사를 지키는 경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혹시 여기에 아드리아스 학생 들어갔나요?”

“조금 전에 조사를 한다면서 들어갔습니다.”

역시 짐작이 맞았다.

유리히가 기숙사의 분위기를 보며 기사학부 학생들과 나중에 함께 들어가자고 했지만 디에네는 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이 기묘한 사건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직접 몸으로 느껴 본 상황.

아드리아스가 무슨 자신감으로 혼자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걱정이 되었다.

“지금 점심 맞지?”

유리히가 양손으로 팔을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전보다 더욱 음침해진 분위기에 디에네는 곧바로 라이트 마법으로 주위를 밝혔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건가?”

켈리의 물음에 주변을 둘러보자 복도에 난 창문들은 전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유리히와 켈리는 물푸레 기숙사에 들어와 본 적이 없기에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디에네는 달랐다.

“없었어요.”

“네?”

“저 천들. 제가 예전에 왔을 때는 없었어요.”

디에네의 말에 닭살이 돋은 유리히가 애써 밝게 말했다.

“저번 조사 때 말하는 거지? 그 후로 누가 해 놓고 간 거 아닐까?”

“굳이 검은 천으로 창문을 가린다고? 누가? 애초에 여기는 아무나 못 들어오는데.”

“그건…….”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셋은 점차 뒤로 물러났다.

“일단 나가죠. 함께하기로 했던 조사 인원들을 우선 불러요.”

“그래. 켈리 선배 말이 맞는 것 같아. 일단 나가자.”

그때 안쪽에서 알 수 없는 비명이 들려왔다.

끼아아아!

“아드리아스!”

디에네가 일단 달리고 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엉겁결에 유리히가 따라붙고, 켈리도 어쩔 수 없이 둘을 따랐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끼아아악!

로브를 입은 사내가 검은 인간 형태의 무언가를 한 손으로 잡고 나머지 한 손에는 검을 든 채 겨누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드리아스는 기괴한 뭔가의 입안에 손가락들을 집어넣은 채 턱을 움켜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상태로 바닥에 찍어 누른 후 검을 찌를 듯 겨누고 있었는데, 뒤를 한번 돌아 디에네 일행을 쳐다본 아드리아스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검을 찔렀다.

―끼어어어억!

그 기괴한 비명에 유리히가 귀를 막았다.

“저게 대체 뭐야!”

기괴한 무언가는 그대로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기괴한 무언가를 해치운 아드리아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말했다.

“아직 더 있습니다.”

그리고는 손짓했다.

“바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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