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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30화 (130/415)

130화. 명성과 평가

‘아드리아스는 언제쯤 올까.’

개학이 다가오자 그동안 수련에만 매진했던 비비안은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용무가 있어서 어딘가에 다녀온다고 했던 아드리아스는 개학이 이틀 남은 지금도 소식이 없었다.

‘물푸레 기숙사도 폐관됐다고 들었는데…….’

원인 불명의 사건으로 두 명의 학생이 죽은 사건.

방학 동안 아드리아스가 나가 있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카데미 부지를 서성이며 아드리아스가 복귀하기를 기다리던 비비안은 의외의 손님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비비안 선배님! 1학년 리처드 윌슨이라고 합니다.”

세 명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불칸 아카데미에서 견학을 온 마빈 개럿과 두 신문부원들이었다.

비비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저, 비비안 선배님. 여기 이분은 불칸 아카데미에서 견학을 온 마빈 개럿이라는 분인데 혹시 인터뷰가 가능하신가 해서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네. 로들렌 아카데미에서 활약 중인 학생분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려고요.”

“학생들? 나 말고 또 있어?”

“네. 다른 분들도 모셔서 합동 인터뷰를 할 생각입니다.”

덱스터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마빈이 옆에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이, 비비안이 물었다.

“아드리아스한테도 물어볼 거야?”

“아드리아스 선배님이요? 그, 일단은 여쭤보기는 할 건데 참여 여부는 아직 모릅니다.”

“아드리아스 아직 안 왔잖아. 언제 물어봐.”

“아! 아드리아스 선배님이라면 방금 마주쳤습니다. 근데 급한 일로 물어볼 틈이 없었어요. 조금 뒤에 바로 인터뷰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

덱스터의 말에 비비안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그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서, 선배님?”

“아드리아스가 왔어? 어디 있어?”

“네? 아, 그, 마법학부 부지였는데 아마 치료소 방향으로 갔을 겁니다. 디에네 알븐 선배님하고 마찰이 조금 있었거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비비안은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리처드가 외쳤다.

“비, 비비안 선배님? 인터뷰는……?”

“아드리아스가 하면 나도 할게.”

어찌나 빠르게 가는지 비비안은 그 말을 끝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동안 조용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비비안의 의외의 모습에 리처드가 멍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빈이 헛기침을 했다.

“그…… 이런 말을 하면 조금 실례일 수도 있지만 역시 유망한 분들이라 그런지 개성들이 뛰어나시군요.”

“그, 그렇죠.”

“그나저나 비비안 님은 아드리아스 님과 친분이 있는 모양이네요?”

마빈의 물음에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알기로 함께 외부 평가를 진행했었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흑마법사를 만나서 힘을 합쳐 토벌했다는 소문도 들었고요.”

“역시 떡잎부터 다르다고 벌써 흑마법사까지 토벌하신 겁니까? 대단하군요, 두 분은.”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마빈이 리처드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봤던 아드리아스라는 분이 비공식 1위라고 했지 않습니까? 이건 결국 가정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비비안 벨로칸과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싸우면 아드리아스 님이 이기겠죠? 아무래도 비공식 1위이니.”

“그건…….”

리처드가 대답을 망설이자 덱스터가 뭘 고민하냐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하죠. 비비안 선배님도 대단한 검사이신 건 인정하지만 모드라스의 탑을 정복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건 모르지! 일 대 일 대결에서는 비비안 선배님이 이길 수도 있어.”

“뭔 소리야. 아드리아스 선배님이 비공식 1위라는 건 신문부에서도 정설처럼 여겨지는데, 만약 비비안 선배님이 이기는 거면 비비안 선배님이 비공식 1위였겠지.”

“그건 네가 비비안 선배님의 진짜 실력을 못 봐서 그래. 너 방학 중에 루이스랑 비비안 선배님이 대련하는 거 못 봤지? 그거 봤으면 그런 소리도 못 한다.”

“그러면 뭐 해, 비공식 1위는 아드리아스 선배님인데. 그리고 나한테 따지지 말고 신문부 선배님들한테 따져. 비공식 랭킹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니까.”

갑자기 뜨거워지는 두 학부 학생 간의 자존심 싸움에 마빈이 손을 내저었다.

“아이고,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저는 단지 아드리아스라는 분이 평가 때 보여 준 모습을 몰라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타국에서는 토너먼트에만 관심이 커서 말이지요.”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애써 둘을 말리던 마빈은 이내 어딘가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곳에는 마침 루이스와 세레나가 함께 단련장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 이건 어떨까요?”

“뭐 말입니까?”

“저 둘한테 물어보는 거지요. 수준이 높은 분들이니 저 두 분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신문부원들은 고개를 돌려 마침 이쪽 방향으로 오고 있는 루이스와 세레나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루이스! 세레나!”

“어, 리처드! 여기서 뭐 해?”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는 루이스는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침 잘됐다.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신문부에 견학을 온 타 아카데미 학생이 있거든?”

“타 아카데미? 저분?”

“어. 불칸 아카데미에서 오셨어.”

마빈이 뒤늦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마빈 개럿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루이스 아트만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레나 에레스티얼이에요.”

리처드가 덱스터의 눈치를 살며시 보고는 물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할까?”

“나? 아니면 세레나?”

“둘 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다 물어보고 모아서 인터뷰하려고 하거든?”

리처드는 짧게 이번 인터뷰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이야기를 들은 세레나는 재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좋아.”

“루이스, 넌 어때?”

“아드리아스 선배한테는 아직 안 물어봤다는 거지?”

“어? 으, 응. 그렇지.”

“일단 알았어. 나도 참가할게.”

루이스의 확답을 들은 마빈이 옆에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야, 뭐.”

그리고 떠나려는 둘을 잠시 붙잡았다.

무슨 일인가 싶던 둘에게 리처드와 덱스터가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묻지 못한 질문을 마빈이 웃는 낯으로 대신했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두 분께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혹시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는 분이 신문부에서 뽑은 비공식 랭킹 1위라는 건 알고 계셨을까요?”

“비공식 랭킹?”

옆에 있던 세레나가 반문했다.

신문부에서만 분석 용도로 나왔던 이야기였기에 둘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몰랐습니다.”

“그러셨군요. 혹시 두 분은 아드리아스 님을 알고 계시는지요? 아무래도 마법학부 학생이라 모르실 수도 있는…….”

“압니다.”

“알아요.”

동시에 터져 나오는 대답에 마빈이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었다.

바로 대답이 나올 정도면 아무래도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마빈의 직감을 흔들었다.

“그럼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비공식 랭킹 1위라는 것에는 동의하십니까? 안 그래도 방금 비비안 벨로칸이라는 분과 마주쳤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과연 아드리아스와 비비안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마빈의 물음에 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전 고작 1학년이라 아카데미 생활이 길지는 않아요. 그래도 그동안 겪어 본 경험으로 말한다면…….”

잠시 말끝을 흐린 세레나가 이내 결정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검으로만 싸우면 호각. 하지만 아드리아스 선배가 마법까지 사용한다면 7할쯤으로 아드리아스 선배의 손을 들어 줄 것 같네요.”

“오!”

마빈이 감탄사를 흘렸고, 리처드의 인상이 찌푸려졌으며, 덱스터는 우쭐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세레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근데 붙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아드리아스 선배가 마법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흩어져 더 약해질 것 같기도 하고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마법을 사용한다고 무조건 도움이 되라는 법은 없었다.

안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급박한 상황에 마법까지 사용한다면 보통의 집중력으로는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었다.

“루이스는 어떻게 생각해?”

세레나의 물음에 그때까지도 생각에 잠겨 있던 루이스가 애매하게 웃었다.

“글쎄?”

“그래도 넌 비비안 선배랑 붙어 봤잖아.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지 않아?”

“음…….”

잠시 고민하던 루이스가 말했다.

“아드리아스 선배랑 싸워 보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그 강함은 모드라스의 탑에서 충분히 봤지. 조금 애매한데 느낌으로만 말하자면…….”

모두의 시선이 루이스의 입으로 향했다.

“비비안 선배는 그냥 한번 싸워 보고 싶은 느낌이었어. 지더라도 배울 게 많겠다는 느낌? 겉으로 보기에 비비안 선배는 강한지 잘 모르겠지만 막상 검을 들고 앞에 서면 갈가리 찢길 것 같은 폭력적인 힘에 압도당하지.”

“그 정도야?”

“나중에 너도 한번 부탁해 봐. 나는 꽤 많이 배울 수 있었어.”

“그러면 아드리아스 선배는?”

“하늘 위의 하늘.”

즉답이었다.

단 한마디였지만 세레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직접 상대해 본 만큼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드리아스 선배 앞에 선 순간, 전의를 잃어버렸어. 너무 깊고 어두워서 가늠이 되지 않더라고.”

루이스는 말을 하며 모드라스의 탑을 오르던 아드리아스를 떠올렸다.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냉철한 모습은 물론이고, 그의 지능적이고 계산적인 움직임은 많은 걸 보고 느끼게 해 주었다.

‘언젠가 꼭…….’

모나스에서는 압도적인 수석이었기에 목표가 없었다.

그러나 로들렌에 온 지금은 따라잡아야 할 인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그렇기에 더욱 노력하게 되는 매일.

아드리아스를 떠올리며 말을 하는 루이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두 분의 의견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인터뷰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루이스와 세레나가 사라지자 리처드는 조금 풀이 죽은 표정으로 애써 덱스터를 무시했고, 그런 리처드를 덱스터가 은근히 놀렸다.

“들었냐? 하늘 위의 하늘이란다.”

“알았어. 근데 네가 아드리아스 선배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우쭐대?”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마빈은 로들렌 아카데미에 방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본교에 가져갈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특종! 인터뷰가 기대되는군.’

* * *

디에네와 있었던 일은 가볍게 마무리되었다.

자칫하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을 법한 일이었지만 디에네가 그냥 넘어가자 조용히 지나갔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처음으로 묵게 된 데르지옹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던 찰나에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아드리아스 학생!”

“모건.”

교장인 데오스 캐니언의 직속 교직원.

히든 던전을 다녀와서인가?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사히 복귀하셔서 다행입니다.”

“예. 오랜만입니다.”

“혹시 잠깐 시간이 되실까요?”

모건이 부른다는 건 데오스가 날 찾는 건가?

“예. 괜찮습니다.”

“데오스 교장님께서 아드리아스 학생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요. 그럼 지금 바로 행정동으로 가시죠.”

내가 태블릿을 가지고 있는 걸 아직 모르나?

직접 찾아올 필요는 없었을 텐데.

어쨌든 그를 따라서 곧바로 교장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아드리아스 학생. 모건, 수고하셨습니다.”

모건이 나가자 데오스는 자리로 손짓했다.

“앉으시죠.”

“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대충 짐작은 하고 있는데 설마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예전의 아드리아스였으면 생각도 못 할 이야기니까.

“혹시 아드리아스 학생께서는 제가 왜 불렀는지 짐작이 가십니까?”

“복귀하자마자 특이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물푸레 기숙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요.”

“역시 아드리아스 학생입니다. 바로 짐작하시는군요.”

짐작했던 게 맞았다.

원래였으면 내가 아닌 디에네, 그리고 기사학부에서는 졸업반 인물들과 루이스를 불러 부탁하게 되는 일이었다.

그게 게임 속의 원래 시나리오.

지금 이미 디에네가 투입됐으니 바뀐 건 내가 추가된 것뿐인가.

시기가 빨라진 만큼 루이스가 예정대로 합류할지 모르겠다.

‘내가 끗발이 있긴 하나 보네.’

딱히 명성을 크게 느낀 적은 없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작용이 되네.

“부탁 겸 제의입니다. 거절하셔도 좋고요.”

“조사입니까.”

“맞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거나 원인 해결 시, 졸업 가산점을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다.

로들렌 아카데미의 졸업 조건은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었다.

그렇기에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이제 나도 4학년 2학기인 만큼 졸업을 신경 쓸 때가 오긴 했다.

“디에네 알븐 학생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셀린 교수님과 카론 교수님이 지금까지는 한 조로 활동했죠.”

교수들도 원래는 바하트가 대신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포트리온에 간 상황이고.

‘조금은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이용해 주는 게 맞겠지.

어차피 이번 일은 물푸레 기숙사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니까.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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