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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15화 (115/415)

115화. 영혼 각인

로들렌 제국의 수도, 로들렌 한편은 한참 짐을 실어 나르는 에버라스트 상단의 직원들로 분주했다.

“음?”

마침 상단의 짐을 점검 중이던 중간 관리인, 톰 로저스는 부지 내로 들어오는 한 인물을 발견했다.

들어온 인물은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여인으로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을까요?”

톰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여인, 에이미 크롬웰은 명함을 하나 건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미리 연락했던 크롬웰 상단의 책임자인 에이미 크롬웰이라고 합니다. 혹시 톰 로저스 씨일까요?”

“아! 에이미 님이셨군요. 마침 잘됐습니다. 곧 있으면 상단주님께서 도착한다고 하시니 그때 동안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톰의 말에 에이미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그것보다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제가 설명해 드리죠.”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바쁘신 와중에 폐를 끼칠 순 없죠.”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톰이 생글생글 웃으며 에이미를 안내했다.

며칠 전, 철광석의 매입을 찾아보던 에이미는 마침 어느 한 광산의 지분을 획득할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 일로 인해 여기저기 알아본 그녀는 우연찮게 에버라스트 상단과 연이 닿았고 드디어 오늘 광산 지분 매입 건과 관련하여 방문한 차였다.

‘근데 너무 과할 정도로 친절하네. 왜 그러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소개했을 때부터 유독 잘 대해 주는 에버라스트 상단에 의문을 품었지만 일단은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톰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저런 설명과 최근 로들렌 제국의 유행과 동향에 대해 말을 나누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로저스 님, 상단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에이미 님, 그럼 이만 들어가 보실까요?”

“네.”

톰의 뒤를 따라 상단 건물에 위치한 응접실로 들어가자 미리 도착해 있던 에버라스트 상단주가 에이미를 반갑게 맞이했다.

“에이미 크롬웰 양, 여기까지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자리에 마주 보며 앉은 둘은 가벼운 안부를 전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가벼운 담소를 나누던 중, 뜬금없는 인물의 등장으로 에이미의 두 눈이 커졌다.

“저희 오빠 말씀이신가요?”

“아, 모르셨나 보군요. 크롬웰 각하께서는 저희와 제휴를 맺고 계셨습니다. 거기다 제 외동딸의 난치병을 치료해 주신 은인이시죠.”

“그건, 몰랐던 이야기에요.”

아드리아스가 특허를 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에버라스트 상단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거기다 더해 에버라스트 상단주의 딸에게 병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고, 이를 아드리아스가 치료해 줬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

‘나중에 한번 자세히 물어봐야겠네.’

그동안 서로가 바쁜 탓에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고 느낀 에이미는 예상치도 못한 아드리아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각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은혜를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에이미 양의 능력도 고려하고 협업을 제안하는 겁니다. 공과 사는 철저히 지킨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이것저것 저희 측에서도 알아봤지요.”

그 뒤로 이어지는 홀링턴 자작과의 대화에서 에이미는 그가 자신의 상단에 대해 확실히 조사를 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이어진 사업 이야기는 여기까지 온 목적인 광산에 대한 주제로 흘러갔다.

“이번에 채굴되는 광산의 지분은 땅의 주인인 랑크라트 각하께서 45%의 지분만 내놓는다고 하시니 아마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경매 참가 자체가 문제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랑크라트 각하와는 제가 오래전부터 알아 온 사이이기에 참가 자격쯤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라면 역시 돈이지요.”

홀링턴 자작의 뜻을 알아들은 에이미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말했다.

“제가 자작님을 믿어도 될까요?”

“전 돈보다 제 가족이 우선입니다. 만약 제 딸의 병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제 모든 재산을 바칠 의향도 있었지요. 그런 제 딸을 치료한 게 크롬웰 각하이십니다. 적어도 이번 일에 한해서만큼은 물심양면 크롬웰 상단을 돕고 싶군요.”

자존심을 논할 때가 아니었다.

에이미는 이미 아드리아스에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원대한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일이 생각했던 대로 풀리기만 한다면 몇 년 안에 크롬웰 영지를 되찾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에이미는 속으로 복잡한 계산을 세우며 홀링턴 자작에게 자신이 얼마만큼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담보로 인한 대출은 얼마나 받아 낼 수 있는지 말했다.

물론 진실 된 정보가 아닌 허위가 섞인 정보였다.

호의적이라고 해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정도 금액이면 하다못해 1%의 지분은 얻을 수 있겠군요. 1%만 하더라도 신생 상단으로서는 무시 못 할 수준이긴 합니다.”

“자작님, 부탁이 한 가지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경매 당일 랑그라트 각하께서도 나오시겠죠?”

“그렇겠죠.”

“혹시 따로 대화를 할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호오.”

잠시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홀링턴 자작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계획을 따로 갖고 계신 듯하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랑그라트 각하께 말씀드려 보지요.”

“감사합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앞으로 몇 번의 만남을 약속한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혹시 저희 딸도 마침 이곳에 왔는데 소개를 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오빠의 친구분이시라니 저도 만나 뵙고 싶어요.”

밖으로 나간 둘은 마침 응접실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던 루시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잘됐다. 인사드려라, 에이미 크롬웰 양이시다.”

루시아는 어딘가 어색하게 쭈뼛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루시아 에버라스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반가워요, 루시아 님. 에이미 크롬웰이라고 합니다. 저희 오빠랑 친하시다고 들었어요.”

“네? 아, 뭐…… 조금 친하기는 하죠.”

에이미는 루시아의 어색한 말투와 몸짓에서 뭔가 이상함을 발견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끄러움에 몸을 숨기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뿐만 아니라 묘하게 눈치를 살피는 기분도 들었다.

루시아가 왜 저러나 싶었던 에이미는 다시 한 번 말을 걸려다 홀링턴 자작의 말에 호흡이 끊겼다.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 눈치 없게 곁에 있으면 안 되겠죠. 떠나실 때는 굳이 저한테 말씀하실 필요 없이 그냥 가시면 됩니다. 그럼 다음 주 약속 시간에 다시 뵙죠.”

“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봬요.”

그렇게 홀링턴 자작이 떠나자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 분위기를 깨기 위해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 싶던 에이미가 입을 뗄 때쯤, 루시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아드리아스 선배랑은 자주 만나시나요?”

“오빠요? 아니요. 집에도 잘 안 와요. 그나마 열흘 전쯤에 봤던 게 다고 그전에도 몇 달 동안 집에 들르지 않더라고요. 좀 자주 왔으면 좋겠는데.”

“죄송해요, 아마 저 때문이었을 거예요. 최근 몇 달 동안은 제 치료 약 때문에 선배가 엄청 바빴거든요.”

말을 하는 루시아는 입으로는 죄송하다고 하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 태도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에이미는 조심스레 물었다.

“저희 오빠는 평소에 어떨까요? 아카데미 생활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요.”

“아! 선배는 정말 대단하죠. 그 소식은 들으셨죠? 모드라스의 탑을 정복한 소식! 외부 사람들은 아마 잘 모르겠지만 이게 평범한 일이 아니거든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흥분해서 말하는 루시아의 모습이 첫인상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나른한 표정에 만사가 귀찮아 보였던 사람이 아드리아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완전히 돌변했다.

‘설마……?’

잠시 계산을 해 보던 에이미는 에버라스트 상단이면 나쁘지 않은 혼처라고 생각했다.

물론 확실하지 않은 일이지만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익힌 감은 루시아가 아드리아스에게 호감이 있음을 파악해 냈다.

‘그래도 우리 오빠 정도면 더 위를 노려도 될 텐데. 일단은 후보에 넣어야겠어.’

오빠의 혼처도 관리하는 여동생이었다.

* * *

―띠링!

[‘바야트라의 대전사, 알-구르드’의 영혼이 각인되었습니다.]

[영구적으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바야트라의 대전사, 알-구르드’의 특성 ‘만인지적(萬人之敵)’을 획득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조금씩 사라지고, 드디어 각인이 끝났다.

[만인지적(萬人之敵)]

―유니크

―홀로 만인을 대적할 수 있는 용맹

―전투 중 마나 회복률 상승 (적 하나당 0.1%, 최대 1000%)

―전투 중 체력 회복률 200% 상승

―만인적의 기세를 상시 발동 (카리스마와 정신력에 정비례)

미쳤다.

곧바로 뜨는 상태창을 보고 전율이 흘렀다.

안 그래도 다수의 전투에서 유리한 네크로맨서인 내가 이런 개사기 특성까지 얻게 되었으니 이제 전쟁에서는 지고 싶어도 질 수 없을 정도의 스펙이 되어 버렸다.

“하! 영혼 각인을 받고 공간이 남는 것도 모자라서 제정신까지 유지할 줄이야. 너, 정말 인간이 맞니?”

각인과 그 결과로 인해 정신이 없었는데 이브 밀레니엄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루나의 몸을 빌려 말을 하는 이브는, 확실히 루나가 아니라는 것을 온몸의 분위기로 표현하고 있었다.

“공간이 남는다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정말 알 수 없는 사내군. 곧바로 질문까지 던질 줄이야. 그래, 설명해 주마.”

이제는 증발해 버린 알-구르드의 시신과 마법진 덕분에 방 안은 텅 빈 상태였다.

이브는 어디 앉을 곳이 없나 둘러보더니 이내 그냥 몸을 가로로 눕듯이 허공에 띄웠다.

“말 그대로다. 원래 평범한 인간은 한 명당 하나의 영혼만 각인할 수 있다. 근데 너는 하나의 영혼을 더 받을 공간이 남아 있지.”

영혼 각인을 두 개!

물론 루나, 아니 루나와 이브가 해 준다는 전제가 필요했지만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이 있었을까요?”

“적어도 내 대에는 없었다. 내 딸도 못 봤지. 아마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한두 명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리 말한 이브 밀레니엄은 나를 묘하게 바라보더니 물었다.

“넌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

그녀의 질문에 잠시 대답을 망설였지만 굳이 말한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었다.

알아 봤자 그걸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지금은 영혼 각인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녀에게 잘 보여야만 했다.

“예, 맞습니다.”

“흐음, 용케 숨기지 않는군. 어쨌든 여러모로 흥미로워.”

좋은 인상을 남긴 걸까.

적어도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더 오래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제 슬슬 물러나야겠어. 우리 딸이 답답해하네.”

“영혼 각인, 감사드립니다.”

“아니야. 루나가 해 주고 싶어서 한 거니까, 감사는 우리 딸한테 전해.”

점차 눈빛의 오묘한 빛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이브의 강림이 끊기는 전조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었지만 아직 기회는 많으니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 말씀하세요.”

“우리 딸 잘 부탁해. 나 때문에 평범하게 못 산 아이거든. 잘 챙겨 주면 내가 또 선물을 줄 수도 있잖니?”

“어차피 루나는 제 친구입니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친구를 저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후후, 말은 잘하는구나. 알았다, 이만 들어가 보도록 하지.”

그렇게 빛이 모두 사라지자 루나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 말했다.

“으아! 나도 말하고 싶었어!”

“루나, 감사해요. 덕분에 좋은 능력을 얻었습니다.”

“히히! 그 정도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친구잖아!”

하이 텐션의 루나를 보자 확실히 그녀가 돌아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과 이브의 마지막 당부가 합쳐져 괜히 안쓰럽게 느껴졌다.

‘일단 대수림까지는 함께하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카데미에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었지만 차근차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직 방학은 길었고, 함부로 정할 문제도 아니었으니까.

“대수림, 바로 가죠.”

“응!”

일단은 본 드래곤부터 먹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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