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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04화 (104/415)

104화. 드래곤의 무덤으로

[‘마력의 원천+20’을 복용하셨습니다.]

[무작위 마력 관련 재능이 선별됩니다.]

[심상치 않은 힘이 감지됩니다.]

[재능 ‘마법 화력 빛 계열(천재)’를 획득하셨습니다.]

순간 잘못 본 줄 알고 두 번, 세 번 다시 봤다.

‘천재?’

전혀 의외의 결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던 바로는 고작해야 수재급 재능이 최대였는데, 영재도 아니고 천재?

“근데 하필이면 나온 재능의 종류가…….”

처음으로 얻게 된 천재급 재능이었는데 마법의 화력과 관련된 재능, 그것도 빛 계열에만 한정된 C급 재능이었다.

‘게다가 빛 계열 마법은 익히기도 까다롭고 효율도 그다지 좋지는 않지.’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실망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나한테는 진화 특성이 있으니 몇 년 정도 빛 마법만 사용하다 보면 저 재능도 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못 했는데 일단 빛 마법부터 배워야겠네.’

천재급 재능이 아까워서라도 간단한 빛 마법을 익혀야 할 판이었다.

마력의 원천과 금괴들이 사라진 책상 위를 보자 마지막으로 남은 금괴 하나와 부스러기 정도로 남은 금이 보였다.

“남길 필요는 없겠지.”

니켈이나 강화시키자.

* * *

안락하게 꾸며진 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에 누운 인물은 분홍빛이 감도는 백발을 옅게 흩트려 놓고 자고 있었다.

옅은 숨이 내쉬어지다 점차 불규칙적으로 변한 호흡 끝에 드디어 누워 있던 여인의 두 눈이 뜨였다.

루시아가 눈을 뜬 것을 확인한 시녀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시녀의 물음을 들은 루시아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천장을 올려보다 몸을 일으켰다.

“응, 물.”

“여기 있습니다.”

잠시 물을 마신 후에 루시아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시녀는 언제든 그녀를 지탱해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좋아. 괜찮은데?”

“다 나으신 건가요?”

“잠깐만.”

루시아는 전에 없던 가벼움을 느끼고 바닥에서 통통 굴렀다.

몸이 아프지 않았다.

그동안 치료를 하며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는데 오늘은 그런 것조차 없었고 만성적인 피로와 몸 어딘가에 추를 달아 놓은 듯한 무거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캐서린, 나 다 나았나 봐!”

해맑은 표정으로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말하는 루시아를 보고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시녀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이 사실을 밖에 알렸다.

“루시아!”

홀링턴 자작이 바쁜 업무도 모두 내려놓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일어나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는 루시아를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어디 보자! 다 나은 게 맞느냐? 어허허, 됐구나! 됐어!”

곧이어 자작 부인도 들어오며 루시아의 방은 한동안 눈물바다가 되었다.

정작 루시아 본인은 애틋한 표정으로 그런 부모들을 바라봤다.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앞으로 반드시 자랑스러운 딸이 될게요.”

“아니다. 우리는 네가 건강해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눈물을 닦아 내며 말한 홀링턴 자작이 문밖에 대고 소리쳤다.

“알베르트!”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오늘은 기쁜 날이다. 미리 준비해 놨던 축제를 위해 곳간을 풀어라!”

“알겠습니다.”

루시아는 아직도 자신의 병이 완전히 나았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가 않아 그저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녀로서는 모든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선천적인 병이었기에 병이 없는 지금의 몸 상태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고 부모님이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도 뭔가 꿈과 같이 느껴졌다.

‘사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

이런 생각까지 하는 그녀의 옆에서 홀링턴 자작은 아직까지도 감동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루시아를 쓰다듬었다.

“크롬웰 각하께는 정말 어떤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혹시 그분께서 좋아할 만한 물건이나 취미가 있느냐?”

“아.”

아드리아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드디어 루시아는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살아남은 건 전적으로 아드리아스 크롬웰 덕분.

그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이상한 사람.’

그는 루시아의 치료제를 만들며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의 배경으로 있는 에버라스트 상단 때문에 돕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최근에 친해졌다고 해도 아무 대가도 없이 자신을 돕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재료도 선배가 다 준비해 줬지.’

무슨 재료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저 흔히 볼 수 없는 재료에 그 성능과 효능만 살필 수 있었을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절대 평범한 재료는 아니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런 재료를 그저 무상으로 자신에게 사용하며 몇 개월 동안이나 고생한 아드리아스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설마, 날 좋아하나?’

엉뚱한 생각을 해 봤는데 의외로 그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애초에 입학했을 때부터 유일하게 자신에게 계속 대시했던 선배였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정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상기된 루시아를 보며 자작 부인이 걱정스럽게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열이 나나? 괜찮니?”

“네? 네, 괜찮아요.”

자작 부인의 차가운 손을 느끼며 루시아가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는 애써 아드리아스에 대한 생각을 지워 냈다.

조촐한 파티가 끝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루시아는 이어지지 못했던 생각을 떠올렸다.

우선은 아드리아스.

그 덕분에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상, 은혜를 갚아야 했다.

‘지금의 나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해.’

이제 살 수 있는 미래가 보이자 그녀도 욕심이 생겼다.

그동안은 그저 살아 있으니 숨을 쉰다는 감정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녀의 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감정.

그것은 향상심이었다.

‘난 재능이 있어. 그동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게을렀지만, 이제는 아니야.’

강해지고 싶었다.

강해져서 아드리아스의 옆에 나란히 서고 싶었다.

적어도 지금의 디에네나 비비안만큼은 강해져야 자격이 생길 것 같았다.

‘아니야, 그거로는 부족해.’

한 번 포기했던 삶이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갈망은 본인이 지닌 재능의 크기와 비례했다.

그녀는 천재라 불리는 만큼 자신의 재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그저 똬리를 튼 채 잠을 자고 있었지만 깨어난 이상 하늘을 휘저어 줄 차례.

모두가 우러러봤으면 좋겠다.

지금의 아드리아스 크롬웰처럼.

‘아드리아스 선배보다 강해질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선배를…….’

남몰래 맹세를 한 그녀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 * *

계절이 바뀌었다.

어느새 날씨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주변에서 지나다니는 마법학부 학생들도 두터운 로브를 벗고 조금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다녔다.

“선배!”

며칠 전에 아카데미로 돌아온 루시아가 밝은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요즘 들어 나를 더 따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착각은 아니겠지.

“갈까.”

“네!”

요즘 들어 루시아와 함께 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운동.

워낙 병약했던 녀석이라 병이 나아도 몸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는데 그런 그녀가 내게 먼저 운동을 같이하자며 건의했다.

‘기특한 생각이지.’

이제는 좀 게으름에서 벗어난 것 같아 보여 나도 기뻤다.

재능으로만 따지면 마법사들 중에서 아마 원탑이지 않을까 싶은 루시아였는데 거기다 성실해지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

운동이라고 해 봤자 별거 없었다.

루시아는 워낙 기초 체력이 부족했기에 기본적인 유산소 운동과 가벼운 무산소 운동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그리 길게 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주된 일과였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금방 운동이 끝나고 내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루시아가 문득 말을 걸어왔다.

“선배, 이제 곧 방학이잖아요.”

“어.”

“따로 계획 있어요?”

“있지.”

루시아는 내 대답을 듣고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물어보았다.

“무슨 계획이에요? 오래 걸려요?”

“어, 좀 걸릴 것 같아. 가야 할 곳이 있는데 먼 곳이라.”

방학은 스펙업을 하기 아주 좋은 시기였다.

학기 중에는 강의도 강의지만 베리얼의 개인 교습도 있었기에 길게 자리를 뜰 수 없었지만 방학 때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이용해 나는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 뒀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늘려야 한다.’

원래였으면 다른 플레이어블들과 파티를 맺어 헤쳐 나가야 하는 일들도 흑마법사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제약이 걸렸다. 그리고 이왕이면 나 혼자 독식하는 게 좋았기에 앞으로의 일정은 최대한 나 혼자서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은 카론이 일으킬 에피소드를 대비한다.’

카론이 일으키는 에피소드이자 원래였으면 내가 죽었어야 할 스토리.

그러나 미래가 꽤 뒤틀린 탓에 내가 끼일 일도 없었고, 카론이 과연 이번 에피소드를 일으킬지 의문이었다.

그만큼이나 지금의 상황은 여러모로 내가 알던 미래와는 달랐다.

‘준비해 둬서 나쁠 건 없지.’

카론이 일을 벌이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강해지는 것이니.

“어디로 가시는데요?”

“그랑디스 왕국.”

서쪽 끝에 존재하는 그랑디스 왕국.

그 옆에는 바야트라 대수림이 존재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원시림이자 인간의 발걸음을 용납하지 않는 온갖 기괴한 마나 이상 현상과 몬스터 그리고 독충들이 존재하는 땅.

드래곤의 무덤이 있는 마경이었다.

“그랑디스 왕국? 그렇게 멀리까지 가요?”

“어,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음. 그, 선배.”

“왜.”

“혹시라도 볼일 다 끝나시면 저희 영지에도 한번 와 주실 수 있어요?”

루시아가 땅을 쳐다보며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엽기도 해서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미리 연락하고 시간이 나면 갈게.”

“정말이죠? 아버지께 말해 둘 거예요!”

“그래. 진짜로 갈게.”

내가 간다고 말하자 싱글벙글하는 루시아를 보면 확실히 호감을 쌓은 느낌이었다. 하긴 호감이 안 쌓일 수가 없지. 내가 루시아를 살리기 위해 한 노력들을 보면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죽었겠지.’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온 것도 이러한 일들을 염두에 두고 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이 아드리아스가 됐으면 과연 루시아를 살릴 수 있었을까?

‘일이 잘 풀리면 홀링턴 영지에 있는 히든 피스도 챙겨야겠다.’

물론 드래곤의 무덤을 찾는 일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의 내게는 쉐도우 벤시인 미리내도 있으니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거다.

‘가기 전에 오랜만에 에이미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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