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00화 (100/415)

100화. 탑의 보상

최초로 10층 전원 생존, 디에네 알븐과 같이 42년 만에 나온 20층 돌파자, 천외천이라 불리는 막시민 크로넬의 기록을 경신한 자,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모드라스의 탑을 정복…….

단 며칠 만에 수많은 기록과 칭호를 갈아 치운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드디어 모드라스의 탑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왔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님! 지금의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님! 그 엄청난 실력을 여태까지 숨겨 왔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수많은 플래시 세례가 쏟아져 나오고 아드리아스는 조금 지친 기색으로 덤덤하게 걸어 나왔다. 그런 그를 향해 신문사의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최초로 모드라스 탑을 정복한 기분이 어떻습니까!”

파앙―!

그때 돌개바람이 휘몰아치며 기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기자들은 두 눈을 감고 뒤로 물러나다 이내 다시 눈을 뜨자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하얀 정장과 양손에 가득 끼워진 값비싼 반지들.

눈부신 금발을 올백으로 넘긴 사내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을 둘러보았다.

“순서를 지켜야지. 예의가 없군.”

미누스 모하임.

제국의 4대 기둥이라 불리는 모하임 가문의 가주이자 스스로의 실력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사내였다.

그런 그의 옆에는 건강미 넘치는 여인이 아드리아스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미누스의 여동생, 그레타의 인사에 아드리아스는 대답 없이 ‘이건 또 뭐야.’ 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안녕, 인사 안 받아 줄 거야?”

“예, 처음 뵙겠습니다.”

결국 입을 연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처음으로 아드리아스의 목소리를 들어 본 그레타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마치 품평을 하듯 상대를 쳐다보았다.

“괜찮네.”

그레타의 말에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던 미누스가 몸을 돌려 아드리아스를 보았다.

그리고는 불쑥 한 마디를 뱉었다.

“어때?”

밑도 끝도 없이 묻는 미누스의 말에 아드리아스는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모하임 남매를 바라보았다. 당장 미누스 모하임도 초면인 상황에 어떻냐는 물음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내 여동생이다. 물론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예, 모하임 전하.”

당당한 미누스의 말에 아드리아스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피곤한 상황인 것 같아 조금은 진절머리가 났다.

하지만 아드리아스로서는 지금의 상황조차 이용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것보다 내 여동생은 어떻냐니까?”

“아름다우시군요.”

질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빈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레타는 탄탄한 몸매와 예쁜 고양이상의 얼굴을 지닌 미인이었으니.

미누스는 아드리아스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잠깐!”

높고 얇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미누스의 말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방해꾼의 등장에 미누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말을 끊은 이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나섰다.

“크롬웰 공,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난 미카엘라 로들렌이라고 해요.”

로들렌 황제의 셋째 공주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난 4황자, 오델 로들렌이오! 우리나라의 보배나 다름없는 크롬웰 공을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미누스의 의도를 짐작하고 있던 공주와 황자의 반격이었다.

하지만 그를 놔둘 미누스가 아니었다.

“미카엘라 공주, 오델 황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순서는 지키는 게 예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유난히 굵은 혈관이 그의 이마 위로 두드러지게 튀어나왔다.

마치 씹어뱉듯 말하는 그를 보고 오델 황자는 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지만 미카엘라는 아니었다.

“두 눈 뜨고 뺏기게 생겼는데 능력껏 나서야지요. 크롬웰 공을 차지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미리 알아보고 빨리 온 것도 제 능력이라면 능력이지요.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나심이 어떨까요.”

마치 불꽃이 튀기듯 팽팽한 기세 싸움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기 싸움을 하든 말든, 이내 뒤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으흠, 전 우드워드 후작가에서 온 하워드 데인입니다…….”

“수평선의 달빛 마탑에서 온 상급 마법사, 바흐트만입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서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변에는 아카데미 재학생들도 있었기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아드리아스는 상황이 조금 곤란해졌다고 생각하며 파도에 휩쓸려 다녔다.

그가 생각했던 계획은 여러 명을 줄 세워 놓고 마치 경매를 하듯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파장이 컸다.

“뭐 때문에 왔는지 일단 알겠습니다. 일단 모두 들어 본 뒤에 생각을 해 볼 테니 전부 진정하시죠.”

복잡한 틈바구니 속에서 아드리아스가 상황을 정리하듯 말을 꺼내자 조금 잠잠해졌다. 아드리아스는 여세를 몰아 우선은 자신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 미누스 모하임에게 다가갔다.

이러한 행동은 언뜻 황제의 자식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황실과 가까이할 생각이 없는 아드리아스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모하임 전하께서 제게 관심을 가져 매우 기쁩니다. 혹시 방금 제가 한 발언이 불편하셨을까요?”

“아니다. 오히려 잘됐군. 괜히 가면 쓰고 이야기하지 말고 본론을 말하자는 뜻이지? 일단 우리 모하임가는 너를 휘하로 들이기를 원한다. 만약 휘하로 들어온다면 모든 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은 물론, 우리 영지의 일부도 떼어 주도록 하지.”

“대신 조건이 있겠지요?”

“피보다 진한 것은 없다고 했지. 내 동생과 혼인을 해야 한다.”

아드리아스는 이미 미누스가 그레타를 데리고 온 것에서부터 어느 정도 짐작을 한 상태였기에 놀라움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허억!”

“그레타 모하임과 혼인이 성사되면 크롬웰가도 팔자가 피겠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작으로 강등돼도 할 말이 없는 사람을 자신의 여동생까지 주면서 데려온다고?”

다시 한 번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한 아드리아스는 일단 고개부터 숙였다.

“저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신 점,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중요한 일이니 당장의 대답을 원한 건 아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 제안도 들어 보고 나중에 천천히 답을 해 주어도 된다. 근데 그거랑 별개로 우리 나중에 식사나 한 끼 같이 하지.”

“영광입니다, 전하.”

미누스는 여유로웠다.

그만큼 자신의 제안에 자부심을 갖는 모양이었는데 아드리아스의 내심은 달랐다.

‘조금 부담스럽군.’

남들이었으면 엎드려 절하며 받았을 제안이었지만 김진환으로서의 사고가 남아 있는 아드리아스는 마치 거래처럼 오고 가는 계약 결혼이 애매하게 받아들여졌다.

지금의 그는 자신의 행복이 중요했기에 당장에 혼인이라는 선택지는 보류하고 싶었다.

“이제 제 차례인가요.”

다음으로는 당당하게 미누스와 맞선 미카엘라 공주였다.

그녀는 진한 자줏빛 머리카락을 웨이브 지게 만든 긴 머리를 지녔는데, 언뜻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머리카락이 통통 튀었다.

그런 그녀의 뒤로도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아드리아스는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조금만 더 고생하자.’

* * *

모드라스 탑 앞에서 일어난 아드리아스 스카우트 사건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잠시 지켜보던 데오스 교장과 바하트 알븐이 중요한 인물들의 용건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모두 해산시켰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아카데미입니다.’

‘재학생들에게 스카우트 제의는 금지다.’

이미 모하임 공작이나 황제의 자식들, 그리고 높은 지위를 가진 자들은 모두 용무를 마치고 떠난 뒤였기에 데오스와 바하트의 축객령은 조금 노골적이었지만 거스를 수 있는 인물들은 없었다.

덕분에 한시름 덜은 아드리아스가 자리를 떠날 때 그의 뒤를 누군가가 은밀하게 따라붙었다.

‘놓치지 않아.’

그녀는 다름 아닌 비비안 벨로칸이었다.

최근 들어 디에네와 아드리아스의 내기로 인해 불안함이 커지고 있던 그녀는 조금 전에 있었던 모하임 공작의 발언으로 자제심을 잃은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드리아스를 잃게 될 거라 생각한 비비안은 아드리아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해서 미행했다.

아드리아스가 도착한 곳은 개인 연구실이었다.

그가 개인 연구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비비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모드라스의 탑에서 나왔는데.’

쉬지도 않고 연구를 한다고?

비비안은 조심스레 그가 들어간 연구실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문에 귀를 대는 순간.

덜컥.

“음?”

문이 열리며 문에 귀를 대고 있던 비비안은 자연스럽게 아드리아스에게 기대게 되었다.

“비비안?”

“아, 아…….”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비비안은 황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우물쭈물 댔다.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아드리아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래만이네요.”

아드리아스와 비비안이 직접적으로 대면한 건 흑마법 포션 사건 이후 기절한 비비안을 아드리아스가 몇 번 병문안해 준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후로 꽤나 시간이 흘렀기에 오랜만이라고 말하는 아드리아스를 향해 비비안이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봤어, 화면.”

“모드라스 탑이요?”

“30층 축하해.”

얼굴이 상기된 비비안을 보며 살짝 긴장한 기색을 보이던 아드리아스는 살며시 비비안의 안색을 살피며 헛기침을 했다.

“그, 비비안, 제가 탑에서 신기한 물건을 찾았거든요.”

“신기한 물건?”

아드리아스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새하얀 보석이 달린 작은 귀걸이였다.

“귀걸이?”

“예, 이거 비비안 줄게요.”

갑작스러운 선물에 비비안은 입을 벌린 채 아드리아스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나, 나한테 왜? 그걸 왜…….”

“왜긴요.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지내자는 의미로 주는 거죠.”

모드라스의 사념체가 사라진 자리에서 발견된 귀걸이였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드리아스는 귀걸이의 효능을 보고 곧바로 비비안에게 줄 생각을 했었다.

[은빛 포말]

[착용자의 정신을 맑게 해 준다.]

[휴식을 취할 시 착용자의 피로 회복 효과 상승]

꽤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굳이 비비안에게 준 이유는 첫 번째 효과 때문이었다.

지금은 변했다고 해도 아드리아스로서는 그녀의 불안정한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정신을 맑게 해 준다는 첫 번째 효과가 비비안을 지켜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겸사겸사 그동안 고마웠던 것도 있으니.’

흑마법 포션 사건 때만 해도 비비안이 자신의 부탁을 받고 기사학부로 출발하지 않았으면 크리스와 세레나가 죽을 뻔했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것만 따져 보면 이 정도 선물은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애초에 그는 ‘욕심의 열쇠’만 노리고 정복한 거기에 귀걸이에 큰 욕심은 없었다.

그런 복잡한 계산이 깔린 아드리아스의 선물은 비비안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다가왔다.

‘아드리아스가 나한테 선물.’

그녀는 아드리아스가 건네는 귀걸이를 받고 잠시 말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조심스레 자신의 귓불에 달았다.

“어때?”

“예뻐요. 비비안은 원래도 예쁘니 뭘 해도 괜찮네요.”

예상치 못한 선물과 칭찬 때문일까.

비비안은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며 어쩔 줄을 몰라 하다 그대로 사라졌다.

갑자기 도망가 버리는 비비안을 보며 아드리아스가 당황한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뭐지.”

분명 착용자의 정신을 맑게 해 준다는 효과가 있었는데.

도망치는 비비안의 모습을 보자 효과가 제대로 발동되는 게 맞나 의심스러운 아드리아스였다.

여전히 비비안의 속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연구실에 돌아온 아드리아스는 드디어 혼자만의 공간에서 기대하고 있던 보상을 확인했다.

[업적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크게 느껴지는 보상.

마치 잊고 있던 비상금을 바지 주머니에서 찾은 기분이었다.

‘그것보다는 훨씬 큰 보상이지만.’

아드리아스는 곧바로 업적 보상을 수락했다.

[무작위 특성이 주어집니다.]

[특성 ‘강화(유니크)’를 획득하셨습니다.]

“유니크 특성?”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