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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93화 (93/415)

93화. 20층의 통과자

“선배.”

“어?”

“선배는 준비 안 해도 괜찮아요?”

연구실에 있던 나는 루시아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중간 평가가 시작된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동안 다른 과목들의 평가는 이미 다 끝난 상태로 이번에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을 것 같았다.

아마 지금 루시아가 물어보는 건 기사학부와 이루어지는 합동 평가.

모드라스의 탑이겠지.

“어. 공략본 다 공부해 놨어.”

“그게 공략본 공부한다고 올라갈 수 있는 거였으면 누구나 올라가고도 남았겠죠.”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사실 공략본을 공부했다는 말도 거짓이었기에 대답하기가 애매했다.

“요즘 디에네 선배님도 그거 때문에 안 오는데 선배가 이렇게 느긋하게 있으니까 이상해요.”

“네 말도 맞는데 반대로 조급해진다고 안 될 게 되게 변하지는 않으니까. 난 그때 가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야.”

디에네는 10개의 조씩 끊는 특성상 내 바로 앞인 88조였다.

그리고 곧 들어가게 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러지 말고 저희 디에네 선배님이 등반하는 거 구경하러 가요.”

“잠시만.”

나는 태블릿을 확인해 봤다.

마침 앞선 71부터 80조가 한 조를 제외하고 모두 끝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 가자.”

나도 궁금하기는 했다.

지금의 디에네는 그 어떤 때보다 압도적인 성장을 이루어 낸 상태.

과연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설마 끝까지 가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히든 피스를 고스란히 뺏긴다.

조금 불안해지는데.

참고로 1학년 트리오는 준수한 성적을 내며 평가를 마쳤다.

가장 높은 층수를 올라간 건 역시나 루이스 아트만이었으며 그는 무려 15층까지 올라갔다.

이는 절대 낮은 층수가 아니었다.

10층은 마의 영역이라 불리는 구간이었는데 이곳은 일종의 보스 플로어.

대부분 10층에서 탈락의 고비를 마셨는데 만약 10층을 통과하더라도 그 이후 10층 단위로 급격히 높아지는 난이도로 인해 한층, 한층 등반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 기록은 24층이다.’

20층은 마의 영역이 아닌 천상의 영역이었다.

20층에 다다른 자는 아카데미 역사 중에 몇 명 있었지만 20층을 깬 이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 한 명은 무려 단번에 24층까지 허들을 높인 사나이.

지금은 대륙 최강자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괴물이었다.

‘막시민 크로넬.’

오러 마스터 중 하나로 그 괴물 같은 실력은 오러 마스터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로들렌 아카데미를 졸업한 인물 중 하나이며 지금은 60대의 나이.

그리고 오러 마스터답게 괴팍한 성정을 지녀 제국에서 주는 작위도 무시하고 유랑하고 있는 또라이였다.

‘스승님이 은거 기인 같은 느낌이라면 막시민은 살아 움직이는 재앙이지.’

하여튼 그런 인물조차 24층이 한계였다.

물론 모드라스 탑의 도전 기회는 각각 1학년 때 한 번, 4학년 때 한 번 주어지니 루이스가 4학년이 되었을 즈음에는 아마 막시민의 기록을 깰 수도 있을 거다.

‘제대로 성장했다는 가정이 붙어야 하지만…….’

졸업반이 되기 전에 루이스의 방향을 한번 잡아 주기는 해야겠다.

루시아와 연구실을 나와 모드라스의 탑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모드라스의 탑 근처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평가를 보는 학년이 아님에도 구경을 위해 온 이들로 넘쳐 났다.

“디에네 선배님!”

루시아가 저 멀리 보이는 디에네를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갔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디에네도 화색을 띠며 루시아를 반갑게 맞이했다.

“루시아, 구경하러 왔구나.”

“선배님 보러 왔죠.”

어찌 된 게 나를 대할 때보다 더 깍듯하다.

조금 섭섭해지려는 기분을 느끼며 디에네에게 말했다.

“다음 순서지요?”

“어. 기다리면서 기대하고 있어. 내가 기록을 깨 볼 테니까.”

“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우리 내기한 거 기억하고 있지?”

조금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디에네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물론이죠.”

“내 소원 들어줄 준비나 해 놔.”

“저도 져 줄 생각은 없어서요. 긴장은 하고 있겠습니다.”

그때 모드라스의 탑에서 마지막 남았던 학생이 탈락하는 게 보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조수들이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이후의 조들을 불러들였다.

“81부터 90조까지 들어오십시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디에네는 루시아와 나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 주며 모드라스의 탑으로 입장했다. 루시아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입장하는 디에네를 응원했다.

“루시아, 디에네랑 내가 내기한 건 들었어?”

“네! 그러니까 디에네 선배님이 더 잘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 편이 없구나, 내 편이 없어.

잘해 줘 봤자 아무 소용이 없네.

쓸데없는 감상은 그만두고 화면을 통해 보이는 디에네를 살펴보았다.

미리 작전을 짜 놓았는지 기사학부 신입생들이 디에네를 비롯한 마법사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가장 보편적인 진영이었다.

이런 진영들도 모두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었다.

‘무난한 선택인데 디에네가 과연 저것만 생각했을까?’

디에네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숨겨 둔 무언가가 있을 거다.

“오오!”

“저런 건 상상도 못 했는데?”

첫 번째 층, 함정을 돌파하는 간단한 층이었다.

하지만 매번 함정들의 위치나 종류는 바뀌는 공간이었다.

디에네는 자신의 주위를 두른 기사학부 학생들에게 공간 왜곡 마법을 걸어 연결시켰다.

그러자 동그란 형태로 일종의 결계가 형성되었다.

파바박!

함정들이 발동되고 화살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날아온 화살들은 앞선 학생들을 그대로 통과하며 뒤에 있는 학생들의 뒤로 날아갔다.

함정만 있는 1층의 한해서는 굉장한 효율을 보이는 작전이었다.

물론 함정은 투사체가 날아오는 함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함정들은 디에네가 공간 마법으로 미리 공간 자체를 파악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일종의 맵핵이군.’

함정은 디에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었다.

그녀가 고전할 곳은 아마 몬스터를 처리하고 지나야 하는 층.

그러나 디에네는 토너먼트 우승자인 만큼 전투력도 무시무시했다.

“벌써 2층!”

“야, 이거 신기록인데?”

2층으로 올라와 미로처럼 엮인 층을 단숨에 통과하며 튀어나오는 고블린들을 순식간에 죽였다.

그 속도가 가히 경이적이라 칭해도 될 만큼 압도적이었다.

“3층!”

“다른 팀들은 아직도 1층이야.”

주변에서 환호와 경악성이 섞인 비명이 메아리쳤다.

어쩌면 아카데미의 새 역사가 쓰이는 순간일 수도 있으니 이러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선배, 괜찮겠어요?”

갑자기 루시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까 전에는 디에네를 응원하더니 막상 내가 질 것 같자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왜, 걱정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전 당연히 디에네 선배님이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선배가 아무렇지도 않게 있으니까.”

“내가 이겨.”

디에네보다는 느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기의 내용은 누가 더 올라가냐는 것.

디에네가 30층까지 깨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었다.

‘기믹을 모르면 올라갈 수 없는 층이 무조건 있다. 아마 24층까지 올라간 막시민도 그 기믹 때문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 거겠지.’

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며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중간 평가가 시작되고 벌써 11일째.

루이스 아트만은 강의가 모두 끝나자마자 모드라스의 탑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옆에는 오랜만에 세레나가 함께했다.

“4일인가?”

“오늘로 4일 차지.”

디에네 알븐이 모드라스의 탑에 입성한 지 3일째.

그동안 그녀의 조원들은 모두 탈락하고 그녀 혼자만 탑에 남아 있었다.

“드디어 오늘 20층에 올라가겠네.”

“응. 근데 디에네 선배가 20층을 깰 수 있을까?”

지금은 전국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쟁쟁한 인물들이 로들렌 아카데미의 학생이었을 무렵에는 전부 20층에서 패배의 고비를 들이켜고 쓰러졌다.

그런 만큼 오늘은 모든 아카데미 재학생들의 관심이 디에네 알븐에게 쏠려 있었다.

“이미 20층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역시 토너먼트 우승자라고 해야 하나.”

15층까지밖에 올라가지 못한 루이스로서는 20층에 올라선 디에네가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10층 위를 경험해 봤으므로 20층이라는 숫자가 뚜렷하게 체감이 되었다.

“이제 디에네 선배가 나오면 아드리아스 선배 차례네. 아무리 아드리아스 선배라도 디에네 선배의 기록은 못 깨겠지?”

세레나의 물음에 루이스가 침묵을 유지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도 아드리아스가 디에네의 성적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드리아스는 무려 듀얼 클래스.

마법과 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변수를 창출해 낼 확률이 높았다.

“일단 두고 봐야지.”

“아드리아스 선배가 대단하다는 건 나도 이제 알아. 직접 대련까지 해 봤으니까 모를 수가 없지. 근데 아무리 아드리아스 선배가 대단해도 20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대화를 나누며 오다 보니 어느새 모드라스의 탑 근처로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리자 탑 근처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인파가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만 있는 게 아닌데?”

세레나의 말대로 주변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과 각 학부장들, 그리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외부인들까지 자리를 잡고 화면을 보고 있었다. 화면은 따로 마법을 통해 거대하게 만들어 모두가 볼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와아아!”

“해냈다! 해냈어!”

갑자기 엄청난 환호성이 튀어나오자 루이스와 세레나는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고 곧바로 달려가 화면을 확인했다.

“아……!”

화면에는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20층의 보스를 깬 디에네가 보여지고 있었다.

막시민 이후, 무려 42년 만에 나온 20층 통과자이자 마법사로서는 최초로 통과한 사례였다.

모드라스의 탑 앞은 그야말로 환호성과 경악의 도가니가 되었고 구경을 하러 온 외부인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하드립니다. 마탑주님.”

“정말 대단합니다! 세기의 마법사가 탄생했어요!”

“흥, 디에네한테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마침 자리해 있던 바하트 알븐을 향해 수많은 인사들이 축하를 해 왔다.

바하트는 그 축하들에 시큰둥하게 대꾸했지만 자연스레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디에네의 여정은 21층이 끝이었다.

20층은 보스 스테이지인 만큼 어쩌면 21층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 있었기에 이미 모든 힘을 전 층에서 소진한 디에네는 깔끔하게 21층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와아아!”

“디에네! 디에네!”

하지만 이곳에 모인 그 어느 누구도 탑에서 퇴장하는 디에네를 보며 아쉬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디에네 알븐은 이미 20층을 깬 것만으로도 새로운 역사를 써내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디에네 알븐 학생! 소감 한마디만 부탁합니다.”

“무려 40여 년 만에 20층 통과자! 그것도 마법학부 학생으로서는 최초!”

외부인 중에서는 신문사에서 나온 직원들도 있었는지 인터뷰를 따 내기 위해 극성이었다.

탑 밖으로 나온 디에네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지 예상조차 못 했는지 잠시 지친 모습으로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시선을 어느 한 방향으로 돌렸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모여 있던 이들도 전부 그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그곳에는 그다음 대기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디에네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질문들을 무시하고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누군가의 앞에 멈춰 섰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찰칵! 찰칵!

사진이 찍히는 소리와 함께 디에네와 아드리아스가 마주 보고 선 채 서로를 응시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이긴 거 같네.”

디에네의 도발적인 말에 주변이 웅성거렸다.

그녀가 하는 말을 통해 디에네가 왜 아드리아스에게 다가갔는지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아드리아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디에네.”

“패배를 인정하는 거야?”

“디에네.”

아드리아스는 덤덤하게 디에네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입을 열어 선언했다.

“전 모드라스의 탑을 정복할 겁니다.”

잠시 주위가 조용해졌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는 게 옳은 표현이었다.

하지만 아드리아스는 멈추지 않았다.

“이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과정일 뿐, 진짜를 노려야죠.”

그가 말하는 진짜란 황궁에 있는 ‘탑’을 의미할 터.

그 광오하기 짝이 없는 말에 신문사 기자들의 받아 적는 손이 빨라졌다.

“디에네 알븐, 이번 싸움은 제가 가져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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