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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79화 (79/415)

79화. 루시아 에버라스트의 진심

첫 번째 챕터인 카일러의 포션의 시작은 중간 평가 직전이었다.

평가 직전에 유출이 된 포션으로 인해 중간 평가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게 원래의 흐름이었기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바뀐 미래가 시나리오까지 바꿔 버렸군.’

게임 속에서는 아무리 미래를 바꾸려고 해도 큰 틀은 변하지 않았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게임의 한계였는데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내가 간과했다.

‘바뀐 건 토너먼트의 결과와 그로 인한 예정에 없던 교류회.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비효과는 예측할 수가 없었어.’

카일러의 제자인 가르디언 펠은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려 안토니오라는 가명으로 카일러의 포션을 판다.

물론 평범한 포션이었으면 가벼운 절도죄로 퉁치지만, 문제는 그가 유출한 포션이 평범하지가 않다는 것.

양어깨가 점점 부풀어 오르며 기형적인 생김새로 변해가는 그레이스를 보며 혀를 찼다.

아마 지금쯤 다른 곳에서도 포션을 복용한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겠지.

‘미래가 바뀌었다면 포션을 산 인물들도 전부 바뀌었겠네.’

우선은 눈앞에 있는 그레이스부터 해결해야 했다.

흑마법 포션을 먹은 이상 그의 처분은 어쩔 수 없지.

“아드리아스 크롬웰! 어서 덤벼 봐라! 겁나는 것이냐!”

나를 제외한 학생들은 어찌할지 몰라 하는 표정으로 나와 기괴하게 변해 가는 그레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차라리 잘됐네. 안 그래도 케슈른의 걸림돌이 될 녀석이었다.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어.’

이 순간만큼은 카일러의 제자인 가르디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군.

나는 사양하지 않고 거침없이 그레이스에게 달려들었다.

“하하하하! 부나방처럼 뛰어드는구나!”

“시끄러.”

마법은 잠시 접어 두고 변화하는 검을 준비했다.

조금 전 검풍을 날렸을 때 느꼈던 것은 꽤 단단한 방어력.

‘뚫어 주마.’

날카롭게 그리고 일점으로.

검에 모인 마나가 얇아지는 동시에 한 점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회전.’

검 끝에서 오러가 회전하고, 그대로 찔러 넣었다.

“안 통한다!”

콰가가가가각!

엄청난 소음과 함께 마나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파편이 내게 튀며 상처를 만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레이스. 자만했군.’

내 검은 그레이스의 마나 실드에 조금씩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레이스가 기형적으로 변한 두꺼운 팔로 여명의 포효를 들어 새로운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 이! 죽어!”

초근접에서 발동된 마나 에로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있던 나는 옆으로 피하며 다시 새로운 검을 준비했다.

‘충분히 금이 갔으니 이제는…….’

무겁게, 더 무겁게.

성질이 변한 마나가 압도적인 질량으로 내 검에 머물렀다.

나는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듯 갈락슈르를 양손으로 잡고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꽈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마나 실드가 깨져 나갔다.

하지만 마나 실드를 부수느라 파괴력을 잃은 내 검은 그레이스를 죽이지 못하고 그의 두꺼운 팔에 막혔다.

“으아아악!”

단단한 팔에 생채기가 생기자 그레이스가 엄살을 부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를 따라 뒤쫓으며 공격하려던 순간.

“그만!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미르코 아카데미 학생 중 하나가 튀어나오며 내 앞을 막았다.

비록 모습이 이상하게 변했다고 할지라도 저들은 아직 그레이스가 흑마법과 관련된 포션을 복용했다는 걸 모르니 당연히 나를 막으려 하겠지.

이럴 줄 알고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때 끝내려고 한 건데, 내 생각보다 그레이스의 방어가 단단했다.

“아무리 그레이스 전하가 당신을 도발하려 했어도 방금 그 수는 살수입니다! 저희 메이른 왕국의 왕자님을 죽이려 하다니 제정신입니까?”

일단 죽이고 변명하려 했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멈춰서 대치를 하고 있는데, 돌연 그레이스가 기괴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응? 전하?”

그레이스는 자신을 지켜 준 학생을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팔로 잡더니 그대로 손으로 쥐어짜 터트렸다.

콰직.

그 비현실적인 풍경에 잠시 정적이 연회장 내부를 감싸 안았고, 이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헉! 사, 살인이다!”

“아아…….”

“꺄아악!”

주변이 온통 소란으로 뒤덮였지만 그레이스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죽인 학생을 가져가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학생들은 2차 패닉을 일으켰다.

‘괴물이 다됐네.’

저렇게 점차 이성을 잃고 나중에는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잊어버릴 거다.

날 막다 죽은 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덕분에 그레이스를 죽일 명분이 생겼다.

신체의 변형도 저게 끝이 아니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인간의 형태에서 벗어나겠지.

그레이스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뒤늦게 눈치챈 학생들은 전부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윽, 꺼억.”

입 주변에 피칠을 한 그레이스가 들고 있던 시체를 던져 버리고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불리기 힘들었다.

휘익.

퍼걱!

갑자기 누군가가 그레이스에게 달려들었다.

‘비비안.’

그녀의 검은 단단한 그레이스의 팔을 가볍게 가르고 지나갔다.

“아파아아아아!”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비비안의 검술 실력도 이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이성을 잃고 본능대로 휘두르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의도하에 검을 지휘하는 모습.

비비안의 공격을 시작으로 나도 끼어들었다.

콰직―!

퍼억.

나와 비비안은 마치 함께 춤을 추듯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그레이스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성을 잃은 그레이스는 마법을 쓸 생각도 잊은 듯 기괴하게 변한 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를 뿐, 이렇다 할 저항도 못 하고 죽어 갔다.

“비켜!”

디에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내 나와 비비안이 물러나자 디에네가 꽤 오랜 시간 준비한 금속 마법이 작렬했다.

‘아이언 임페일(iron impale).’

땅에서부터 솟구친 거대한 강철의 가시들이 그레이스를 꿰뚫었다.

역시 화력 자체는 상급 마법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잠깐. 상급 마법?’

어느새 상급 마법까지 익힌 거야?

디에네의 성장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다.

어쩌면 졸업하기 전에 오리지널 마법을 창시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무서워질 정도였다.

“끄윽. 우으으.”

그레이스는 말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죽어 갔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라서 조금은 불쌍한 감정이 들었다.

‘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저 녀석도 자신이 먹은 포션이 저런 건 줄은 몰랐겠지.’

그레이스를 처리했지만 안심하기는 일렀다.

보았듯이 그레이스는 마법사이지만 그 신체 변형만으로 나와 비비안의 검을 버틸 정도였다.

만약 이 포션을 기사가 마셨다면?

‘밖은 이미 난리가 났겠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세레나와 크리스 그리고 루시아를 지켜야 한다는 정도.

그들만 무사하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는데 내 마음속에서 묘한 갈등이 일어났다.

‘가르디언이 누구한테 포션을 팔았는지 모르니 어디부터 막아야 할지 모르겠네.’

아직 1학년밖에 안 된 둘을 도와주러 기사학부 쪽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혼자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을지도 모르는 루시아를 도우러 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디에네를 선두로 학생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끈질기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그레이스를 보며 떨리는 눈빛을 보내왔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괴물이 정말 그레이스 왕자란 말이야?”

“죽은 건가? 산 거야? 어떻게 해야 돼?”

웅성거리는 이들을 놔두고 나는 뒤로 살짝 물러섰다.

고민 끝에 내 선택은 루시아를 향해 기울었다.

‘지금의 루시아는 약하다. 재능은 있지만 노력을 게을리해서 강하지는 않지. 게다가 연구실에 혼자 있으니 밖에서 소란이 벌어진 것도 모를 확률이 크다.’

내가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 내 옆으로 비비안이 슬쩍 다가왔다.

“아드리아스. 무슨 생각해?”

“비비안.”

그래. 비비안이 있었지.

나의 소울 메이트.

“비비안. 부탁이 있어요.”

* * *

띠리리― 띠리리.

퇴실 시간을 알려 오는 알람 소리에 루시아 에버라스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연구하던 재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처음 아드리아스가 이 연구 사실을 알려 주었을 때는 마치 빛이 보이는 줄 알았었다.

그동안 진척이 안 보이던 자신의 치료제에 답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벌써 몇 달 동안 진척을 보이지 않는 연구에 슬슬 힘이 빠지던 참이었다.

‘아드리아스 선배가 옆에 붙어 있을 때는 뭐가 보이는 것 같았는데.’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해 볼까?

최근 들어 자꾸만 아드리아스에게 기대려는 마음이 생겨 자신의 능력에 회의감이 느껴지는 나날이었다.

‘다 의미 없나. 결국 나는 죽을 운명인가.’

한번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자 끝도 없이 비관적으로 변해 갔다.

이런 감정을 느끼기 싫어 애써 잠으로 지워 왔던 건데 요즘에는 그조차도 한계에 다다른 것만 같았다.

“그냥 다 포기할까.”

지금 생각해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연구도 그저 희망 고문처럼 느껴졌다.

만약에 이 연구가 끝까지 진행되더라도 그게 자신의 치료제가 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으니.

짝!

루시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힘껏 때렸다.

양 볼이 발갛게 부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이나 자자.”

그렇게 공용 연구실의 뒷정리를 마치고 나오자 묘한 소음이 바깥에서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소음을 따라 건물 밖으로 나와 보자 그곳에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사람……?’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4개의 팔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덩치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랬는데 거의 3미터에 육박해 보였다.

“아루저냐미재레브아캬치…….”

그것은 홀로 연구동의 공터에서 고개를 숙이고 선 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이미 주변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몇몇 마법학부 학생이 모여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 저거 뭐냐? 위험한 거 아니야?”

“사육하던 몬스터가 실수로 풀려났나? 근데 처음 보는 몬스터네.”

그때 가만히 선 채 중얼거리기만 하던 그것이 돌연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두 눈 이외에도 길게 찢어진 이마의 눈 그리고 귀까지 맞닿는 입꼬리가 공포심을 유발했다.

“찾. 았. 다.”

위이이잉.

마나가 결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그것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법?’

콰가가강―!

순식간에 나열된 마나가 마법으로 변하며 학생들을 덮쳤다.

그 압도적인 속도에 학생 하나가 그대로 직격당했다.

“으아악!”

“뭐, 뭐야 저거!”

당황한 학생들이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괴물의 마법이 날아왔다.

쿵! 콰지직!

그러나 이번 마법은 누군가에 의해 막아졌다.

학생들이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방어 마법을 펼친 루시아가 자신의 품에서 천천히 지팡이를 꺼내고 있었다.

“멀뚱히 있지 말고 도망쳐.”

조금 전 방어 마법을 두드린 충격으로 상대의 수준을 가늠한 루시아는 이 괴물이 평범한 학생들은 감당할 수 없는 녀석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괴물이 다시 한 번 마법을 연사 수준으로 쏘아 내고 루시아가 다시 방어해 내며 소리쳤다.

“빨리 도망쳐! 가서 교수님들을 불러오든가 연락을 해!”

“아, 알았어!”

학생들이 모두 도망치자 그제야 한숨을 내쉰 루시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괴물을 일견했다.

“딱히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쩔 수 없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저 괴물을 막을 수 있어 보이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조차 예상치 못했던 게 있었다.

“잡아. 죽여.”

마법을 사용하던 녀석이 갑자기 루시아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육탄전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그녀는 비록 살짝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마법을 사용했다.

파바바박!

마법의 화살들이 괴물을 두드렸다.

말 그대로, 꽂히지 못한 채 두드리기만 했다.

“아……!”

루시아는 다급히 몸을 굴러 괴물의 공격을 피해 냈으나 거대한 덩치와 4개나 되는 팔이 뒤를 쫓았다.

다급하게 마나로 역장을 펼쳐 손아귀가 닿기 전에 막아 낼 수 있었으나 이내 괴물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녹여. 죽여.”

엄청난 고온이 루시아와 괴물의 주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주변의 땅이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역장 안에 숨은 루시아도 숨이 막혀 오기 시작했다.

‘산소가…….’

이대로 죽는 거야?

그래.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 거, 사람들을 구하고 죽는다면 더할 나위 없지.

물론 갑자기 나타난 이 괴물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죽는 게 조금 아쉽다.

…….

…….

…….

……아니야.

사실 살고 싶어.

난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쿠아아앙―!

갑자기 들려온 폭음에 눈물이 맺힌 루시아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폭음의 진원지는 자신의 앞에 서서 엄청난 고온 마법을 사용하던 괴물.

그리고 그 괴물은 지금 온몸이 꺾인 채 저 멀리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늦어서 미안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앞에 선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검게 물든 낡은 검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칙칙한 색의 로브.

뒷모습이지만 치렁치렁한 미역 같은 머리카락까지.

“아드리아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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