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71화 (71/415)

71화. 얽혀 드는 신입생들

새하얗고 넓은 연구실.

데오스와의 거래로 얻어 낸 개인 연구실이었다.

‘역시 개인 연구실이네. 이 크기 하며 장비들 봐라. 게임에서 보던 거랑 실제로 보는 거랑 차원이 다르네.’

역시나 찔러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나는 교장실을 나오며 느꼈던 묘한 기운을 떠올렸다.

‘친화력이 없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혹시나 해서 마나를 발산했던 건데…….’

마나를 발산하자 튕겨 내지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데오스가 음흉한 속내를 숨기지 못하고 내게 정령을 붙여 두려 한 거겠지.

만약 그가 정령술사라는 걸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그의 정령을 달고 다녔을 거다.

‘자, 이제 일부터 하자. 바쁘다, 바빠!’

온갖 도구들과 실험을 위한 장비들이 놓여 있는 곳에서, 나는 니켈과 티무르를 꺼내 놓은 상태였다.

“진짜 엉망진창이네.”

니켈의 손상률이 꽤 심했다.

호산과 마지막까지 싸운 장본인이니만큼 다른 언데드들과는 다르게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딱!

니켈은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그나마 언데드라서 좋은 점을 꼽자면 아무리 몸이 망가져도 고통이 없다는 점인 것 같다.

‘일단 고치는 것부터 하고.’

사실 호산과의 전투가 끝난 뒤 뜻밖의 소식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니켈과 티무르의 진화 소식.

[슬로스 팬텀(전설)의 진화 가능성 32%]

[진화를 할 경우 한 가지의 분기가 존재합니다.]

[진화를 시키시겠습니까?]

[레버넌트 파이터(전설)의 진화 가능성 88%]

[진화를 할 경우 한 가지의 분기가 존재합니다.]

[진화를 시키시겠습니까?]

니켈은 고작 32%밖에 안 되는 확률이라 조금 두고 보기로 했다.

실패를 하게 되면 그 결과가 어떤지 아직 확인해 본 적이 없기에 굳이 급한 게 아니라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었다.

‘티무르는 해 볼 만한데.’

보통의 네크로맨서는 한 번 소환이 끝난 개체를 더 강해지게 만드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기껏해야 장비를 챙겨 주는 정도?

하지만 나는 진화의 특성으로 그 잠재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진화 특성을 고른 것에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일단은 고치자.”

혹시 모르니 고치고 나서 진화를 시켜야지.

공간 확장 가방에서 호산의 시체를 꺼내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카론의 밑에서 수발을 들었던 경험으로 언데드의 수복은 손쉬운 과제였다.

카론 밑에 들어간 초창기에는 거의 매일같이 해 왔던 일이기에.

‘빨리 했었어야 했는데 시체가 조금 썩었네.’

니켈의 왼팔부터 호산의 팔로 바꾸고 부러지거나 사라져 버린 갈비뼈들도 전부 교체해 주었다.

티무르는 다행히 잔 상처들만 많을 뿐 니켈처럼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건 아니라 간단하게 손봐 주었다.

애초에 심각한 부상이 아닌 이상 마법으로 소환된 언데드들은 내 마나로 천천히 자동 수복되었다.

“후우.”

시간을 확인해 보자 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교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거의 바로 왔으니 10시간 정도를 작업하는 데 소모한 셈이다.

이마저도 경험이 없었으면 며칠이나 걸렸을 작업이었을 거다.

‘나도 의외로 손재주가 있단 말이야.’

이전의 아드리아스에게 있던 거의 유일한 재능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

물론 상태창에 나올 정도로 특출한 건 아니지만.

“수리는 끝났으니까 기다리던 진화 타임이다.”

아쉽게도 니켈의 진화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32%의 확률은 솔직히 너무나 위험했다.

[레버넌트 파이터(전설)]

[진화 중…….]

[남은 시간: 342시간 28분 03초]

14일하고 6시간 정도 걸리네.

2주 정도인가.

티무르는 내가 진화를 사용하자 마치 몸이 간지러운 것처럼 몸을 긁었는데 그 모습이 꼭 진짜로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니켈이랑은 또 반응이 다르네.

‘이제 남은 일은 루시아의 치료 약이랑 벤자민이랑 만나기로 한 약속. 다음 주에는 교류회인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 와중에 카일러의 물약이 외부로 나오는 것도 감시해야 하니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바쁘게 산만큼 미래의 대비를 해 놓는 거니까.’

하지만 스스로의 단련도 멈출 수 없었다.

기왕 마법학부에 남기로 했으니 땅 계열 마법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의 마법도 익혀야지.

* * *

크리스 유노르는 명문검가 유노르 후작가의 장손으로 그 자부심이 대단한 자였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검을 익혀 온 그는 14살이 되던 날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모나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를 권유받았다.

‘가문의 검술은 깊다. 하지만 좁은 우물과도 같지. 더 넓은 세상을 배워 오거라.’

크리스는 앞서 말했듯 자신의 가문과 그 검술에 자부심이 대단했으나 차마 아버지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는 은연중에 가문의 검술보다 뛰어난 검술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챙그랑!

‘루이스가 크리스를 이겼다!’

‘대단해! 어떻게 검술명가 출신 크리스를 이긴 거지?’

그러나 그의 자존심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그것도 같은 명문가 출신도 아닌 고작 평민에 의해서.

‘고작 평민 따위가, 가문의 검법도 없는 무지렁이가!’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더욱 분한 건 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꽉 막힌 성격과 잣대는 자신에게도 엄격했음에.

‘빌어먹을.’

그 뒤로 크리스는 자신의 몸을 갉아먹을 기세로 수련에 임했다.

어떻게 해서든 실추된 명예와 명성을 되돌려 받아야 했다.

그렇게 3년.

그는 여전히 루이스를 이길 수가 없었다.

루이스를 이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뒤를 바짝 추격해 오는 세레나로 인해 밤잠도 설칠 정도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모나스 아카데미에서의 3년.

자신이 그 누구보다 노력하였음을 주변 모두가 알 정도로 수련했다.

물론 누군가는 휴식의 일환도 훈련이라 하였지만 자신의 이 불안한 마음은 휴식이 휴식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로들렌 아카데미에 입학할 이유가 없었던 크리스는 불안감에 쫓기듯 루이스와 세레나의 뒤를 따라 함께 입학하였다.

쿵!

근력 향상을 위해 일반인은 감히 움직이지도 못할 중량의 바벨을 내려놓은 크리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그의 주변에서 대화를 하고 있던 학생들이 크리스를 보며 다가왔다.

“아, 크리스! 운동 끝났어?”

“아니. 아직이다.”

“그래? 아니 다른 게 아니고 너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어제 오전 강의 끝나고 루이스가 마법학부에 쳐들어갔대!”

“흥. 알 바 없다.”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휴식 시간이 끝났음에도 바벨을 들지 않고 기다리는 크리스였다.

그리고 말을 하던 학생들도 그런 크리스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뒤를 이어 말했다.

“이번에 있던 토너먼트에서 유명해진 사람을 찾아갔대. 아드리아스 크롬웰이었나? 나는 못 봤는데, 그 마법하고 검 같이 사용하는 사람.”

크리스는 그 말에 순간 열이 뻗쳤다.

감히 검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찍어 먹어 보기만 하는 녀석이 대체 뭐라고!

최근에는 자신과의 대련도 점점 뜸해지는 루이스가 그런 이도 저도 아닌 놈을 찾아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웃긴 건 뭔지 알아? 루이스가 찾아가서 대련 신청했는데 그 아드리아스라는 사람이 대답 한마디 없이 무시했대.”

거기까지 들은 크리스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이야기를 해 주던 학생들이 다급하게 물었다.

“크리스? 어디 가?”

“마법학부.”

그 한 마디만 남긴 채 사라지는 크리스였다.

* * *

모든 강의가 끝나고 하루의 마무리를 할 저녁 시간.

세레나는 조금 전에 전해진 소식으로 인해 다급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이 바보 같은 게!’

그 소식이란 크리스가 돌연 마법학부에 쳐들어간다는 이야기였다.

거기까지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그 목표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말리러 갈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에게 있어서 루이스의 존재는 애증의 목표였다.

그런 루이스가 무시당했다는 이야기에 본인이 직접 나서는 거겠지.

그러나…….

‘그날 본 아드리아스 선배는…….’

지금의 그녀나 크리스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아마 크리스는 토너먼트를 보지 않았기에 저리 무모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거다.

크리스의 유노르 가문과 세레나의 에레스티얼 가문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라이벌 가문이었다.

라이벌이라고는 해도 딱히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고 서로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경쟁을 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그 어떤 가문보다 우애가 깊은 것처럼 보이는 사이였다.

그런 사이의 가문들이었던 만큼 세레나와 크리스도 어렸을 적부터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성장했었다.

좋은 라이벌이자 친구.

그게 그들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조금 어긋났지만.’

크리스가 자신의 가문에 자부심을 가졌을 때도, 지금처럼 꽉 막힌 성격은 아니었다.

귀족으로서의 명예를 알며 기사도를 설파하는 여느 평범한 명문가의 자제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는 모나스 아카데미에서 만난 거대한 빛으로 인해 어둠이 되고 말았다.

‘어두워졌지. 예전과 같이 웃지도 않고.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수련만 하고.’

어둠.

그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고독이었다.

크리스는 고독을 곱씹으며 외로운 늑대처럼 변해 갔다.

타인의 접근을 거부하고 오로지 빛을 쫓아가는 검은 늑대가 된 크리스.

세레나는 그런 크리스가 안타까우면서도 연민을 느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알기에 더욱 그러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이기에 크리스를 말리러 갈 수 있었다.

‘늦었으려나.’

그녀는 품 안에서 태블릿을 꺼내 소식을 확인했다.

다행히 함께 있던 그의 동기들이 크리스를 따라가며 세레나에게 문자를 주고 있었다.

‘마법학부 도착! 근데 아직 아드리아스 선배는 못 찾고 있음!’

문자를 확인한 세레나가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제발…….”

아드리아스 크롬웰의 악명은 자자했다.

지금은 조금 변했다고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인성 파탄이 난 쓰레기와 같았다고 한다.

그런 선배에게 크리스가 먼저 시비를 걸면 자칫 잘못하면 퇴학, 그게 아니어도 어딘가 한 군데 부러져서 치료소 신세를 면치 못할 거다.

학기 초인 만큼 강의 하나, 하나가 중요할 때에 입원 신세는 치명적이었다.

크리스가 그토록 신경 쓰는 명예와 명성이 추락하는 건 덤.

생각을 하는 도중 새로운 문자가 갱신되었다.

‘세레나! 일단 내가 먼저 발견했거든? 마법학부 연구동에 있는 아드리아스 선배. 근데 크리스도 이쪽으로 올 것 같아. 빨리 막아 줘!’

마침 열차가 마법학부 부지에 들어왔다.

이대로 연구동까지 열차를 타면 걸어가는 크리스보다 미리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이번 역은…….”

드디어 열차가 도착하고 세레나는 열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크리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크리스!”

세레나의 외침에 크리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네가 왜 여기 있지?”

“왜 여기 있기는! 너 때문에 왔지!”

세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부터 크리스를 설득해야 할 일이 떠올라 골치가 아팠다.

“크리스. 너 아드리아스 선배 찾으러 온 거지? 그러지 말고 그냥 돌아가자.”

“어디서 뭘 들었는지는 몰라도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너나 돌아가라.”

그때 어느 한 방향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찾아왔다고?”

순간 등 뒤로 소름이 돋은 세레나가 고개를 돌려보자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보였다.

대경기장에서 보았던 그 야수 같은 기운과 흉폭한 미소는 어디 갔는지 차갑디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싸늘하게 자신과 크리스를 보고 있었다.

“당신이 아드리아스 크롬웰?”

크리스가 묻자 아드리아스가 이건 또 뭐 하는 놈들이지 싶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너, 신입생이지?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군. 선배한테 당신?”

예상했던 대로 소문의 아드리아스는 보통의 성격이 아니었다.

굳이 호칭을 따지고 들어가는 아드리아스의 말에 크리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난 나보다 약한 자에게 선배 대접할 생각이 없소.”

“크리스!”

안 그래도 심각해지는 분위기 속에 세레나는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았다.

이 멍청한 게 주제도 모르고!

그리고 크리스의 말을 들은 아드리아스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그런 소리를 했던 기사학부 녀석이 토너먼트에 또 있었지.”

갑자기 고개를 꺾어 뼈 소리를 낸 아드리아스는 크리스와 세레나를 보며 말했다.

“보니까 날 찾아온 거 같은데…….”

아드리아스의 기운이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 끈적하고 어두운 기운에 세레나는 물론이고 크리스마저 움찔했다.

“원하는 대로 해 줄게. 한 번 날뛰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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