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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60화 (60/415)

60화. 항구 도시 뮤리엘 그리고 카를로스 알븐

“그만! 멈춰!”

뒤에서 들려오는 톨먼의 음성에 나는 잡았던 상대의 멱살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상대는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바닥에 누웠다.

“끄으.”

아무리 기사학부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불시에 턱을 맞으면 정신을 못 차리는 게 당연했다.

만약 미리 대비를 하고 마나를 두르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설마 마법사가 먼저 다가가서 주먹질을 할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의표를 찌르는 훌륭한 작전이었다.’

……라고 애써 표현해 보았다.

절대 도발에 넘어가서 팬 게 아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학생.”

다가온 톨먼이 나를 묘한 눈빛으로 보며 다가섰다.

그는 이내 쓰러진 아슬란의 상태를 살피고 말했다.

“분명 시합 시작 전에 무력한 상대를 향한 공격은 멈추라고 했을 텐데?”

“교수님.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뭐지?”

“보시다시피 저는 마법사고 상대는 기사학부 학생입니다. 저로서는 지지 않기 위해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필사적으로 상대를 공격하지 않았으면 이미 가까이 다가온 상대에게 도리어 제가 당했을 겁니다.”

상식적으로 기사와 마법사가 육탄전을 펼친다는 게 말이 될 수 없었다.

물론 몇몇 예외는 있기는 하지만 앞에 있는 톨먼과 같이 그런 예외가 흔한 일일 수는 없지.

내 말을 들은 톨먼도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다. 네 변론을 받아들이지.”

그는 이내 시합의 심판을 맡은 조교에게 말했다.

“승자는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다.”

“예. 교수님.”

곧이어 아슬란이 치료소로 실려 갔다.

나는 조교에게 다음 시합에 대한 일정만 빠르게 듣고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솔직히 아슬란이 조금만 더 냉정하게 대처했으면 조금 더 경기가 길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의미 없는 가정이겠지.

‘낙승이군.’

* * *

“와아……. 저게 뭐야!”

루시아의 입에서 조금은 멍청해 보이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비비안은 그런 루시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자신이 봐도 저건 뭔가 싶었으니까.

“저거 마법사 맞아요?”

“응. 아드리아스는 마법사야.”

“그게 아니라 지금 저 주먹질이 진짜 마법사가 휘두르는 주먹이 맞냐 이 말이죠.”

비비안은 아드리아스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이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녀의 눈에 비치는 아드리아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의 움직임이 간결하고 날렵해. 꼭 검객의 움직임…….’

곧이어 톨먼이 말리는 걸 확인한 비비안은 아드리아스가 승자가 되는 것까지 보고 일어났다.

“아드리아스 선배 그렇게 안 봤는데, 별 희한한 걸 봐 버렸네. 어, 어디 가세요?”

“나도 이제 준비해야 돼.”

“네? 아, 토너먼트 참가하시는 거였어요?”

“응. 잠깐 구경 온 거야.”

“응원할게요.”

“고마워.”

아드리아스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알 수 없는 교감을 쌓은 둘은 어느새 친해진 상태였다.

오늘은 우연히 관중석에 앉아 있는 비비안에게 루시아가 넉살 좋게 다가와서 옆에 앉은 것뿐이었지만 둘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끈이 존재했다.

‘나도 지지 않을 거야.’

응원하는 루시아를 뒤로 하고 비비안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드리아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 * *

뒤이은 2차전은 더욱 싱거웠다.

나와 같은 4학년의 마법학부 학생이었는데 상대의 마법을 전부 피하며 마나 재능으로 락 스피어를 연사하자 결국 그대로 기권을 해 버렸다.

그렇게 차례차례 시합을 치른 끝에 나는 의외로 간단히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건 대진운도 한몫했는데?”

말 그대로 32강 본선에 올라가기까지 이렇다 할 녀석을 단 한 명도 마주치지 않고 올라왔다.

특히나 바로 직전의 시합은 상대가 이전의 경기에서 얻은 부상으로 인해 기권을 하게 되어 간단히 승리했을 정도였다.

“오히려 운이 너무 좋으니까 걱정되네.”

너무 잘 풀리니까 오히려 불안했다.

지금까지 내 행동으로 결과를 바꾼 적은 있어도 운이 좋아서 뭔가 잘된 적은 거의 없었기에 더욱 이상했다.

어쨌든 간에 기권승으로 간단히 이기고 방금 막 기숙사에 돌아온 참이었다.

이제 주말만 지내고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된다.

이미 마법학부 학생으로서 본선 진출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성적은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마음먹었듯 이 기회에 제대로 실력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검을 사용하는 한이 있어도 우승까지 노려 봐야지.’

마침 본선 첫 상대가 디에네 알븐이었다.

실력을 드러내기 딱 좋은 상대.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이번 토너먼트에서 준우승을 해야 했다.

하지만 나를 만나게 된 이상 그 미래도 바뀌게 되겠지.

“음?”

방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 바닥에 편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문틈으로 집어넣은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편지에 고개를 갸웃했다.

‘에이미가 보냈나?’

일단은 편지를 들고 의자에 앉았다.

편지를 뜯어 보자 에이미의 편지가 아닌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오랜만이구나. 아가야. 그동안 잘 지냈느냐?’

발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그 문장에서 누가 보냈는지 유추해 낼 수 있었다.

그 말투는 예전에 만난 적이 있던 모른 드왈스키의 것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어떻게 내 방에까지 편지를 배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함이 컸다.

모른이 나와 연관된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 길로 나락이었으니까.

‘갑작스런 편지에 놀랐겠구나.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아무 예고도 없이 글을 남기는 점, 이해해 주거라.’

이어서 편지를 읽자 내 마음을 예측한 듯한 글이 적혀 있었다.

그나저나 좋은 소식이라니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지?

‘이번 주말, 항구도시 뮤리엘에서 경매가 열린다. 그리고 내가 비밀리에 입수한 정보로는, 이번에 열리는 경매에서 드래곤 레어에 대한 정보가 담긴 지도가 풀린다고 하는구나.’

드래곤 레어.

조금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나는 이미 2 군데의 드래곤 레어를 알고 있었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장소들은 지금 당장 갈 수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

‘내가 알고 있는 장소가 아니라면 확실히 욕심나기는 하는데.’

뮤리엘의 경매는 이미 꿰차고 있었다.

비단 뮤리엘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웬만한 경매장들의 앞으로의 일정과 품목들을 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지만 지금은 게임 시작 직전의 과거.

내가 모르고 있던 경매와 경매 물품이 있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의문인 점은 이러한 정보를 알려 주는 모른의 저의였다.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냉큼 받아먹을 수가 없네.

‘아버지가 그의 제자였다는 사실만 알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우리 아버지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걸까.

나한테 잘해 주는 이유를 못 찾겠다.

어찌 됐든 마저 편지를 읽어 나갔다.

‘이 정보는 아마 경매 진행자도 모르고 있을 게다. 그저 평범한 책자로 오해하고 있을 테니. 만약 생각이 있다면 토요일 오후 10시 44분부터 진행되는 경매에 참가해 보거라. 참석하는 방법은 밑에 서술해 두었다. 그리고 밑에 따로 그려진 내 문양을 경매장 직원에게 보여 준다면 녀석들이 알아보고 너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을 게야. 그러니 돈 걱정은 말거라.’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다 먹여 주려는 모른의 호의에 머리가 아파 왔다.

다음에 보게 된다면 어떻게든 이유나 물어봐야지.

왜 그렇게 잘해 주냐고.

“왜 자기가 안 챙기고 나를 주려는 거냐.”

혹시나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감수하고서라도 참가해 볼 만했다.

애초에 내가 모르던 경매 일정이니 내가 놓친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었고.

마침 토너먼트 본선 전 주말이라 할 것도 없었는데 후딱 갔다가 후딱 돌아와야지.

* * *

항구도시 뮤리엘은 항구도시라는 이명에 어울리게 수많은 배들이 오고 가는 거대한 항구였다.

원래부터 큰 건 아니고 워낙 유동 인구가 많으니 자연스레 발전한 케이스였다.

그렇게 유명한 곳인 만큼 수도에서 한 번에 가는 직행열차가 존재했는데 거리에 비해 고작 5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진짜 사람이 많군.’

이렇게 일찍 방문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었는데 말이야.

원래라면 뮤리엘에 내년에 있을 경매에나 참가할 예정이었다.

‘뮤리엘에는 두 가지 경매가 있지.’

하나는 양지에 드러난 경매, 황금의 연회.

나머지 하나는 내가 노리고 있는 음지의 경매장, 돈이 흐르는 밤.

두 경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초대받아야 참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날에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초대받지 못한 나는 아쉽게도 황금의 연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도시는 활기가 넘쳤다.

주말이라 더욱 활발한 것 같았는데 조금은 일찍 온 김에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나 어딘가로 향하기도 전에 정말 예상치 못한 사람을 곧바로 마주치게 되었다.

“어! 아드리아스, 아니 크롬웰 각하!”

찰랑거리는 검은빛의 머리카락마저 잘생겨 보였다.

그는 간단한 심장 보호대와 가죽 갑옷을 입은 가벼운 차림의 사내였는데 반가운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이야,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도대체 몇 년 만이죠?”

그는 디에네 알븐의 오빠이자 알븐가의 장남인 카를로스 알븐이었다.

이 녀석 때문에 테러의 존재를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본인은 아는지 모르겠다.

카를로스는 백작이 되고서는 처음 보게 되는 터라 어색한 경어를 사용했는데 오히려 내가 부담스러웠다.

“카를로스 형님. 그냥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부담스럽군요.”

“아니, 아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알븐가의 장남이며 자작의 작위를 받았는데 어떻게 저보다 작위가 높으신 크롬웰 각하를 함부로 부르겠습니까.”

악동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은근히 말하는 게 나를 놀릴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고개를 저은 내가 제대로 인사를 건넸다.

“어쨌든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런 곳에서 볼 줄은 저도 몰랐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따로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까?”

“예. 근데 밤에 있는 약속이라 한가했습니다.”

“잘됐네! 아니, 잘됐네요. 그럼 저랑 같이 저기 좀 갑시다.”

카를로스의 손끝이 황금의 연회가 열리는 경매장 건물로 향했다.

경매장을 찾아온 거였군. 마침 저곳도 오늘 열리는 날이니.

안 그래도 호기심이 동했는데 초대장이 없어서 못 가던 참이었다.

근데 운 좋게 카를로스 알븐을 만날 뿐만 아니라 함께 가자고 할 줄이야.

알븐가의 장남인 만큼 초대장쯤이야 있을 테고 나는 동행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바로 가시죠!”

경매장 입장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는 초대장을 지니고 있었고 나는 동행인의 자격으로 아무런 제지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역시 알븐답네.’

안내받은 곳은 VIP만을 위한 개별 방이었다.

2층에 위치한 자리였는데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2층의 다른 참가자들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앞쪽에 난 통유리를 보자 1층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좌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경매는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 VIP 룸에는 따로 태블릿이 설치되어 있어 경매 물품이 뭔지 자세히 설명이 나와 있었다.

부호들을 위해 준비한 물건들이 많아 보였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품이 나올 때마다 잘 살피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태블릿을 확인하는 나를 향해 카를로스가 말했다.

설마 사 주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형님이 사 주기라도 하시게요?”

“그럼요.”

너무나 흔쾌히 대답하는 카를로스를 내가 멍하니 보고 있자 그가 말을 이었다.

“생명의 은인에게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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