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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4화 (14/415)

14화. 새로운 재능, 월말 평가 그리고 무안공(武安公)

휘익!

강렬한 기세가 실린 나무 막대기가 깔끔한 동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마치 수년은 수련한 듯 검 끝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어때?”

지켜보고 있던 니켈에게 물어보자 턱을 쓰다듬던 녀석은 이내 성에 안 차지만 봐준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오러 마스터였던 전적이 있으니 내 검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겨우 한 달 가까이 수련한 것치고 엄청난 성과였다.

회복과 재생 포션을 사용한 지 3주 차.

나는 포션의 덕을 톡톡히 느끼며 매일 같이 수련에 힘쓰고 있었다.

그리고 수련 도중 놀라운 능력도 얻게 되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인간

―마나: 1620

―특성: 듀얼 코어, 진화

―재능: 흑마법 사령 계열(범재), 원소 마법 물 계열(둔재), 포션 제조 버프 계열(수재), 운동(영재)

―스킬: 흑마법 상세〉〉 원소 마법 상세〉〉

―흑마법: 초급 사령술 (3/100) 〉〉 스켈레톤 소환 LV4

―원소마법: 초급 땅 계열 (9/100) 〉〉 그리스 LV6, 락 스피어 LV3, 어스 실드 LV5

그간 니켈을 계속 소환하여 사령술이 초급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내게 새로운 재능이 생겼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무려 영재급 재능이었다.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

일주일 전쯤, 그저 평소와 같이 포션빨로 니켈에게 검술을 배우던 도중이었다.

뭔가 대단한 성과나 성취를 이루어 낸 것도 아니었다.

―띠링!

[끝없는 노력의 결과, 김진환의 재능 일부가 계승됩니다.]

[재능 ‘운동(영재)’를 획득하였습니다.]

갑작스레 뜬 화면이 수련을 하던 내 시야를 가렸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우선 내용부터 등급까지 뭐 하나 거를 타선이 없는 재능이었다.

‘운동’

무려 A급 재능이었다.

재능은 그 내용이 짧을수록 좋다.

만약 운동 중에서도 ‘운동 달리기 계열’ 이런 거면 C급 재능이 되는 거다.

‘전생의 내가 재능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까 대단한 능력처럼 느껴지네.’

포션 제조 재능의 진화로 한 끗 차이의 재능도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얼마 전에 느낌 참인데 내가 무려 영재급 재능이었다니.

하긴 그 정도는 해야 부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거다.

내가 괜히 장애 하나 없이 무사 전역을 한 게 아니지.

덕분에 재능을 계승하자마자 내 검술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포션을 먹기 시작하고 고작 3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꽤 그럴듯하게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마나를 깨우치기만 하면…….’

이미 마나를 한 번 깨우친 이들은 처음 각성한 마나의 장소에 따라 길이 갈린다.

마법을 배우는 이들은 심장에 마나 저장소가 만들어지고 기사들은 단전이라 불리는 배꼽 아래에 저장소가 생긴다.

이 위치에 따라 마법을 사용하느냐 검을 사용하느냐로 나뉘며 한 번 만들어진 저장소의 위치를 바꾸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내겐 듀얼 코어의 특성이 있었다.

‘마법도 쓸 수 있고 검도 사용할 수 있지.’

물론 나만 가능한 건 아니고 일종의 돌연변이와 같은 확률로 둘 다 사용 가능한 이들이 태어나긴 한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을 지닌 자들은 자신이 특이체질이란 것도 모르는 채 하나만 익히다 생을 마감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하나에만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세상에서 둘 다 해 보려는 것 자체가 이상한 놈이었다.

나같이 이미 알고 있거나 머가리가 텅텅 빈 놈이나 시도해 보지.

어쨌든 이제 조금만 더하면 단전도 생길 것 같아 기대가 되는 하루하루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수련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니켈이 막대를 휘두르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내일 중간 평가가 있거든. 무슨 시험인지는 몰라도 조금 쉬어 둬야지.”

다른 전공과목들은 다음 주에 평가가 있는 반면 가장 먼저 공지를 한 전투 마법학은 내일이 평가였다.

기사학부에 가서 무얼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무난한 과제이기만을 빌었다.

* * *

로들렌 아카데미의 부지는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우선 동쪽에는 로들렌 아카데미의 부속 아카데미이자 하위 격인 모나스 아카데미가 있었으며 정원이 총 1,000명이나 되었다.

1,000여명의 학생들의 생활공간과 교육 공간이 필요했고 이외에도 수련장, 대련장, 연구동, 채집동, 사육동 등 갖가지 시설물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로들렌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모나스의 거의 10배 규모의 시설들이 존재했다.

교육 시설 및 생활공간은 물론 유흥공간과 온갖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숲부터 비밀스러운 로들렌 마탑의 부지까지, 아카데미 내부에서만 운행되는 미니 마나 열차가 따로 존재할 정도였다.

그렇게 넓은 곳이다 보니 같은 아카데미 내부임에도 기사학부와 마법학부의 물리적 거리는 멀 수밖에 없었다.

교류의 기회라고는 강의가 없는 시간 동안 방문하는 생활공간과 유흥 공간이 전부였다.

“하아.”

마치 꿈에 빠진 소녀처럼 홍조를 띄우며 한숨을 내쉬는 디에네를 유리히가 혀를 차며 지켜보았다.

“기사학부에 가는 게 그렇게 좋냐?”

“응? 아니, 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입에 침이나 닦고 말해라.”

유리히의 말에 디에네가 황급히 입가를 더듬었다.

“농담이야. 그걸 믿냐?”

“나빴어.”

“네가 방금 네 표정을 봤어야 했는데. 진짜로 침 흘릴 것 같았다니까?”

디에네가 토라진 척하며 시선을 마나 열차의 창밖으로 돌리자 유리히가 애써 사과하며 손을 빌었다.

결국 웃음이 터진 디에네의 모습을 같은 칸에 탑승한 남학생들이 감탄하며 곁눈질하고 있었다.

“아. 기사학부 하니까 생각났는데 이번 연말 행사에 카를로스 오빠도 온다 하지 않았었나?”

“어. 이번에는 꼭 온대.”

“오올, 우리 디에네 좋겠다? 그렇게 좋아하는 오빠 얼굴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뭔 소리야. 내가 그 오우거를 좋아하기는 뭘 좋아해.”

“흐흐. 우리 디에네는 참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으아아. 안 들린다!”

귀를 막고 고개를 젓는 디에네를 한동안 웃는 낯으로 놀려대던 유리히의 시선이 어느 남학생의 뒤통수로 향했다.

“디에네, 디에네.”

“왜 또.”

“요즘 소문 들었어?”

“또 무슨 소문?”

“요즘 운동하는 괴짜 마법사가 나타났다고 하잖아.”

“운동하는 게 왜 괴짜야. 나도 운동하는데. 톨먼 교수님도 말했잖아. 마법사라고 연구만 하지 말고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야 정말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아니, 그런 운동 말고 진짜 기사들이나 할 법한 운동을 한다니까?”

“그래? 하긴 소문이 될 정도면 어지간한 수준은 아닌가 봐?”

“어. 근데 그 소문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

디에네는 곁눈질을 하며 말하는 유리히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이 여전히 거슬리는 인물이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책에 빠져 있었다.

“아드리아스?”

“딩동댕! 정답입니다.”

“에휴, 말을 말자. 난 쟤한테 별 관심도 없어.”

“흐흐, 천하의 기사 사랑꾼 디에네조차도 거부하는 건가!”

“뭔 소리야. 쟤가 왜 기사야. 운동 좀 한다고 다 기사면 이 세상에 기사가 아닌 사람이 없겠다.”

그렇게 투덜거린 디에네는 슬쩍 아드리아스가 읽고 있는 책을 확인하려 했다.

다행히 그의 옆자리에는 그가 가져온 책이 몇 권 쌓여 있었다.

‘마법의 기초, 마나 배열의 정의와 이해, 기초 술식의 활용? 왜 저런 걸 읽고 있는 거야?’

모나스 아카데미에서도 다룰까 싶은 기초 서적들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저번에는 조금 어려운 걸 읽는 것 같더니 뭐지?

“아니 그건 그렇고 좀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뭐? 아드리아스? 글쎄 난 관심 없다니깐.”

“아니, 운동을 한다고 들어서 그런지 몸 말이야, 몸.”

유리히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시선이 돌아갔다.

확실히 몸이 조금 다부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이야기를 들어서 그렇지 만약 운동을 한다고 듣지 못했으면 몰랐을 것 같다.

애초에 마법사용 로브를 입고 있어서 몸의 형태도 잘 드러나지 않았고.

“저번에는 새로운 포션을 뚝딱 만들어내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고, 드디어 철이 좀 든 건가?”

“그렇게 관심이 있으면 고백이라도 하시든가요.”

“내가? 아드리아스랑? 푸하, 아하하하하하!”

갑작스런 대폭소에 열차에 있던 학생들이 전부 유리히를 쳐다보았다.

디에네는 부끄러움이 몰려들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도도하고 기품 있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혼자 웃긴 생각을 해 가지고.”

능청스럽게 사과를 하며 시선을 넘긴 유리히가 창밖을 보고 있는 디에네를 불렀다.

디에네도 언제 창밖을 봤냐는 듯 태연하게 자세를 다시 잡았다.

“디에네, 네가 그런 농담도 할 줄이야.”

“농담 아닌데? 그렇게 관심이 가면 사귀어. 우리 아카데미는 건전한 이성 교제를 항상 응원한답니다.”

“에이. 누구 혼삿길 망칠 일 있어? 아드리아스랑 사귀었다는 소문이 돌면 그 순간부터 여자로서의 인생은 끝일걸?”

“그래도 저거 봐. 지금도 책 읽으면서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진짜 네 말대로 철이 들었을 수도 있지.”

“미안. 디에네. 다시는 안 까불게. 제발 아드리아스랑은 엮지 말아 줘.”

때마침 마나 열차가 도착을 알리는 방송음을 내보냈다.

“이번 역은 오클랜드 수련장 역입니다. 3분간 정차 후 다음 역, 리오스 기숙사로 출발합니다.”

방송음이 끝나자 맨 앞 좌석에 앉아있던 톨먼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리실 준비해 주세요. 도착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열차 내부는 기묘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표정을 굳히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게 마치 전장에라도 임하는 모습들이었다.

“오오. 분위기 살벌한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기사와 마법사.

둘 중 누가 더 강한가 하는 이야기는 이 세상의 역사가 시작한 지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논제였다.

재능으로 따지면 마법사가 되는 것이 더 힘들었기에 마법사들은 알게 모르게 특권의식이 있었고, 기사들의 경우 육체적 고행이 없는 마법사들을 샌님이라 부르며 무시했다.

서로가 서로를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알게 모르게 있었기에 그들의 라이벌 의식은 사뭇 대단했다.

이것은 비단 아카데미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파벌이 갈리는 이유가 되기도 했으며 이권 다툼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드디어 열차가 정차하고 문이 열리자 톨먼 교수를 필두로 마법학부 3학년생들이 하차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곳에는 기사학부 학생들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치 기싸움이라도 하려는 듯 엄청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기사학부를 통솔하는 교수도 그걸 말릴 생각은 없는지 오만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마법학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하! 톨먼! 잘 있었나?”

“클로슈 전하!”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기사학부 틈에서 손을 흔들며 나왔다.

그를 본 마법학부 학생들은 물론 교수인 톨먼조차 기겁을 하며 잰걸음으로 다가갔다.

붉은 머리카락이 사방에 뻗친 야수와 같은 덩치의 사내가 다가온 톨먼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만이네, 톨먼. 거의 1년 만이군!”

“전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물론이지. 자네도 건강해 보여 다행이군.”

난데없는 클로슈 공작의 등장에 마법학부 학생들이 입을 벌린 채 그를 보았다.

심지어 공작의 영애인 디에네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마법사와 기사들 간의 기싸움이 심하다고는 해도 감히 오러 마스터를 무시할 수 있는 마법사는 몇 없었다.

“근데 여기에는 어쩐 일로……?”

“아, 잠깐 사람을 만나러 왔었네. 지금은 용무가 끝났고 온 김에 알븐 영감이나 볼까 했다가 마침 자네가 이곳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렸지.”

“그렇군요. 오랜만에 뵈어 기쁩니다.”

그렇게 수다가 시작되려는 기색이 보이는 때에 클로슈 공작의 시선이 누군가를 향했다.

“음?”

그는 잠시 긴가민가 살펴보더니 그 인물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다 이내 그가 멈춰 선 곳에 있는 학생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왜 쟤한테? 바하트 알븐의 딸인 디에네 알븐이 아니라?

그런 학생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로슈 가문의 공작, 무안공(武安公) 싱클레어 클로슈는 이를 드러내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

“자네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인가?”

수많은 시선들이 질문을 건네받은 아드리아스에게 쏠렸다.

단지 다가선 것만으로 저릿할 기운이 느껴지는 클로슈 공작을 앞에 둔 아드리아스의 꼴사나운 반응을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 달리 아드리아스는 자신 앞에 선 거인을 덤덤하게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예, 제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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