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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1화 (11/415)

11화. 루시아, 계획 그리고 니켈의 검술

강의실에 도착하자 루시아가 잠에서 덜 깬 멍한 눈을 비비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선배. 왜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어요? 안 더워요?”

나를 보는 루시아의 눈초리가 마치 변태를 보는 듯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이 전부 한 번씩 나를 돌아봤다.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럼 쉬지 뭐 하러 나왔어요.”

“출석은 해야지.”

“의외네요? 선배가 그렇게 출석을 챙기시다니.”

당연히 챙겨야지.

장학금이 걸려 있는데.

“하여간 별난 선배네요.”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니거든.”

나라고 좋아서 이러고 있겠냐.

전날 있었던 일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목도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목도리만 차면 수상하니 아예 겨울옷을 꺼내다 입었는데 쪄 죽을 것만 같았다.

‘언제쯤 아무려나.’

내가 이러는 이유는 다름 아닌 흉터 때문이었다.

목에 선명하게 남은 송곳니 자국은 마음대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걸 내보이고 다니다 카론이 보거나 알게 되면 나를 잡아 족칠 게 분명했다.

‘죽지 않은 건 다행인데 이런 고약한 장난이나 하고.’

에휴. 어쩌냐.

약한 내가 참아야지.

전날, 안젤라는 약속을 하나만 지킨다며 내 목을 물고는 다시 보게 될 거라는 말과 함께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가 지킨 약속은 나를 살려 준다는 것.

지키지 않은 약속은 카론을 죽이는 일이었다.

굳이 약속 때문이 아니더라도 카론에게 충분히 원한이 있을 법한 그녀가 그냥 가는 게 의문이었지만 의문은 그저 의문일 뿐.

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험, 험.”

약초학 교수가 강당에 들어섰다.

그는 오자마자 눈에 띄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 학생?”

“예.”

“왜 그러고 있지? 어디 아픈가?”

“예, 감기가 좀.”

“아프면 그냥 들어가게. 강의 이수는 체크해 줄 테니.”

오예.

나는 곧바로 일어나며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래. 자네 이름이 뭐지?”

“아드리아스 크롬웰입니다.”

“아드리아스?”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교수는 출석부에서 시선을 떼며 나를 보았다.

그런데 그 눈빛이 적대감으로 번들거렸다.

“아아. 자네가 그 학생이군. 새로 포션을 제조했다는?”

“예. 맞습니다.”

“저번 수업 때 혼피시를 말했던 것도 자네였고?”

“……예.”

뭐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왜 갑자기 취조실의 분위기가 풍기는 거지.

“왜 약초학 교수인 나를 놔두고 그리했는지 모르겠군. 혹시 내가 자네에게 부담스러웠나? 조언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는데 말이야.”

이것 때문에 그랬군.

한 마디로 자신의 전문 분야인데 왜 떡고물을 나눠 주지 않았냐. 이 말이구나?

웃기는 새끼네.

내가 물어봤을 때는 비꼬기나 했으면서.

“전 분명 그때 조언을 구했던 걸로 압니다.”

“뭐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번 수업 당시에 제가 질문을 했던 걸로 압니다. 마침 제가 새로 발명해 낸 포션의 재료들이었죠.”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수업을 자네 혼자 듣나? 당연히 그때는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강의를 진행한 거지.”

“그럼 제가 수업이 끝나고 따로 찾아갔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자네, 말이 좀 공격적이군.”

아, 몰라.

그냥 들이받아 버려!

난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

아드리아스와 합체한 김진환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이 말이야!

“제가 왜 굳이 교수님에게 따로 조언을 구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사회생활을 잘하라는 의미입니까? 애초에 수업 시간에 질문한 학생을 비꼬기만 하셔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씀을 하시니 저로서는 당황스럽네요.”

질렀다.

시원하게 질렀어.

내 말에 벌겋게 변한 버반 교수의 얼굴이 푸들푸들 떨렸다.

뭐, 어쩔 건데?

……설마 학점을 깎을 거니? 그건 좀 곤란한데…….

“이, 이……!”

“교수님.”

버반이 터지려던 그때 적절한 타이밍으로 루시아가 끼어들었다.

버반 교수가 이번에는 뭐냐 싶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려 했으나 이내 루시아임을 눈치채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말할게요, 말해도 되죠? 저는 저번 수업에 학우분께서 말한 재료에 의문을 가지고 따로 찾아가서 직접 물어봤거든요. 그 덕분에 이번 포션 제작의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죠.”

갑작스레 시작된 루시아의 속사포에 버반은 내게 화내려던 것도 참고 억누른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줬다.

“만약 교수님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더 빨리 만들었을 텐데 그건 아쉽네요. 하지만 이렇게 직접 하나하나 의문을 가지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연구를 해 보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봐요. 우리 마법사들의 본분이 그런 거잖아요?”

“그, 그렇지요.”

버반 교수가 말을 높인다? 게다가 나 때와는 달리 찍소리도 못 낸다.

아무래도 둘 사이에 뭔가 있는 듯싶은데.

뭐가 있었지?

게임 속 루시아를 생각해도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단지 추리해 낼 수 있는 건 루시아의 가문인 에버라스트가 연관되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

그래도 루시아가 나서 준 덕분에 상황이 반전된 느낌이다.

“다음부터는 교수님에게도 조언을 구해 보며 새로운 제조들을 시도해 볼게요. 물론 교수님께서도 앞으로 저희와 같이 열정적으로 신물약을 개발해 내실 거라 믿어요.”

“으흠! 예. 물론입니다.”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버반이 애써 시선을 돌렸다.

이제 그만 말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한 그 모습에 루시아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래, 고맙다. 인마.

“그럼 아드리아스 학우는 이대로 복귀하는 걸로 하죠.”

“험! 그, 자네는 몸이 아파 보이니 그만 가도 되네. 다음 수업 때는 몸 관리를 좀 잘해서 오게나.”

표정은 지금 당장 욕을 하고 싶다는 기운이 역력했지만 내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루시아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애처로웠다.

‘고맙다.’

내가 소리는 내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감사를 표하며 자리를 뜨자 루시아가 장난스럽게 미소 지어 보였다.

* * *

루시아는 문밖으로 나가는 아드리아스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변했어.’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그녀도 아드리아스에게는 관심이 없었기에.

그녀가 느낀 아드리아스의 첫인상은 음침한 미역이었다.

구부정한 모습으로 뭘 생각하는지 모를 멍청한 표정.

얼굴을 치렁치렁하게 가린 머리카락은 그런 그의 모습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음침하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인상과 달리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달라붙었었다.

같이 밥을 먹자며 꽤 귀찮게 굴기에 한 번은 고가의 식당으로 부른 적도 있었다.

그때 지었던 아드리아스의 표정이란.

그 일이 계기였을까.

아드리아스는 그녀를 보면 피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녀도 관심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일어났다.

“혹시 혼피시의 진액이나 마타라타 뿌리껍질 같은 건 안 들어갑니까?”

갑자기?

라는 생각과 잘 생각해 보면 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그녀의 촉을 건드렸다.

어려서부터 선천적인 지병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약재는 물론 몬스터의 부산물까지 연구한 그녀다.

아드리아스가 말한 재료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고 시험해 볼 가치가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해 본 아드리아스는 묘하게 전과 달랐다.

굳이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었으나 뭔가가 달랐다.

물론 그게 다였다.

그녀의 관심이 아드리아스에게 쏠리는 일은 없었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힌트를 얻은 내용을 토대로 연구를 하다 나오자, 그와 우연히 다시 마주쳤다.

설마 아드리아스가 직접 연구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조금 놀랐다.

이런 미역 같은 작자도 나름 뭔가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정말 뭘 알고 연구를 하는 건가 싶어서 미끼를 살짝 던졌는데 바로 낚아채 버렸다.

솔직히 기대조차 안 하고 뱉어 본 말이었다.

왜냐하면 자신도 아직 확신하지 못한 재료이기에.

그러나 그 뒤로 나오는 그의 표정과 대화는 진짜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아드리아스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덥석 같이하자는 말이 나왔고, 결국 그는 승낙했다.

전과 달리 집적거림도 없고 자신을 대할 때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게 신선했다.

‘왜 아무렇지 않을까? 그냥 참는 건가?’

사실 그녀도 자신의 성격이 특이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4차원? 소시오패스? 자기중심적 사고? 나태함?

다 맞는 말 같았다. 그 정도가 덜할 뿐이지.

이렇게 된 데에 굳이 이유를 붙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불치병의 영향이 컸다.

겉으로는 괜찮았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시한부와 마찬가지.

그로 인해 뭘 해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자, 그러니 자하스는 최대한 잔뿌리가 손상되지 않게 다뤄 줘야 하고…….”

저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란 작자도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 놓고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했다.

물론 공부와 연구를 거듭할수록 절망과 좌절만 늘어 갔다.

이런 환경 덕분에 그녀의 곁에는 친구도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배경과 외모로 인해 친해지려는 인간들이 바글댔지만 결국 모두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일까.

비록 일주일뿐이었지만 자신의 특이한 언행을 모두 받아 주는 아드리아스가 신기했다.

최근에는 마법사답지 않게 운동까지 하니 이 사람도 만만치 않게 특이하구나 싶었다.

‘마법사가 운동이라니. 그것도 그 음침 미역 아드리아스가.’

지금쯤이면 음침은 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미역 아드리아스인가? 미역…….’

풋.

웃음이 터지자 강의를 듣던 학생들이 그녀를 돌아봤다.

하지만 웃은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러려니 넘어간다.

‘분명 선배라면 뭐라고 한마디 했겠지.’

왜일까.

방금 헤어졌음에도 아드리아스의 잔소리가 그리운 루시아였다.

* * *

오랜만에 시간이 남았다.

내 강의 스케줄은 예상외로 빡셌기에 주말을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었다.

‘그 주말도 포션 연구 따위로 바빴지.’

포션 연구가 아니어도 평상시 주말에는 카론의 심부름이 대부분이었다.

‘자, 이 시간에 뭘 해야 잘했다는 소문이 날까.’

우선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포션 제조, 운동, 마법 수련.

물론 셋 다 꾸준히 해야 하는 거지만 지금 정할 건 세부 계획이었다.

솔직히 포션 제조 같은 경우 바하트와의 내기가 아니었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부분이었다.

내기를 생각한다고 해도 아직 올해는 4개월 가까이 남아 부담이 크진 않았다.

게다가 바하트는 내게 따로 카드까지 주며 올해 동안만 재료비 걱정 없이 마음껏 연구를 하라고 했다.

‘거기에 포션 제조 재능도 생겼으니.’

물론 범재에 불과해 도움은 안 된다.

하지만…….

[아드리아스 크롬웰: 포션 제조 버프 계열의 진화 가능성 41%]

그새 진화 가능성이 9%나 올랐다.

며칠 사이에 알게 된 내용인데 진화 가능성의 경우 마치 숙련도와 같았다.

경험을 쌓을수록 가능성이 오르는 방식이었다.

‘진화에 실패하면 다시 시도할 수 있나?’

이건 아직 의문이었지만 혹시 모르니 안전한 수치까지 가능성을 올리고 진화를 시킬 셈이었다.

그리고 이와는 다르게 아직 다른 재능들은 진화가 가능하다는 창이 뜨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포션 제조를 했을 때처럼 숙련도를 쌓아야 하는 모양인데…….

‘문제는 흑마법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거지.’

현재,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였다.

카론처럼 숨겨진 개인 연구실이 있지 않은 이상 흑마법의 수련은 불가능했다.

‘잠시만, 그냥 소환해 놓는 것만으로도 숙련도가 오르나?’

갑작스럽지만 니켈에게 대충 옷만 입혀 주고 모습만 잘 가리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미친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방 안에서만 소환하면 들킬 이유도 없고 만에 하나, 아니 천만에 하나 누군가가 목격했을 때 스켈레톤인 걸 바로 눈치 못 채게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고로 나는 곧장 니켈을 소환했다.

[스켈레톤 솔저 한 구 소환]

곧바로 시커먼 아공간에서 니켈이 튀어나왔다.

저 안은 뭐가 있으려나?

“니켈 오랜만이야. 일단 옷부터 입자.”

나는 내가 입었었던 두꺼운 겨울옷을 니켈에게 입혔다.

그러자 언뜻 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 같았다.

“이제 숙련도가 오르느냐인데.”

소환사 캐릭터를 키웠을 때는 소환해 놓은 것만으로도 숙련도는 물론 스킬 레벨까지 올랐다.

과연 네크로맨서도 같은지 확인해야 했는데.

―흑마법: 기초 사령술 (20/100) 〉〉 스켈레톤 소환 LV3

흠, 일단은 두고 봐야겠다.

숙련도 창을 켜놓은 채 슬쩍 니켈을 살피자 녀석은 묘한 자세를 잡고 팔을 위아래로 휘두르고 있었다.

“너 뭐하냐?”

내 물음에 녀석은 방해를 받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허공에 글씨를 적었다.

“수련?”

와, 이 녀석.

내 해골이지만 콘셉트가 확실하다.

검 휘두르다 죽은 녀석 아니랄까 봐 본인만의 특색이 확실했다.

그러니 오러 마스터가 돼 놓고도 검만 휘두르다 죽었겠지.

……잠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니켈. 혹시 나한테 검술 좀 알려 줄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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