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6화 (6/415)

6화. 가능성, 돈 그리고 가족

스켈레톤 솔저.

2티어의 스켈레톤이다.

적어도 기초의 다음 단계인 초급 사령술이 되어야 나올 수 있는 스켈레톤이었다.

‘역시 틀리지 않았어. 이스터에그가 사실이었던 거야.’

자리에서 일어난 스켈레톤 솔저는 마치 인간인 것처럼 자신의 몸을 훑었다.

팔과 다리를 꼼꼼히 살피던 녀석은 이내 운동 능력을 확인해 보듯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그사이에 나는 녀석의 정보를 확인했다.

[스켈레톤 솔저(전설)]

―니켈 라이프힐

―언데드

―2티어

―특성: 자아/극의: 검劍

극의.

저 문구를 설마 스켈레톤 따위한테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중후반까지는 키웠을 때나 보았던 특성이다.

유일하게 성장으로 얻을 수 있던 특성.

극의와 관련된 것에 온갖 보정을 받게 해 주는 특성이었다.

‘겨우 2티어짜리 스켈레톤 솔저인데 극의라니. 얼마나 강할지 모르겠네.’

네크로맨서는 키워 본 적이 없기에 솔직히 감이 오지 않았다.

물론 게임에서 적으로 만난 적은 있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 중에서도 네크로맨서는 손에 꼽았기에 그렇게 많이 만난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금기시되는 게 네크로맨서. 같은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멸시받으니.’

아드리아스는 어쩌자고 이런 가시밭길에 발을 들였는지 모르겠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선대 크롬웰 백작이 죽은 직후였다.

‘아마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뛰어든 거겠지.’

카론 녀석의 입담도 한몫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음이 약해졌을 때를 노려 살살 꼬드기는 게 일품이었다.

그 조용하고 냉철한 놈이 아드리아스를 꼬드길 때는 어찌나 말이 많던지.

‘뭐, 결국에는 녀석의 하인 같은 존재가 됐지만.’

아드리아스가 죽는 이유도 대부분 카론의 명령으로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다 생긴다.

그게 아니면 반대로 카론을 방해하는 플레이어를 막다 죽거나.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하나.’

내가 살아남으려면 카론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우선은 강해지는 것.

그때 몸의 점검을 마친 스켈레톤 솔저가 내게 다가왔다.

“그래. 내가 네 주인이다.”

스켈레톤 솔저라고 부르기는 좀 그런가.

게다가 평범한 스켈레톤도 아닌 무려 오러 마스터였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니켈이라고 부르자.

“잘 부탁한다. 니켈.”

―딱! 딱!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긍정적인 느낌이었다.

계속 턱을 움직이며 딱딱거리던 니켈은 갑자기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글씨?

“자알, 부탁, 한다?”

―딱, 딱, 딱, 딱!

진중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해골바가지를 보자 헛웃음이 나온다.

스켈레톤이 의사 표현을 할 줄이야.

아마 현재 가장 강한 네크로맨서인 모른조차 믿지 않을 거다.

“그래. 천하의 오러 마스터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오러 마스터가 되자마자 죽어서 너도 억울하겠지만 앞으로는 내 밑에서라도 유명해져라.”

물론 내 밑에서 유명해져 봤자 악명만 늘겠지만.

니켈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검지와 엄지를 붙여 동그라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그 모습조차 진중한 게 마치 한 편의 코미디 같았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소환자인 내게 호의를 보이는 건 확실했다.

자, 이제 니켈도 잘 소환되었으니 정리하고 나가 볼까.

[현재 소환수 공간에 0/5가 존재합니다.]

[스켈레톤 솔저 한 구를 소환 해제 하시겠습니까?]

니켈을 캐리어에 다시 넣으려는 생각을 한 순간 낯익은 문구가 나타났다.

“뭐야, 네크로맨서도 소환사로 분류되는 거야?”

소환사를 한 번 플레이 해 보았기에 익숙한 문구였다.

이러면 귀찮게 숨길 필요도 없잖아.

나는 곧바로 니켈을 소환 해제시켰다.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 공간이 나타나 니켈을 집어삼키며 사라졌다.

소환도 되겠지?

[현재 소환수 공간에 1/5가 존재합니다.]

[스켈레톤 솔저 한 구 소환하시겠습니까?]

다시 소환하자 니켈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대신 마나가 닳네.’

소환을 해제할 때는 노-코스트였지만 반대의 경우 마나가 사용됐다.

이번 소환으로 마나는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들키지만 않으면 죽을 위험도 줄어들지.’

플레이어 전용 특전인가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다른 네크로맨서도 허공에서 언데드들을 소환했었다.

죽은 시체를 바로 살려 낸 것보다 훨씬 강한 녀석들을 따로 불러냈었으니 아무래도 이 소환 공간은 모든 소환사들에게 공통된 능력인 모양이다.

* * *

연구실을 나가기 전에 안젤라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곤히 잠에 빠진 듯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시간은 147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와서도 그녀가 깨어나면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기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나 읽었다.

‘대륙력 284년 개정판, 마법적 화학물과 그 조합물들의 작용 및 종류.’

뭔 개 같은 이름이냐.

참 어렵게 산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두께만 보면 웬만한 것들은 다 있을 거 같은데…….’

살짝 불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이내 책을 펼쳐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잡스러운 말이 엄청 많네. 이렇게 쓰니까 책이 두꺼워지지.’

하지만 감탄할 부분도 있었다.

대충 쭉 훑어보자 내가 알지 못했던 조합물들이 10분의 9는 되었다.

아무래도 역사가 역사인 만큼 내가 알지 못하는 조합법이 훨씬 많겠지.

‘근데 이건 좀…….’

문제는 그런 조합물들의 절반 이상이 별 효용이 없는 거였다.

“도대체 먹으면 눈알의 실핏줄이 더 잘 보이게 하는 포션 같은 건 왜 만드는 거야.”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아무 효능 없이 그저 냄새가 고블린의 대변과 같은 조합물도 있었고 피부에 바르면 불에 덴 듯한 느낌을 주는 포션도 있었다.

이런 건 내가 게임에서 알아냈어도 외우지 않았을 거다.

다행스럽게도 효과가 좋은, 예를 들어 내가 자주 조합하던 도핑 물약 같은 건 나와 있지도 않았다.

분명 있을 법도 한데 왜 없나 생각해 보니 게임 속에서는 오로지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잡템만 떨군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마디로 이곳은 현실이라 조합할 게 넘쳐 나서 괴이한 조합물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당장 혼피시만 해도 누가 진액만 쓸 생각을 하나.

비늘부터 살, 뼈, 내장 그리고 뿔까지, 써 볼 만한 게 그렇게 많은데.

근데 게임에서는 오로지 진액만 드랍이 되었다.

‘결국 내가 웬만한 건 다 해 먹을 수 있는 거네.’

원래의 차분하고 냉정하던 김진환은 어디로 갔는지 내 몸은 흥분으로 떨려 왔다.

침착 하자.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물론 나만이 알고 있는 조합법이지만 특허를 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당장 카론만 해도 내가 특허출원을 하려 하면 옆에서 가로챌 수 있었다.

‘결국 힘이 우선인 세상이니.’

힘이 약한 자는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세상이다.

내 권리를 지키려면 그만한 준비가 필요했다.

‘일단은 하나. 딱 하나만 해 보자. 너무 뛰어난 것들을 내보이면 분명 잡음이 생길 거야. 충분한 힘을 기르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내야지.’

마침 오늘 수업에서 나온 체력 상승 물약이 제격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도핑 아이템으로 만들기도 쉽고 가성비도 좋았다.

그리고 원래 있던 것보다 너무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적당했다.

‘그렇다면 우선은 재료를 살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네?

돈을 벌려면 돈이 필요한 이 부조리.

한참을 고민하던 그때, 돈을 빌릴 만한 곳이 생각났다.

“가족 찬스를 쓸 때인가.”

에이미 크롬웰.

이 몸에게는 훌륭한 동생이 있었다.

* * *

제국의 수도, 로들렌.

아카데미 근처의 역에서 열차를 타면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열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자 목적했던 곳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에이미가 있다고 전해 들었던 가게는 거대하면서도 기품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샹들리에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내부를 환하게 비췄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시죠?”

밝은 접대용 미소로 나를 반기는 여인을 보며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아는 사람을 만나러 왔습니다. 혹시 여기에 에이미라는 직원이 있을까요?”

“에이미? 혹시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오빠입니다.”

내 대답에 언제 미소 지었냐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훑어본 여인이 잠시만 기다리라며 사라졌다.

빨리 나가고 싶네.

이렇게 화려한 공간은 나랑 어울리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도 이야기만 들어 봤을 뿐, 실제로 동생이 일하는 곳에 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려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인데 지금까지 안 왔다는 것도 웃기다.

주변을 둘러보자 다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귀부인들과 젊은 여인들이 가득했다.

그 사이에 멍하니 서 있는 난 마치 깨끗한 접시 한가운데 묻은 오물과 같다고 느껴졌다.

“오빠?”

가게 유니폼을 입은 에이미가 저편에서 다가왔다.

과연 친남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우월한 외모를 지닌 에이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앞에 섰다.

“일단 직원 휴게실로 가자. 오빠.”

“그래.”

그렇게 에이미와 함께 들어간 휴게실에서 나는 정작 원하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꾸물댔다.

막상 그녀를 마주하니 염치가 없었다.

아니, 생각을 해 봐라.

무려 백작가의 영애가 힘겹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귀족가의 영애가 다른 사람들의 시중을 들면서 일을 하냐고.

황가에서 일하는 시녀라면 말을 안 한다.

이곳은 돈만 있으면 평민들도 방문할 수 있는 가게였다.

그런데 오빠라는 작자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그렇게 번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기가 쉽겠나.

그것도 아카데미를 다니느라 돈을 벌기는커녕 쓰기만 하는 놈이.

‘그렇다고 아카데미를 때려치울 수도 없고…….’

강해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아카데미에서 마법을 공부하고 수련을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비록 3년 차의 학생이라 2년 정도만 더 있으면 졸업을 준비해야 했지만 말이다.

“웬일이야? 우리 얼마 만에 보는 거지?”

에이미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생각해 보니 항상 이랬다.

이 녀석은 아드리아스가 어떤 병신 짓을 하더라도 곁에 있어 주고 응원해 주었다.

아아, 죄책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네.

“미안해. 자주 못 챙겨서.”

“응? 어, 어…….”

내 말이 갑작스러웠던 모양인지 에이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이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돌변했다.

“또 뭘 부탁하려고 왔구나?”

“아, 흐흠. 그게 말이야. 내가 돈이 좀 필요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다.

자괴감과 죄책감이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올랐다.

그냥 다른 방법으로 구해야지, 도저히 에이미한테 손을 벌릴 수는 없겠다.

“에휴. 그럼 그렇지. 잠깐만 기다려 봐.”

“아, 에이미. 그냥 됐어. 해 본 소리야, 그냥.”

“왜 그래, 오빠답지 않게? 가만 있어 봐. 금방 다녀오니까.”

그녀가 휴게실에서 나가자 나는 망연하게 뻗은 손을 접었다.

무조건, 무조건 이번 포션으로 중박 이상은 터트려야지.

“내 동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생각해 보면 처음으로 갖게 된 가족이었다.

김진환일 때는 가족이 없었다.

나는 고아였고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경쟁자일 뿐.

그러던 중 정부가 비밀리에 시행하는 특수부대 프로젝트에 자원을 빙자한 차출로 입대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동료들이 유일하게 가족과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들도 대부분은 작전 도중 사망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거기나 여기나 다를 게 없군.’

잦 같은 인생인 건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이곳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적어도 전과 달리 목표가 있었으니.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왕이면 떵떵거리며 살아야지. 에이미는 무조건 행복하게 만들고.’

그때 휴게실의 문이 다시 열리며 에이미가 돌아왔다.

“자, 여기.”

돈 봉투를 건네는 에이미의 손이 거칠었다.

그걸 보자 몸속에서 강렬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 감정은 나를 향한 분노와 에이미를 향한 죄책감이었다.

“후우.”

나는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고 일단 돈을 받았다.

“고맙다. 반드시 불려서 돌려줄게.”

“됐어. 안 그래도 돼. 어디 가서 굶지나 말고.”

그러다 문득 그녀의 눈길이 내 손에 닿았다.

“오빠?”

“응. 왜?”

“반지는 어디 갔어?”

“…….”

뭐라 대답해야 하지.

내가 잠깐 대답을 망설이자 에이미의 눈이 점점 커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 잠깐 놓고 왔어, 기숙사에.”

“설마…… 아니지?”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내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그치? 설마 아무리 오빠여도 반지를…….”

거짓말로 넘어가려 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죄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에 차마 변명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내 기색을 읽었는지 눈시울이 발갛게 변한 에이미가 애절하게 소리쳤다.

“제발,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해 줘. 반지, 지금 어디 있어?”

“에이미.”

“빨리 말해!”

“그게…….”

시체를 사는 데 썼다고 어떻게 말해.

나는 끝내 대답할 수 없었다.

“……나가.”

“미안하다.”

“나가. 당장 나가.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마. 돈도 돌려줄 필요 없어.”

“금방 다시 되찾을…….”

꽝!

에이미는 내 변명을 듣지 않고 그대로 휴게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기억 속의 에이미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저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가슴이 저려 왔다.

이 감정은 과연 김진환의 것일까, 아드리아스의 것일까.

“하아.”

한탄과 후회로 가슴이 먹먹했다.

포션으로 돈을 벌게 되면, 우선 반지부터 되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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